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들이 왔다. 제 삼촌과 베개 싸움을 실컷 하더니, 이모 방으로 들어와서는 두 녀석 다 이모 옆에 눕고 싶다고 한다. 나는 타올로 두 녀석의 베개를 만들어 주고는 아이들의 요청대로 음악을 틀어 주었다. 누워서 자겠다는 녀석들은 갑자기 일어나서는 저마다 내 책장 앞으로 가 그림책을 꺼내들고 온다. 그리고는 이모 책 읽어줘, 하며 책을 내민다. 큰 녀석이 골라온 책을 읽으면 작은 녀석이 이제 자기가 고른 걸 읽어 달라고 한다. 그렇게 조카들에게 읽어준 책들은 아래 네 권이다.

















 [천하장사 옹기장수]를 읽을 때는 '이모 소변이 뭐야?' 하고 묻는다. '응 오줌이야. 오줌을 소변이라고 해. 똥은 대변이라고 해' 라고 말해주었다. [에밀리]를 읽을 때는 '흰옷'이라는 부분에서 '어디어디, 그림 잘 볼래, 흰옷인가' 하며 그림을 열중해 보았다. [나는 기다립니다]를 읽고나서는, 이모는 어디가 제일 좋아? 묻는다. 나는,



나는 기다립니다. "미안해" 라는 한마디를...



이라고 쓰여진 페이지를 펼쳐 보여주며, 이모는 여기가 제일 좋아, 말했다. 조카는 왜? 라고 묻더라. 그림에는 빨간 끈이 남자와 여자 사이에 마구 엉켜 있었다. 나는 그 그림을 가리키며, 이 둘 사이에 이렇게 끈이 꼬여있잖아, 이걸 풀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미안해 라는 말이 필요하거든, 그래서 이 페이지가 이모는 제일 좋아, 하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마음이 아플까봐]를 읽을 때는, 내가,


울었다.



이미 읽었던 책이고 리뷰도 썼던 책인데, 예전에 읽을 때도 이러진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 나와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 이거 뭐지, 왜 한 장 한 장 죄다 슬픈거지. 나는 약간 울고는, 다 읽고 책장을 덮은 뒤에,



이모는 이 책 너무 슬퍼, 얘기했다.



책을 읽어주는 사이, 큰 조카가 갑자기 자신의 두 팔로 나를 끌어안으면서, 



"이모랑 헤어지기 싫어"



라고 말했다. 나는 조카에게 



"헤어지지 않으면 되지" 라고 말해주었다.




조카들을 보내고는 내 방에 들어와서 다시 가만, [마음이 아플까봐]를 읽었다. 그리고 모두가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기분으로, 녹음해 보았다. 오랜만에,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굿나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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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6-0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어려운 이야기네요. 어렵게 들어서이겠지요.
내가 꺼내지 못하는 마음을 다른이가 꺼내주어요. 어린 아이가.

다락방님 울음이 내일의 웃음이 되기를...
잘 들었습니다. 굿나잇 될 것 같아요 덕분에.

다락방 2017-06-07 08:14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을 읽으면서 저 어린아이는 어디서 나온걸까, 왜 어린아이가 등장한걸까 싶었어요. 그 부분이 잘 이해가 안돼요. 그러니까 할아버지를 잃고 딸을 얻은 건가...이 부분은 이해가 안되는데요,

그런데 할아버지의 빈의자를 볼 때 어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 후에 아이가 마음을 병 속에 넣을 때 말예요.

굿나잇 되셨어요, 나인님?

moonnight 2017-06-06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도 아름다우신 다락방님^^ 마음이 아플까봐 너무 슬프죠ㅠㅠ 저도 조카들 읽어주며 눈물나서 혼났던 기억 있어요ㅠㅠ 너무 좋지만 너무 슬픈 책ㅠㅠ

다락방 2017-06-07 08:15   좋아요 0 | URL
마음을 빈 병에 넣고 살아가는 거, 그래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아름다운 시선을 잃어버린 게 너무 슬프더라고요. 꺼내려고 해도 이제 방법을 모르겠는... ㅠㅠ 할아버지의 빈의자도 너무나 쓸쓸하죠 ㅠㅠㅠㅠㅠ 이거 이렇게 슬펐었나, 몇 년 만에 다시 읽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ㅠㅠㅠ

보슬비 2017-06-0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조카들은 상냥해요. 울 조카들에게 볼수없는 풍경이예요. 부럽사옵니다~~^^

다락방 2017-06-07 08:17   좋아요 0 | URL
꼭 그렇지도 않아요. 오자마자 제 방 뒤져가면서 뭐 가져갈 거 없나? 막 이래요 ㅠㅠㅠㅠ 이번에는 매니큐어 발라달라고 난리난리 쳐서 두 녀석 모두에게 매니큐어 발라줬어요. 얘네들 오면 제가 잠시도 쉴 틈이 없어요. 하하하

비연 2017-06-0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 넘 예쁘세요~
이 책 몰랐었는데.. 마음이 아프네요... 왠지.

다락방 2017-06-07 08:17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요! ㅎㅎ

이 책 저 예전에 분명히 읽은 책인데도 되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뭔가 예상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훅- 들어온 느낌이에요. 휴...

Forgettable. 2017-06-06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점심을 먹으며 들었는데 배부르네요.. 하하

다락방 2017-06-07 08:17   좋아요 0 | URL
그건 점심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걀부인 2017-06-0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찬 바람이 불면..노래까정 듣고 잡니다요. ^^

다락방 2017-06-07 10:23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굿나잇이요, 달걀부인님!
:)

clavis 2017-06-09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운서 같으시네요^^
도대체 못하는게 뭐래요?♡♡♡♡♡♡♡
감사히 잘 들었습니다

다락방 2017-06-09 09:21   좋아요 1 | URL
아니, 이런 칭찬이라니! 클래비스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안단테 2017-06-09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늘 눈팅만 하다가 첨으로 댓글 달아봐요. 목소리가 넘 좋으셔요...!

다락방 2017-06-09 19:36   좋아요 0 | URL
어머! 처음으로 다는 댓글을 이리도 아름답게 달아주시네요. 히힛.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