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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금렵구 1
유키 카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완결이 나지 않은 만화는 리뷰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천사금렵구](이하 천금)은 엔딩이 그렇게까지 기대되는 작품은 아닌데,(지금까지의 전개로 볼 때 해피엔딩이 예상되기 때문)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 작품이다. 그래서 건방지게도 리뷰를 써본다.
난 하드보일드를 좋아하기에 순정은 되도록 보지 않는 편이다.(이건 내용의 문제이지 그림체의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천금도 좀 선입견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는데, 3권까지 봤을 때 난 감동해서 죽는 줄 알았다. ㅠ.ㅠ 이건 1권부터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천사들이 떼거리로 등장하는 게 아닌가. 거기에 세츠나와 사라의 사랑 얘기를 비롯해서 전생과 관련된 비극적 사랑 얘기([판타스틱 게임]이 생각나는군.)가 또 떼거리로 등장해 가슴을 아프게 했다. 특히 키라의 아버지의 대한 사랑 얘기는 정말로... 찡했다.
그러나 3권을 넘어가며 스케일이(어디까지나 스토리상 스케일이) 너무 커지게 된다. 물론 그전에, 너무나 쉽게 세츠나와 사라는 근친상간을 저지른다. 그걸 전생이라는 이유로 돌려버리다니 너무 쉬운 선택이 아니었나 싶지만.. 암튼 그리고 나서는 복선과 '복선의 밝혀짐'의 연속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솔직히 정말 느리다. 또, 감동도 처음에 한 두번이나 받지, 비슷한 수법으로 복선과 복선의 밝혀짐이 계속 되면서 지겨운 느낌까지 받게 된다. 계속 반복되는 전생 얘기도 말이다.
그리고 그림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비유적으로 말하면 [X]보다는 낫지만 [바스타드]보다는 못하다. 순정체의 작가들은 스틸컷은 정말 잘 그린다. 정말로, 아름답게 그려낼 줄을 안다. 특히나 천금에서는 대사와 몇 개의 컷이 정말 '딱' 어울려서, 하나의 '시화' 수준의 경지에까지 다다른 부분도 자주 보인다. 그러나, 어쩌면 당연하게도 순정체의 작가들은 역동적인 장면을 잘 그리지 못한다. 그 느낌을 잘 살려내지 못한다고나 할까? (극단적이지만, [베르세르크]를 보라.) 천금은 나름대로 액션(전투)이 많은 작품인데, 솔직히 그런 컷을 보면 '흥'하고 비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그외에도, 역시 순정작가이기 때문인지 몬스터 디자인이나 메카닉 디자인 면에서도 많이 부족하다.
단점을 많이 지적하긴 했지만, 실은 천금은 스케일이 매우 클 뿐 아니라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는 작품이다. 근친상간에서 시작해서 사랑, 전생, 신과 악마의 대립까지, 실로 많은 부분이 논란이 될 수 있다. 그 중 나는 신과 악마의 관계에 대해 주목하고 싶다. 천금 외에도 [베르세르크]나 [프리스트], [바스타드] 등을 보면, 이른바 '신'이라는 존재가 무지무지 '나쁜' 놈으로 등장한다. 이것은 기독교 중심의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를 당당히 비판하는 발상인데, 작품을 보면 충분히 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 행위의 정당성이나 당위성 같은 것에 대해선, 만화책 리뷰에서 다룰 만한 내용이 아니므로 생략하겠다.(개인적으로는 이제 기독교의 시대는 끝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신은 죽었다.) 천사금렵구, 부족하지만 훌륭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