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가끔 어, 정말 그래도 되나? 싶을만큼 미심쩍은 부분들을 마주치게 된다. 그러면 책장을 덮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흐음, 진짜 이래도 되는걸까, 하고. 그런데 섣불리 그래 이러자, 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이런 부분.

 

"내가 보기에 너는 선생님에게 두 가지 감정을 갖고 있어. 좋아하면서도 싫어해." (p.54)

 

선생님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그건 나쁜일이다, 라고 아이의 죄책감을 키워주는 일 보다는 그 아이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인정해줘서 그 죄책감을 덜어주는 일이 더 좋다는거다. 물론 아이의 감정에 그건 나쁘다라고 말하는게 좋지 않다는것쯤은 나도 알지만, 그래도 저런 애매모호한 말로 아이의 감정을 들여다봐주는게 그렇게 큰 도움이 될까? 정말 그럴까? 이건 조금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책은 '부모와 아이사이'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에도 필요한 태도들이 잘 담겨있다. 확실히 이 책을 읽은 나는 그전보다 조금쯤 더 착한 여자사람이 될 것 같다. (응?) 그리고 나는 이런 부분을 책에서 맞닥뜨렸다.

 

 

어렸을 때 받은 훈련과 커서 받은 교육은 우리에게 양쪽의 견해에 대한 편견만을 가르쳤다. 부정적인 감정은 모두 나쁜 것이며, 그런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우리는 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과학적 견해에 따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드러난 행위에 대해서는 좋다 나쁘다 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지만, 마음속의 행위에 대해서는 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행동(conduct) 자체는 비난이나 명령을 받을 수 있지만, 감정을 그럴 수도,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감정에 대해 판결을 내리거나, 상상을 검열하는 것은 자유로운 사고와 정신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감정은 우리가 유전으로 받은 소산이다.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느낀다. (pp.55-56)

 

 

이 부분을 읽는데 뭔가 해방되는 느낌인거다. 나는 지나치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그간 억누르려고 하지 않았던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을 갖는 나 자신이 밉지 않았던가. 그러나 감정이란 어쩔수 없이 자유롭다. 내가 그 감정으로 악랄한 행동을 하지만 않는다면, 내 감정은 그대로 나만의 것이 아닌가.

 

그렇다.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고 혐오하기도 하며 경멸하기도 한다. 싫어하기도 한다. 이런 감정들을 어떤 사람에게든 생길 수 있고 또 언제든 생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 감정들은 사라지기도 하고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그럴경우 나는 그런 감정을 들게 하는 상대에게 여러가지 행동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너랑 더이상 친구하고 싶지 않으니 그만두자, 라고 말한다거나 일방적으로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잠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너가 나에게 말을 거는게 몹시 불쾌하니 더이상 말걸지 말아줘, 라고 쏘아붙일수도 있을것이다. 이건 그 사람과 나의 문제이고 그 사람과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건 그 사람에게 갖는 나의 감정이니까.

 

굳이 친한 관계에서뿐만이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불쾌한 댓글을 받았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말한다. 너의 댓글은 나에게 악플이다, 라고. 이것이 나를 불쾌하게 한다고. 그게 나의 감정을 건드렸다면 나는 그사람에게 나의 감정을 말함으로써 더이상 그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막을수도 있고 나쁘게 진행된다면 그 사람과 크게 싸울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의 기분을 건드릴 수도 있고 혹은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할 목적으로 거친 말들을 내뱉을 수도 있을것이다. 이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동창회 모임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고 그리고 인터넷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내가 나의 욕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혼자서 핑킹가위로 앞머리를 자르면서 사는게 아니라면, 나는 이사람 혹은 저사람과 얽혀 지내면서 얼마든지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그것을 해결할 수도 있으며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누구때문에 불쾌해서, 그래서 그 사람과의 관계를 더 유지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혹은 더이상 내게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그 사람과 나와의 사이에 관계를 끊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까? 그게 정말 나에게 유리할까? 내 개인적으로는 그렇지않다 고 생각한다.

