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선악의 저편] 에서 '괴물과 싸우는 자는 자신이 이 과정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일 네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네 안으로 들어가 너를 들여다본다'고 말했다고 한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삶의 진리라고 여겨졌지만, 요즘에는 잘 모르겠다. 그런가?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하나? 그냥 괴물이 되면 안되나? 저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내가 괴물이 되는 게 필요한 게 아닐까? 하고 종종 저 말에 의문을 품게 된다. 괴물이 되지 않은채로 버티면, 결국은 저기 저 먼 이상향에 이를 수 있단 말인가? 잘 모르겠다. 역시 모르겠다.
'가나코'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반찬이 맛이 없다는 등의 사소한 이유로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얻어 맞아 멍이 들고 다쳐서는 바깥 출입을 할 수가 없다. 찾아온 친구에게 문을 열어줄 수 없을 정도로 몸에 그 흔적이 남는다. 가나코의 친구 '나오미'는 그런 가나코를 알아채고는 그녀를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도록 돕고 싶다. 자신 역시 가정 폭력의 희생자였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걸 보면서 자랐던 것. 그래서 이혼하지 않으면 그 상황에서 그녀를 빠져나오게 할 수 없단 생각에 나오미에게 이혼을 권유하지만, 그 후의 복수가 두려워 이혼을 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나오미와 가나코는 나오미의 남편을 죽이기로 한다. 이것을 '제거'라고 그들은 표현한다. 그가 이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한, 이 폭력은 끝나지 않을 테니까.
나오미는 이혼을 권할 생각이었다. 가정 폭력이 당사자들로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부모님을 봐서 알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광기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며, 당사자들에게만 맡겨놓는다는 것은 방치나 다름없는 일이다. (p.45)
그래서 그들은 '제거'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이 과정에서 나는 니체의 저 괴물에 대한 말을 다시 생각했다. 그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한 나의 고통이 끝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나는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무작정 참고 도망쳐야만 하는가? 나오미와 가나코가 그랬듯이 그를 '제거'해야만 이게 끝날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괴물이 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괴물이 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하며 책을 읽었다.
책의 결론까지 말을 할 순 없지만, 다 읽고 나서 책장을 덮으면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니체가 옳은 것 같다고. 니체가 옳다. 꼭 이런 방법이야 했을까? 싶은 거다. 처음에는 나오미와 가나코에게 응원의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그를 '제거'하는 것 밖에는 빠져나오는 방법이 없다면, 나는 그걸 응원하고 싶었던 거다. 그래, 그렇게라도 그 불행에서, 그 폭력에서 빠져나오라고. 그렇지만 이제는 뭔가 찜찜하고 아쉬워지는 거다. 꼭, 그래야만, 그러니까 꼭, 그 방법이어야만 했던걸까? 꼭, 그러니까 '죽여야만' 했던걸까? 여기에 있어서는 내가 쉬이 대답할 수가 없는 거다. 죽어야 하나? 죽이는 것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 경찰에 신고하는 일은 언제고 자신에게 보복으로 돌아올테니 망설이는 거야 이해할 수 있지만, 하아, 그것 말고 뭐 다른 것 없을까? 그를 살게 하되 평생을 반성하게 하는, 그래서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하는, 그런 방법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거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서, 아, 역시 괴물이 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나? 싶어지는 거다. 그러니까 이 폭력을 저지른 남자가 이 세상에서 제거됐는데도 불구하고 내 속이 편하지가 않은 거다. '이제 다 끝났어' 라고는 생각하게 되지만 그래서 행복이 찾아들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 거다. 후에도 마음 편하고 행복하려면, 괴물이 되지 않았어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나오미와 가나코가 괴물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살인'이란 행위는 명쾌한 복수 방법은 아닌 것 같은 것이다. 나오미와 가나코가 앞으로 평생 살면서도 이 일을 자신들의 삶에서 지울 수 없을 텐데, 폭력의 희생자였으면, 남은 생은 편하게 살아도 좋지 않은가. 그런데 이래가지고 그것이 평안한 삶일 수 있을까 싶은 거다. 그래서 아쉽다. 그렇지만 나 역시 가끔은 괴물이 되고 싶어진다. 나오미와 가나코가 살인이란 방법을 택한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해하는 데, 그래도 뭔가 안타까워...
