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울엄마는 여동생네 집에 가셨더랬다. 금요일 밤에 자고 토요일 새벽, 아이들이 잠든 틈을 타 몰래 나오셨다는데, 여덟살 조카가 일어나니 할머니가 안보여 몹시 서운했는가 보다. 인사도 안하고 갔다고 화가 단단히 난 것. 제할머니가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집으로 가는 사이, 조카는 할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교회에 가야 해서 일찍 나왔다는 말에 '교회가 더 좋아?' 라고 묻고, 다음에 가서 놀자는 말에는 '오지 말라고 했잖아!' 라고 서운함을 토로한다. 그러고는 이내 '용서해줄게' 란다. 아아, 이 아이 ㅠㅠ

할머니가 보고 싶어 울고 있다며 (거짓으로) 말하자, 이 아이도 바로 자기도 울고 있다고 응답한다. 이 아이는 정말 운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손목에 차고 다니는 키즈폰으로 치는 메세지이고 게다가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라 맞춤법이 서툴지만, 어떤 대화인지는 충분히 알겠는 바, 어제 엄마랑 와인 마시며 엄마가 보여준 이 문자대화를 보고는 막 웃다가 사랑이 넘치다가 그랬다. 엄마는 얘랑 이렇게 대화가 된다니 정말 감동이라고 하셨다. 조카는 어쩜 이렇게 제할머니를 사랑할까? 사랑이 절절 묻어난다 진짜.



이 대화를 엄마가 보여주는데 이 위로도 이 밑으로도 조카의 문자 말걸기는 계속됐다. 할머니 어디야? 할머니 밥 먹었어? 등등. 아아, 조카야, 나한테도 해줘 ㅠㅠ 이모한테도 그렇게 해줘 ㅠㅠㅠ 이모가 헌사도 너에게 줬는데, 너는 왜 문자를 할머니한테만 주는거야? 응? 왜 나는 이렇게 짝사랑만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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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7-04-1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

다 큰거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이렇게 대화도 가능하니 좋기도 하고요. ^^

다락방 2017-04-17 11:05   좋아요 0 | URL
나는 막 사랑이 터지더라고요 ㅠㅠ

비연 2017-04-17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정말 감동이에요...
근데.. 중간에 어머님께서 ˝싫어는 이렇게 쓰는 거야˝ 라고 쓰신 거에서 넘 우껴서 빵 터짐...ㅎㅎㅎㅎ
아이를 키우는 맛은 저런 건가봐요. 어쩜 저리 사랑스러운지. 어머님 정말 좋으셨겠어요^^

다락방 2017-04-17 14:27   좋아요 0 | URL
저도 읽다가 ‘싫어는 이렇게 쓰는 거야‘에서 완전 빵터졌어요. 그리고 엄마한테도 띄어쓰기 좀 하라고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가 힘들다고 뭐라고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7-04-1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왜 코끝이 찡하죠...

다락방 2017-04-17 14:27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랬어요, 웽님. 어쩐지 코끝이 찡해지고 그랬어요. 힝 -

꼬마요정 2017-04-1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는 정말 할머니를 사랑하는군요. 다락방님도 슬그머니 조카와의 대화창을 열어보세요.. 어떤 멋진 대화가 오갈지 기대됩니다~^^

다락방 2017-04-17 14:28   좋아요 0 | URL
네, 조카랑 함께 있어도 또 떨어져 있어도 제 외할머니를 사랑한다는 게 정말 느껴진답니다. 저도 엄청 사랑해주는데 제 할머니만큼은 아닌가봐요...아아, 사랑의 길은 멀군요...

단발머리 2017-04-17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미 정말 예쁘네요.^^
다락방님 새 책 <잘 지내나요?>에서 <타미에게>가 왜 <타미에게>인지 알것 같아요. ㅎㅎ

타미도 예쁘지만, 저는 타미 할머니한테 더 감동~~~
이런 대화가 가능한건 타미가 많이 컸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평소 타미와 할머니가 이런 대화, 이런 소통이 가능했단 뜻인데,
아..... 할머니들은 대부분 손자손녀 예뻐해주시는것만 알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데는 좀.... 기술이 부족하셔요.
(제가 아는 분들은.... 그러세요ㅠㅠ 주로 대화가, 먹어라, 먹어라, 더 먹어라ㅠㅠ)

타미도, 타미 할머니도, 타미 이모도.... 모두... 사랑스러워요^^

다락방 2017-04-17 14:30   좋아요 2 | URL
너무 예쁘죠, 정말! 아주 사랑스러워 미치겠어요. 할머니 사랑하는 마음도 너무 예쁘고, 자기가 서운함을 느끼면 느끼는대로 사랑을 느끼면 또 느끼는대로 바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저는 정말 너무 좋고 고맙고 예뻐요. 손녀와 대화하는 우리 엄마의 대화를 보노라니, 아아, 이런 할머니가 나의 엄마다...하는 생각에 또 뭉클해지고 그랬어요. 제가 진짜 ㅠㅠ 조카복도 있고 엄마복도 있는 것 같아요. 우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건조기후 2017-04-1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지말라고했자나 6:55
용서해줄게 7:11

저 긴 시간동안 작은 머리 안에서 휘몰아쳤을 귀여운 번뇌 ㅜㅜㅜ 어휴 진짜 너무 사랑스러워요. 손녀랑 이런 대화하시는 어머님도 너무 예쁘시고요.

