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친구와 서울 성곽길을 걸었다. 걷기 코스로는 고작 두시간 정도밖에 안되는데, 대부분이 계단이라 다녀오고 난 뒤에는 종아리에 알이 박이더라. 두세시간 걷는 걸로는 사실 나는 다리에 그다지 무리가 가지 않는 사람인데, 계단은 좀 달랐다. 그리고 계단은..별로 재미없어. 여튼 성곽길 우리가 걸었던 코스에서는 산꼭대기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면 광화문이 보이고 삼청동이 보이고 뭐 여튼 그랬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래쪽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고, 위를 향하는 사진은 찍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하늘은 찍어도 된단 거다. 곳곳에 초소가 있었는데, 나는 그게 같이간 친구가 초소라고 말해주기 전에는 초소인지 모르고, 더 높은 곳에서 전망을 보겠다며 별 생각 없이 계단을 오르다가, 친구는 거기 올라가면 안될걸? 이러는데 그냥 오르다가, 갑자기 여기 올라오시면 안됩니다, 하는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그 안에 사람이 있었고...총을...들고 있었.......그래서 죄송합니다, 하고는 다시 내려왔는데 친구 말을 들을 걸 그랬다. 여튼 그래서 내가 친구한테 '나 지금 총맞을 뻔 한거야?' 라고 했다. ㅎㅎㅎ 군데 군데 서있는 젊은 남자들이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게 그냥 알바생들인줄 알았는데, 자기들끼리 얘기하는 걸 얼핏 들으니 군기가 뽝- 들어간거다. 예, 알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래서 내가 너무 궁금해서 가다가 한 명에게 물어봤다.



저기, 그 옷 입고 계신 분들 모두 군인이신 거에요? 라고.



그러자 그는 내게 답했다.



그건 대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나는 아 죄송합니다, 하고 돌아서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친구는 내가 물어본다고 할 때 '아마 안알랴줌 이럴걸?' 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친구 말이 맞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는 경찰이든 군인이든 둘 중 하나일 거라고 했고, 나는..모르겠다. 그들이 뭔지. 여튼 알겠습니다, 대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뭐 이런 말 듣는데 좀..짜릿...했다. 나는 상대가 반말 쓴다고 쌍욕하지는 않지만, 상대의 나이가 어떻든 친하지도 않은데 반말하는 사람은 싫다. 음식점 같은데서 점원에게 무조건 반말하는 손님도 재수없다. 잘 알지 못하는 상대라면, 무조건 존대를 해주는 쪽이 좋더라. 물론 이번 군인(혹은 경찰)의 경우에는 계급에서 온 것이겠지만, 나이가 어리든 말든 상대에게 일단 존대를 해주는 사람이 좋다. 뭐, 근본적으로는 존대말이나 반말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보지만.



암튼 종아리가 아파서 어제는 일자산에 가는 걸 포기하고 하루종일 방에 처박혀서 집 밖으로 한 걸음도 안나갔다. 그렇다고 집에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했느냐 하면 절대 아니고, 그냥 쳐묵쳐묵 하고 누워있었달까. 책이나 실컷 읽자 했지만 책을 펼쳤다가 다섯장쯤 읽으니 또 꾸벅꾸벅 졸게 되고....그래서 어젯밤 잠들 무렵엔, 하아, 오늘은 내가 한 게 뭔가,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하루를 보냈네, 이래도 되는건가,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뭐, 그런데 그런 날도 있어야지. 






[버드맨]을 봤다. 오, 키튼 마이 키튼. 나는 배트맨 에서의 마이클 키튼을 정말 좋아했다. 마이클 키튼을 볼라고 퍼시픽 하이츠 인가 하는 영화를 중딩때 극장가서 본 기억도 난다. 거기에선 악역이었지. 버드맨이란 배역으로 모두가 아는 유명한 배우였다가 이제는 어떻게든 재기할 것만 노리고 있는 극중 남자가, 배트맨을 맡았던 실제의 마이클 키튼과 겹쳐졌다. 마이클 키튼이 극중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책을 각색해 연극 무대에 올리고자 하는데, 카버라니, 연극 연습 하는 걸 지켜보면서, 아, 카버를 다시 읽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마침 어제 알라디너가 올린 카버 책의 리뷰를 보고는 장바구니에 담았다. 다음엔 이걸 사서 읽어봐야지.
















