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성장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성장은 강요로 되지는 않는 일이고, 또 성장을 바라지 않는다면 그 역시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 그러나 적어도 나는, 성장하고 싶다. 지금의 내가 십년전의 나보다는 훨씬 괜찮은 어른이기를 바라고,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는 무언가 하나 더 자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실수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실수를 했다면, 반성을 하고, 그래서 다시는 그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성장하고 싶다, 늘.
그래서, 『반성』을 읽은 건 아니지만. ( '')
반성99
집을 나서는데 옆집 새댁이 또 층계를 쓸고 있다.
다음엔 꼭 제가 한번 쓸겠습니다.
괜찮아요, 집에 있는 사람이 쓸어야지요.
그럼 난 집에 없는 사람인가?
나는 늘 집에만 처박혀 있는 실업잔데
나는 문득 집에조차 없는 사람 같다.
나는 없어져 버렸다.
시집 한권이 통째로 반성들로 가득차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재미있거나 혹은 아주 씁쓸하거나 할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역시 시집 한권의 모든 시가 다 좋기는 힘든 노릇인가보다. 가수들의 앨범도 그렇지 않은가. 모든 노래가 다 좋을수는 없는 법. 그러나 한권에 좋지도 않은 시까지 포함하여 그토록 많은 시들이 존재하는 건, 내게는 좋지 않은 시들중 어떤 것들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반성 99를 좋아하면 옆집 사는 철수는 반성97을 읽으며 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노릇.
그러나 반성 100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지 않을까.
반성 100
연탄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 장이지? 금방이겠다, 머.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딸을 낳으면 이 얘기를 해 주리라.
니들은 두 장씩 날러
연탄장수 아저씨가 네 장씩 나르며 얘기했다.
초등학교 시절(그때는 물론 국민학교라 칭했지만)우리 집도 연탄이 필요한 집이었다. 그때 다른집들도 그랬던가, 그건 모르겠다. 아마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안그랬겠지. 부잣집들도 아니었을까? 그런건 잘 모르겠고, 그래서 나는 연탄까스를 두어번 마셨더랬다. 한번은 정신을 차릴정도로, 그리고 한번은 기절할 정도로. 나는 기절했었고, 119를 불렀고, 그 날, 당연히 학교에 가지 못했다. 정신을 차린 내게 동치미 국물을 떠 먹이던 엄마와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쨌든 나는 무사했고, 이렇게 살아있다. 문득, 오늘 아침에 엄마가 내게 한 말이 생각난다. 엄마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뻥치지마.
반성 83
예비군 편성 및 훈련 기피자 자수 기간이라고 쓴
자막이 화면에 나온다.
나는 훈련을 기피한 적이 없는데도
괜히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내가 무슨 잘못을 또 저질렀을지도 모른다고
어제나 그저께의 일들을 생각해 본다.
나 같은 놈을 예비해 두어서 무얼 하겠다고
어김없이 예비군 통지서는 또 날아오는가.
후줄그레한 개구리옷을 입고
연탄불이나 갈고 있는 나 같은 놈을.
나는 문득 자수하고 싶다.
뭔가를 자수하고 싶다.
하아- 나는 예비군 훈련을 받는것도 아닌데 어쩐지 자수하고 싶어지잖아. 하아- 이건..내 성격의 문제인가. 후-
다른 사람의 반성을 읽고 내 반성 하기.
어제 하루종일 일 보다는 멍때리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을 반성합니다. 오늘은 일 좀 할게요. ( '')
어제 오리고기 먹고나서 냉면까지 먹은 것을 반성합니다. 다음부터 냉면은 생략할게요.
그렇지만 어제 술 취하고 나서도 나는 아무에게도 술주정을 하지 않았어요. 이건 정말 멋지지 않아요? 나는 좀처럼 술주정을 하지 않아요.
엊그제 밤 열한시 이십분, 코맥 매카시를 읽고 있는데, 코맥 매카시가 너무 좋은거다. 난 좋은건 좋다고 너무 말하고 싶은데, 그런데 밤 열한시 이십분, 그때 코맥 매카시가 너무 좋으면 누구한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뜬금없이 문자메세지로 혹은 전화로,
나는 코맥 매카시가 좋아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밤 열한시 이십분에 코맥 매카시가 좋을때, 그럴때는 대체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걸까. 나는 별로 이를 악물고 참고 싶지는 않은데.
어제 퇴근길에 나는 검정치마 보다는 코맥 매카시가 좋다고 생각했다. 뭐, 누가 이런거 비교하라고 한건 아니지만. 검정치마를 듣다가 흐음, 코맥 매카시를 읽겠어, 라고 생각하고 지하철안에서 음악을 끄고 다시 책을 펼쳤으니까. 오늘 아침에는 한강을 봤다. 그냥 봤다.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