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영화 <Love of your life> 를 본 이후로 '룩셈부르크'에 완전 꽂혀버렸다. 재미있게도, 그 영화에서는 룩셈부르크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거다. 다만 주인공 '마야'의 입을 빌어 언급될 뿐이다. 오래전 친구에게 '나는 룩셈부르크에 집이 있어, 2년 됐어. 텃밭도 있고 이웃들과 이야기도 나눠' 라는 대사. 이게 그 영화에서 룩셈부르크가 나온 전부이다. 실제 풍경을 보지도 않았는데, 이 대사는, 그리고 이 상황은 굉장히 완벽하게 느껴졌다. 누구나 다 가슴속에 상처 하나쯤은 품고 사는 것이고, 마야 역시 그랬는데, 그런데 시간이 흘러 완전히 다른 곳에 정착했다는 사실이 참 홀가분하게 느껴졌고, 그런데 그게 룩셈부르크라고? 어쩐지 색다르고 좋았던거다. 그 뒤로 나도 '나중에 룩셈부르크에서 살면 어떨까' 를 자꾸 생각해보게 되는거다. 아니, 어떻게 흘러 룩셈부르크까지 갔지?
룩셈부르크 라고 하면, 나도 가본 적이 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는데, 도착해서 밥도 먹고 호텔에서 숙박하고 또 룩셈부르크 역 주변을 걷기도 하고 엄마랑 이모를 모시고 간 터라, 시내를 관광하는 열차를 타고 돌기도 했더랬다.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특별하게 또 가고 싶다고 생각할만큼 반한 곳은 아니었다. 로테르담을 또 가고 싶다, 는 생각은 하지만 룩셈부르크에 대해 그 생각을 하진 않았던 곳이다. 아름답지만, 그저 아름다운 곳. 이게 내가 가진 인상의 전부였는데, 갑자기 마야가 룩셈부르크에 집이 있다니 아.. 나는 너무 부러운 것이다! 나는 마야처럼 거기에 집을 마련할 수도 없고, 한달살이도 할 수 없으니, 며칠간 지내고 올까. 이런 생각이 자꾸 들끓고 있다. 직항은 없고 유럽에서 기차 타고 가야하는데, 지난번처럼 네덜란드에서 기차 타고 갈까, 그러면 이동하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들테니 내가 룩셈부르크에서 순수하게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박 4일 아니면 4박 5일 아닐까. 그런데 그거, 좋은데, 그렇게 다녀올까. 관광지 가는거 말고 그냥 일어나서 밥 먹고 동네 산책하고 까페 가서 책 읽고 글 쓰고 올까... 막 이런 생각이 들끓어서 룩셈부르크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했는데, 룩셈부르크 관련 책은 별로 없더라.
룩셈부르크 넣고 검색하면 '로자 룩셈부르크' 관련 책만 좌르르르 뜨는 가운데, 그나마 룩셈부르크 관련 책은 위의 네 권이다. 그중에 저 두 번째 책 [아마스 빈, 유럽] 은 정말 안읽고싶게 생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저련 책표지를.....(절레절레) 하여간, 위의 책들 중에서는 [나는 오늘도 유럽으로 출근한다]만 읽어볼 참이다. 애니웨이,
룩셈부르크의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싶어진 나는, 영화를 검색해보았지만... 몇 편 되지 않을 뿐더러 그나마 있는 영화도 국내 ott 로 관람할 수 있는게 거의 없었다. 한 편을 찾아 일단 찜해두고, 넷플릭스에 올라온 룩셈부르크 배경 드라마인 <카피타니>를 보기 시작했다. 보통 드라마라고 하면 어느 나라 것이든 잘 안보는데(너무 길다..), 순전히 룩셈부르크를 보고 좀 더 알고싶다, 하는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 너무 놀란 것이,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곳은 룩셈부르크 에서도 외지의 마을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다 아는 그런 작은 곳인데, 그곳에서 마약 문제가 심각해서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마약을 거래할 수가 있다. 대환장.. 게다가, 빵집 직원이 빵에 마약을 넣고 판매하기도 한다. 카피타니는 그걸 모른채로 머핀 먹었다가 환각증세에 시달리고 기절해버린다. 아니, 너무 무섭잖아? 나는 룩셈부르크가 배경인 영화를 본 적이 없고 또 소설도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걸 인지하지 못했던 걸지도 모른다. 이렇게 '룩셈부르크가 배경이다' 하고 뭔가 작정하고 본건 이번이 처음이라서, 이 작고 아름다운 나라가, 나라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나라가, 그 안에서 마약 문제에 시달리고 있을지는 감히 짐작조차 못했단 말이다. 게다가 빵에 넣어서 팔면, 그걸 내가 무슨 수로 피하란 말인가. 너무 무서워져서 채경이한테 물어봤더니, 그건 너무 성급한 생각이라며, 룩셈부르크는 유럽 내에서도 마약 문제가 덜 심각한 나라이며, 카피타니의 배경이 시골 마을이라 그곳에서 일어난 문제라고 봐야하고 또 드라마라서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대답해주더라. 아, 그래도 그렇지, 빵에 넣는다니 너무 무서워. 나는 빵집 구경을 정말 좋아한단 말이다!
