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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평점 :
나는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데 대체 왜 안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수 없었다. 단순히 취향이라고 말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가 왜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지 아주 명확하게 깨달았다.
나는 다른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일상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싶고 알고싶지만 '나는 이렇다'의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것이었다. 만약 말하고자 하는 바를 소설의 주인공이나 조연들을 내세워 들려준다면 나는 거기에 공감하고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있고 이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노라면 공감이 잘 되지를 않는것이다. 심지어 그건 좀 아닌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혹여라도 '이것이 맞다'고 조금이라도 강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확 거부반응이 드는 것이다.
목수정의 이 책에서, 나는 그녀가 프랑스에서 느끼는 그 모든 자유와 찬탄에 대해서도 같이 찬탄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육아에 대해서는 어느 부분에서는 거부반응이 들었다. 그녀가 일을 시작하고 또 그만두는 과정에 대해서는 '내'가 쓰는 '나의 이야기'는 순전히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서만의 이야기라는 한계를 포함하고 있는 이상 철저히 자신위주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말하는 정치와 문화 또 정당의 문제제기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녀가 '내가 옳다'고 강제한게 아니란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여러가지 면에서'그녀가 옳은걸까? 정말 그런걸까?'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되고, 그래서 이 책은 재미없다.
목수정을 만나는건 경향신문의 칼럼으로만 만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