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나는 유럽, 미국, 그리고 개발도상국에서 활동하면서 북반구의 동료들이 누리는 수준으로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수학자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늘 간직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개발도상국의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그들 중 절반 이상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아 두뇌유출에 한몫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중 일부는 의욕이 고취되어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연구는 저지되고 만다. 능력이 있으니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하고, 가르친 학생 중 최우수 인재들은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계속한다. 이렇게 악순환의 고리는 좀처럼 끊을 수 없다.
빈곤과 보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개발도상국 정부는 연구를 할 여유도 없고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천재들이 얼마나 많으며, 그로 인한 손실은 또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면 인류 전체가 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리 샴세딘, p.115)




나는 경향신문을 구독하지만 회사의 상사는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를 구독한다. 나는 내가 보는 신문을 뒤에서부터 대충 훑고 간혹 상사의 책상위에 놓여진 신문의 제목들을 들여다본다. 그때마다 경향신문과 조선일보가 얼마나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 차이를 확인한다. 경향이 내 생각과 비슷한 쪽이라면 조선은 볼 때마다 빡치게 하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데, 오늘 1면에서는 울산에서 무상급식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얼마나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는지, 다른 교육청에서도 울산에 전화해서 니네 급식 어떻게 하니, 라고 묻는다는 기사를 다루었다. 그러면서 한 학교의 선생님을 인터뷰했는데, '무상급식 안한다고 욕을 먹었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방법을 물어온다'고 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무상 급식을 주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안다고 해서 그들에게 동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이들에게 밥 한끼 공짜로 주지도 못하는 나라가 대체 뭘 얼마나 더 생각하고 얼마나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단 말인가. 위에 《수학자들》 인용문처럼, 결국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한다면 인재는 빠져나가고 말 것이며, 그런채로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얼마전 트윗에서는 안젤리나 졸리의 말이 여러차례 리트윗 됐는데, 안젤리나 졸리가 빈곤국의 아이에게 '네가 불쌍해서 도와주는 게 아니라, 네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야' 가 그것이었다. 왜 이나라는, 아이를 우리의 미래로 보지 못할까. 어쨌든 돈 있는 집 '아이들'은 돈을 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좀 소름 끼치지 않나? 아이에게 밥 한끼 먹이는 거, 그게 왜그렇게 어려운 걸까? 일전에 부산에서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하겠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는데, 시의 여러 부분에서 세금을 좀 빼와서 그렇게 만들겠다고 했다. 내가 지지하는 쪽은 이런 쪽이다. 다른 걸 아껴서 아이들에게 밥 한끼 무료로 주겠다고 말하는 쪽. 학교에 책상이 놓이고 걸상이 놓이고 칠판과 분필이 놓이듯이, 그렇게 밥 한끼를 주면 안되는 걸까? 꼭 그 어린 애들에게 '너는 있는 집 자식이니 돈 가져오고 너는 없는 집 자식이니 주는거 받아먹어' 라고 말을 해야 할까? 아이들과 아이들과 아이들 틈에서 돈 있는 애와 돈 없는 애를 굳이 갈라놔야 할까? 



