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책의 절반쯤을 읽었다. 어제도 읽다 잤는데 근사한 남자의 꿈 같은 건 꾸지 않았고, 유부남한테 찝적대는 꿈만 꿨다. 아마도 어제 [금수] 리뷰 써서 그런듯...그러다 유부남의 아내가 나를 위험요소로 판단, 자기 남편 데리고 가는 꿈....아니, 내가 뭘 어쩌겠다는 건 아니었어...라면서 꿈에서 깼는데, 하아, 이것이 뭣이여, 잭 리처나 꿈에 나올 것이지....
잭 리처가 언제나 그렇듯이 위험과 음모에 빠져서, 아, 잭 리처 같은 남자랑은 사랑하며 살 수 없겠구나...같은 생각을 어젯밤에는 했는데, 오늘 아침 지하철안에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잭 리처는, 아마도 전편에서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같은데, 터너 소령과 통화를 하게 되고 그 소령의 목소리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한 번 저녁이나 먹자고 하려고 터너를 만나러 먼 길을 온다. 그러나 자신이 왔을 때 터너는 영창에 갇혀 있었고, 자신 역시 몇 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둘 다 음모에 빠졌다는 걸 알게된 잭 리처는 터너와 함께 탈출해 도망치는데, 그러면서 터너에 대해 수시로 감탄한다. 자신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멋진 여자라고. 아하하하하. 목소리만 듣고 사랑에 빠졌다가 실제로 만나고는 실망하는 일이 대부분인 이 세상에(응?) 목소리도 좋고 실제로 보니 더 좋은 사람이라니...소설답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터너 소령을 마른 여자로 그려놨던데, 더 육감적인 글래머로 그렸다면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좀 덩치 있는 여자..덩치 있는데 졸 섹시해....오오, 안돼. 절레절레. 나는 지금 내가 되려하는가....
예전에 읽었던 할리퀸 소설중에 그런 게 있었다. 제목은 생각이 안나는데, 여자가 전화상담원인거다. 그런데 목소리가 허스키하고 섹시해서 남자들이 다 통화만 하고 쑝 가는데, 그래서 그녀를 만나러 왔다가는, 그 큰 덩치에 놀라 그냥 가버린다는 거였다. 그러다가 우리의 남자주인공 역시 이 여자의 목소리에 반해 여자를 찾아오고, 그러나 남자주인공과는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 큰덩치 여자들이 사랑하는 게 자꾸자꾸 나와야 돼, 빼빼 마른 여자들만 자꾸 멋진 남자랑 사랑하고 막 그러냐... 잭 리처는 가뜩이나 덩치도 큰데 뭘 그렇게 마른 여자를 만나고 그래..... 덩치 큰 여자도 만나고 그래야지. 같이 육덕지게 먹고 기름지고 찰지게 섹스하고 그러면 좀 좋아?
어쨌든 그래서 함께 도망을 치면서 잭 리처와 터너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서로를 파악하려고 하며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밤이 되었다. 내내 도망쳐서 배가 고프고 피곤한 그들은, 언제고 밤을 함께 맞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돈도 있는 상황이니, 방을 하나 잡을 것이냐 두 개 잡을 것이냐만 선택하면 되는 것이었던 것이었다..아, 이런 상황...
터너가 말했다. "체크인 하고 나서 뭘 먹으러 가는 게 어때요?"
리처가 말했다. "그럽시다."
그녀가 잠시 뜸을 들인 뒤 리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가 말했다. "방은 몇 개나 잡을 건가요?" (p.202)
아아 둑은둑은... 그렇지만, 나는 내내 걸리는 게 있었다. 그러니까 잭 리처가 받고 있는 혐의중 하나는, 그가 어느 소녀의 아버지라는 것이었다.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가 그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 잭 리처는 여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므로, 그 사실에 대해 정말 내 아이인지, 그런데 자신이 방치한 것인지에 대해 수시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그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 역시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기억이 잘못된 것인지를. 내내 그 소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어쩌면 자신에게 딸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그는 맞닥뜨린 것이다. 어쩌면 그에게 열네살의 딸이 있다는 것.
