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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힐 1
후루야 미노루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우연히 손에 들었다가 미노루 후루야의 이름을 보고 다 읽어버렸다. <이나중 탁구부>와 <크레이지 군단>을 어찌 잊겠는가. 역시나 1권을 붙잡자마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나중을 보고 역겹다는 사람들을 보곤 하는데, 이 시대의 인간들 사는 모습은 사실은 역겹다. 차마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웃을 수 없는 건 아닌지?
<그린힐>은 <이나중 탁구부>와 여러 모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만화이다. 성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면, 이나중의 주인공들은 중학생들이었기 때문에 '넘으면 안되는 선'을 넘지 못했다. 실은 알 건 다 알면서도 말이다. 그러나 그린힐의 대학생 주인공들은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조금 망설이다가 결국에는 모두 선(?)을 넘는다.(이런 하드코어(?)성은 <크레이지 군단>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이것은 단순히 중학생과 대학생의 신분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사회인인 주인공들로 하여금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작가의 장치일 것이다.
미노루 후루야 작품의 주인공들답게 그린힐의 주인공들 역시 자칭 불행한 자들이다. 그들은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도 울타리 밖에 있는' 인물들이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변태성과 엽기성으로 가득찬 추남들이다. 당연히 그들은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 어떤 면에서 그들은 너무나 순수하기 때문이다.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들의 순수는 울타리 안에 묶여있지 않다. 어쩌면 정말로 추악한 것은 순수하지 못하고 위선적인 우리들이 아니겠는가. 미노루 후루야의 캐릭터들은 과장된 그림체와 어울려 놀라울 정도의 호소력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는 아주 효과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자들'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나중은 에피소드들이 다소 지겹게 느껴지고, 엔딩이 붕 떠버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이나중의 주인공들은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달라진 게 도무지 없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에 비해 그린힐은 한 걸음 나아가, 캐릭터들이 아주 약간씩이나마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불행한' 자들이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끝부분에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순수를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되어버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 처음에 스스로를 썩어있다고 생각하다가, 마지막에서는 '귀찮다'와 싸워이겨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하는 세키구치는, 어떻게든 울타리 안에서 행복을 찾아 살아가려 하는 정말 멋진 녀석이 아니겠는가.
by 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