얼마전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놀라운 생각을 하는 웹툰 작가의 웹툰을 보았었다. 그가 그리는 웹툰은 내 생각과 너무 달라서 이게 뭐야, 아니 이 사람은 정말 이렇게 생각해? 하고 놀라웠는데, 그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아내가 있고, 아이가 있는. 문득 그런 게 궁금해졌다. 저 사람의 가족은 아마도 저 사람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겠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게 된 게 아닐까. 저 생각을 하는 남자와 저 생각을 하는 여자가 만났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바라보는 방향이 같아야만 그 두사람이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일단 나의 경우에는, '나로서는', 그렇게나 나랑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을 사랑할 자신이 없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음식점에 가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반말을 쓰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고, 아이에게라도 처음 만난다면 존대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동성애는 동성애 자체로 보고(그들은 아픈 사람들이니 불쌍히 봐주자 이런 개소리 말고), 홍콩 시위대를 응원하며,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의료보험과 철도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세상의 반대편에는 굶주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적극적인 행위로 앞에 나가 행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약자 편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이기를 원한다. 개인의 사유재산은 중요하지만, 그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걸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를 원한다. 모든 일의 중심은 '나'이지만, '나'를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있는 집 자식들한테까지 뭐하러 무상 급식을 제공하냐고 말하는 사람을, 더 돈을 많이 내서 더우리는 더 좋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자고 말하는 사람을, 왜 내가 돈을 더 내서 가난한 사람들 병원비까지 내줘야 하냐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도무지 사랑할 자신이 없다. 그 사람이 그 자신의 논리로 나를 설득한다 할지언정, 나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라면, 같은 방향을 보는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랑은 이유가 없다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상대를 선택하는 게 사랑이라지만, 전혀 다른 곳을 이상향으로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과 어떻게 손잡고 갈 수 있을까. 




경비원 분신한 아파트에서는 모든 경비들을 전원 해고 하겠다는 통보를 했다고 한다. 막말을 계기로 아, 우리가 지금 다른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라고 숙연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내가 생각한대로 굴러가지 않는 다는 것을, 처참하게 깨달았다. 한편 대통령은 중국방송에서 '근본적으로 나라가 안정 속에서 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고 살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는데, 하아- 정말 모르는걸까.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이 지금 이 나라가 바르게 나아가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 걱정하고 두려워한다는 것을. 이럴때면 나의 상식과 너의 상식이 이렇게 부딪힐 수밖에 없는 건가, 한숨이 나온다. 


모든걸 종합해서 얘기하자면, 이 나라가 걱정스러운 나라가 되는 것은, 이 나라가 걱정스러운 행태로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신문, 끊어버릴까..





어제 친구가 재이슨 스태덤의 영화가 개봉한다며 예고편을 보내주었다. 

세상에, 무려 '제니퍼 로페즈'랑 커플이란다.



예고편은 여기 ☞ http://tvpot.daum.net/v/vfa2faW40i5WUScpi0UU0px




제니퍼 로페즈가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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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11-2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러운 정치판에 지들의 권력싸움을 위해 아이들 밥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니. 나쁜새끼들.

다락방 2014-11-25 12:37   좋아요 0 | URL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노인들조차도 무료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못하는 걸 보면 사람은 확실이 자기 중심적이긴 한가봅니다. 으이그 싫어..

아무개 2014-11-25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짧은 제 생각으론
걍 애들 가리지 말고 다 먹이고.
돈 많은 부모는 세금을 더 내고, 아닌 부모는 덜 내면 되는게 아닐까요.
어차피 세금으로 애들 밥 먹이는거니까요.
그래야 조세의 형평성에 맞는걸테니...
그런데 박씨가 절대 부자 증세는 안하려고 하니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부자애들까지 왜 쳐먹여야 하냐 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수 밖에 없겠죠.


2.나의 상식이 옳은 걸까요?
나이들 수록 내가 아는 것들 내가 믿는것들에 대해 점점 더 자신이 없어져요.


다락방 2014-11-25 12:40   좋아요 0 | URL
돈 많은 부모가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돈 많은 아이가 급식비를 내니까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때부터 `우리 부모님은 급식비 못주는데`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면 정말이지 너무 비참한 것 같아요. 부자애들까지 왜 먹여야 하냐고 볼멘 소리를 하는 게 비단 없는 사람들 뿐만은 아닙니다. 있는 사람들도 그 얘긴 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런 생각을 해요, 아무개님. 내가 정치를 한다면 그렇다면 지금과 많이 다른 것들을 개선할 수 있을까? 제가 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정말 개선일 수 있을지, 그건 참 의문스럽긴 해요.