 

오늘 고객센터에 건의된 된장님의 글을 읽었다. 나를 즐겨찾는 사람이 누군인지 드러났으면 좋겠고 내가 싫다면 그들을 삭제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건의였다. 그건 그 분이 알라딘에 건의한 것이니 내가 답할수는 없는 부분이다. 알라딘이 어떤 답을 할지는 나도 지켜보아야 할 부분인데, 나는 기본적으로 나를 즐겨찾는 사람을 내가 싫다는 이유로 삭제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너 싫어, 너 나한테 말걸지마, 난 내가 좋은 사람들하고만 소통할거야, 라고 나를 즐겨찾는 사람을 삭제한다니, 그건 지나치게 억압적이고 폭력적이지 않나? 그런 감정을 갖는거야 누가 뭐랄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걸 굳이 제도적 장치로 마련해줘야 하는걸까? 나는 이글루스에도 티스토리에도 네이버에도 즐겨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 모두에 다 나는 회원이 아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싸이트에 내가 즐겨찾기했다고 알리지 않는다. 내가 즐겨찾는 사람들에게 '내가 너를 즐겨찾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꼭 말해야 하나? 내가 북스피어 출판사의 글을 읽는다고 그들에게 말해야 하나? 이동진의 블로그에 간다고이동진한테 말해야 하나? 그리고 즐겨찾기한 사람만이 내 글을 읽을거라는 생각을 대체 어떻게 할 수가 있을까? 나는 내가 즐겨찾기 한 사람이 얼마 없다. 그러나 알라딘에 올려진 거의 모든 글을 읽는다. 그리고 예전부터 지금까지 내가 느끼기에 반대되는 생각이 있으면 나의 생각은 다르다고 댓글을 달았던 때도 있고 그냥 지나칠 때도 있었다. 나는 한 번도 '스팸댓글을 달 목적으로' 누군가를 즐겨찾기 한 적이 없다. 아무리 각자가 가진 생각이 다르다지만, 다른 사람들은 정말로 '악플을 달기위해 나를 즐겨찾기 한다'는 생각을 하는걸까? 정말 그런가?

 

즐겨찾기를 했든 하지 않았든 비공개로 쓰지 않은 다음에야 내 글은 누구나 와서 언제든 볼 수 있다. 몇 년전의 글들에도 가끔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있다. 알라딘이 아니라 어떤 경로로도 들어와서 우연히 내 글을 읽게 되는거다. 그 글은 내 글을 좋다고 말하는 글이기도 하고 내 글을 비판하는 글이기도 하다. 그들이 내 글을 비판하기 위해 내 글을 읽은게 아니다. 내 글을 읽었는데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는 그것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댓글을 다는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서도 또 직장에서도 나는 말을 한다. 그게 어떤 말이든 일단 내 입으로 내뱉은 이상 나는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내 말에 누군가 그건 잘못됐다고 말하면 그 자리에서 나는 그사람에게 입닥치라고 하지 않는다. 왜 내 말에 반박해? 너 싫어 앞으로 이 자리에 나오지마, 라고 말하지 않는다. 글도 마찬가지다. 내가 써놓은 글에 반대되는 댓글을 달았다고 해서 야, 너 오지마, 라고 하는건 지나치게 부당하지않나? 너 앞으로 내 글에 댓글 달지 못하도록 하겠어, 클릭. 이게.........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인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좋아하는 이야기들만 하고 살면 그 안에 오류가 숨어있고 잘못된게 있을 때 그것을 고칠 가능성을 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알라딘이 어떤 답을 할지 모르겠다. 알라딘 쪽에서는 싫어하는 사람을 차단하는 제도를 마련해주는 것이 옳다고 여길지도 모를일이다. 만약 그렇다고 해서 그런 장치를 마련한다면, 나는 정말 마음에 안들지만, 그렇다고 알라딘을 떠난다거나 하지는 않을것이다. 그렇지만 그 제도가 마련된다 한들, 나는 나를 즐겨찾기 한 사람이 그게 누구든, 그들을 삭제하지는 않을것이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면, 이 책에는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좋은 것들이 많이 기록되어져 있다. 나는 밑줄을 그었고 여동생에게 이 책을 줬다. 그 부분들 중에는 여전히 아이들을 때려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런 구절도 있었다.