잭 리처는 결혼하지 않았다. 그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싱글이고, 그건 터너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둘 다 성인이며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다. 그러니 서로에게 끌려서 섹스를 하게된다고 해도 잘못된 건 하나도 없다. 그들이 서로를 원했고 그렇게 함께 한 침대를 쓰기로 했다면, 그러지 않는 게 더 멍청한 짓일 테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들이 서로에게 끌렸으니만큼 한 침대에서 자는 건 당연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잭 리처에게 어쩌면 딸이 있을지도 모르고, 여기에 대해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조금 찜찜했다. 딸이 있다해도 싱글인 성인 남자는 다른 성인 여자와 섹스할 수 있다. 그건 당연하다. 그러니 잭 리처가 터너와 섹스를 했다고 하면, 그건 잘못된 것도 아니고, 그래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렇지만 ... 뭔가 아주 약간, 아주 약간 찜찜한 게 있는데, 그 사실을 내가 몰랐다는 것, 섹스 후에 알게된다는 것은, 어쩐지 '흐음....' 하게 되는 거다. 딸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든 알았든 그와 섹스를 하는 건 최종 선택이었을 것이고 결국 이르게 될 것이긴 했지만, 뭔가, 미리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그런 욕심이 있었달까. 그렇지만, 이건, 너무나 고지식한 나의 바람이며, 나는 이것이 욕심이라고도 생각했다. 거기까지 바라는 건...무리지...욕심이지..... 여태 잭 리처는 신사다웠고 앞으로도 그러할건데, 아직 자신의 딸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그걸 섹스전에 상대 여자에게 밝힐만큼... 그렇게 섬세하진 않겠지.... 딸이 있다고 섹스 못하는 것도 아니고, 잭 리처 한 사람의 개인이며 성인 남성인데, 내가 너무 무리한 걸 바라는거지...했던 거다. 그래서 뭐, 말 안하고 그냥 둘이 섹스를 하게 됐어도, 잭 리처가 싫어지거나 하진 않았을 거란 말이다. 그런데!
리처도 뜸을 들이고 나서 말했다. "일단 먹고 나서 체크인 합시다."
"왜요?"
"당신에게 할 얘기가 있소."
"무슨 얘기?"
사만다 데이턴.
샘.
열네 살.
"주문하고 나서 얘기해 주겠소." 그가 말했다. "긴 얘기니까." (p.202-2030
사만다 데이턴은 어쩌면 그의 딸일지도 모르는 소녀의 이름이다.
아아, 잭 리처는 말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자신에게 어쩌면 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자신이 한 소녀의 아버지일 수도 있고,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말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선택을 하게 하려는거다. 아아, 이 섬세한 남자 같으니라고 ㅠㅠ
다시 말하지만, 나는 잭 리처가 미리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잭 리처를 싫어하진 않았을 거다. 그렇지만 잭 리처가 '미리'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아 졸 멋지구나 ㅠㅠ 탐 크루즈가 잭 리처를 욕심낼만 해. 자신의 키 따위, 덩치 따위가 무슨 상관이야, 이렇게 멋진 캐릭터가 될 수 있다니, 이를 악물고 하겠다고 해야지. 아아, 잭 리처, 역시 잭 리처구나. ㅠㅠ 욕망에 이끌리기보다는, 일단 상대에게 예의를 차리려는 남자라니. 역시, 내가 좋아할만하다. 내가 기대하는 것 이상이야. 멋져. 근사해. 세상엔 이런 일들이 종종 있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어도 싫어하진 않았겠지만 말했기 때문에 더 사랑하게 되는 일들. 이렇게 큰 덩치큰 남자가, 야수같고 동물같은 남자가, 이렇게 섬세하다. 멋져...
어젯밤에 집에서 뉴스를 보면서 아이쿠야, 이나라는 웃기는 나라로구나, 몇 번이나 생각했다. 일베와 청와대...같은 기사를 보면서 나는, 동생들과 단톡방에서 나라 걱정하고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나라걱정을 했다. 그러다 불쑥,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결혼했다면, 동거중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다. 그렇다면 이렇게 함께 뉴스를 보면서 이러쿵저러쿵 수다를 떨 수 있을텐데! 단순히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표정까지 볼 수 있잖아. 게다가 나는 뉴스를 보면서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있었는데(불족 뜯은 건 비밀..), 같이 와인 마시면서 수다 떨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나라 너무 웃기지 않아? 하면서. 나랑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하고 그래서 생각하는 바가 비슷한 사람이랑 함께 살면서 함께 나라 걱정을 한다면, 아 참 좋겠다!! 싶었던 거다. 함께 사는 게 뭐 그리 요란할 필요는 없잖아. 퇴근해 집에 와서 나란히 앉아 같이 뉴스보는 거면 되는 거잖아. 아, 너무 좋지 않나....
