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아서 자꾸 니 생각이 나.



















아..이 책을 어제부터 읽기 시작해서 오늘 출근길까지 70페이지 가량을 읽었는데 흑흑. 너무 힘들다. 


가뜩이나 회사 때려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정도까지 읽었을 때 이 책의 주인공 그레고리우스는 성실히 잘해오던 교수직을 때려치고 포르투갈로 가는 기차에 훌쩍 몸을 싣는게 아닌가. '포르투게스'라는 포르투갈 여자의 그 발음에 이끌려 그 순간부터 그동안 지탱해왔던 그의 삶이 흔들리고, 그는 어학교재를 사서 집안에서 밤이 새도록 포르투갈어를 공부한다. 포르투갈이라니, 내가 프란세시냐 때문에 엄청나게 가고 싶었던, 바로 그곳!


만약 그레고리우스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이토록이나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레고리우스는 나같은 사람이었다. 여행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만족하고 거기에 최선을 다하고 성실한 사람. 자기가 머무르는 도시를 편안해하고 낯선곳을 두려워하는 사람. 그것마저도 나와 같은데-지금의 나는 눈이 (수술의 영향으로) 나쁘진 않지만-, 그런 그가 떠난다. 기차를 탄다!!



그리고리우스는 부벤베르크 광장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평생을 살아온 이곳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여기가 집이었다. 심한 근시인 그에게 이런 낯익음은 중요했다. 그와 같은 사람에게 자신이 사는 도시는 비닐하우스나 동굴, 안전한 건축물이었다. 그 외의 것들은 위험했다. 그의 안경만큼 두꺼운 안경을 쓴 사람만이 이런 느낌을 이해할 수 있다. (p.29)




낯익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기차로 스무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할 수 있는 곳을 향해 떠난다. 아...미치겠다. 


물론 그가 나와 다른 점도 분명히 있다. 언어에 탁월한 감각을 지녀 외국어를 잘 익힐 수 있는 것은 나와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진 점이고, 그는 비행기 여행을 싫어한다는 게 그렇다. 



그가 왜 비행기 여행을 싫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했을 것이다. 비행기에 올라타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다른 세상에 도착한다는 사실-그 중간에 놓인 개별적인 모습들을 받아들일 시간도 없이-은 그레고리우스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그건 옳지 않아. 그의 말에 플로렌스가 "옳지 않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라고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점점 더 자주 혼자 비행기 여행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는데, 목적지는 대개 남아메리카였다. (p.30)



아, 나는 열 몇시간동안 공중에 떠있다가 새로운 곳, 내가 알지 못했던 전혀 낯선 곳에 도착한다는 사실이 두근두근하는데, 그래서 비행기 여행을 싫어하지 않는데, 그레고리우스는 그 점 때문에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레고리우스의 생각을 이렇듯 읽노라니 그래, 어쩌면 반칙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새로운 곳, 완전히 낯선 곳에 도착하는데, 그러기 위해 지나가는 과정들을 깡그리 무시해야하다니, 반칙같잖아? 물론 그렇다한들 나는 계속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하겠지만. 



토요일에 이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그 전에 이 책을 다 읽는건 당연히 무리이겠고, 아, 이 책을 읽어나가는 건 그 자체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것 같다. 안그래도 뛰쳐나가고 싶은데 등을 떠밀고 있는것 같달까. 아흑.



점심을 배터지게, 푸짐하게 먹어야겠다. 마음 단단히 먹자.





덧. 아니 그런데 책 속의 그레고리우스는 대머리..인데 영화에서는 이 역할을 제레미 아이언스가 한다니...아아 너무 간극이 큰 거 아닙니까. 제레미 아이언스 때문에 벌써부터 가슴이 벌렁거려. 흑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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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는 나의 이름을 불렀고 나는 플랫폼에 서 있기로 했다.
    from 마지막 키스 2014-06-16 09:47 
    얼마전 나의 후버까페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을 한 장 올렸다. 그 사진을 보고 나는 이런 멘션을 보냈다. '이것은 마치 <저지대>의 가우리가 혼자 산책하고 혼자 앉아 다른 사람들을 보았던 바로 그 학교의 풍경같다' 고. 그러자 후버까페는 맞다며 자신도 <저지대>를 읽으며 이런 풍경을 떠올렸었다고 했다. 이 대화는 조금 시간이 지난후에, 며칠 뒤에 아주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먼 곳에 있는 친구가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 같은 풍경을
 