배고프네요. 제니퍼 로페즈에 오늘도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 저는 점심을 굶어야겠지만, 일단 많이 먹는걸로 쇼부를 치고.... 대신 머릿속에 제니퍼 로페즈 생각을 하는 걸로다가...킁킁.

바이런 2014-11-25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줄 ㅋㅋㅋㅋㅋㅋ 북플통해 만나니까 좋네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4-11-25 14:13   좋아요 0 | URL
앞으로 자주자주 만납시다, 바이런님!
제니퍼 로페즈가 되는 그날까지. 아자아쟈!!

네꼬 2014-11-2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비원 해고 소식은 듣고도 못 믿겠음. 평범하고 악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러겠지 싶어서 슬프고 무서워요. (혹시 내가 그러고 있는 걸 다락님께 들키면 따귀 한 대 부탁합니다.)

다락방 2014-11-25 14:15   좋아요 0 | URL
저도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아니..뭐라고? 어떻게 경비원 전원을 해고할 수 있을까요? 제 상식으로는 이해불가..암튼 대단한 일자리를 가진 대단한 아파트이십니다. 뭐, 다른데라고 별 다를 바 없겠지만요.

네, 네꼬님. 우리 서로 이상한 길로 간다 싶으면 이리와, 하면서 끌어당기고 따귀도 날리고 그러자고요. 평범하고 악한 사람들이 되지 않도록 해요, 우리. ㅜㅜ

blanca 2014-11-25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절이 공감해요. 안 그래도 오늘 카톡으로 여동생과 경비원 해고 관련 얘기 했었는데 ... 자꾸 우울하고 믿기 힘든 비상식적인 뉴스만 들리니까 너무 우울해져서 자꾸 피하고 싶어져요. 요즘 <생의 한가운데> 읽고 있는데 그렇게 자꾸 피하면 진실을 대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들려 반성했어요.

다락방 2014-11-25 14:59   좋아요 0 | URL
신문을 통해 기사를 보면서 믿을 수가 없더라고요. 정말? 정말 이랬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지금 이 나라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어디쯤에 서 있어야 할까, 그럴때마다 생각해보게 돼요. 우리는 자꾸, 반성하게 되네요, 블랑카님.

태안너구리 2014-11-2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의 의견을 지지하는데 한표 입니다..^^
....

다락방 2014-11-27 17:00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태안너구리님 ^^

Mephistopheles 2014-11-26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발 쓴 제이슨 스타뎀이 나온다는....그 영화군요...(이미 봤지롱입니다.)

-근데,...감독이 무려 ˝테일러 헥포드˝....군요..-

다락방 2014-11-27 17:01   좋아요 0 | URL
처음에 가발 쓰고 나와서 아니 넌 뭐냣, 너의 대머리를 돌려줘, 했어요. 하핫. 물론 예고편에서 말입니다.
벌써 보셨군요. 크- 저는 제니퍼 로페즈와의 케미가 궁금합니다!

Mephistopheles 2014-11-28 11:17   좋아요 0 | URL
케미일것도 없어요. 로페즈는 거의 조연급.....

섬사이 2014-11-27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아이들 보기가 부끄러워요. 어른들이 세금을 괴상하게 펑펑 낭비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우리는 너희들에게 밥 못 줘!˝하는 것 같아서요. 아이들에게 밥주는 비용을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이 낭비한 어마무시한 세금에 대해서는 어땋게 설명하고 책임질 건지., 그것부터 따져 묻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슬퍼요.

다락방 2014-11-27 17:02   좋아요 0 | URL
아이들 밥 가지고 진짜 너무하는 것 같아요. 제가 정치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섬사이님? 저는 아이들에게 양질의 밥을 제공하는 그런 정치인이 될 수 있을까요? 크- 갑자기 의욕이 앞서네요.

어른들의 삶이 슬픕니다, 섬사이님. 지금 아이들이 자라 이 슬픈 삶 속으로 뛰어들 걸 생각하니 더 슬프고요. 물론, 아이들의 삶도 지금 기쁘고 행복한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