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꽃바구니와 책과 현금과(응?) 상품권과 책과 와인과 치즈와 기프티콘 같은 걸 선물받고 룰루랄라 신이 나서 집에 가 남동생과 해물찜을 먹으러 갔다.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고 축하한다는 말을 들으며 건배를 하다가, 통장 잔액을 확인해야 할 일이 생겨 그자리에서 인터넷뱅킹에 접속했다. 통장에는 내 생각보다 돈이 많았고, 남동생이 '그렇게나 많아?' 해서 나도 '그러게??' 하고 왜지...내역을 보니, 오래된 친구로부터 30만원이 입금되어 있는 거다. 어제 날짜로. 어?? 얘가 왜??? 그 친구는 남동생도 만나본 적이 있는 친구라, 남동생은 '생일 선물 보낸 거 아니야?' 라고 물었는데, 나는 '그럴 리 없지, 얘랑 연락 안한 게 오만년인데..' 라고 대답했다. 중학교 동창인 친구와 이십대 시절 허구헌날 만나서 술 마시고 친하게 지냈지만, 친구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거주지를 옮기고.. 어느 틈엔가 우리는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 있었던 거다. 마지막 연락이 언제였더라?? 2년전이던가??? 아, 신해철 장례식장에 왔는데 네 생각이 난다, 라는 연락을 받았더랬지. 어쨌든 한참을 연락 안했었다하니 남동생이 '그럼 빨리 돌려줘' 라고 하더라. 그래서 오만년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계좌번호를 물어 돌려주기 위해서.
친구는 '락방아~' 하며 반갑게 받았고, 나는 웃으며 '너 실수했지. 내 통장에 돈 보냈어.' 말했다. 친구는 실수가 아니라고 했다. '실수 아니야. 너 언제 결혼할지 몰라서.. 이번 생일을 기념해서 축하한다고 넣은 거야' 라는 게 아닌가!! 뭐라??????????????????????????????????? 이런 일이?????????? 좋았어!!! 친구는 알라딘 적립금으로 넣어주려고 했는데 적립금으로 타인이 주는 건 안되는 것 같다고 하더라. 나는 알라딘에서 적립금 선물은 안되지만 상품권 선물은 돼, 라고 말해두고, 그렇지만 현금이 좋아~ 라고 했다. 친구는 알라딘을 하지는 않고 책도 잘 읽지 않지만, 내가 알라딘을 하고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어쨌든 친구는 축하한다고 말하고서는 '너 좋아하는 책 실컷 사' 라고 한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졸 멋져!! 나는 친구에게 '책 안사고 가방 살거야!' 했다. 그랬더니 친구는 '응, 네 맘대로 해~'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런 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씐나!! 나는 고맙다고, 잘 쓰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움화화화화화화홧. 생일이라고 이런 거액의 돈이 들어오다니...우와- 넘나 신나! 이런 거액의 돈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진짜 한층 업되어가지고 술을 부어라 마셔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이 내 돈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남동생은, 내가 전화를 끊자마자, '2차는 소고기 먹으러 가자'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살다보니 이런 일이 다 있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는 전화를 끊기 전에 '앞으로 니가 결혼하면 그때는 축의금 안줄거야' 라길래, 나는 '나 결혼 안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나는 대체 인간관계를 어떻게 하길래 이렇게 좋은(응?) 친구들이 있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연락 안하다가도 돈을 쑥! 보내주는 친구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참 잘하는듯...(뭘?)
아침에 일어나니 속이 쓰려서 ㅠㅠ 출근길에 모닝케어를 한 병 사마셨다. 나는 속 아픈 숙취는 별로 없는 편인데... 어제는 소주를 먹다가 와인을 먹어서 그런가보다. 와인을 반 병만 마시려다가....그러니까 선물 받은 치즈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려고 한건데, 치즈가 맛있어서 와인을 꺼내왔고, 와인을 마시다보니 또 램브란트 치즈가 먹고 싶어져서 램브란트 치즈 꺼내왔고, 램브란트 치즈를 먹다보니 와인 마시기를 멈추지를 못하겠고, 반 병 남겨 뚜껑 닫아놓으려다가, 아아, 한 잔만 더, 한 잔만 더....하고는 다 마셔버린거다.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쓰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지만 밥 한 숟가락 먹고, 모닝케어 마시고, 좀전에 베지밀까지 마셔서(베지밀은 맛없다. 집에 있어서 그냥 기져와 마심.) 지금은 속이 괜찮다. 극복~
통장에 30만원이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든든하다. 우앙- 세상은 무얼까. 매일매일이 생일 같았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이렇게 책 얘기 없이 페이퍼를 마치자니 어쩐지 서운하군. 그렇다면 신간 소식!
드디어 이 책을 인터넷서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전에 이 책을 읽고 쓴 페이퍼는 여기 ☞ http://blog.aladin.co.kr/fallen77/8634009
자, 지르셈!!
질러질러. 인생은 어차피 지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