아, 그건 그렇고, 극중 마이클 키튼의 딸 역을 맡은 '엠마 스톤'은 일전에 [스파이더맨]에서도 만난 적이 있는 배우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유독 더 그 큰 눈이 도드라져 보여서, 극중 '에드워드 노튼'이 니 두개골에서 눈을 파내서 그 눈을 내게 달고 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 고 말하는데, 어쩐지 그게 실제처럼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지더라. 가능할 것 같달까.



극중 '에드워드 노튼'은 중간에 마이클 키튼이 각색한 연극에 출연하게 되는데, 그가 맡은 배역인 '마이크'는 엄청 당당하고 자신감 있고 건방진 캐릭터다. 정말 연기를 잘하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데도 거리낌 없는 배우인데, 그는 그런 성격의 연장이랄까, 모두에게 불친절하다. 하다못해 그와 사귀는 여자에게조차 배려심이 부족하달까. 누구에게도 친절한 태도나 친절한 말을 하지 못하는 남자인데, 이 남자가 유독 마이클 키튼의 딸인 '샘'에게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나는 이게 무척 신기하고 그러면서도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샘 역시 자신의 자라온 시절에 '아버지가 없었다'는 생각을 하고 살면서 약물 중독에 걸리기도 하는등 문제아로 지냈던 바, 자신보다 나이도 훌쩍 많고 모두에게 불친절한 마이크에게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다 말하는 거다. 어쩌면 샘이 어려서 그랬을지, 어쩌면 샘이 예뻐서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샘을 대하는 마이크는 불친절하지 않다. 그들의 대화장면에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마이크에게도 이 세상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좋을 상대가 있는데, 그게 샘이다, 라는 생각. 결혼하는 남녀의 궁합 같은게 꼭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가 서로를 알아봐주고 알아채주고 들어줄 수 있는, 그런 궁합 맞는 상대. 마이크에겐 샘이 그랬고 샘에겐 마이크가 그런 상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봐주고 잘 맞는 샘을 만난 이상, 마이크도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쯤 더 여유롭고 친절한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내게는 마이크와 샘의 관계가 무척이나 이상적으로 보였다. 물론, 그 둘의 먼 미래까지 그려보지는 않았다. 그건 그 둘의 몫이니까.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샘의 아버지인 '리건(마이클 키튼)'은 아내에게 그런 얘기를 한다. 샘이 태어날 때 동영상을 찍지 말 걸 그랬어, 동영상을 찍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순간에 내가 있어야 했어, 라고. 아, 이 말이 훅- 오더라. 그래, 사진을 찍는 모든 순간들, 그 순간들을 사진에 남길 수는 있지만,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사진을 찍기 보다는 그 순간에 내 눈으로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은 내 기억속에 남을거라고. 시간이 되고 추억이 될거라고. 그런 생각을 요즘 많이 했던 터라 리건의 그 말이 와닿았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내가 기억력이 나빠...때로는 사진이나 동영상 때문에 그 순간을 기억하게 될 때가 더러 있더란 말이지. 