 
하루 2014-06-12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사실 저도 아직 소설을 다 읽지 못했어요.
사실 영화가 충분히 완벽했다랄까 :)

다락방 2014-06-12 14:03   좋아요 0 | URL
저는 소설을 다 읽고 보고 싶은데 흑흑 시간이 없어서 아마도 영화를 먼저 보게될 것 같아요. 영화가 완벽하다니. 기대됩니다!

blanca 2014-06-1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너무 보고 싶은데 흑흑. 책은 어떤가요? 책이라도 읽을까요? 제레미 아이언스라니. 너무 하잖아요.

다락방 2014-06-12 14:06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읽은거로는 책은 괜찮아요. 근데 문장이 뭐라고해야하나 음...약간 산만한 경향이 있다고 해야하나..그래서 내용이 좋아도 별 다섯을 주지는 못할 것 같은 책이기는 해요. 그렇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 포르투갈로 향하는 여행, 낯선 이들과의 만남등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니 블랑카님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하핫

레와 2014-06-12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악 >_<
완전 기대하고 있소!

책도 궁금한데..ㅎㅎㅎ;;;;

다락방 2014-06-12 14:06   좋아요 0 | URL
나는 무엇보다 포르투갈을 영화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나요. 포르투갈과 스위스!! 꺅 >.<

아무개 2014-06-1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제레미 아이언스 같은 남자 사람도 좋아합니까? 의외로군요.

점심을 배터지게 '먹는'것과
마음을 단단히 '먹는'것은
어떤 관련이 있나요? @..@

기차타고 부산 가고 싶어요.
태종대 검푸른 바다가 보고 싶어요.....
하지만 여름엔 바다에 가지 않으니
10월까지 기다려야겠어요.

다락방 2014-06-12 14:08   좋아요 0 | URL
저는 지적이고 차가워보이는 남자도 물론 좋아합니다. 물론 남자보다 술이나 책이 더 좋긴 하지만....여튼 제레미 아이언스는 무척 섹시하잖아요? 근데 제레미 아이언스라면 뭐랄까 동경 쪽인것 같아요. 쉽게 예를들자면 제레미 아이언스가 사귀자고 하면 거절할겁니다. 너무 부담스러워서요. 하하하하하. 이거 사람들이 보면 나 미친줄 알겠네요. 미쳤나 제레미 아이언스가 지한테 왜 사귀자고 해..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집에 가고 싶어요.. ㅠㅠ

자작나무 2014-06-12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씨. 내가 많이 생각해 봤는데 즐거운 일을 하고 사세요. 일단 지금 회사 그만두고 알라딘에 취직하세요. 알라딘중고매장 말고 도서팀이나 기획팀 쪽으로 취직하세요.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아마 매일매일 출근이 신나고 퇴근이 싫어질 거예요. 그리고 차근차근 승진하거나 경력을 잘 쌓아 다른 서점 혹은 출판사로 이직하세요. 잘되면 한턱내시구요.
ps. 제레미 아이언스는 세월이 앗아갔더군요.

다락방 2014-06-12 14:1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저는 직장이란 곳에 다닐거면 여길 계속 다니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싶은거에요. 쉬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먹고 살아야하므로 아무것도 안할 수가 없으니...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제가 알라딘에 취직할 수 있을까요? ㅎㅎ 엄청 힘들것 같은데요. ㅎㅎ

그렇지만 즐거운 일을 하고 사는건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속계속 고민해볼게요.

자작나무 2014-06-12 16:52   좋아요 0 | URL
아무것도 안하면서 잘 먹고 사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하죠...

건조기후 2014-06-1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프란세시냐... 생각납니다. 먹어본 적도 없는데 만드는 것만 봐도 엄청난 고칼로리 덩어리가 그득그득 뱃속에 들어찬 기분이 들던 그 프란세시냐. ㅎㅎㅎㅎㅎ 이거 먹을 때 다락방님부터 떠오를 알라디너 여럿일 듯 ㅎㅎㅎ

저도 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동경하는데 그러면서도 막상 여행은 별로 즐기지 않는 거 같아요. 나이 먹으니까 점점 고소공포증같은 게 생겨서 비행기도 무섭고. ㅡㅡ 그러면서 또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로망은 갖고 있고... 인간 참. ^^

