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울엄마는 여동생네 집에 가셨더랬다. 금요일 밤에 자고 토요일 새벽, 아이들이 잠든 틈을 타 몰래 나오셨다는데, 여덟살 조카가 일어나니 할머니가 안보여 몹시 서운했는가 보다. 인사도 안하고 갔다고 화가 단단히 난 것. 제할머니가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집으로 가는 사이, 조카는 할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교회에 가야 해서 일찍 나왔다는 말에 '교회가 더 좋아?' 라고 묻고, 다음에 가서 놀자는 말에는 '오지 말라고 했잖아!' 라고 서운함을 토로한다. 그러고는 이내 '용서해줄게' 란다. 아아, 이 아이 ㅠㅠ
할머니가 보고 싶어 울고 있다며 (거짓으로) 말하자, 이 아이도 바로 자기도 울고 있다고 응답한다. 이 아이는 정말 운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손목에 차고 다니는 키즈폰으로 치는 메세지이고 게다가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라 맞춤법이 서툴지만, 어떤 대화인지는 충분히 알겠는 바, 어제 엄마랑 와인 마시며 엄마가 보여준 이 문자대화를 보고는 막 웃다가 사랑이 넘치다가 그랬다. 엄마는 얘랑 이렇게 대화가 된다니 정말 감동이라고 하셨다. 조카는 어쩜 이렇게 제할머니를 사랑할까? 사랑이 절절 묻어난다 진짜.
이 대화를 엄마가 보여주는데 이 위로도 이 밑으로도 조카의 문자 말걸기는 계속됐다. 할머니 어디야? 할머니 밥 먹었어? 등등. 아아, 조카야, 나한테도 해줘 ㅠㅠ 이모한테도 그렇게 해줘 ㅠㅠㅠ 이모가 헌사도 너에게 줬는데, 너는 왜 문자를 할머니한테만 주는거야? 응? 왜 나는 이렇게 짝사랑만 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