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문득 문득 다른 사람들의 감상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나는 이랬는데 이사람은 어땠을까? 나는 이랬는데 다른 사람은 어땠을까? 하는 것들. 이건 누가 읽으면 좋아하겠다, 이건 누가 읽으면 짜증내겠다, 이건 누가 읽으면 별 셋 주겠군, 하는 생각도 물론 들지만.
표지만 보고도 이 책은 별 다섯을 줄만한 책이 아닐까 싶어졌다. 아이의 뒷모습 때문에, 읽기도 전에 이 소설은 참으로 먹먹하겠구나 싶어졌던 것. 생각을 많이 하게 하겠지, 하고. 다섯살 아이의 시점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자연스럽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생각나게 했다. 그러나 『엄청나게~ 』에서의 오스카가 안아주고 싶고 옆에 있어주고 싶은 아이였다면, 이 소설 『룸』의 '잭'은 그정도는 아니었다. 잭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잭을 안아주고 잭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게 되지, '내가 그렇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질 않더라. 잭을 완전히 사랑할 수가 없어서 유감이다. 나는 별 넷을 준다. 아름답고 슬프지만 완전히 내 가슴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직장생활의 고단함이야 이루 말할수도 없을것이다. 과중한 업무로 피로할수도 있고, 상사한테 깨져서 기분이 나쁠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말고도 직장안에서의 고단함은 얼마나 많은지! 때때로는 택배를 선불로 할것인지 착불로 할것인지로 고민해야 하고, 점심 메뉴로도 누군가와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미묘하게 신경을 톡톡 건드리는 고집센 부하 직원 때문에 이를 악 물어야 하기도 하고. 어휴, 뭐 끝도 없다. 처음 몇장을 넘기면서는 그저 소품 같은 책이로군, 싶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사회와 직장과 사람들이 주는 일상의 스트레스가 이 안에 들어있다. 여자로서,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가급적이면 정정당당하게 살고 싶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이 책의 주인공에게 자꾸만 공감하게 된다.
아, 그렇다고 막 좋은건 아니고.
엄마랑 여동생은 가끔 내게 '장녀는 뇌구조가 다른것 같아' 라는 말을 하는데, 그건 내가 '그러지말라고 아무리 말해도 자꾸만 가족들 생각'을 하기 때문이란다. 엄마는 나에게 엄마 생각좀 그만하라고, 너는 너무 엄마 생각을 해서 속이 상한다고 말한다. 니 생각을 좀 하라고 한다. (아, 왜 울컥거리지 -_-).
회사동료 E 양은 고양이를 두마리 키우고 있다. 그녀에게도 인간 수컷은 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그녀는 남자를 사귀는데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고양이와 놀고, 고양이의 장난감을 사주는데 열정을 쏟는다. 고양이가 할퀸자국을 보여주면서 화를 내지도 않는다. 나는 정말이지 놀랍다. 어떻게 나를 할퀴는 동물을 사랑할 수 있을까? -아, 나도 나를 서운하게 하는 남자를 사랑하기도 하는구나!- 핸드폰 사진첩에도 고양이 사진이 가득하다. 마치 이 책의 마리여사처럼. 그녀는 이 책을 읽고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이 책이 무척 좋았다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장녀의 뇌구조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구조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당연히, 이 책을 읽으면 정말로 인간 수컷이 필요없게 느껴질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100쪽쯤 읽은 지금, 그만 읽을까 싶어진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그 일상으로 책 한권을 써낼 수 있다는 건 분명 놀랍지만, 난 별 재미도 없고... 마저 읽을까, 말까..
그러보고니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도 별 재미가 없었다. 아, 집에 아직 안읽은『프라하의 소녀시대』도 있는데 어쩌지? -_-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영화속에서 남자는 젊은 여자들과 연애하는 것을 즐긴다. 대상을 자주 바꾼다. 그런 그가 한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 아주 심하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남자는 여자와 한 침대에 누워 '네 가슴이 정말 예쁘다'고 말한다.
사랑에 빠진 남자를 두고 여자가 떠났다. 남자는 그녀가 떠난후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한참후에 여자가 돌아왔다. 돌아온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이 더이상 예쁜 가슴을 가질 수 없음을 얘기한다. 그러나 남자는 괜찮다고 한다. 남자는 여자의 예쁜 가슴을 혹은 예쁜 가슴 때문에 사랑했지만 예쁜 가슴이 없어도 그녀를 사랑하니까.
어제, 여자사람 친구와 남자 이야기를 했고, 사랑 이야기를 했다. 그 여자사람 친구는 트위터에 계정을 가지고 있고, 나는 가지고 있지 않은데, 우리는 이야기도중 '트위터 하는 남자를 사랑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만약,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트위터를 하는 남자라면 그렇다고 해서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게 되지는 않겠지만, 변함없이 계속 사랑하겠지만, 그래도 트위터를 하지 않는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나는 얘기했는데, 그녀는 나의 이런 마음이 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자신 역시 그렇다고 했다. 이런 마음이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인지 설명하기 복잡한데, 어쨌든 그녀는 이것에 대해서는 나와 생각이 일치했다. 난 이런게 몇개 더있다. 해도 사랑하겠지만 안했으면 좋겠는 것. 싸이월드도 그렇고, 카카오톡도 그렇다. 그걸 한다고 해서 사랑이 식어버리진 않을테지만, 안했으면 좋겠다. 그냥. 이런게 뭔지, 어떤 기분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요즘 매일 듣는 노래는 이것. Keane 의 『Somewhere only we know』
음... 노래만 들었을 때 상상했던 보컬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구나! 음....음...... 뭐, 이노래를 앞으로 안들을거야, 라고 결심하게 된 건 아니지만, 음, 오늘부터는 coldplay 의 scientist 를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