 

맞아본 아이들은 분노를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다스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체벌은 아이들에게 극적으로 말해 준다.

"화가 나거나 불만스러울 때는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지 마. 때려. 부모들도 그렇게 하잖아."

거친 감정을 배출할 수 있는 세련된 출구를 찾아내는 독창성을 보여주지는 못할망정, 우리는 아이들에게 정글의 방식을 가르치고, 때려도 된다는 허가를 내주고 있는 셈이다.

손위 아이들이 동생들에게 손찌검을 하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부모들이 화를 낸다. 하지만 부모들이 어린아이들의 엉덩이를 때린 때, 손위 아이들이 그걸 보고 그와 똑같은 행동을 배운다는 사실을 깨닫지는 못한다. (pp.209-210)

 

 

교사의 체벌을 금지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교사를 무시하고 막나간다는 뉴스나 신문기사를 접할때마다 세상은 체벌을 허용하는 것이 더 바른 세상을 위해 나은 길임을 암시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폭력을 일상적으로 삼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자랐다. 그런데 갑자기 폭력이 안된다고 한다. 그 아이들에게 '이젠 어떻게 해도 우리를 때릴 수 없어'는 일종의 해방으로 느껴진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정말 안때리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기분을 주지 않았을까. 그들은 지금 폭력과 비폭력의 과도기쯤에 놓여있는게 아닐까. 맞지 않고 자란 아이들이 부모가 되면 그때부터 세상은 훨씬 나아져있지 않을까. 나는 문득 밑줄을 그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잘못은 역시 체벌을 함으로써 고쳐야한다고 말하는 어른들에게 이 부분을 꼭 들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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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2-06-09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화제의 서재글에서 제가 보기 싫은 알라디너의 글이 몇개가 있는데요.
그거 한 번 길게 써서 건의해볼까봐요.
제발 제가 보기 싫은 글 화제의 서재글에 나타나지 않게 해주세요. 아침부터 엄청 짜증나요.
제가 좋아하는 글만 알라딘 메인에 뜨게 해주세요.
그 정도도 안해준다면 인권침해로 고소할겁니다. 제가 아는 변호사들이 몇 있거든요.

다락방 2012-06-11 08:45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아는 변호사도 없어서 법적인 자문을 구할수도 없네요. 제가 인맥이 넓질 않아서 말입니다.
뽀가 알라딘에 글 쓰면 되잖아요. 그래서 화제글에 오르란 말예욧!! 네?

당고 2012-06-0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덧글이 하나도 없어서 덧글을 달아도 되나 싶지만...... 다락방 님의 이 글이 참 좋아요. 저도 같은 생각이고요. 알라딘 서재의 비로그인 덧글러로서도 그렇고, 비로그인 유저의 덧글을 막지 않은(그리고 악플을 삭제해본 적이 없는) 이글루스 유저로서도 그래요. 저는 우리가 윤리적으로 올바른 일을 선택할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바른 일을 하도록 자유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면 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지는 의미가 없지 않나요. 물론 비판적인 덧글을 다는 행위가 올바르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우리는 우리의 정신 건강을 보호할 권리가 있지만, 그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우리의 정신 건강을 지키는 건, 우리의 정신을 더 자유롭게 해줌으로써 가능할 수도 있거든요.
알라딘 유저도 아닌데 말이 많았네요. 죄송...... 이 글이 너무 좋아서 그만 :)

당고 2012-06-09 16:1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앗, 고심 끝에 덧글 달았더니 위에 이미 덧글이 달렸네요 ㅎㅎ 2분 차이로 ㅎㅎ

다락방 2012-06-11 08:49   좋아요 0 | URL
저 역시도 악플을 삭제해본 적이 없어요. 전 일단 그게 악플이라고 생각되면, 그 글을 단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분명 창피할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뭐, 아니어도 할 수 없지만. 당고님의 말씀이 잘 요약되어 정리되어 있네요. 윤리적으로 올바른 일을 선택할 자유는 우리가 가져야 한다, 는.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그건 본인에게 맡겨두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제도적 장치로 규제하고 강압한다니, 아니 대체 어떤 세상을 상상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무서운 생각이에요.