그런데!!
오늘 아침엔 생각이 바뀌었다. 역시 싱글이어야겠다. 싱글이 짱이다. 싱글로 지내야 오늘 이 남자 만나고 내일 저 남자 만나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갖지 않을 수 있고, 그렇게 마음 속에 잭 리처를 품고 사는 것도 누가 뭐랄 것도 없는 게 아닌가! 잭 리처는 자꾸 떠도는 남자이니, 나는 잭 리처와 뉴스 보며 수다 떠는 삶을 살 순 없을 것이다. 그건 함께 할 수가 없을거야. 그리고 내가 잭 리처를 사랑한다면, 나 역시 잭 리처가 소설들을 거쳐가며 만나게 되는 여자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잭 리처는 책 속에서 터너에게 자신과 섹스 했던 여자를 죄다 기억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딸에 대해 확인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와 함께 살 수는 없어도 그의 기억 속에 남겨지는 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사는 건 일단 나부터가 싫다. 그는 너무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너무 많은 사건들에 빠져들어서 때리고 맞고 하는 일이 다반사인거다. 게다가 도망도 막 쳐야되고...나는 그런 남자와 함께 살고 싶진 않다. 정착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남자를, 억지로 앉혀놓고 정착하자 말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나는 정착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한 군데서 묵묵히 오래 일하고 한 군데서 묵묵히 오래 사는 사람. 그러니 나는 계속 여기에 있을 것이고, 잭 리처를 기다리는 삶을 사는 것이다. 잭 리처는 이리저리 떠돌고 나쁜 놈들과 맞서 싸우다가, 가끔, 아주 가끔은 내 생각이 나, 나를 찾아오는 거지. 내가 항상 여기 있다는 걸, 그는 아니까. 그의 기억 속에 많은 여자들이 있겠지만, 나의 기억속에도 남자 몇은 있고, 그의 기억 속에 많은 여자들이 있겠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무는 여자는 나 뿐이며, 그의 기억 속에 많은 여자들이 있겠지만, 가장 똑똑한 여자가 나.... 라서(응?), 그는 가끔, 이 년후에, 혹은 삼 년 후에, 내게로 오는 거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나의 아파트 비밀번호를 알려주지도 않을 것이고, 열쇠를 하나 챙겨주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그를 기다리면서 이 남자 저 남자와 연애하고 살지만, 그가 언제 올지 몰라 싱글의 삶을 유지하지만, 그러나 아무리 잭 리처라도 내게 올 때는 벨을 누르거나 노크를 해야 한다. 아무리 잭 리처라도 벌컥벌컥 니 맘대로 들어올 순 없어, 내 방에...
그러니 그가 날 만나고 싶어 어느날 찾아왔을 때, 문을 열어주는 내가 거기에 있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벨을 눌러도 나는 대답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내 현관문에 메모를 붙이고 간다. 자신이 머무르는 호텔 이름과 Jack 이라는 서명을. 나는 며칠 후에 그걸 발견하고는 그 호텔로 찾아간다. 그렇게 잭을 만나 우리집으로 데리고 오는데, 이런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언제 왔어요?
-며칠 됐죠.
-기다리느라 고생했네요.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이번엔 어디 갔다 왔어요?
-벨기에.
-거긴 뭐 먹으러?
-홍합이요.
-홍합 싫어하잖아요.
-벨기에 홍합은 맛있다고 해서요.
잭 리처는 내가 늘 머무르는 여자지만, 대신에 자꾸 어딘가에 뭐 먹으러 갔다온다는 걸 아는 거지...날 찾아왔다가 집에 없으면, 아, 이 여자 뭐 먹으러 어디 갔구나, 하는 걸 너무나 잘 아는 남자인 것이다.... 아, 아름답지 않은가!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면 역시 싱글이어야 해..... 다른 남자랑 뉴스보는 삶을 산다면, 잭 리처가 나를 찾아올 수 없잖아.....
잭 리처는 식사를 하면서 터너에게 얘기한다. 그리고 이 얘기를 다 듣고난 후, 터너는 결정한다.