[위플래쉬]의 '플레처'교수는 내 생각으로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천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기 위해서는 그(녀)를 한없이 몰아부쳐야 한다는 생각. 혹독하고 불쾌하게, 밑바닥에 숨겨진 자존심까지 다 건드리고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모두에게 기억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 


간혹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해왔는 가를 얘기하는 걸 보게 된다. 만약 나였다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고, 내 부모나 내 스승이 나를 그렇게 다룬 적도 없다. 그렇지만 만약 누군가 나를 혹독히 다뤘다면, 미친듯이 훈련시켰다면, 그랬다면 나는 지금 어마어마한 세계 제일의 누군가가 혹은 무엇이 되어 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해도 나는 내가 그걸 원하지 않으므로 그렇게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되고, 또 오랜 시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거기에 해당하는 노력이 필요했을 터. 그걸 원하는 사람이 그걸 깨워주고 도와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난다면 아마도 시너지 효과로 그 자리에 오르게 되는 것이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세계 제일을 만들고자 하는건 누구의 뜻일까? 본인의 뜻일까? 아니면 그 주변 사람의 뜻일까? 나는 언제나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피흘린 노력으로 정상에 선 사람들, 그 사람들이 정말 그자리에 오기까지, 행복했을까? 그 고통의 시간들과 세계 제일의 위치를 맞바꿀 수 있는 걸까? 나는 그자리에 있어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행복은 세계 제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혹독하고 피나는 훈련을 겪지 않아도 되었으니 다행이다 싶다.



그런 혹독한 훈련 때문에 오히려 불안감과 절망 속에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 부작용일 터. 극중 앤드류가 그토록 손에서 피가 나게 연습한 것이 플레쳐 선생 덕이었을지는 몰라도, 나락으로 떨어진 것도 플레쳐 선생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슷한 욕망이 만나도 꼭 좋은 결과만 초래하는 건 아니니까. 앤드류는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자신이 늘 흠모하던 여자와 사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별을 말한다. 그렇게해서라도 그는 세계 최고가 되고 싶은 열망이 컸다. 그리고 나는 이런 점이 내게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단 하나의 목표, 단 하나의 열정을 쏟는 상대, 그것이 내게는 위험하게 느껴지고, 그러므로 나는 그렇게 되고 싶어지지 않는 거다. 내가 원하는 것 바라는 것, 방향을 설정하고 관심을 쏟는 것이 단 하나라면, 그 하나가 내게서 사라졌을 때 나는 무너질 수 밖에 없잖은가. 이래서 나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하나만 보다 무너지기 보다는 여러가지 행복의 요소들을 함께 가지고 가고 싶다. 드러머라면, 찰리 파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돈 벌수 있을 만큼만 치면서, 내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이별을 말하지는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연주하고 웃고 돈을 벌고 이 남자를 만나 같이 피자를 먹는 시간을 충분히 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드럼 뿐만 아니라 그게 뭣이 됐든,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내가 좋아하지 않는데 그냥 드럼을 했다면, 아주 쉽게 포기했을 것이며 앤드류처럼 연습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간 드럼에 관심이 없어 몰랐는데, 하아-, 드럼 연습은..진짜 손에서 피터지게 하는거더라. 크- 얼마나 아플까. ㅠㅠ 아픈 거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아하지 않는데 드럼을 선택했다면, 그렇게 피터지게 연습하는 일은 없을 거다. 크- 역시..좋아하는 걸 해야해.. 그래도...너무 아플 것 같아. ㅠㅠ



그나저나 플레쳐 선생은..어디서 튀어나온 명배우인가. 저 정도 나이의 저정도 연기의 배우라면 그간 여러차례 봤을 법도 한데..본 기억은 안나고..진짜 연기 쩔더라. 뭐랄까. 카리스마와 똘기?? 를 고루 연기할 수 있는 배우랄까!! 똘끼라면 나도 자신있는데!!






며칠전에 읽은 '정희진'의 [정희진처럼 읽기]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었다.