그런데 저 당고님이 글 좋다고 해주시니 무척 좋아요. 뭔가..인정받은 기분이야! 히힛. 당고님에게서는 어떤 프로의 냄새가 나서 말이죠, 그래서 지금 몹시 뿌듯해요. 훗.

가연 2012-06-09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런데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인가요? 나를 즐겨찾기 한 사람을 삭제한다는 것.. 제가 보기에 상대방이 나를 즐겨찾기를 하면 그 즐겨찾기목록을 내가 수정할 수 있다는 (상대방 목록인데도) 말처럼 보입니다만... 이건 기술적으로 힘들 것 같은데;; 댓글차단하는 것은 봤는데ㅎ 어쨌든.. 만약에 그런 게 가능하다면 문제가 될 부분은 그 분과 친해지고 싶..은 분들이려나요. 잠재적으로 친분을 맺고 싶어하는 분들을 차단하는 모습이 될 것 같기는 한데.. 악플의 의미가 어떤지는 개인마다 다르긴 하겠지만..ㅎ 가끔은 무플보다는 악플이 그리울 때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요, 풋. 물론 그냥 진짜 욕은 빼고. 음.. 친분 있는 분들만 댓글 남기다 보면 또 다른 사람 의견도 듣고 싶어지고 그럴 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다락방님의 말씀에 동의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이야기한다면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지요..ㅎ 게다가 그 글은 뭐랄까, 생각이 다른 댓글을 악플로 규정하는 듯한 느낌도 분명 들던데.. 그러나.. 한편으로는 ㅎㅎ 음.. 한편으로는 맘고생이 심하셔서 그런 글을 올린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댓글을 달때 약간의 경향성도 분명 있을 수 있으니..ㅎㅎ 예전에 저도 (문학제 비슷한 그런 사이트에서 활동할 쯤에) 괜스레 윗 댓글들이 주욱 비판하는 댓글이면 나도 비판해야지 하고 단점을 찾아서 비판한 적도 있으니..ㅎㅎ 아, 지금은 안그럽니다, 하하

이렇게 댓글을 달아두니 어쩌자는거야?? 싶기도 하네요, 푸핫. 위의 글들은 이해를 위해서 머리를 굴려본 것이고, (설령 이해가 불가능하더라도 시도는 해봐야될테니) 저 개인적으로는 뭐.. 그런 기능이 생기든 말든.. 싶지만, 굳이 지금껏 없었던 기능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겠나, 서재 규모가 네이버나 티스토리처럼 매우 큰 것도 아닌데.. 효율성이 없는 것 같다, 와 같은 생각에 더 무게를 싣게 되네요.

다락방 2012-06-11 10:44   좋아요 0 | URL
가연님과 제 생각이 일치하는데 말이죠, 순서는 좀 뒤바뀐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가연님은 그 분은 생각이 다른 댓글을 악플로 규정하는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맘고생이 심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거요. 저는 상처를 많이 받았나 보구나, 다음에 그러나 그것은 생각이 다른 댓글에 대해 상처 받는거잖아, 의 느낌이었어요.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제안을 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구요, 그렇다면 더더욱이 그분이 제시하는 의견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전에 제가 가연님께도 말씀드린 적 있지만, 글의 폭력이란건 표현으로만 나타나는건 아니거든요. 그 글이 조곤조곤 혹은 정중한 문체를 가지고 있어도 내용의 폭력은 분명히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정중한 표현을 썼다고 해서 그글이 폭력적이지 않은건 결코 아닌데, 이점에 대해서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무조건 거친 표현들만 비난하는 게 제게는 굉장히 부조리하게 느껴졌어요. 아, 이건 가연님의 댓글과는 전혀 상관없는데 쓰다가 제가 방향을 잃었네요. ㅎㅎ


알라딘은 인터넷서점이죠. 서재는 여기서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아무래도 책을 매개로 한 곳이니만큼 오픈되어 있는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밑에 달사르님도 말씀하셨지만 글쓰기부터 시작해서 즐찾공개까지 모든걸 자신의 선택에 맡기니까요. 여기에 갑자기 제약이 생겨버리면 알라딘커뮤니케이션이란 회사 자체가 추구하는 바가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보는 알라딘의 이미지에는 상당히 모순이 생겨버린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게 이 공간에서의 교류 자체에도 억압적으로 보이고 말입니다.


