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누구를 대답해야할지 헷갈린다. 혼자 좋아해도 일단 사랑이란 감정이 처음 생겨본게 첫사랑인지, 첫사귐이 첫사랑인지, 첫 성관계가 이루어져야 첫사랑인지 사실 명확한 기준은 없으니까.
DVD 타이틀의 저 [당신의 첫경험은 첫사랑인가요?]는 이 영화와 크게 상관이 없다. 이 영화에 어울리려면 저렇게 자극적인 문구여서는 안되는데,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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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노트]
영화 첫사랑열전은 한국독립영화의 새로운 시도를 한 영화이다.
첫째, 저예산 영화 제작시스템의 새로운 시도.
영화 <첫사랑열전>(제작/배급 웃기씨네)은 감독이 투자, 기획, 제작, 각본, 연출을 맡았으며 이 영화는 시나리오 개발부터 완성까지 4년(2005년 3월부터 2009년 11월까지)여의 제작기간을 통하여 제작 완료된 영화이다. 평소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스텝과 배우가 최소한의 교통비만을 받으며 전 스텝 배우가 노개런티로 참여했으며 심지어 상업시스템에 있는 배우들조차 노개런티로 참여한 영화이다. 영화배우 이청아, 류현경, 정애연이 주연배우로 참여했으며 신인배우 김성곤, 김동곤, 이가영이 주연배우로 출연했고 가수 JK김동욱과 영화배우 김효진이 OST 참여하는 등 많은 배우와 가수가 함께 작업한 영화이다.
둘째, 옴니버스영화의 새로운 표현 방식.
우리 기억속의 첫사랑은 어떤 추억을 갖고 있나?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첫사랑열전>은 젊은 날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로 생각되던 첫사랑에 대한 독특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첫사랑 열전>을 구성하는 세계의 이야기들은 단순한 극영화 형식의 옴니버스영화가 아니라 스토리 전개상 관객들의 집중을 끌고 가는 새로운 실험를 하고자 했다.
첫 번째 <종이학>(Paper crane)
조금은 진부하면서도 어디서 본 듯한 형식의 영화. 일상 속에서 묻혀 버릴수 있는 한남자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두 번째 <한번만 다음에>(Come on just once, Maybe next time)
코믹 영화로 누구나 한번쯤 겪었음 직한 성에 관한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까지.
세 번째 <설렘>(Leap of one's heart)
잊고 있던 첫사랑의 죽음 때문에 지나간 사랑을 추억하는 여자의 이야기.
이렇게 <첫사랑 열전>은 형식은 옴니버스지만 스토리 전개상 관객들의 집중을 끌고 가는 새로운 시도(지켜보기→공감하기→고민하기)를 통해 첫사랑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을 취하는 하나의 장편영화이다. 이 영화는 첫사랑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영상의 표현 방식에 있어서 한명의 작가가 다양한 시선으로 세 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 표현방식에 있어서 다양한 소재와 실험적 카메라 워킹과 거친 편집의 활용을 통하여 영상표현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 영화의 실험적 관점에서 창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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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나서 나는, 박범훈 감독은 영화계의 커피소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이 찾아오면 알 수 있을거야~' 라고 노래부르는 그 커피소년. 뭐랄까. 첫사랑에 대한 환상을 간직한 소년같은 이미지랄까. 혼자 좋아해도, 모텔에 함께 가도, 결국은 헤어져도, 첫사랑에 대한 환상을 또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듯 하다. 게다가 꽤 낭만적이다. 낭만적인 남자가 갖추어야할 것들을 영화속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데(종이학접기, 사랑하는 여자를 위기에서 구해주기등), 어쩌면 이건 감독이 그렇다기보다는, 사랑이란 감정이 찾아온 남자들에게 대체적으로 나타나는 성향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럴때 가끔, 남자들이 귀엽다. 유치하고 뻔한 일들을 자랑스레 해댈 때. 영화는 전체적으로 서투른 감이 있는데, 그 서투름은 어쩐지 첫사랑과 닮아있다.
총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인데, 처음 에피소드를 보고, 그 다음의 에피소드들을 봐야할지 망설이게 될만큼 그 식상함에 실망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가능한 스토리라 진부하기까지 하다. 종이학을 접어 하나씩 매일 그녀에게 주는 장면에서 살짝, 가슴이 설레이기는 했지만, 그것을 그 남자의 첫사랑 혹은 애절함 이라고 하더라도 이 이야기는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생각한대로 진행된다. 당황스러웠다. 아, 너무 갈 길이 먼게 아닌가 싶었다. 사채빚을 안고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분식집 여자를 혼자서 몰래 좋아하는 서툰 사채업자라니, 이건 좀 사춘기적 만화같지 않나?
그러나 두번째 에피소드는 조금 달랐다. 이건 말그대로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했는데, 중간에 잠깐 보이는 [박범훈성형외과]에서는 풋, 웃어버리고 말았다. 박범훈은, 이 영화의 감독이다. 그래서 혼자 생각했다. 이 감독은 사실 닥터가 되고 싶었던걸까, 그 꿈을 이렇게 간판으로나마 실현한건 아닐까. 하하하하하.