"방 두 개." 터너가 말했다. (p.213)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정말이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슬픈 이야기가 아닌가. 방 두 개라니. 서로 호감을 가지고 육체적으로도 끌리는 성인남녀가 방 두 개라니. 흙 ㅠㅠ 너무 슬퍼. 왜 방 두개야..그냥, 섹스 안할 거면, 그냥 함께 누워라도 있지... 그냥 안고라도 있지...팔베개라도 하지...... 어깨도 좀 만지고, 팔도 좀 쓰다듬고, 엉덩이도 좀 꽉 쥐어보고.... 하아- 함께 누워있기라도 하지 ㅠㅠㅠㅠㅠ 아니, 그게 더 힘들었으려나...... 그렇지만, 나 였어도 방 두 개를 말했을 것 같다. 저 상황이라면.
이렇게 상황이 끝나면 안된다고 생각하던 찰나, 잭 리처는 샤워하다 벼락 같은 깨달음이 찾아와 부랴부랴 옷을 입고 터너의 방을 노크한다. 정말 순수하게, 벼락 같은 깨달음 때문에 그랬다. 다른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래서 자신의 벼락 같은 깨달음을 얘기하고 또 거기에 대한 터너의 의견을 듣고, 그렇게 대화를 마친 후에 그는 돌아가겠다고 했다. 돌아가겠다고 말했는데, 히잉, 터너가, 가지 말라고 한다. 됐다. 이 방에 찾아온 이상, 얄짤없어. 자고 가...
"돌아가지 말아요." 그녀가 말했다. "여기 있어줘요." (p.22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좋다좋다 했는데, 너무 빵터지는 장면이 나와서, 아이참, 리 차일드 아저씨, 해도해도 너무하네 싶었다. 그러니까 잭 리처와 터너는 서로 옷을 벗고 그렇게 서로의 알몸을 보게 된다. 그런데 잭 리처의 몸이 너무 좋은거지.
"운동에는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죠?"
"운동을 따로 하지는 않소." 그가 말했다. "타고난 체형이 이렇소."
사실이었다. 리처는 사춘기 끝 무렵에 현재의 키와 체중, 그리고 성격을 지닌 사내로 자라나 있었다. 울퉁불퉁한 식스팩, 프로 미식축구 선수들의 보호대 같은 가슴판, 농구공 같은 이두박근, 클리넥스 휴지처럼 얇은 피하지방층도 모두 그때 완성되었다. 그 어느 것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게 아니었다. 식이요법을 활용한 적도 없었다. 역기를 든 적도, 체육관에 다닌 적도 없었다. 망가지지 않는 건 수선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좌우명 가운데 하나였다. (p.225)
아니 ㅋㅋㅋㅋㅋㅋㅋ 참나원 ㅋㅋㅋㅋㅋㅋ 운동도 식이요법도 안하는데 무슨 식스팩이야 ㅋㅋㅋ 무슨 가슴판이며, 피하지방층이며.... 아니, 이렇게 완벽한 몸을, 운동도 식이요법도 없이, 그냥 타고났다니.....리 차일드 아저씨, 너무 막갔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판타지 실현하셨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나는 이두박근 검색창에 넣고 찾아봤다. '농구공' 같다니, 내가 아는 이두박근이 이두박근이 아닌가? 이두박근 따로 있나? 하고. 이두박근은 보통의 남자들에겐 없거나 메추리알만하고 운동 좀 한 남자들에겐 타조알만하게 존재하는 게 아닌가. 그런 사이즈여야 하는 게 아닌가. 농구공이라니??? 와우- 상상할 수가 없잖아? 이두박근을 검색해보니 내가 아는 게 이두박근 맞던데, 대체 그게 어떻게 농구공만하다는 거야?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잖아? 농구공만한 이두박근을 갖고 있으면 티셔츠를 어떻게 입고 남방을 어떻게 입어...민소매 티셔츠만 입어야 되잖아...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에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좋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즐거운 독서다. 나의 우울함에 잭 리처를 찾아낸 것 진짜 잘한 일이다. 내가 찾아냈지. 움화화화핫. 잭 리처의 '하오체'만 버리면 좋을텐데...아니 웬 하오체? 요즘에도 저런 문체가 나오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정쩡한 하오체 쓰지마요...잭 리처는 실제로 하오체를 쓰지 않을 거 아녜요.... 알지도 못할텐데.....
나는 남자에 미치는 여자가 되고 싶진 않은데,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고 어디가서 조용히 잭 리처나 읽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남자에 미치는 여자일지도 모르겠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잭 리처 좋아! ♡
나는 이렇게나 속되고 속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