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놓고 말해 이런 책 이미 쌔고 쌨다. 추천사만 봐도 웃기는 게 '적(的)'을 고쳐놓고는 '놀랍지 않은가'란다. 이게 놀라운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동시에 이러한 기계'적'인 순화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 또한 명확하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예문 하나. "햇빛은 식물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여기서 '직접적인'을 달리 무슨 말로 바꾸겠는가. 더 근본'적'으로, 이 책은 '일본식 번역투'만을 다룬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떨어진다. 가까이 보면 [번역의 탄생]같이 훨씬 깊이 있고 좋은 책이 이미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번역가 지망생에게 필독서였던 [번역의 공격과 수비] 같은 책도 있다(그 외에도 안정효 씨의 책 대부분이 번역가들에겐 성경 같은 책이었다). 더 멀리 보면 이오덕, 이수열 등 우리가 '정말' 읽어야 할 책은 따로 있다. 물론 책의 취지는 공감한다. 번역투의 문제가 뭔지 '인식조차' 못 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으니까. 다만, 무작정 "일본어니까 몰아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면 곤란하다. 또 불가능하다. 당장 이 책 제목부터도 [번역투'의' 유혹] 아닌가. 저자 오경순이 번역한 다른 책들에는 '~에 있어'와 같은 일본식 표현이 그대로 등장하기도 한다. 번역투를 까고 싶다면 우리말 공부 좀 더 하고 본인의 문장부터 고쳤으면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번역하는 '아마추어 자막 제작자'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앞서 소개한 책들을 먼저 읽길 권한다. 사족: 실제로는 꾸준히 영어 열풍이 분 덕분에(왜 꼴사나운 '어륀지' 사건도 있지 않은가) 최근 우리말은 영어에 훨씬 더 많이 오염된 상태다. 요즘 나오는 책은 그나마 일본식 번역투는 자제하는 경향이지만, 영어식 표현은 아직도 너무 많다. 오히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늘어나며 너도나도 번역판(번역비평도 포함한다)에 뛰어들어 영어 번역투를 남발한다. 번역에 필요한 자질은 해당 외국어 실력이 아니라 우리말 구사 능력이다. "나 영어 잘하니까 번역도 잘함ㅋ" 따위로 말하는 인간들, 정말 귀싸대기를 후려갈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