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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문카무이 1
YOSHIHIRO SAEGUSA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곰과 살인마가 숨어 있는 산에 고립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극단적이고 굉장히 위험한 장소에 고립,조난된 인물들이 자기들끼리 불신하게 되는 등의 심리를 그리는 설정은 그리 낯설지 않다. 만화라면 대표적으로 <드래곤 헤드>가 있고, 영화라면 최근 개봉작으로 <에일리언 2020(원제: 피치 블랙)>가 있다. 인간은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성을 잃고 동물적인 본능에 의지하게 된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또는 익히 들어 진부해진 소재이다. 차별점은 그러한 극한 상황에 대한 그럴 듯한 설정과, 추악한 인간의 동물적 면모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키문카무이>는 나름대로 훌륭한 작품이다. 인물들이 산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매우 그럴 듯 하기 때문이다.(사실 탈옥한 살인마가 하필 그 산으로 도망친 것은 굉장한 우연이지만.) 또한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들도 잘 그려내고 있다. 등장하는 어른들은 거의 대부분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타산적이다. 자기가 살기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그런 아주아주 현실적인 모습들 말이다.
그러나 작가는 만화를 단지 '소년 만화'로 묶어버린다. 결국 그러한 이기적인 어른들은 죽고, 인간으로서의 긍지를 고수하는 순수한 중학생들은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는다. 또 그러한 상황에서 강한 인간이 약한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온갖 악행을 그는 표현하지 않는다. 좀 나이브하다고 해야 할까. 성인 만화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
엔딩에서도 교훈과 감동을 남기려고 아주 애를 쓰고 있다. 결국 중학생들이 만났었던 곰 '쿠로'는 식인곰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은 사냥꾼은 쿠로도 식인곰이 될 것이라고 하며 쿠로를 쏴 죽인다. 그리고 쓸쓸하게 말한다. 다 인간이 잘못이라고. 말이야 맞다. 인간이 잘못이지. 그래도 살아야 하기에 비굴한 거다. 그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암튼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100% 맞는 말이다. 인간이 잘못이여.
공포 속에서 맞닥뜨리게되는, 진정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소년 만화식으로 교훈적인 해답을 내리는 만화다. 좋은 점을 더 쓰자면 --; 깔끔한 그림과 곰이라는 조금 특이한 소재가 돋보였다. 이 만화를 좋아한다면 <드래곤 헤드> 역시 적극 권하고 싶다.
2001. 2.12 by 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