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000 킬로미터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마누엘레 피오르 지음, 김희진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결국은 너에게 닿기 위해 나는 그들을 보냈던걸까, 그들로부터 떠나온걸까. 여기에서 저기로 또 저기에서 다시 여기로 내가 머무르지 못하고 떠나온 것은 너를 만나기 위함이었을까. 내가 만났던 그 사람들로부터 내가 떠나온 그 장소들로부터 또 내가 떠나온 그 시간들로부터 내가 얻게 된 것은 결국엔 나에게 주어져야 했던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 너를 만났다는 것은 나에게 운명적으로 맺어진 것은 너라는 것을 뜻하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너와 한없이 영원토록 함께 할 수 있을까. 결국은 언제고 또 너를 떠나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 다른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을까. 나에게 정착은 가능할까. 정착은 너에게 가능할까.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멈춰서서 더이상 어딘가로 가는것을, 다른 사람에게로 가는 것을 멈출 수 있을까. 멈추면 우리는 행복할까? 떠나면 행복할까?  더이상 행복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우리는 떠나고, 또 더이상 행복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때쯤 우리는 돌아오는 걸까.


나를 봐주기를 그렇게 원했건만  이제는 나를 보지 말라고 말하게 되네. 이렇게 만든건 시간일까 공간일까.


이곳에서 우린 영원한 이방인이야. 또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도 우릴 이방인으로 보겠지. 우리는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우리는 유배자, 방황하는 영혼일 뿐이야. 피에로, 올바른 선택을 하게나. 아직 할 수 있을 때 말일세. (p.107)


꽃 피는 봄이라고 모두 미소짓기만 하는건 아닌것처럼 연둣빛과 노란빛과 핑크빛이 가득한 그림들이라고 해도 그 이야기들조차 그 빛깔인 건 아니야. 이제 나는 그걸 알아. 이 책을 보고 그걸 알아. 그래서 가슴이 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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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03-1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책이 있단 말입니까!!! (절규 ㅠ_ㅠ)
역시나 다락방님의 지름은 강력합니다. ^^ 가슴이 시리다니 흑. 약간 두려워지지만 그렇다고 읽지 않을 수 없지요. 알라딘 평에 보니깐 그림도 참 좋다고 되어있네요. 보관함으로. ^^

다락방 2012-03-14 10:30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문나잇님. 이 책 정말 좋아요. 저는 만화책이라서 읽자마자 팔아버려야지, 라는 생각으로 샀는데 다 읽고 나니 팔 수 없는 책이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책장 한 구석을 기꺼이 내어줄 것이며 가끔 꺼내서 물끄러미 들여다보기도 할 거에요. 하아-

달사르 2012-03-13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이 책 장바구니에 들어앉은 지가 벌써 한 달째! ㅎㅎ 다락방님의 리뷰를 보니 내일은 반드시 지름신을 불러와야겠어요. 불끈!

그나저나 다락방님은 이제 시인이 되신거 같습니다. 오늘 포스팅, 너무 좋습니다. 감성적이면서도 뿌리가 깊은 그 무언가가 느껴져요. ^^

다락방 2012-03-14 10:29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은 이미 알고 계신 책이었군요. 이 책의 존재를 알고 계신거였어요!!
읽는 내내 얼마나 가슴이 스산한지 몰라요. 아, 정말 좋아요, 달사르님. 이 책에 대해서라면 지름신을 물리치지마세요. 하아-

전 이 책 읽자마자 완전 다다다닥 이 글을 썼는데요, 너무 감성에 쩔어있을 때 썼나봐요. 다시 읽어보니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글인것 같아요. orz

blanca 2012-03-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단 말이에요..

다락방 2012-03-14 10:27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블랑카님 이 책 보시면 정말 좋아하실거에요, 정말요. 후회 안하실거에요. 불끈!

웽스북스 2012-03-14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이 책 보셨군요! 전 2011년의 마지막 책이었는데. ㅎㅎㅎ

다락방 2012-03-14 10:27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웬디양님은 이 책 어땠어요? 아...전 정말 좋았어요. 흑흑

dreamout 2012-03-1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

다락방 2012-03-16 10:58   좋아요 0 | URL
이 책 좋았어요, 드림아웃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