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의 추억
알라딘을 어떻게 처음 알게 됐는지 쓰다보니까 구질구질 길어져서 그냥 바로 첫구매의 추억으로 패쓰해보자면, 나는 내가 언제쯤 첫 구매를 했는지 완전 기억이 안나는 거였다. 어쨌든 그래서 나의 계정을 들어가보니 첫구매는 2003년 10월 17일 이었고 총 결재금액은 52,160원 이었으며, 리스트에 포함된 책은 다음과 같다.






저 책들은 사두고 다 읽었는데, 『파리가 잡은 범인』이란 책을 보니 새삼 웃기다. 저 책이 웃기다는게 아니라 소설들과 에세이들 사이로 혼자 '튀게' 들어가 있는 것 같달까. 그 당시 CSI 를 즐겨보시던 타 블로거 때문에 알게 된 책인데, 책 소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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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곤충학(forensic entomology)은 2002년 가을, 5명의 '개구리 소년'의 유골이 발견된 사건에서 심심찮게 언급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진 분야다. 세계에 몇 되지 않는 법곤충학자 중 한 사람이 쓴 이 책은 여러 예를 들어 법곤충학을 설명한 개론서. 일반인이나 전문가 모두를 대상으로 한 책이다.
법곤충학이란 곤충학을 이용하여 살인 사건 등에 유용한 자료를 얻어내는 일. 법곤충학자는 곤충망과 작은 병을 들고 시신에서 곤충을 채집한다. 그리고 그 곤충들의 종류, 성장 단계, 크기를 조사하여 시신의 사망시각을 추정하는 등의 일을 한다.
지은이는 법곤충학으로 미궁에 빠질 뻔한 살인사건에 도움을 준 여러 예를 군데군데 제시하며 법곤충학의 유용성을 설파한다. 구더기의 종류로 살인의 장소를 알아낸 경우, 특별히 크게 자란 곤충 덕분에 사망자가 코카인을 흡입했음을 알아낸 경우 등 흥미롭기만 하다.
미국과 캐나다를 통틀어 법곤충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15명 정도라니, 아직은 턱없이 생소한 분야. 그러나 호기심이 동한다면 읽어볼 만하다.
하지만 몇몇 예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아주 전문적인 법곤충학의 내용이 설명되고 있는 학문 개론서에 가깝기 때문에, 호기심만 가지고 읽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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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법 곤충학 책도 읽는 여자. --V
휘성의 2집앨범이라니, 저거 내가 들을라고 산건가.. 음.. 그런것도 같다.
사실 알라딘을 알기 전에는 영풍문고에서 주문하거나(이건 몇번 안된다) 직접 서점에 나가서 책을 샀었다. 그러나 그 책들을 몇권 안된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또 그로부터도 한참 지나고 나서부터야 비로소 책 '구매'가 시작됐으니까. 그전까지는 동네 책 대여점에서 빌려 읽었었다.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도, 『양을 쫓는 모험』도,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도, 엘리자베스 게이지의 모든 소설들도 다 책 대여점에서 빌려읽었었다. 시드니 셀던의 소설들도, 공지영의 소설들도, 대체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안나는 『모딜리아니 스캔들』이란 제목의 책도 다 빌려 읽었더랬다. 내가 내 돈 주고 책을 사서 본다는 것은 내게 꽤 늦게 일어난 일인데 -사실 나는 모든게 다 늦다-, 알라딘을 시작한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보는게 맞을거다. 나는 게다가 꽤 충성스런 사람이라 알라딘 말고는 다른데는 가지도 않고 가격 비교도 안한다. ㅎㅎ 남들이 더 싸다고 다른데 알려줘도 안간다. 귀찮어.. 어쩌다 YES24에 가서 구매하는건 알라딘엔 없고 예스엔 있을 경우, 의 일이다.
첫 구매 한달 후인 2003년 11월 21일 두번째 주문이 있었다. 이런 책들이었다.