아들이 사라진 걸 알게 된 가나코의 시어머니는 가나코를 추궁한다. 그리고 아들이 사라진 건 며느리의 '내조 부족' 이라고 생각한다.
"너는 짚이는 데 없니?"
"없습니다."
"부부싸움을 했다거나 그런 건?"
"안 했어요. 평상시와 똑같았어요."
"설마 가출은 아니겠지?"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나저나 왜 이틀이나 방치한거야?"
"그게, 전에도 연락 없이 외박한 적이 있어서..."
"가나코, 이렇게 내조를 못해서 어쩌자는 거니? 너는 전업주부잖아."
결국 꾸중을 듣는 처지가 되었다. (p.265)
저 부분을 읽는데 프랑스 영화 [차가운 장미] 가 생각났다. 내가 좋아하는 필립 클로델 감독의 작품인데, 여기서 여자주인공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자신의 집에 식사하러 온 며느리의 표정을 보고는 말한다.
만약 네가 내 아들 때문에 불행하다면, 이혼하거라.
그 장면을 보고 되게 인상 깊었었는데, 그 어머니와는 너무나 대조되는 어머니가, 가나코의 시어머니 아닌가. '내가', '내 아이가', 그러니까 '나'와 관련된 것들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나코의 시어머니는 할 수가 없는 거다. 혹여라도 나쁜 일, 불행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나와'관련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을 리가 없다, 그것은 너, 그들, 그 외 다른 모든 것들 때문인 것이다. 혹여라도 가나코의 시어머니가 아들의 폭행에 대해 알게됐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뭐라 말했을까. 네가 어떻게 했길래 내 아들이 너를 때리겠니? 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하아-
리스본에 갈 때 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했다. 그 긴 비행시간 동안 나는 어떤 영화를 볼까, 하다가 극장에서 보기를 놓친 [분노의 질주 7]을 보기로 했는데, 영화를 보는데 되게 불편하더라. 그러니까 등장인물 제이슨 스태덤은, 자신의 가족을 죽인 상대들을 모두 죽이기 위해 병원을 부수고 사람들을 때리고 죽인다. 이에 빈 디젤도 자신의 가족을 그로부터 지키기 위해 또 차들을 몇 대나 부수고 빌딩 부수고 사람들 때리고 죽이고 ....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다루는 거, 그런 사람을 악당에 대치하는 선한 인물로 봐야할까? 어차피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다 '내 가족'에게 해를 입히는 건데? 주인공이라고 해서 그가 선한 인물은 아닐 것이다. 분노의 질주를 좋아했고 그 액션을 좋아했지만, 언젠가부터는 그 액션이 지나친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 여튼 그런 시선으로 이 영화를 보다가,
아아, 마지막에 폭풍 눈물 흘렸어. 비행기 안에서 훌쩍훌쩍.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니까, 빈 디젤이 폴 워커에게 인사도 없이 자리를 뜨고 가려고 하자 한 여자사람이 묻는 거다. '너 인사 안하고 가?' 그러자 빈 디젤이 말한다. '난 결코 작별을 말하지 않을거야.' 이때부터 갑자기 눈물이 줄줄 흐르더니, 곧이어 빈 디젤이 모는 차 옆에 폴 워커의 차가 서고 둘이 서로 마주보다 결국 다른 방항으로 차를 몰고 가기 시작할 때, 그때부터 그냥 폭풍눈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휴지로 눈물을 닦다가 코를 훌쩍이다가, 어쩐지 이대로 폴 워커와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끝부분을 다시 한 번 돌려보며 또다시 폭풍눈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 쳐울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아-
그나저나 이 액션이 너무 과하고 폴 워커도 이제 없고 해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재이슨 스태덤이 다음편에도 또 나올 것 같다.... 히융-
며칠전부터 스테이크가 너무 먹고 싶었다. 이제 평냉투어는 지겹고 스테이크 투어를 다니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투어를 다니기에 스테이크는...너무...비싸 ㅠㅠ 그러다가 완전 쫄딱 망할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튼 내내 먹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아아, 못참겠다, 먹자! 하고는 금요일 점심에!! 혼자!!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체인점인 패밀리 레스토랑이 아닌, 양재동이 있는 일반 레스토랑 이었다. 나름 맛집이라고 포스팅도 많이 되어 있더라. 여튼 거길 가서는 런치 메뉴가 아닌, 정식 스테이크를 시켰다. 런치 메뉴는 절반 값에 먹을 수 있었지만, 고기도 절반 밖에 안돼..난 많이 먹고 싶어!! 아, 내가 드디어 혼자 스테이크먹기에 도전했구나. 크-
일단 따뜻한 식전빵과 스프가 나왔다.
