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영화가 그렇겠지만서도, 특히 공포 영화는 소포모어 컴플렉스를 피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공포 영화라는 장르는, 그 특성상 관객에게 모종의 충격을 줘야 하는데 이미 충격을 맛본 관객에게는 같은 종류의 충격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28주 후]는 굉장히 잘 만든 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비평가들에 의해 충분히 치하된 부분이지만, 정말로 [28주 후]는 [28일 후]를 능가하는 영화이다. 영화는 전편의 기본적인 설정을 빌려오면서도(그리고 시간적으로 연결되면서도) 이야기의 전개 면에서는 전편을 답습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시각적, 음향적인 공포, 그리고 스케일 또한 전편을 능가하고 있다. 특히 BGM 선곡이 좋은 편인데, Explosion In The Sky의 초기작을 연상시키는 묵시록적인 웅장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인상적이다. 총평은, [28일 후]를 괜찮게 본 관객이라면 필히 감상할 만한 작품. 만약 [28일 후]를 보지 못했다 해도, 좀비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우선순위에 올려둘 만한 영화다.
원작 코믹스를 전혀 접한 적은 없었지만, [악마의 등뼈]로부터 시작해서 기예르모 델 토로(발음에 대해선 이견이 분분하지만 일단은 '기예르모' 정도로 타협) 감독의 영화는 거의 다 봐온 만큼 [헬보이]도 늦게나마 감상을 하게 됐다. 시작 장면 자막부터 [De Vermis Mysteriis]가 인용되는 걸 보고 열광했는데(자막에는 'Des Vermis Mysteriis'로 표기됐는데,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어지는 나치군 장면에서는 클라이브 바커 원작의 게임 [제리코]가 강하게 연상되는 등, 완전히 몰입되어 버렸다. 기예르모 감독이 러브크래프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영화에서처럼 직접적인 비주얼을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는 코믹스 자체가 크툴루 신화의 영향을 받은 탓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위대한 옛것들(the Great Old Ones)'의 또하나의 영화화된 이미지인, 영화 후반부의 '오그드루 자하드(Ogdru Jahad)'는 최종 보스(?)치고는 임팩트가 다소 약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허무하게 죽어버리기까지...-_- 잡설이 길었지만; [헬보이]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단순한 히어로물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비뚤어진 히어로의 이미지는 배트맨에 비하면 새발의 피고, 기예르모 감독이 초기 영화들에서 보여주었던 정치적 메시지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원작이 따로 있는 만큼 이런 불만은 차치하고 영화 자체만 떼어놓고 보더라도 특색없는 히어로물임이 사실이다. 아무리 히어로 자신이 지옥 출신이고 흉하게 생겼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곧 2편을 감상할 계획인데-_- 이는 어디까지나 러브크래프트와 기예르모 감독의 팬으로서이지 헬보이의 팬으로서는 아님을 밝힌다-_-
[퍼펙트 블루]의 강한 인상으로 기억하고 있는 곤 사토시 감독의 최신작(?)을 우연히 감상하게 됐다. 몇 년 전에 봤던 [천년여우]에 비하면 작화 퀄리티는 다소 나아진 듯한데, 애초에 [파프리카]는 '꿈'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니만큼 작화보다는 이미지의 창조 쪽에 초점을 맞췄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의외로 전형적인(오쏘독스한) 전개와 작화에 기대고 있어 실망이라면 실망이었다는 얘기(특히 [퍼펙트 블루]를 상기한다면 말이다). 꿈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의식과 무의식의 층위 등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았고 그 매체로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 또한 무수히 많았을 텐데, 결과적으로는 '다소 평범한' 애니메이션에 그친다는 느낌이다. 물론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흔들리거나 다른 길로 새지 않고 응집력 있는 작품으로 완성된 것은 사실이지만(그리고 비평가들이 그런 작품을 좋아하는 것 역시 사실이지만) 애니메이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상상력에 초점을 두고 감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작품은 아닌 듯싶다.
[호스텔 2]라는 제목 때문에 별개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전편과 이어지며 전개가 된다. 원제 또한 [Hostel: Part II]였고. 하지만 시간상으로만 전편과 이어질 뿐 주인공이 이번엔 여성 여행자들로 바뀐다. 따라서 범인(!)들의 수법 또한 전편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띠지만...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때문에 긴장감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고, 감독 본인도 이를 의식한 듯 전편과 같이 주인공들을 옭매어드는 공포감을 조성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마음 편하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치중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번 편의 주인공은 후반부에서 전편의 주인공과는 '상당히 다른 방법'으로 위기를 탈출하는데, 조금 억지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 뭔가 후련하기도 한 결말이었다. 소포모어 컴플렉스를 완전히 극복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른 접근방법을 통해 전편을 답습하는 것만은 피해나간 사례라고 평하고 싶다. 물론 한편으로는, 전편을 보지 않은 관객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공포 영화는 아니라는 점에서, 팬 서비스의 측면이 강한 속편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