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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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데 대체 왜 안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수 없었다. 단순히 취향이라고 말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가 왜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지 아주 명확하게 깨달았다.

 

나는 다른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일상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싶고 알고싶지만 '나는 이렇다'의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것이었다. 만약 말하고자 하는 바를 소설의 주인공이나 조연들을 내세워 들려준다면 나는 거기에 공감하고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있고 이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노라면 공감이 잘 되지를 않는것이다. 심지어 그건 좀 아닌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혹여라도 '이것이 맞다'고 조금이라도 강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확 거부반응이 드는 것이다.

 

목수정의 이 책에서, 나는 그녀가 프랑스에서 느끼는 그 모든 자유와 찬탄에 대해서도 같이 찬탄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육아에 대해서는 어느 부분에서는 거부반응이 들었다. 그녀가 일을 시작하고 또 그만두는 과정에 대해서는 '내'가 쓰는 '나의 이야기'는 순전히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서만의 이야기라는 한계를 포함하고 있는 이상 철저히 자신위주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말하는 정치와 문화 또 정당의 문제제기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녀가 '내가 옳다'고 강제한게 아니란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여러가지 면에서'그녀가 옳은걸까? 정말 그런걸까?'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되고, 그래서 이 책은 재미없다.

 

목수정을 만나는건 경향신문의 칼럼으로만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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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2-04-15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런거죠. 비판적 시각으로 읽어내시는 게 바람직(?)하다고 사료되옵니다.

다락방 2012-04-15 23:59   좋아요 0 | URL
딱히 비판적이 되려고 했던건 아닌데 제가 너무 고집이 세서 그런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핫;;

일요일 밤이네요 라일라님. 상큼한 월요일 보낼수있게 좋은꿈꿔요! :)

푸른바다 2012-04-16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설적인 표현보단 은유적이고 우화적인 것을 좋아하시는 군요! 다락방님이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

다락방 2012-04-16 09:06   좋아요 0 | URL
아, 그런걸까요? 저는 제가 직설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것은 직설적이지 않은것인가 보군요. 흐음. 저는..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게 책이든 블로그의 글이든 영 별로더라구요.

네꼬 2012-04-16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 나 다락님 너무 좋아.

네꼬 2012-04-16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러니까 다락님아, 나 진짜 좋다고, 다락님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본 다음에 이 리뷰 썼어요? 응?)

다락방 2012-04-16 09:07   좋아요 0 | URL
오, 네꼬님도 이 책 읽었어요? 네꼬님도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하하하. 나도 네꼬님이 좋아요. 알죠? 네꼬님은 내가 알아본 멋진 여자! 히히

Arch 2012-04-16 13:28   좋아요 0 | URL
칫~(괜히 질투한다.ㅋㅋ)

책 읽을 때는 와와, 너무 좋다 이랬는데 곱씹어보면 다락방 말대로 뭔가 마뜩치 않는 부분들이 있었어요.(귀 얇은 아치) 언뜻 생각나기론 아기가 기저귀를 가는걸 부끄러워한다고 좀 과할 정도로 예쁘다고 하는 부분. 그게 또 왜 그렇냐고 물으면 잘 설명할 재간은 없지만 좀 그랬어요.

다락방 2012-04-16 13:36   좋아요 0 | URL
아치, 나도 그 부분이 좀 그랬어요. 목수정의 말이 틀린건 아닌데 이사람 저사람 물어봐가며 니가 우리애한테 부끄러움을 가르쳤냐고 묻는게 좀..그리고 자기 아이 먹을 유기농 간식만 싸들려 보내는것도 참...도무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처음엔 급식도 안먹게 했었는데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간식만 싸들려 보낸다고...그게 어느정도 사회생활에서 적응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때 그러니까 자신이 처신할 수 있는 상황이 됐을때, 나는 유기농만 먹겠어 하고 자기가 싸가는게 아니라, 너는 유기농 간식을 먹어야 해, 라고 해서 그 공동체 속에 혼자 보내는게 저는 오히려 더 폭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유기농을 먹는것'은 자신의 선택이고 또 좋다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어린이집에서 내 아이 혼자 먹을 유기농 간식을 싸들려 보내는 것'은 전 좀...뭔가 어긋나 보였어요.

Arch 2012-04-16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오늘 보니 다락방은 천재!!!!!!(턴님 서재 보고 따라함)

다락방 2012-04-16 17:56   좋아요 0 | URL
아니...그게 왜 천재야 ㅋㅋㅋㅋㅋ
봄이에요, 아치. 이 봄에 아치, 좋은 사람들 만나서 즐겁게 지내도록해요! 히죽히죽. ^_____^

이진 2012-04-1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세이 신간평가단으로 화...활동하고는 있지만 에세이가 좋지 않아요.
에세이를 읽는다는 건 힘들어요. 이질감이 든달까? 남이 살아온 인생을, 다녀온 여행기를 읽고 제가 대체 무슨 재미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건지 ....하

다락방 2012-04-17 13:20   좋아요 0 | URL
아, 소이진님도 그렇군요. 저도 다른 사람이 여행한 이야기를 읽으면 딱히 재미도 없고 얻는것도 없더라구요. 소이진님, 그래도 우리에겐 소설이 있잖습니까! 소설 짱!! ㅎㅎ

jdclub 2015-11-2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굉장히 공감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