확실성의 볼모가 된다는 것. <기차는 슬프다>가 바로 그것이다. ˝단 하나의 목소리와 단 하나의 노선으로/정해진 시간에 떠나야 하는 기차보다/더 슬픈 게 있을까?/그 어떤 것들도 이보다는 더 슬프지 않다.˝ 이 구절을 읽을 때 내 시간이 멈췄다. 행복할 때, 정지했으면 하는 그 시간이 실현되었다. 우리는 기차역에 함께 앉아 있었다.
목적이 분명한 기차가 정시에 출발한다는 확실성. 기차역(삶)에 끌려온 사람들은 살아 있는 죽음을 산다.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시를 쓰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를 이해하는 만큼 기차가 오기 전에 죽는 이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품으면 안 될까. (p.275)



자살에 대한 언급을 하다 나온 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 읽은 책, '앤 엔라이트'의 [개더링]에서도 이런 구절을 만나게 된다. 극중 화자인 여자가, 자신의 오빠가 자살한 것에 대해 자신의 자녀들에게 설명하고자 했던 장면이다.

















에밀리가 고양이 눈을 내게 돌린다.

"리엄 삼촌은 어떻게 죽었어?" 에밀리가 묻는다.

"물에 빠져 죽었어." 내가 대답한다.

"어떻게 물에 빠져 죽었어?"

"물속에서 숨을 못 쉬어서."

"바닷물에서?"

"응."

그런 일에 대해서는 분명히 알려주는 게 좋다. 에밀리는 세상을 완전히 분해한 뒤 제 손으로 다시 짜 맞춰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니까. 레베카는 그렇게 분명하지가 못하고 불안감이 아이를 표류하게 만든다. 가끔 나는 그 아이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 줬으면 하지만 어떤 것이 더 나은 삶의 방식인지 누가 알겠는가?

"난 수영할 수 있는데." 에밀리가 말한다.

"그래, 넌 수영할 수 있지. 아주 잘하지."

"삼촌은 수영 못했어?"

"아가야, 삼촌은 수영하고 싶지 않았던 거야."

"아." (p.213-214)



나는 일주일 동안 내 아이들에게 들려줄 위대하고 시적인 연설을 준비한다. 마음속의 작은 생각들이 자라나서 마음 전체를 잠식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그 작은 생각들은 암세포와도 같아서 무엇이 유발시키는지, 누가 희생물이 될지, 왜 누구는 덫에 걸리고 누구는 피하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 

나는 슬픔에 대찬성이니 오해는 말기 바란다. 나는 뇌의 정상적인 삶에는 대찬성이다. 하지만 가끔 우리는 장대 위에 앉은 작은 나무 새처럼, 슬픔으로 가득 채워져 술 속으로 기운다. (p.215)



여기, 자신의 삶을 자신이 끝내기로 결정한 자들을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문장이 있다. 정희진의 것에서는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시를  쓰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문장이 그것이고, 앤 엔라이트의 문장에서는 '마음속의 작은 생각들이 자라나서 마음 전체를 잠식할 수도 있다'는 문장이 그것이다. 나는 이 두 문장이 자살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자살을 권하는 게 아니라, 자살이 왜 자살로 이를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해야 하는 문장이랄까. 나는 사람들이 자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며 시를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희진의 말처럼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렇지만 시 대신 다른 걸 찾아보고 다른 것에서 그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나갈 수 있기를 원한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행복할 수 있는 원인을 찾았으면 좋겠다. 같은 만남, 같은 웃음의 시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도, 왜 누군가는 '이런 시간들이 있어서 삶이 행복해' 라고 생각하고 왜 누군가는 '삶은 힘겨워'라고 생각하게 될까. 세상 모두가, 각 개인이 저마다의 시를 쓰기를 원하지만, 혹여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경우, 바깥에서 보는 사람들이 무조건 그 사람이 용기 없었다고 말하기 보다는, '마음속의 작은 생각들이 마음 전체를 잠식했나보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왜 그랬을까, 하고 더 이해하고자 한다면, 어쩌면 시를 쓰는 사람은 점점 더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얘긴데, [개더링]의 인용문 215페이지의 작은 나무 새처럼, 이란 구절을 보니 어제 아빠랑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경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가 주무시려는데 내 기침 소리에 다시 나오셔서는 내 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셨다. 너 기침이 아직 안나았냐며, 아빠 마음이 너무 아프다는 거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휴, 아빠 품을 떠난 아기참새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또 너무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같이 점심을 먹을 때 '아빠가 아까 나더러 너무 안타까워서 아빠를 잃은 아기참새 같대' 라고 하자 아빠는 '아빠를 잃은 게 아니라 아빠 품을 떠난 참새 같다고 했지' 라고 정정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나 참새야? 이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짹짹.