근데 전화번호 저렇게 노출해도 돼요? 괜히 걱정..

다락방 2017-04-17 14:5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용서해줄게, 라고 말한 그 사이의 시간차가 확 오더라고요. 어휴, 이 귀여운 것 ㅠㅠ

전화번호 노출됐는지 몰랐어요. 어쩌죠 ㅜㅜ 벌써 247명이 읽었네요. 어쩔 ㅠㅠㅠㅠㅠ 전화번호 노출됐는지도 모르고 그냥 막 올렸네요, 부주의하게...아아 나쁜 이모다 ㅠㅠㅠ
지금 막 수정해서 올렸어요. 고마워요, 건조기후님. 앞으로도 이런 걱정과 지적 꼭 부탁드려요. 우어엉 ㅠㅠㅠ

건조기후 2017-04-17 15:21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저는 다락방님이 그럴 분이 아닌데 키즈폰이라는 게 등록된 번호로 오는 연락만 받을 수 있는 건가 생각했다가 그래도 혹시나 싶어.. 타미는 다락방님을 다락방님답지 않게 만드는 위험한ㅎ 존재네요!

다락방 2017-04-17 15:22   좋아요 0 | URL
아 이거 되게 신경쓰이네요. 노출된 게 제 전화번호면 상관없는데 ㅠㅠ 사람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해요 진짜 ㅠㅠㅠㅠㅠ

건조기후 2017-04-17 15:44   좋아요 0 | URL
걱정하지 마시라고 해도 걱정은 되겠지만 ㅜ 별일 없을 거예요. 굳이 알라딘에 들어와서 굳이 다락방님 글을 읽은 247명 중에 이상한 사람이 있을 확률은 아주아주 낮아 보이니까. 너무 자책하진 마세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7-04-17 15:50   좋아요 0 | URL
네, 그렇...다고 저도 생각하는데, 그렇겠지요? 어휴... ㅠㅠ

hellas 2017-04-17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싫어는 이렇게 쓰는거야>_< 앙

다락방 2017-04-17 17:33   좋아요 0 | URL
손녀만큼 할머니도 귀여우시죠? ㅎ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7-04-18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참 솔직하죠? ㅎ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저때가 참 예쁜 것 같아요. 저도 조카가 저만 보면 좋아서 웃고 달려드는게 귀엽더라구요. 할머니 (제 어머니)가 집에서 돌보시는 요즘엔 자꾸 제 방에 가서 책을 건드리고 싶어한다고 하데요.ㅎㅎ 삼촌은 왜 책이 많냐, 자기도 책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러면서..ㅎ

다락방 2017-04-18 08:21   좋아요 0 | URL
ㅎㅎ 저희 조카도 친구들한테 ‘우리 이모 방은 도서관이야‘ 말하고 다닌대요 ㅋㅋㅋ 너무 귀여워요. 둘째 조카는 남자아이인데 삼촌을 엄청 따르거든요. 집에서 얘기할 때도 ‘내가 좋아하는 짬쫀은~‘ 이러면서 얘기한대요. ㅋㅋㅋ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7-04-18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사람이 모두 반짝거려서 감동이에요. 코끝 찡!

다락방 2017-04-18 09:14   좋아요 0 | URL
너무 좋지요, 마노아님! 조카는 사랑입니다. 게다가 저 대화속의 둘 다 상대를 사랑하는 게 느껴져서 너무 좋아요. 흙 ㅜㅜ

아이고ㅜㅜ 2017-04-2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동... ㅠㅠ 정말 조카가 있어서 왠지 몇년 후 우리엄마랑 메세지 주고받은걸로 상상하면서 읽었더니 눈물이 쥬르륵... ㅠㅠ
너무 예쁘네요 ㅠㅠ 혹시 개인소장해도 될까요? 몇년 후 시간 지나고 읽어도 왠지 감동적일것같아서요;;;; 하하하하;;

다락방 2017-04-24 15:40   좋아요 0 | URL
어쩐지 코끝이 찡하지요? 저도 그랬답니다. ㅜㅜ

이 글은 여기 그대로 있을테니 메세지 저장을 따로 하진 마시고 이 포스팅의 주소를 저장해놓으시는 게 나을듯 합니다. 안그래도 조카가 이거 왜 올렸냐고 전화해서 저한테 따졌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