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아이슬란드에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차마 엄두가 안나고 있다. 그곳은 그냥 내가 그전에 여행했던 곳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닐 수 없을 것 같아서 누군가 꼭 동행이 필요할 것 같은 거다. 면허가 있으니 운전 연습을 해서 혼자 가볼까 싶지만, 아,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언젠가는 가볼 수 있을까, 생각만 하고 있다. 그런참에 읽은 아이슬란드 소설이다.
작가 이름 부터가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이고 등장인물들의 이름 전체가 이렇게 다 어렵고 익숙하질 않아서 아, 얘가 걔 아닌가 갑자기 왜 남자가 여자가 됐지??? 이렇게 됐었는데, 내가 헷갈린 인물은 구드룬과 구나르 였다. 맞나? 아, 읽은지 얼마 안됐는데 헷갈려...
여자주인공은 '토라'는 변호사인데, 독일에서 '매튜'라는 남자가 그녀를 찾아와서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독일에서 아이슬란드로 유학온 남자 대학생 '하랄트'가 살해당한 것. 살해당한 방식이 지독하게 잔인하고, 거기에는 아이슬란드, 덴마크 등의 역사와 마녀사녕과 흑마술...등등이 다 연결되어 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되려고 그러나... 싶어 사건 해결을 바라면서도 토라와 매튜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토라는 여섯살 여자아이, 열여섯살 남자아이를 둔 삼십대 이혼한 여자인데, 스물 여섯살 남자를 사귀면 완벽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혼 후 2년간 섹스가 없어서 섹스하고 싶어하고.. 아,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이혼하면서 양육비를 받긴 하지만 혼자 벌어서 생활하고 아이들과 같이 살려니 빡세기도 해. 일도 하랴 집안일도 하랴 아이들에게 신경 쓰랴... 그녀는 너무나 바쁜데 사건 해결을 위해 며칠간을 매일같이 매튜를 만나야 한다. 매튜는 비싼 정장을 고집하는 남자고, 파카 입고 외출하는 그녀를 좀 괴상한듯 쳐다보기도 하는데, 그래서 그녀는 이 겨울에 동굴탐험 같은거 갈 때 니 정장이 얼마나 유효한가 보자, 흥 칫 뿡! 이런 마인드로 그를 대하기도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아서, 위에 쓴 것처럼, 사건은 사건대로 해결하려니 빡세고 집에 돌아가면 아들놈은 무슨 고민이 있는지 우울해 보인다. 저 녀석과 얘길 해봐야겠어, 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사건 해결도 해야 하고... 세상 살아가는데 문제는 계속해서 들이닥치는 것인가..
어쨌든 며칠간 매튜랑 함께 다니다보니 하루는 같이 좀 먼 데로 가게 되었고, 마침 아이들은 이혼한 아빠에게 가 있는 날이고, 그래서 그녀는 그 먼 곳에 있는 호텔에서 매튜랑 일을 하다가 저녁에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그의 품에 폭- 안겼다가... 깨어보니 침대였다고 한다. 자신도 발가벗고 있고, 아아 어지러워, 하고 눈떠서 주변을 살피니 자기 옆에는 벗은 매튜가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나는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는가, 이일을 어쩌면 좋은가, 나는 다시 예전처럼 그를 아무렇지도 않은듯 대할 수 있을까, 아아 조심조심 빠져나가야 하나, 아아 무슨 짓을 했나, 그렇지만 나는 후회하는가, 아니 그런데 솔직히 별로 후회되진 않아? 생각해보니 내가 유혹한 것 같아? 이것은 실수인가 아닌가, 하고 내적갈등을 겁나 하는 사이에 어라? 아직 나 도망 못갔는데 매튜가 눈을 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난감하구먼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매튜가 뒤돌아 누우면서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짓는 순간,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좋은 아침." 바짝 마른 입술을 벌리며 그가 인사했다. "잘 잤어요?" (p.375)
아 이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튜 이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만약 저기서 눈 떠서 나를 보고 '아이고야, 지난 밤은 실수였어요' 이딴 개소리하면 턱을 부숴버리겠어!!!! 그런데 매튜는 잘잤어요? 하고 다정하게 물어준다. 섹스를 하기 전에 섹스를 하기 위해서 다정해지는 남자는 많지만, 섹스를 하면서 다정한 남자는 그보다 적고, 섹스를 한 후에까지 그 다정함을 유지하는 남자는 그보다 훨씬 적다. 일전에 친구가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자는 섹스를 하기 위해서라면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일단 무조건 하고 보는 것 같아. 나는 결혼전에 섹스 안할거라 그랬더니 자기는 나랑 결혼할거래. 그전까지 결혼 얘기 한 적도 없으면서.' 물론 친구는 그 남자랑 결혼하지 않았다. 섹스하기 전보다 섹스를 하고난 후에 행동으로 그 남자를 평가하는 게 더 옳은 이유다. 섹스를 한 후에 알 수 있다. 이 남자가 그냥 섹스 하기 위해서 돌았던건지, 아니면 '나랑' 자고 싶었던건지를.
