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혹 내가 보는 주간지라든가 내가 구독하는 신문에서 영화나 책의 소식을 접하는데, 신문의 북섹션은 물론이고 가끔은 신문의 영화 리뷰로도 다음에 볼 영화를 정하기도 한다. 오늘자 경향신문은 영화 『사라의 열쇠』에 대한 '백승찬 기자'의 리뷰를 실었다. 나는 『사라의 열쇠』에 대한 책은 브론테님의 페이퍼에서, 그리고 영화에 대한 건 초록비님의 페이퍼로 이미 알고 있던터라 물론 보아야지 했었더랬다. 책은 이미 주문한 상태였고 오늘 배송된다. 그리고 영화는 개봉하면 봐야지 했었는데, 오늘 실린 리뷰를 보니 오, 11일(오늘) 개봉이란다. 하아- 나는 당장 토요일걸로 예매했는데, 나로 하여금 흥분해서 이 영화를 예매하게 만든건 백승찬 기자의 리뷰중, 이런 부분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불편한 기억일수록 햇빛 아래 또렷이 드러내야 합니다.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시간의 파괴력, 망각의 힘에 끝까지 저항해야 합니다. 오늘 일어난 나쁜 일은 대개 옛날에도 한 번은 일어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 8월 11일자, 18면, 백승찬 기자의 영화는 묻는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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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읽다가 나는 사라의 열쇠가 어떤 열쇠인지 알게되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감동할 준비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주연은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흑흑 ㅠㅠ 안 볼 수가 없잖아. 나는 이 영화가 어쩌면 『인 어 베러월드』를 이길지 않을까도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아, 설레인다 정말.
알라딘의 책소개.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프랑스 작가' 타티아나 드 로즈네의 대표작. 2차 대전 중 일어났던 '벨디브 사건'을 소재로 역사적 비극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고 감동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영화로도 제작된 이 작품은 질스 파켓 브레너가 감독하고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와 멜루 신 메이얀스가 주연을 맡아 제23회 도쿄 영화제 감독상과 관객상을 거머쥐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광기의 한순간을 소재로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죽음의 칼날을 들이민 폭력의 순간은 인류 역사 속에 언제나 있어왔다. 지금도 지구 한쪽에선 그런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그토록 잔인한 '벨디브 작전'에 붙인 암호명이 '봄바람 작전'이었다는 아이러니는, 인류의 광기와 잔인함을 더욱 명징하게 보여준다.
소설은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사라의 이야기와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줄리아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어쩌면 프랑스 역사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미국인 줄리아는 프랑스인들조차 외면하고 싶어하는 불편한 진실을 추적해간다.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용기를 내어 진실과 마주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나'와 무관한 역사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 속에 살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는 단지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나는 오늘 있을 회식보다, 이 영화를 보게 될 시간을 기대하고, 기다린다.
지난 일요일,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을 시청했는데, 와, 엄청 좋았다. 나는 원래 이 드라마를 좀 애정하긴 하지만, 그날의 에피소드는 특히 더, 처음부터 끝까지 좋았다. 눈이 멀어가는 엄마의 수발을 들지 않겠다고 큰 딸이 소리를 지르는데, 사실 그녀에게 못됐다 라고 함부로 내뱉을 수가 없더라.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걸 엄마가 들었다는 걸 안 순간, 그녀의 기분은 어땠을까. 아니나 다를까 훌쩍 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나의 엄마는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고 있었다. 어이쿠야. 나는 엄마의 궁둥이를 두들겨줬다.
김현주가 녹음해준 이별에 관한 시도 좋앟는데, 그 시가 무엇인지 대체 알 수가 없다. 한 구절이라도 생각나면 구글링이라도 해볼텐데, 젠장 어떻게 된게 '좋다'라고 느꼈던 것만 기억나고 구절은 하나도 생각이 안날까. 그리고서는 송편이 회사를 떠나기 전 모든 직원들에게 메모를 남겼다는 건 좀 뭔가 오버스럽지만-이건 너무 순정만화 같고 하이틴 무비 스럽잖아-, 김현주의 사무실 테이블에 김현주가 좋아하는 막대사탕을 한 통 올려둔 것도 좋았고, 연필을 여러자루 깎아 둔 것도 무척 좋았다. 보다말고 나는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연필 깎아주는 남자랑 결혼할 거에요.
며칠 뒤, 친구는 나에게 연필을 선물로 보내왔다.
총 열두자루가 들어있는 한 다스였다. 하하하하. 완전 센스작렬. 연필이라니, 연필이라뇨! 센스에 눈물난다, 진짜. 연필 선물은 진짜 근사한 것 같다. 하아- 연필 선물하는 친구를 둔, 연필 받는 여자라니. 하아. 멋지다.
이 책을 다 읽었다. 어젯밤 열한시 이십분, 나는 이 책의 끝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소설은 내가 원하는 모든것들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이 책을 읽으며 생각난 친구들에게 저격 추천을 해보자면,
브론테님, 이제 좀 코맥 매카시를 읽어주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이 책으로 시작하면 더 좋을것 같아요.
뷰리풀말미잘님, 『로드』와 『검은꽃』을 좋아했잖아요. 그렇다면 이 소설은 완전할겁니다. 심지어 말미잘님이 좋아하는 말(horse)이 나온다구요, 말이! 쿵덕쿵덕!
쥬드님, 396페이지부터 소년이 스스로 옳지 못했던 것 같다고, 괴롭다고 고백하는 그 마음을, 쥬드님은 알아봐 줄 거라고 믿어요. 우리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의 좋은 부분에 대해 얘기했던 그 느낌을, 이 책에서 또 받을 수 있을거에요.
턴레프트님, 이 소설은 문장 뿐만 아니라 이야기로서도 완벽해요. 날 믿고 읽어봐요. 내가 사줄까요?
아, 설렁설렁 쓰려고 했는데 너무 열중해서 페이퍼를 썼다. 힘드네. 이젠 일 좀 해야겠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