다락방 2014-06-13 09:40   좋아요 0 | URL
제가 그게 그렇게나 먹어보고 싶어서 포르투갈을 가고 싶었고, 포르투갈은 너무나 멀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어서 꿩대신 닭이라고 마카오를 갔다온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작년에 홍대근처에 포르투갈 레스토랑이 생겼다더군요! 당연히 프란세시냐도 팔고요. 조만간 친구들하고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저처럼 그거 먹어보고 싶은 사람들은 비행기 예약해서 먼 나라로 갈 필요가 없는겁니다. 크- 진작 생길 것이지 ㅠㅠ

저는 고소공포증은 있는데 비행기는 별로 안무서워요. 그렇지만 낯선 곳에 가는 것은 많이 무서워요. 저는 현실안주형인가봐요. 히융- 지금도 사실 어딘가로 가고 싶다는 게 '여기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 ㅠㅠ

단발머리 2014-06-1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음절, 한 음절, 다락방님이 가르쳐 주었던 바로 그거 얘기가 나오는군요.

프.

란.

세.

시.

냐.

안 먹어 봤는뎅...... 먹고 싶네요.....

다락방 2014-06-13 09:42   좋아요 0 | URL
홍대근처에 포르투갈 레스토랑이 생겼다니 꼭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ㅎㅎ

http://blog.naver.com/dydy0105/80210678615

중간에 이 레스토랑의 프란세시냐 비주얼 등장합니다. ㅎㅎ

다락방 2014-06-12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4-06-12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2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6-13 09:4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두 분!! 영화 잘 보겠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2014-06-12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3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2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6-13 09:4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차가운 장미도 보고 싶고 볼 영화가 많더라고요! >.<

dreamout 2014-06-12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에서.. 리스본에 도착한 이후의 분위기는 또 달랐던 것 같아요.
수전 손택이었나.. 우울증을 멜랑콜리에서 매력을 뺀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던게 떠오르는데요..
바꿔말하면, 이 소설은 우울증에 매력을 더한 것. 멜랑콜리 했던 분위기로 기억... 저 같은 경우는요. ㅋ

다락방 2014-06-13 09:45   좋아요 0 | URL
리스본에 도착해서 지금 아마데우의 흔적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어요. 근데 책 읽으면서 그레고리우스랑 아마데우 때문에 저는 자꾸 아마데우스라고 읽게돼요. 하핫.

이 소설이 어떻게 끝날지 참 기대돼요. 그런데 뭐랄까, 너무 쉽게 사람을 찾는 것 같다는 생각도 좀 들고요. 여튼 끝까지 얼른 읽어보고 싶어요!

봐봐 2014-08-2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을 2주에 걸쳐 읽게 되었네요.
책에 대한 사전정보는 락방님 포스팅 뿐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더랬죠)

빨리 뒷장으로 넘어가고 싶으면서도, 천천히 읽어내리고 싶은 이율배반적 욕망때문에 속도조절이 참 힘들었어요.
다 읽고 난 지금에는 다음 책으로 넘어가기가 싫네요. 이 여운이 사라질까봐.

이 책을 뭔가 한문장으로 정리한다는 건 말이 안되지만, 전 이렇게 쓰겠어요.
언어에 대한 순결한 사랑, 이 언어로 삶에서 명료함을 얻고 삶을 규정지으려한 자의 내면과 행적을 쫓아가는 책.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푹 빠질 수 밖에 없는 책인 것 같네요.
그래서 더욱 책을 읽고 난 지금, 다락방님의 '후기'가 궁금합니다. 나중에 올려주시겠어요? (독자요청)


다락방 2014-08-25 14:11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fallen77/7041630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대한 페이퍼는 지금 링크한 것 한 편이 더 있습니다. 이 페이퍼가 다 읽고나서 쓴 것이고요. 그래서 아마 더는 쓰지 않게 될 것 같은데요. 하핫;;

봐봐님은 이 책이 엄청 좋으셨군요! 저는 그렇게까지 막 좋진 않았어요. 분명히 매혹적인 부분들이 있었지만 또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어서 말이지요. 저는 특히나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들이 아주 좋았어요. 저도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싶어질만큼 말이지요. 이 책은 저보다는 봐봐님이 훨씬 더 잘 읽으신 것 같아요. 봐봐님을 더 많이 건드린 것 같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