달사르 2012-06-09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에는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해요. 알라딘에서 즐겨찾기에 비밀기능을 일부러(!) 넣은 것은 알라디너에게 그런 자유를 좀더 많이 주고 싶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즐겨찾기 하는 사람을 오픈하고픈 사람도 있는 반면 굳이 여러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기도 하니까요. 저 같은 경우는 오픈하는 게 편합니다. 왜냐면 비로긴으로 들어와서 이웃들 글을 보고플 때 쉽게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또 다르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즐찾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구요.(저는 그런 다양한 방식이 알라딘에 존재한다는 자체로 알라딘에 호감을 가지기도 합니다)

음..제가 알라딘에 와서 정착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물론..맨 첫 이웃인 다락방님의 글이 좋기도 했지만(전, 언제까지나 다락방님 팬! 히히) 그 외에 알라딘 특유의 개인의 개성 존중이라는 부분이 좋았어요. 비밀댓글 선택 여부, 비로긴 댓글 선택 여부, 즐찾 공개 선택 여부. 이 모든 것을 개인에게 일임해서 개인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해주는 것. 이 부분에서 무척 자유스러움을 느꼈고, 다들 나름대로 이 자유를 만끽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어요. 최근의 사태들은 그 자유에 대한 책임이겠죠. 이 사태는 분명 시간이 흐를수록 현명한 방식으로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라딘 서재가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 알라딘 이웃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먼저 생각한다면 말이죠.

그러나 이 자유가 자유로 느껴지지 않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겠다, 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양하니까요. 이 자유가 침해로 느껴진다면 알라딘에 침해로 느껴진다, 건의를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분에게 제가 드리고픈 말은, 그렇게 하는 건의가 저 같은 사람에게는 도리어 (상대적인) 침해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생각은 다 상대적인 거니까요. 저는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식의 겉보기식 자유를 상당히 경계하는 주의입니다. 갇힌 새장에 살면서 갇힌 줄도 모르고 자유롭다, 생각하는 그 착각을 말이죠. 그래서 저도 제가 갇힌 새장에 있는 건 아닌지 매번 뒤돌아보면서 확인하려 노력하구요.

문제 제기하신 분이 알라딘에서 만든 이런 장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논의를 해서 만든 것인지, 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먼저 해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구요. 그리고 이 장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불편을 느끼는지 자유를 느끼는지에 대해서도 두루두루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세를 취한 후에, 자신의 불편함을 이야기했으면 싶습니다.

다락방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알라딘의 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알라딘을 떠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들을 삭제하지도 않을 것이다. 에 추천 하나 꾸욱.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다락방 2012-06-11 09:33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은 페이퍼만 잘 쓰는게 아니라 댓글도 엄청 잘 쓰네요. 댓글이 너무 근사해서 여러차례 읽었어요. 달사르님 멋지다. :)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불편함이 따른다면 그것에 대한 건의는 자연스러운거고 당연한거겠지요. 그러나 그 불편이 어디에서 오는것인가를 먼저 확인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뉴스레터 건에 대해서도 이미 뉴스레터로 보내지 않을 수 있는 장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뉴스레터에 실리지 않을 권리를 요구한게 시스템에 대한 사용지식이 부족한거였다면, 악플이라고 규정한 댓글이 달리지 않게끔 즐찾공개와 즐찾삭제를 요구한 것은 악플에 대한 본인의 기준부터 온라인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게 아닐까 싶어요. 나를 즐찾하는지 공개해라, 하는건 글쎄요, 전 "대체 왜?"라는 답밖에 나오질 않아요. 그러니 나를 즐찾한 사람을 내가 삭제할 수 있게 하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더욱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온라인이라는 개방적이고 오픈된 공간에서 오히려 더 안으로 안으로 숨어들려는 듯 보인달까요. 숨어들고 싶은거야 개인의 성향이겠지만, 그것이 달사르님 말씀대로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거라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죠.