아빠는 '하지마!' 하시며 또 빵터지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병아리가 되었다가 참새가 되었다가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 밥상에 반찬이 진짜 끝내줬다. 깻잎볶음, 우엉조림, 콩나물무침, 무생채, 김치, 오징어꽈리고추조림 등이었는데, 와- 뭘 먹어도 겁나 맛있어. 아, (식탁에서) 일어나기 싫어, 하고 징징댔더니 남동생이 웃으면서 '맛있냐?' 물었다. ㅋㅋㅋㅋㅋㅋㅋ겁나 잘먹는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식탁에 앉는 남동생에게 야 반찬 다 졸 맛있어 먹어봐 ㅋㅋㅋㅋㅋㅋㅋㅋ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래가지고 어디 내가 독립하겠냐 orz



그리고 출근해서 엄마랑 나눈 대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독립 따위 꺼져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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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5-03-3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치 출근길에 개그맨 박지선의 트위터를 본 듯한 느낌. ㅎㅎ


다락방 2015-03-30 10:44   좋아요 0 | URL
야클님, 굿모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15-03-3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은 생식이라(너무나 맛없어요ㅠㅠ) 다락방님댁의 아침밥상이 참 부럽네요^^ 플레처선생님은 클로저란 미드에서 여주인공과 과거 불륜관계였던 LAPD 국장?으로 나오지요. ^^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였는데 영화의 카리스마와는 동떨어진 캐릭터예요.^^;

다락방 2015-03-31 08:50   좋아요 0 | URL
아 생식...하아-
전 맛있게 먹는 것에 대한 기쁨이 엄청 큰 사람이라 생식은 생각도 못하겠어요. ㅠㅠ
플레처 선생님이 미드에서 무려 불륜관계의 국장으로 나왔었군요. ㅎㅎ 저 영화상에서는 카리스마가 진짜 대박인데 카리스마랑 동떨어진 캐릭터라니..와- 상상이 되질 않네요. 그정도의 연기력이라면 사실 어떤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겠지만 말예요. 헤헷

단발머리 2015-03-3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유머감각은 유전이었군요.
`아빠 품을 떠난 아기참새` 아버지와 `밥먹고간지얼마나됬다고벌써또계란을`의 어머니.
아. 그리고 `맛있냐?`의 남동생까지.

완전 환상 가족, 완전 궁합 가족이예요~~

다락방 2015-03-31 08:5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아빠도 웃기고 엄마도 웃겨요. 남동생은 세상에서 제일 웃겨요. 유머 궁합이 제일 잘 맞는 사람은 저한테는 제 남동생이에요. 최고죠! ㅎㅎㅎㅎㅎ

yamoo 2015-03-30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빵 터졌습니다...ㅋㅋㅋㅋㅋ

다락방 2015-03-31 08:5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nomadology 2015-03-3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제일은 아마도 재능과 노력과 관심과 육성이 결국에는 우연처럼 만나서 가능한 걸 거에요. 마지막 한 방울 마법은 우연이고... 공식으로 설명되는 부분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좌우하지 않을까.
그걸 운명이라도 부를 수도 있겠지만요.

다락방 2015-03-31 11:21   좋아요 0 | URL
그쵸. 세계제일은 그 모든게 다 만나야하는 거겠죠. 단순히 노력만 한다고 되는것도 아니고 단순히 재능이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지만 이런 플레처 선생이 거기에 과연 일조를 할까? 에 대한건 의문이에요. 어떤 이는 그런 스승에게 감사할 것이긴 하지만, 그러면서 잃는 것도 많을 것 같거든요.
(끄덕끄덕) 세계 제일은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자들의 운명일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