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포일러 덩어리-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이 다 들어가있음-이므로 영화를 보실 분들, 특히나 '재미있게' 보실 분들은 읽지 않는 게 나을겁니다.)
삼촌의 죽음으로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라트비아의 작은 마을에 도착한 남자는, 삼촌의 집에 자신의 방이 있었다는 이 마을의 초미녀 '모나'를 알게되고 이내 그녀를 갈망하게 된다. 그녀만 졸졸 쫓아다니고 그녀를 안고 싶고 어떻게든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서 일도, 아내도 다 내팽개치고 오직 그녀, 모나를 가질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모나는 그의 곁을 맴돌면서 마치 그의 품에 안길듯 안길듯 좀처럼 안기질 않고 그럴수록 그는 더 애가 탄다.
(모나가 평소에 구경만 하던 구두를 남자는 사서 선물한다. 여자는 비싸다고 안받는데, 이 구두 예쁘더라. 나나 줬으면..)
모나가 살고 있는 시골의 일자리는 도축장 뿐이고, 모나는 도축장에서 일하긴 죽기보다 싫다. 남자에게 남자가 도시에 가있는동안 자신이 이 집을 관리해주면 어떻겠냐고 말을 하고 남자는 그렇게 하라고 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아는 그 작고 한적한 장소에서 일터라고 해봐야 뻔하고 누가 누구에게 호감을 가진것도 뻔히 모두가 다 알게되는 그 상황이 나로서는 좀처럼 적응하기 힘든 불편한 느낌을 갖게 했다. 실제로 남자가 삼촌의 죽음 때문에 찾아오고 모나에게 열을 올리게 되는것도 마을 전체가 다 알고 있으니까. 게다가 남자는 도축장에서 일하는 모나의 애인을 무시한다.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고 있긴하되 자신들이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 있는데, 거기에 나타나서 도축을 하는 사람들은 다음 생에 도축당하는 동물로 태어나고 똑같이 죽음을 맞는다는 말을 하는 이 남자가, 정말이지 잔인하게 느껴졌다. 말 뿐만이 아니라 이 영화의 장면 장면 틈틈이 도축장의 모습이 비춰진다. 바닥에 흥건히 떨어진 피, 잘려져나가는 동물들의 몸통.
모나 역시 남자에게 끌리고, 결국엔 그의 집으로 찾아가 그에게 안겨들지만, 그녀는 자신이 시골 여자이고 남자가 도시 남자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인식하고 있다. 당신은 나를 가끔만 찾아오겠죠, 일요일에만 오겠죠, 하고. 그들의 다른 평범한 부부들처럼 될 수 없음을 알고 있는것이다. 남자는 일 때문에 다시 도시로 또 도시의 생활로 돌아왔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더이상 모나를 떠나서는 살 수 없게 되서, 자꾸 모나 생각이 나서 모나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눈이 많이 쌓인 그 날, 그는 차를 끌고 충동적으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모나를 향해 달려간다. 가는 도중에 아내로부터 핸드폰이 울리자 그 핸드폰을 냅다 눈쌓인 바깥으로 던져버린다. 아마 그는 도시의 모든걸 포기할 심산이었으리라. 그러나 겨우 당도한 그 곳에서, 그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나를 보게된다. 모나가 선택한 건 결국, 자신이 있는 곳에서 자신이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 그 삶을 줄 수 있는 남자였으리라.
영화는 별로 재미없다. 나는 제목에서 주는 선정성에 기대어 잔뜩 야한 영화를 상상했는데, 이건 종일 썸만타다 끝나버린...어찌나 허탈한지. 영화의 원제목은 <MONA> 인데 왜 우리나라 번역 제목이 <정사 2013>이 된걸까?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래도 나같은 사람들 보게 할라고 그런듯. 어제 잠들기전에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이 영화를 보고 훅끈 달아올라 야한 꿈을 한 번 꾸기 위함이었는데 어휴, 야하긴 개뿔, 화딱지만 났다. 게다가 틈틈이 나오는 도축장면들 때문에 악몽을 꾸지 않을까도 걱정이 되었고. 여자주인공 모나는 매력적이긴 한데 음, 잘 안씻는 여자 같은 느낌을 줬다. 머리가 계속 떡져있는 느낌이랄까. 예전에 윤상이 한창 인기있을 때 내가 윤상을 좀처럼 좋아할 수 없었던 이유도 머리를 잘 안감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는데, 이 여자도 그렇다. 머리를 안감고 떡져있는 것 같아..
어쨌든 라트비아의 한적한 풍경이 아름답고 분위기도 독특했지만 전혀 야하지는 않은 영화였다.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