Kitty 2012-06-09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좋아하는 이야기들만 하고 살면 그 안에 오류가 숨어있고 잘못된게 있을 때 그것을 고칠 가능성을 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 자신이 하는 이야기에 오류가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꿈에도 안하실지 모른다는 짐작을 해봐요. 이런저런 일을 보면서 아무리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comfort zone에 안주하지 말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많이 부대끼고 살면서 외골수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락방님 글은 참 좋군용!!!!!

다락방 2012-06-11 09:39   좋아요 0 | URL
키티님, 저도 사실은 그 생각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댓글은 페이퍼보다 오히려 그 사람을 더 잘 드러내주는 것 같아요. 일전에 이런 내용으로 하이드님도 페이퍼를 작성하셨듯이, 저도 하이드님이 그 페이퍼에서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 이백프로 공감했었습니다.
오류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댓글들이 악플로 느껴진게 아닐까 싶더라구요.
저 역시도 정신 똑바로 차리자, 다른 생각을 들을 자세를 유지하자,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되네요.

프레이야 2012-06-09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똑한 다락방님, 이래서 전 다락방님이 좋아요. 동감이에요.
저도 알라딘의 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떠나지 않을 거고, 누구도 삭제하지 않을 거에요.
'삭제'라는 말 클릭 한 번이면 되는 거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무서운 말이지 않나요. 그렇게까지 해야할까 싶네요.

다락방 2012-06-11 09:44   좋아요 0 | URL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걸 추구하려다가 외려 다른 사람들을 삭제한다는 무서운 장치를 원한다는게 제게는 꽤 부조리하게 느껴져요. 그 사랑은 대체 어떤 사랑일까요?

하하하하 그나저나 프레이야님, 똑똑한 다락방이라뇨! 꺄울 >.< 저는 안똑똑해서 똑똑하다는 말 들으면 완전 기분 좋아지는데 프레이야님한테 들었네요. 히히히히히

마노아 2012-06-1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이미 추천했다고 나오네요. 언제 두 번 눌렀지? 어제였나 그제였나. 다락방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브론테님이 댓글에서 잘 정리했다고 말한 게 떠올랐어요. 다락방님이 정리를 잘 해 주었네요. 뭔가 내 속이 좀 시원해지는 기분이에요. ^^

다락방 2012-06-11 09:45   좋아요 0 | URL
전 이 글을 써놓고 시원하지는 않았어요. 쓸 게 더 많았는데 그러면 너무 길어져서....저는 컴퓨터로 긴 글 읽는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제 글이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쓰다보면 막 말이 써져서..하아-


paviana 2012-06-10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팟으로 댓글 다는거 엄청 힘든데 다락방님 글이 너무 좋아서 안 들어올 수가 없네요. 좋은 글 감사해요. 다락방님 맘이 제 맘이네요. :)

다락방 2012-06-11 09:48   좋아요 0 | URL
파비아나님, 아이팟으로 댓글 다는거 엄청 힘들다는 건 제가 잘 알지요. 전 아이팟으로 알라딘 들어왔을 때는 댓글 달 생각도 못했어요. 그 과정이 너무나 험난하게 느껴지더라구요. 하핫. 그 힘든일을 몸소 해주신 파비아나님, 고맙습니다. 씨익 :)

라주미힌 2012-06-10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역시 글 잘 쓰세요...

paviana 2012-06-10 12:14   좋아요 0 | URL
ㅎㅎ 라주미힌님도 시원하게 잘 쓰시면서...

