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으로 가는 기차안에서 나는 '코맥 매카시'의 『모두 다 예쁜 말들』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몇장 읽지도 못하고 자버리긴 했지만, 앞의 몇장에서 나는 그만 기분이 좋아져버리고 말았다. 주인공 소년이 스페인어를 하는 장면이었다. 괄호안의 스페인어에 대한 해석도 책속에 다 나와있는 것. 혹시나 내가 해석한줄 알까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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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를 켜 놓아서 고마워요. 그가 말했다.
코모? (뭐라고?)
라 칸델라. 라 벨라. (촛불 말예요. 초.)
노 푸이 요. (내가 켠 게 아니야.)
라 세뇨라? (엄마가?)
클라로. (그럼.)
야 세 레반토? (벌써 일어났단 말이에요?)
안테스 케 요. (나보다 먼저 일어났는걸.)
그는 커피를 마셨다. 햇살이 막 점점이 흩어지는데 아르투로가 집을 향해 걸어왔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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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너무 좋다. 영어로 말하다가 자연스레 스페인어로 말하는 소년, 어찌나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나는 이 스페인어 부분을 읽는 기차안에서 행복해지기까지 했다. 좋아. 예뻐. 나는 외국어를 말할 줄 아는 이성이 꽤 근사하게 느껴진다. 아, 물론 동성도 그렇다. 외국어로 대화를 할 수 있고 외국어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그 모든 사람들은 얼마나 멋진가! 이 책속의 열여섯 밖에 안 된 소년이 외국어로 대화를 하다니! 그러고보니 나는 맷 데이먼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가 영화 본 시리즈에서 여러가지 외국어를 구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속에서 스페인어도, 독일어도, 러시아어도 했다. 완전 짱멋져! 감동. 반했습니다. ㅠㅠ 아, 젠장, 내가 이렇게 외국어 능력에 반하는 여자사람으로 성장할 줄 알았더라면, 나도 대학때 전공을 외국어로 선택할걸...왜 나는 그런 전공을 선택해서 대체 왜 이런 삶을 사는걸까... 후아-
이 책을 아직 몇장 읽지 않았는데, 나는 코맥 매카시가 써놓은 대화들에서, 어쩔 수 없이 이 책도 좋아할 수 밖에 없겠구나, 라고 생각을 했다. 역시 내가 그의 소설을 더 읽어보기로 한건 잘한 선택이었다. 이런 대화들을 읽으면서, 대체 어떻게 그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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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불안했던 적 없어? 롤린스가 물었다.
무엇 때문에?
글쎄. 그냥 아무 일 때문에라도. 괜히 마음이 불안한 거 있잖아.
몇 번 있었지. 내가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있을 때면 불안해지지. 누구나 다 그렇잖아.
마음이 불안한데 그 이유를 모른다면, 그건 자기가 있지 말아야 할 장소에 있는데도 그걸 모르고 있다는 뜻이야?
뭘 잘못 먹었어? 왜 그래?
모르겠어. 그냥. 노래나 불러야겠다.
롤린스는 정말 그리했다. 노래를 불렀다. 날 그리워하실 건가요, 날 그리워하실 건가요. 내가 떠나면 날 그리워하실 건가요?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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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불안했던 때를 떠올려 보았다. 놀랍게도, 존의 말이 맞았다. 그때의 나는 내가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있어야 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같이 있으면 안되는 사람과 같이 있었다면, 그곳은 내가 있지 말아야 할 곳이니까.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고 있었다면, 그곳은 내가 있지 말아야 할 곳이니까. 열여섯의 소년, 외국어를 말할줄 아는 소년, 그가 내 마음의 불안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불안의 이유를 알다니, 그는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나는 이 책을 읽기전 이 책 제목의 '말들'이 words 인줄 알았는데 horses 였다. 100쪽까지 읽은 현재, 나는 그의 소설 제목 모두가 words 를 말하고 있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점을 찾을 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써놓는 그 모든 대화들, 그것들만 보면 나는 그의 소설을 원서로 읽는 일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곤 생각한다.
대전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면서, 역 안의 편의점을 바깥에서 구경했다. 거기엔 잡지들 몇권이 진열되어 있었다.
앗! 저 여자는! 로지 헌팅턴 휘틀리!! 꺅!! 나의 연적(戀敵)!!살까? 사볼까? 어쩌지? 그렇게 어쩌지를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기차는 도착했고, 나는 정종을 마시고 몹시 피곤했던 터라 기차에 타자마자 잤다. 서울역까지 쭉.
그런데 맥심 코리아에서 로지 헌팅턴 휘틀리를 봤기 때문일까. 나는 어젯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꿈을 꿨는데, 아 글쎄, 재이슨 스태덤이 나온거다. 으악. 꺅. 왜왜왜왜왜왜왜왜? 그리고 나는 그와 대화를 했다.
로지 헌팅턴 휘틀리랑 사귄다면서요?
아니.
다 봤어요. 둘이 데이트 하는 사진이요.
아니야.
안 사귄다구요?
사귀었었어.
지금은 아니에요?
응. 헤어졌어.
언제..요? 나 그사진 본지 얼마 안되는데?
이틀전에.
이틀전에 로지 헌팅턴 휘틀리와 재이슨 스태덤은 헤어졌다. 물론, 나의 꿈속에서. 윽. 나는 그가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쁠 줄 알았는데, 행복할 줄 알았는데, 나는 꿈속에서도 그랬고 꿈을 깨고나서도 그다지 행복하질 않았다. 흐음..안행복하네..
그런데 꿈속에서 재이슨 스태덤과 나는 한국어로 대화했을까? 영어로 대화했을까? 대체 어떤 말들로 그와 대화를 한걸까? 현실의 나라면 저런 대화를 영어로 할 능력이 안되는데? 그렇다면 재이슨 스태덤이 한국어를 ... 말한걸까? 아니면 나는 한국어로 그는 영어로 한걸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분명 저 말들을 우리는 주고 받았는데, 그런데 어떤 언어였는지를 기억할 수가 없네..
어제였나 그제였나, 알라딘에서는 생일을 축하한다며 이천원짜리 쿠폰을 나의 계정에 넣어줬다. 나 알라딘 생활 몇년만에 이런일은 처음..오, 알라딘아, 너 왜이렇게 귀엽니!! 물론 16일까지인가로 사용시간이 정해져있긴 하지만, 하하하하, 귀여워..생일 축하한다고 이천원쿠폰을 주다니... 하하하하. 알라딘아, 내가 그 이천원 쿠폰 기간내에 꼭 쓰도록 할게. 니가 내게 준건 이천원쿠폰 이지만 나는 오만원 이상을 쓰도록 할게. 하하하하.
그나저나 알라딘 로또는 미친듯이 해대는데 스타벅스 커피한잔 당첨이 안되는구나.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