그렇지만 토라는 아아, 이 일을 실수라고 넘기고 싶어한다. 그러지마, 토라, 그러지마!!
"지난밤 그건, 내가 아니었어요. 술이 한 짓이에요. 그러니까 당신은 내가 아니라 코앙트로 한 병이랑 잔 거예요." (p.375)
그렇지만 이 말이 거짓임을 토라도 알고 매튜도 알고 나도 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매튜도 토라를 놀리는데, 얼굴을 붉히면서 토라도 사실을 인정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어쨌든 발가벗은 매튜와 침대에서 잠깐 지난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고 매튜가 침대에서 나가 물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런데,
토라는 매튜가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이 확실해졌을 때쯤 다시 눈을 떴다. 기포가 올라오는 물 한 잔을 매튜가 건네자 그녀는 몸을 일으켜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베개에 기대어 메스꺼움이 가라앉길 기다렸다. 그렇게 눈을 감고 몇 분쯤 누워있는데 갑자기 손가락이 그녀의 어깨를 쿡 찔렀다. 토라는 눈을 떴다.
"있잖아요." 매튜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요?" 토라는 최대한 멀쩡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아까보다는 숙취가 조금 가라앉은 기분이었다.
"이 일이 실수였는지 다시 한 번 검토해보는 게 어떨까요?" 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p.377-378)
일어나서 토라가 마실 물을 가져다주는 다정한 행동을 한 매튜가 참 좋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좋은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모닝섹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모닝 섹스하자고 쿡 찔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검토해보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구먼 ㅋㅋㅋㅋㅋㅋㅋ검토 좋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검토를 잘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좋은 방법 같다. 검토하고 복습하는 거 ㅋㅋㅋㅋㅋㅋㅋ 모닝만 붙으면 뭐든 특별해지는 것 같다. 모닝 커피, 모닝 운동, 모닝 우동, 모닝 섹스. 꺅 >.<
이런 제안 하는 매튜 넘 좋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튜 럽 ♡
지하철안에서 읽다가 막 씐났다.
매튜가 그간 유머감각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던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 토라랑 자고난 후에는 갑자기 유머감각 있는 남자가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 아 너무 좋은데 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토라의 변호사사무실에 매튜가 갔는데, 토라의 비서인 벨라가 매튜에게 커피와 비스킷을 가져다준거다. 벨라는 매튜를 엄청 티나게 좋아하고 토라를 싫어하고 불친절하게 대하는데, 매튜가 벨라에게 고맙다면서 윙크를 한 것.
"벨라한테 윙크를 했네요." 토라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매튜가 토라를 향해 눈을 두 번 찡긋했다. "당신한테는 두 번 했어요. 좋아요?" 그는 과장된 몸짓으로 비스킷 하나를 입에 넣었다. (p.452)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벨라한테 윙크를 하는 거 너무 싫은데, 그건 그냥 쓸데없이 사귀지도 않는 여자한테 윙크하는 남자를 내가 싫어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매튜가 그런 게 좀 짜증났고, 만약 나였으면 왜 쓸데없이 거기서 윙크를 하고 지랄이야? 이러면서 신경질 뽝 냈을텐데, 어쨌든 토라가 '너 걔한테 윙크했네?' 했더니, '너한테 두번 했어. 좋아?' 이러는 거 넘나 웃긴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다 이 새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디서 끼를 부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음 책도 사서 읽고 싶은데, 다음 책에도 매튜가 나오려나? 매튜는 독일에 사는데, 이 사건 해결이 끝나면 독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다면 토라와 매튜는 어떤 사이가 될까? 이렇게 잠깐 만났을 때 섹스하고 세이 굿바이 하는건가? 아니면 롱디커플이 되는건가... 나는 아이슬란드 당신은 독일.....그런데 매튜가 돈이 많으니까, 아이슬란드에 자주 올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 역사와 흑마술..하는 것들 좀 어렵고 그래서 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막 흥미로웠던 것은 아닌데, 거기에 얽힌 개인의 사연이랄지, 하는 것은 충분히 읽을가치가 있었다. 진부하긴 하지만, 사람마다 개인의 사정이 있고, 한 쪽 말만 듣고 판단하는 건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도 다시 깨닫게 됐고. 마지막에 토라가 하랄트의 엄마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제게 해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토라가 말했다. "한두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쯤은 이해할 나이가 됐으니까요." (p.490-491)
그렇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서도 그러지 않았나.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라고. 그렇다고 해서 하랄트나 하랄트의 엄마를 무조건 이해한다고만은 할 수 없다. 사랑받고 싶은 건 사람의 본능같은 것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발현하느냐는 다른 문제이니까.