다락방 2012-06-11 09:48   좋아요 0 | URL
어머나. 라주미힌님도 참..부끄럽게.. ( ")

레와 2012-06-11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쁜와중에도 자폭하고 싶은 페이퍼와 댓글들을 수두룩 남길려다 말았어요.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글을 남겨야 된다는 생각은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은 부러질것 같아요.

후아.


무튼 다락방, *^^*

다락방 2012-06-11 10:29   좋아요 0 | URL
레와님, 안녕? 히히.
:)

별족 2012-06-1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실 군가산점 논쟁을 구경했었기 때문에, 뭘 이런 걸 폭력적이라고, 상처받았다고, 상처받았을 거라고, 사랑이 없는 글이라고 하는 거야, 그랬어요.
그리고 댓글 삭제 당하면서, 어, 내가 쓰는 댓글에 무슨 비난이나 비꼬는 뉘앙스가 있나?라고 생각했어요. 친절하게 글 쓰려고 엄청 노력하는데. ^^

다락방 2012-06-11 15:44   좋아요 0 | URL
상처는 주는 쪽은 몰라도 받는쪽은 민감한 사안이라 내 말이 내가 생각하기에는 거칠지 않아도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상처 받는다고 생각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내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이라면 일단 기분 나쁘고 시작하는거라 상대의 의견을 제대로 듣는데에는 좀 무리가 따르는 것 같다는게 제가 여러차례 논쟁을 지켜보면서 생각한 겁니다.
거친 단어를 선택하지 않는것, 표현을 부드럽게 하는 것은 논쟁에서도 분명 필요하죠. 그러나 그것들만이 폭력은 아니죠. 분명 저는 내용상의 폭력이 더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자, 는 것이 아닙니다.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되 그 안에 편견과 비아냥, 집단과 다수에 대한 몰상식한 비약들이 들어있다면, 그건 분명 내용상의 폭력이죠.

그래도 댓글 삭제는 좀 놀라운 반응이었어요. 내 공간에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글이 보여서는 안돼, 라는 마인드인걸까요? 당황스러움을 많이 느끼네요, 요즘은.

건조기후 2012-06-1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론 즐찾공개가 저렇게까지 중요한 문제일까 싶어서 의아하고.. 불특정다수에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자기가 원하는 사람으로 특정지으려고 하는 저 이기적인 모순이 놀라워요. 다른 곳에 비공개까페같은 걸 만들어서 알콩달콩 지내시면 될텐데 굳이 여기서 왜 저러시는지.

즐찾공개는 하든 말든 내 맘인데 알라딘에서 일률적으로 통제하려고 든다면 가끔이나마 하던 서재질도 예전만큼 즐겁지는 않을 것 같아요. 내가 공개하는 것과 공개당하는 것은 다른 문제잖아요. 하여간 지금까지 "진화"해온 독특한 사고체계를 지켜보는 건 나름 흥미-_-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선택권까지 침범하려 드는 모습은 정말 보기 싫고 불쾌해요.

다락방 2012-06-12 10:31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 그런데 그 이기적인 모순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것 같아요. 그런 건의를 하기에 앞서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한 것 같은데요, '불특정다수에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커뮤니티'라는 것에 대해서 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저 역시도 공개를 하든 안하든 그게 제 마음이고 제 선택인데 그걸 알라딘에서 이렇게 하라, 고 통제한다면 정말 화날 것 같아요. 아니 대체 본인의 이기적인 (그러나 사랑이라고 표현되는) 생활을 위해서 왜 다른 사람들의 선택이 규제받아야 되는걸까요. 자유를 달라고 부르짖지는 못할망정 이 자유를 없애달라는 요구라니. 전 화나기에 앞서 당황스러웠어요. 이런걸 정말 요구하는건가, 하고 말이지요. 게다가 본인의 의견과는 반대되는 의견의 추천이 많으면 그게 순수한 추천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도 당혹스러웠구요. 정말 한 명이서 여러번 추천한다고 생각하는걸까요?

오픈된 공간에 와서 이걸 제약해다오, 라고 말하지 말고 소규모 모임이 가능한 곳에 가서 그쪽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되네요. 그런 글쓰기와 그런 교류를 원한다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