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엄마와 단둘이 여수엘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엄마를 쉬게 해주기' 였다. 최근에 어깨가 아파 치료를 받는중인 엄마는 닥터로부터 '무조건 쉬라'는 말을 들었던 터였는데, 집에 있다보면 무조건 쉰다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가를 알게된다. 틈틈이 손주들 보러가 안아주는 건 물론이고 경기도로 이사와 혼자 살고 계신 외할머니 집을 들여다보기도 일쑤. 게다가 집에서는 설거지며 빨래 김치담그기 청소등, 한 시도 몸을 쉬일 날이 없는 엄마다.
나는 좀 가만 있으라고 말해보지만, 이 말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는 내가 잘 안다. 욕실청소 안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 대신 내가 욕실청소를 하면 될텐데, 김치 담그지 말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담그면 될텐데, 나는 또 그건 안하고. 그러면서 어깨 쓰지 말라고 말만 하는 나는 대체 무언가. 게다가 1년 지났다며 나가라는 내용증명을 받고 아빠는 실직을 하셨다. 하루종일 집에 계시는데, 아빠가 굵직한 집안일을 도와준다고 해도, 내 눈에는 아빠가 집에 있는 탓에 엄마가 더 일이 많아진 걸로만 보인다. 커피를 타는 것도, 밥을 차려주는 것도, 아빠가 일 나갔을 때는 엄마가 하지 않아도 좋았을 것들인데...뭐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복잡해져서 한동안 나는 심하게 답답해진 기분이 되어 어서 빨리 집을 나가자, 하는 생각을 했다. 뭐 그건그렇고,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얼까, 하다가 엄마가 계속 '너랑 둘이 여행가고 싶어' 라고 노래불렀던 게 생각나 그래, 나는 돈을 쓰자, 돈을 써서 엄마를 하루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자, 그거밖에 할 수가 없다 싶어 여행을 계획했다. 이 여행도 얼마나 말이 많았는지 처음에 좋다고 박수 치던 엄마도 하루가 지나자 돈 아깝다며 취소하라고 하는거다. 어우..답답해. 남동생과 여동생도 엄마 제발 그러지말라고 그냥 다녀오시라고 했고 나는 여행을 떠나기까지 엄마랑 수차례 말다툼을 했다. 유독 더 화가 나는 날이면 '그럼 취소할테니까 다시는 나한테 여행가자고 하지마' 라고 말할까도 생각했다. 얼마나 속이 부글부글 끓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갔다. 아...가기전까지의 그 엄청난 스트레스는 다시는 떠올리기 싫다...왜 누릴줄을 모르는걸까, 왜 즐기는 것에 대해 그토록 죄책감을 갖는 걸까. 이해가 되면서도 답답해서 여행떠나기 전날밤까지 성질을 냈었던 거다... ㅠㅠ
여튼 비행기를 탔고, 모든 객실이 오션뷰인 호텔을 예약해둔터라 그리로 향했다. 중간에 버스 방향을 반대로 타서 엉뚱한 데 내려 잠깐 멘붕을 겪어주시고, 다시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가방을 맡기고 호텔 주변의 바다를 걷고 오동도를 가 신나게 구경했다. 호텔 침대에서 뒹굴뒹굴 하는게 목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오동도 관광을 해버리고 말았고 엄마는 너무 즐겁다며 연신 웃으셨다. 바다를 지겨울 정도로 많이 보았는데 엄마는 바다를 보는게 너무 좋다고 했다. 가슴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이 느낌이 너무 좋다고 했다.
그래? 난 뻥 안뚫리는데?
넌 이 바다를 봐도 가슴속이 뻥 안뚫려?
응. 바다본다고 뚫리고 그러진 않는데?
뭐 이런 대화를 나누다가 저녁에 호텔 야외에서 바베큐로 저녁을 먹고(바다가 보이는 야외에서 밥을 먹어보는 건 살면서 처음이라며 엄마는 흥분해서 제부에게 전화를 하고 이모에게도 전화를 해 현재 당신이 어떤 상황인지 막 자랑하셨다) 소주를 한 병 마시고 숙소로 들어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내가 서울에서부터 가져온 와인을 땄다. 둘이서 와인 한 병을 다 비우고 맥주까지 비우다가 기절해버렸...
그리고 사진은 엄마가 가슴이 뻥- 뚫린다고 했던 여수의 오후바다, 저녁바다.
아- 내가 찍었지만 예술가의 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사진들이다. 너무 근사해......... 사진 블로거로 거듭날까...( ")
여튼 여행에서 돌아온 어제, 저녁 일곱시부터 잤다. 완전 떡실신. 중간에 잠깐 깨서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잠들어서 오늘 아침에 일어났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승우의 신간이 나왔다!
며칠전부터 이승우의 신간이 나올 거란 소식을 친구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얼마나 기다렸던지. 그런데 똭- 나온거다!!
어제 저녁에 잠들기 전에 친구로부터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와썹을 통해 알게됐고
신나서 이걸 언제 사지 이런 고민을 하며 잠들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른친구로부터 이 책이 기프티북으로 와있었다.
오. 마.이. 갓!
이승우의 책이 새로 나왔다고 나를 떠올려준 친구가 있다는 것도 기쁜데, 이 책을 선물까지 해주는 친구가 있다니...아.....세상은 아름다운 것인가 보다.
나는 지금까지 알라딘에서 1,907권의 책을 만났으며 14.94 층의 아파트 높이만큼이라고 한다. 그리고 주로 이런 책들을 만났다고 한다.
다 소설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프랑스 소설은 내가 많이 만났다고? 나 프랑스 소설 읽은거 기억도 안나는데? 대체 내가 어떤 프랑스 소설을 읽은거지? 음... 추리/미스터리도 별로 많이 안읽은것 같은데? 뭐 암튼 저기 저렇게 네 권이 소설소설소설소설 이라서 보고 웃었다. ㅎㅎㅎㅎㅎ
아..배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