마지막 장면, 연인과 그 연인의 선배까지 셋이 모인 방에서 남자가 졸업앨범을 보는 장면, 졸업앨범을 본 남자를 보는 남자의 선배와 남자의 여자친구. 그 장면은 꽤 긴장되고 재미있다. 아이쿠야, 저걸 어쩌나 싶어진달까. 남자와 여자가 처음 사귀기 시작할때 여자가 남자에게 '남자친구, 아니 여자친구 사귀어 본 적 있어요', 라고 묻는것도 그래서 남자가 '처음이에요', 라도 대답하는 것도 마지막까지 보고나면 다시 떠오른다. 아, 그 질문이 이래서 나왔구나, 하고. 하여튼, 이제 그들은 어쩌나..
세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좋았다. 첫사랑을 추억하며 첫사랑과 놀러갔던 바다를 다시 혼자 찾은 여자가 우연히 자신의 첫사랑과 결혼한 여자와 마주치게 된다. 이건 보면서 내내 아쉬웠던게, 조금만 더 잘하면 꽤 근사한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이건 잘만 쓰면 꽤 멋진 문학작품이 될 것도 같고(줌파 라히리가 좀 써줬으면..) 잘만 만들면 아주 여운이 긴 장편 영화가 될 수도 있을것 같다. 음악이 커지면서 방 문에 첫사랑 아내의 그림자가 보일때, 그 때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누군가의 첫사랑이 다른 누군가의 마지막 사랑이 되기도 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영화속 여자의 대사처럼, 기억에 사랑을 더하면 추억이 된다는 것은 보편적인 진리고.
나도 첫사랑을 잊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이런 사랑은 그 누구도 못해봤을거라고도 생각했다. 어떤 여자도 이런 사랑을 받아보진 못했을거라고. 나는 일 년이 지나고 십 년이 지나도 결코 이 남자를 잊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설사 다음에 누구를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된다 하더라도, 가슴속에 이 남자는 항상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도 당연히 했다. 그러나 시간은 추억을 기억으로 만들고 그 기억을 서서히 지워버린다. 미안하게도, 나는 더 좋은 남자를 만나서 더 좋은 감정들을 가졌다. 그리고 이제 내가 결코 잊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명단에 나의 첫사랑은 없다. 간혹 누군가는 먼 훗날 길에서라도 우연히 마주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첫사랑에 대해서라면 별로 그런 감정도 없다. 한때는 머리를 흔들면서 그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내야 했었는데, 이제는 억지로 떠올려야 그를 생각해낼 수 있게됐다. 아마 지금쯤 많이 늙어있을텐데, 잘 늙고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잘 늙고 있나요? 나는 여전히 젊어요.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이승환의 노래가사처럼, 첫사랑을 잊을 수 없는건 남자들에게만 해당하는걸까. 아니면 여자들도 잊지 못하는데 나만 이러는건가. 시간이 지나면 첫번째 사랑이든 두번째 사랑이든 상관없이 잊혀질 놈은 잊혀지는게 아닌가. 나로 말하자면 지금도 생각나고 먼 훗날에도 다시 만나고 싶은 남자는 첫사랑이 아니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첫 에피소드에 있었다. 여자는 남자가 주문한 음식들을 포장하기전, 무언가를 가지러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바깥에는 순대 옆에 순대를 썰던 칼이 놓여져 있다. 남자는 그 칼을 집는다. 나는 남자가 그 칼을 집어서 그 길로 사채업자형님을 찾아가 찔러버리는게 아닐까 싶어서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남자는 그 칼을 조심스레 칼꽂이에 꽂아둔다. 여자가 볼 일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왔을 때, 칼은 칼꽂이에 꽂혀있었다. 남자가 칼을 조심스레 칼꽂이에 꽂아두는 장면은 아주아주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아무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런 행동은 나올 수가 없는거니까.
로사리오는 (영화속에서)굉장한 미모를 가지고 있다. 영화를 보다보면 사실 그녀의 외모가 예쁘긴 하지만 영화속에서 나오는것처럼 어떤 카리스마가 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튼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그녀를 탐내고 갖고싶어하고 사랑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환경을 겪은 그녀가 세상에 대해 혹은 남자에 대해 냉담한 것은 어쩔 수 없는일.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부잣집 도련님에 대해서도 그녀는 자신을 강간하는 남자와 그다지 다르게 보질 않는다. 그런 그녀가 남자의 친구와 다정하게 지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 친구는 그녀에게도 친구이다. 어느 하루, 남자는 자신의 친구에게 로사리오와 무슨 이야기를 그리 오래했냐고 묻는다. 친구는 별 얘기 안했다고 한다. 남자는 그러니까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친구는,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들, 이라고 대답한다. 그때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이상하군. 나에겐 그런 얘기를 전혀 안하는데.
로사리오의 마음은 어떤걸까. 왜 남자와는 섹스를 하고 남자의 사랑한다는 속삭임을 들으면서 그러나 자신의 일상에 대한 얘기와 자신의 감정에 대한 얘기는 남자의 친구에게 할까. 그녀가 정말 사랑하고 그래서 잃고 싶지 않았던 마음을 가지게 된 상대는 친구가 아니었을까. 결코 헤어지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 연인이라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될테고 또 헤어지면 남이 되어버리지만, 친구로 지낸다면 그 둘 사이는 오래도록 유지될 수도 있으니까, 오래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포지션은 연인이 아닌 친구로 두어야 하는게 아닐까. 오래오래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 이 영화 『로사리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