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몰락 1 범우고전선 35
오스발트 슈펭글러 지음, 박광순 옮김 / 범우사 / 1995년 7월
품절


II.운명이념과 인과법칙
(...)
9
이 사상 과정은 마침내 하나의 대립에 눈을 뜨도록 한다. 이 대립은 인간의 문제 중에서 가장 오래 되고, 또 가장 중대한 하나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되는 것으로, 이 열쇠를 통해 비로소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고, 그리고 이 말이 얼마간이라도 의미를 지니고 있는 한-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 그 대립이란 운명이념과 인과법칙의 대립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결코 그 본질대로는 그 깊은 세게 형성적인 필연성으로 인식된 적이 없었다.-205쪽

어떤 고도의 언어에도 깊은 비밀에 감싸여 있는 듯한 운, 숙명, 우연, 섭리, 천명 등의 말이 있다. 이것들의 의미와 여운을 골똘히 생각할 때에 느끼는 것에는 어떤 가설도, 어떤 과학도 닿을 수 없다. 그것은 상징이지 개념이 아니다. 여기에 내가 자연 세계에서 구별하여 역사 세계라 이름짓는 세계상의 중점이 있다. 운명이념이 요구하는 것은 생활 경험이지 학적(學的)인 경험이 아니며, 직관의 힘이지 계산의 힘이 아니고, 깊이이지 지성이 아니다. 무기적인 것의 논리, 이해의 논리, 이해된 것의 논리와는 별도로 유기적인 것의 논리, 모든 현존재의 본능적인 꿈으로서 확실한 논리가 있다. 넓혀진 것의 논리에 대해 방향의 논리가 있다. 체계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든 칸트든 이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좋을지 몰랐다. 그들은 판단, 지각, 주의, 기억에 대해 논할 수 있다. 그러나 희망, 행복, 절망, 후회, 귀의(歸依), 의지(意志) 등의 말 속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206쪽

후자, 즉 살아 있는 것 속에서 원인과 결과를 구하고, 전자에 있어서 생명의 의미에 대한 깊은 내적인 확실성이 숙명론과 예정론과 같은 의미라고 보는 자는 문제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자이고, 체험을 이미 인식된 것, 또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 자이다. 인과 관계란 오성적인 것, 법칙적인 것, 입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우리의 이해적 각성존재 전체의 표지이다. 운명이란 서술될 수 없는 내적인 확실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인과 관계적인 것의 본질은 물리학적인 체계라든가, 인식 비평적인 체계라든가, 수에 의해서나 개념적 해부에 의해 밝혀지게 된다. 운명의 이념은 초상(肖像)을 통해, 비극을 통해, 음악을 통해 단지 예술가만이 전한다. 하나는 차별하는 것으로, 따라서 파괴를 요구하는 것이지만, 다른 하나는 완전히 창조이다. 여기에 운명과 생명의 관계가 있고, 인과 관계와 죽음의 관계가 있다.-206(cont)쪽

운명이념 속에 나타나 있는 것은 하나의 혼의 세계의 동경이고, 빛과 상승에 대한 원망(願望), 자기 사명을 완성하고 실현하려는 원망이다. 이 세계의 동경은 어떤 인간에게도 전혀 미지의 것이 아니다.-207(cont)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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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i 2009-05-29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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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zeno.org/Philosophie/M/Spengler,+Oswald/Der+Untergang+des+Abendlandes
 
우리들 Mr. Know 세계문학 3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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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새번역은 아니고 '약간 다듬어진' 번역이다. 그래도 어떡하나… 또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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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 짙은
짙은 노래 / 파스텔뮤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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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에서 '곁에' 공연 영상을 우연히 보고는 바로 시디를 샀다.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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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잦은 시절
로제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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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울]을 통해 알게 된 로제 그르니에의 단편집이다. 2008년 3월에 나왔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보관함에 담겼을 터인데 실제로 책을 사기까지 이러저러해서 조금 시간이 걸렸다. 책을 산 다음에는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틈틈히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더이상 넘길 페이지가 남아있질 않았다...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가 쓴 책이지만 그의 소설에는 참 사람을 떨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모든 수록작들이 '이별'을 소재로 삼고 있는데, 특히 '이별 잦은 시절', '초당', '오스카의 딸'에서는 로제 그르니에만의 감수성이 돋보인다. 아무래도 청춘남녀의 이별사만큼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감동을 주는 소재도 없기 때문이랄까. 이별에 관한 이야기들, 총 10편 모두 일독을 권한다. 언제 또 어떤 이별이 닥치더라도, 로제 그르니에처럼 나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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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쿼런틴
스티브 해리스 외, 존 에릭 도들 / 소니픽쳐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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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 리뷰에도 썼지만, 도입부가 한층 더 [다이어리 오브 데드]를 연상시키는, [[rec]]의 헐리웃 리메이크판이다. 하지만 리메이크라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로 원작 영화와 차별되는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 한, 헐리웃 리메이크답지 않은 헐리웃 리메이크였다. 어쩌면, 보통 동양 공포영화가 헐리웃에서 리메이크되는 경우를 많이 봐와서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원작인 [[rec]]의 영상 퀄리티나 특수효과가 그리 나쁜 편도 아니었고, 원작도 리메이크도 좁은 공간에서의 핸드헬드 촬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원작과 차별화할 만한 부분이 없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노래로 치자면 리메이크곡이 아니라 번안곡 정도랄까... 언어만 바뀌었지 다른 모든 부분에서 바뀐 게 별로 없다. 결론적으로, [[rec]]를 이미 본 관객들에게는 보너스에 불과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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