『소유』는 현재 개정판으로 새로 나와 있고, 『트리스트란과 별공주 이베인』역시 『스타더스트』란 제목을 달고 개정판으로 나와있어서 내가 이때 샀던 책들은 품절이다. 이 책들도 다 읽은걸 보니, 이 당시의 나는 사 둔 책을 다 읽고 다음 책을 사는, 그런 착실한 독서인이었는가 보다. 그런데 대체 어쩌다가, 왜, 지금은 사두고 안읽은 책을 쌓아두게 된걸까...언제부터 그렇게 된걸까..
여전히 나는 내가 구독하는 신문의 일주일에 한번 나오는 북섹션에서 책을 고른다. 그러나 블로그를 하면서 부터는 책을 고를 수 있는 범위가 아주 넓어졌다. 나는 사람들의 리뷰에 감동을 받아서 책을 구입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누군가 얘기한 어떤 부분 때문에 충동적으로 책을 사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바로 어제 주문 같은 경우가 그러한데, 지인의 블로그를 갔다가, '이언 매큐언은 이제 안읽을테야'라고 했던 결심을 무너뜨리고 『체실 비치에서』를 장바구니에 담았고, 알라딘에서 모두가 신형철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아웃오브안중으로 흥, 거리며 거들떠도 안봤다가, 지인의 블로그에서 '신형철이 코맥 매카시를 언급할 때'라는 그 문장을 보고 오, 왜, 코맥 매카시에 대해서 무슨 말을 했길래, 싶어서 그게 너무 궁금해서 장바구니에 담았고 바로 주문을 눌러버렸다. 아, 이런식..정말 좋지 않아..자꾸 쌓여, 자꾸...블로그를 그만두면 책 구매도 멈추게 될까?

나의 계정에 들어가서 첫 주문을 살펴보다가 문득 내가 서재에 처음 글을 쓴게 언제인지 찾아보니 그건 2003년 10월 04일 이었고, 음반 리뷰였다. 지금은 챙피해서 도저히 읽을 수 없는 리뷰라 그당시 쓴건 죄다 가려놨더라. 하하하하. 글 되게 못쓰는구나... 이런걸 어떻게 리뷰라고 올려놨을까. 얼굴이 빨개지지만, 그렇다고 참 지우기도 뭣하다. 이렇게 찌질한 글을 쓰는 나도 분명 나인걸. 그 음반은 역시나, 지금은 품절된, 사라 코너의 1집이었다.
2003년이면 8년전이고, 햇수로 나는 9년간 여기에 있다. 오, 대단하다. 멋지다. 그때도 좋아했던 하루키를, 닐 게이먼을, 샐린저를 여전히 나는 좋아하고 있다. 나는 언제나 '크고 강하고 충성스러운' 사람들에게 맹목적으로, 무조건적으로, 무기력하게 빠져들곤 하는데, 사실, 나야말로 내가 반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인 것 같다.
어제 남동생과 대화를 하다가 남동생이 세상에서 박한별이 제일 이쁜것 같다며, 세븐을 없애버리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세상에 세븐이 없어도 박한별이 널 볼일은 없을거라고, 결코 널 좋아하지는 않을거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박한별이 위험에 처했을 때 내가 나타나서 도와주면 나한테 반하지 않겠어?' 란다. 얘야, 너는 여자가 위험에 처할때 도망가는 스타일이잖아. 너 내가 위험에 처하면 도망갈테니 나더러도 알아서 도망가라며, 라고 했더니 남동생은 '박한별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누나는 위험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이잖아.
나는 위험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이고, 그러니까 나는 강한 사람이고, 꽤 충성스럽다. 새삼 듬직하고 근사하게 느껴진다. 멋져.. 내가 이런 사람이라 다행이다.
치즈가 아주 아주 가득 들어가서 한입 깨물면 쭉쭉 늘어지는 그런 돈까스를 먹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