며칠전 읽은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으면서도, 사람이 태어나서 어른이 되어갈 때, 어떤 어른이 되어가는지는 본성과 환경중 어떤 게 더 중요할까를 한참 고민했더랬다. 그 둘이 맞물려 한 사람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어쩌면 환경보다는 그 사람의 본성이 좀 더 큰 역할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그런가?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긴 하는데, 앞으로 다른 맣은 책을 읽어보면 생각은 또 바뀌지 않을까. 더 많은 책을 읽어야할 이유다. 또한, 질투심이란 것은 사람을 얼마나 망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이 질투심이란 감정은 아주 어릴적부터 생겨나는건데, 얼마전 읽었던 이승우 소설에서처럼, 그것은 열등감에서 유발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아주 많이 한다.
'잭 리처'는 시리즈 책마다 만나는 여자가 다 다르다. 그러니 토라도 다음 책에서 그에 맞게 다른 남자를 만나 연애하고 섹스를 했으면 좋겠다. 그런 한편, 매튜랑 롱디를 유지하면서 단단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실 매튜랑 자기 전까지는 이 책의 다음 시리즈는 안읽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매튜랑 자고나니까 다음 시리지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는... 정말 19금을 좋아하는구나! 하하하하하.
이 책에는 마술박물관 얘기도 나오고 그러는데, 하도 마술관련 글을 읽어서인가, 내게도 어제 마법(마술은 아니지만!!)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러니까 어제. 갑자기 삼계탕이 너무 먹고 싶은 거다. 울엄마가 해준 삼계탕 넘나 맛있는데... 평소에 엄마는 내가 엄마 이거 해줘~ 이러면 아주 잘해주시는 편이고, 그래서 엄마한테 삼계탕 해달라고 문자보낼까, 생각하다가, 요즘 날이 너무 더워서 가스렌지 앞에 있는 게 너무 힘들겠다 싶어, 나중에 어디 가서 사먹고 말지, 하고는 말하지 않았더랬다. 이 날씨에 불앞에서 요리하는 거 정말 너무 힘든 일이니까. 그렇게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집에 돌아갔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엄마가
"삼계탕 끓여놨는데 좀 줄까?"
하시는 게 아닌가!!!!!!!!!!!!!!!!!!!!!!!!!!!!!!!!!!!!!!!!!!!!!!!!!!!!!!!!!!!!!!!!!!!!!!!!!!!!!!!!!!!!! 이야- 이런 기적 같은 일이! 마법! 매직! 아니, 엄마, 나 삼계탕 너무 먹고 싶어서 해달라 그럴까 하다가 너무 날 더워서 말았는데, 어떻게 알고 했어? 하고 내가 기뻐 날뛰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사정이 있어서 어제는 삼계탕을 먹지 않고 오늘 아침에 먹었는데, 아침부터 닭다리 뜯고(삐약삐약) (응?) 영양가 풍부한 국물에 밥을 말고 후루룩 먹었더니, 아아, 배가 부르다..... 오늘 아침에도 엄마 너무 잘먹었어, 라고 엄마한테 신나서 얘기했다. 진짜 먹고 싶었는데, 말도 안했는데 엄마가 끓여놨어!!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를 도와주는 것인가.....
삼계탕만 바라보고 걸었더니 삼계탕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내 마음은 간절히 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그곳에는 간절히 원하던 바로 그것이 있다.
이제 1층 까페 가서 커피 사와야징. 아, 9시에 문 여니까 조금 있다가.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