으응, 녹차버터를 따뜻한 식전 빵에 발라 하나 흡입해주고는 이내 스프를 먹었다. 그랬더니 샐러드가 나오더라.
아아 샐러드도 좋아. 맛있어. 샐러드 역시 폭풍 흡입했다. 그랬더니 드디어 내가 주문한 고기 등장! 처음엔 200 g 안심스테이크로 시켰다가 잠시후 다시 사장님께 죄송하지만, 아직 안들어갔다면, 뉴욕 스트립으로 바꿔주세요, 라며 등심 230g 으로 체인지!!
아, 사진이 너무 어둡게 나왔네 ㅋㅋㅋㅋㅋㅋ 좀 밝게 찍었어야 했는데. 암튼 먹고 싶었는데 먹어서 그렇기도 하고 그냥 고기가 미디엄으로 안에가 붉어가지고 진짜 존맛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맛있어서 막 신음소리가 나올라고 하는데, 당연히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싶더라. 그렇지만 나는 지금 근무시간이고, 돌아가서 다시 일을 해야 하고, 와인을 마시고 들어가면 상사가 혹여 말이라도 시켰을 때 냄새가 나지 않을까....해서 그래 참자, 하고는 고기를 먹는데, 아아아아아 내적 갈등이 폭발할 것 같아, 결국 글라스로 하우스 와인을 시키고야 말았다. 아, 몰라. 근무시간에 술 마셨다고 자르려면 잘라라. 일단 나는 먹는 걸 즐기겠다. 최상으로 즐기겠다!! >.<
아 맛있어 ㅠㅠ 해피해피 ㅠㅠㅠㅠㅠㅠ 해피해피 초해피 ㅠㅠ 너무 맛있어서 행복해 ㅠㅠㅠㅠㅠㅠ 그런데 고기를 미처 다 먹기도 전에 배가 부르더라. 으음, 230g 은 많이 배부르구나. 남기지 않고 싹싹 다 먹었지만, 다음엔 안심 200g 으로 먹어봐야겠다. 흐응. 그치만 등심이 더 맛있을 것 같은데...아냐, 안심 먹어보고 그 후에 결정하자.
그리고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무려, 나 혼자 먹은 평일 점심 한 끼가 53,700원!!!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무슨 짓을 했나 싶었지만, 괜찮아. 스테이크를 먹은 날은 금요일이었고, 나는 그 날 밤에 술값으로 돈을 쓰지 않기로 했다. 안써도 집에 오면 술이 있지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그래서 집에 와서는 가볍게 와인 한 잔 마시고 잤고, 토요일인 어제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 토요일인 어제 내가 쓴 돈은 시나몬 롤과 바나나!!
아니 그러니까 금요일 저녁에 친구가 시나몬롤을 먹었다고 말을 하는데, 아아, 머릿속에 시나몬롤이 자동연상 되면서 너무 먹고 싶어지는 거다 ㅠㅠ 그래서 토요일 되면 꼭 먹어야지 했고, 그런 철저한 계획을, 나는 지켰던 것이다. 그래서 토요일에 먹은 시나몬롤과 얼그레이!
아웅 ㅠㅠ 맛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주문한 음식을 받고나서야 내가 읽을 것을 아무것도 챙겨오지 않았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서 순간 멘붕이 됐지만, 하하하하하, 그래서 덕분에 음식에 집중했다. 포크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시나몬롤을 좍좍 찢어 먹었다. 그러면서 얼그레이를 홀짝홀짝. 아흉- 뭔가 가릉가릉 거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으흐흐흐흐.
아직 일요일이 조금 더 남아있고, 그 시간동안에는 책을 읽을까, 라고 잠깐 생각해보지만, 요즘 통 독서를 하지 않는 내가 그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혼자 나가서 점심에 스테이크를 먹기로 했다. 히힛. 씐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