나는 빵집 구경을 좋아한다. 빵을 좋아하는 것보다 빵집 구경을 좋아하는 게 더 크다.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빵집 보이면 구경하러 쪼르르 들어가곤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뺑 오 쇼콜라 너무 맛있게 먹었고, 그리고 룩셈부르크에서 머무는 숙소 조식으로도 뺑 오 쇼콜라를 잔뜩 먹었단 말이다. 나 룩셈부르크에 가게 되면 빵 먹을건데, 마약이라니!! 어휴 너무 무섭네 ㅠㅠ
드라마는 (북)유럽 추리/스릴러 소설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익숙한 분위기일 것이다. 요 네스뵈 소설도 생각나고, 넬레 노이하우스 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많이 생각났다. 정확한 내용은 읽은지 오래되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마을 안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소녀의 죽음, 마을 사람 전체가 감춘 비밀과 거짓말.. 등등. 15세 소녀가 숲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는데, 도시에서 온 형사 '카피타니'가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배척하려 하고 이 죽음이 마약과 연결된다는 것도 드러난다. 무엇보다 죽은 소녀가 쌍둥이인데, 추리/스릴러 소설 많이 읽었던 사람들이라면, '쌍둥이 중에 한 명의 죽음' 이 가져올 반전이 무엇인지도 아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드라마를 다 보기 전인데, 예전에 [밀레니엄] 시리즈 읽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범죄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구나 했다. 밀레니엄의 배경은 스웨덴인데, 인구밀도가 낮고, 사람들이 도시에도 집이 있고 휴가철에 가는 집을 시골에도 갖고 있고, 그렇게 막 집 두 채씩 갖고 있을 정도로 여유있으면서도, 거기에도 성폭력이 있고 비리가 있는거다. 인간 도대체 뭔가, 환멸난다.. 범죄는 그러니까 '더 갖겠다,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욕망으로 잠재된 상태로 시작되는 것이라,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게 아니라 이미 가진 자들에게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대환장.. 이걸 이번에 카피타니 보면서도 느꼈다. 이미 어느 정도의 재산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뭘 더 해보려고 하는 것들, 현재 자기가 할 수 있는것보다 더한 걸 원하기 때문에 범죄에 손을 대게 되는.. 흐..
다른 점에서도 사람 사는건 아시아나 유럽이나 한국이나 룩셈부르크나 똑같구나 싶었다. 특히 남녀관계에서도 그러한데, 쌍둥이의 아버지인 '믹' 이 자신의 매력으로 이 여자 저 여자랑 섹스하고 다니는데, 일단 내가 보기에 믹은 매력이 절대 없는 아재이고, 하여간 드라마에서는 매력남으로 나오는데, 그가 아무리 자기를 무시하고 이용해도 빵가게 직원 '마농'은 그에게서 빠져나오지를 못하는거다. 그녀는 그가 부르면 달려가고, 너 이제 가, 하면 가면서, 그러면서도 '내 아내 이름 입에 올리지마' 라는 멸시를 당하고, 그렇게나 멸시를 당해도 그에게 잘보이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모른다. 헤어져, 도망쳐라, 제발... 얼마나 간절하게 바랐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녀는 그에게 너무나 너무나 사랑을 받고 싶다.. ㅠㅠ 미쳐버려 ㅠㅠ 왜그래요, 왜, 그러지마요.. ㅠㅠ 차라리 다른 나라 가서 집 짓고 텃밭 가꾸면서 살자 ㅠㅠ
그리고 '엄마의 촉' 이라는게 있다.
마을에서 카피타니랑 같이 수사를 하게된 여자 형사 '엘사'는 '스티븐' 이란 군인을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이다. 그녀는 아주 유능한 경찰이고, 또 앞으로 스티븐과 같이 살 생각에 기대하고 있는데, 엘사의 엄마는 스티븐을 싫어한다. 대놓고 그녀에게 '그랑 헤어져' 라고 말하거나 '그새끼 진짜 안돼'라고 말하는 건 아닌데, 그런데 싫은게 티가 난다. 그래서 어느 하루는 엘사가 엄마에게 '엄마는 처음부터 스티븐을 싫어했어!' 한단 말이지. 스티븐의 아이까지 임신했건만, 엄마는 스티븐의 얘기를 듣는 것도 싫어해... 그렇다면, 왜, 왜 싫어하는가. 엄마는 그녀에게 스티븐을 싫어하는 이유를 말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엄마조차 그 이유를 알지 못할 수도 있고, 어쩌면 그걸 말하는것이 딸에게 더 상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대부분의 경우, 그건 '엄마만의 고유한 촉' 이라고 생각한다. 뭐가됐든, 그새끼가 내 딸을 행복하게 해줄 것 같지는 않다, 는 느낌을 엄마는 가졌던게 아닐까. 나는 이렇게나 똑똑하고 현명한 엘사가, 그런데 스티븐과의 미래를 꿈꾸면서, 스티븐을 싫어하는 엄마에게 항의하는 걸 보면서, 아아, 안돼 엘사야, 스티븐은 나쁜놈일것 같아, 엄마가 괜히 그러시는게 아닐거야, 버려라, 내던져라.. 했단 말이지. 그리고 결국, 스티븐은... 나쁜놈이었다. 그렇다면, 그 놈이 나쁜놈으로 밝혀졌을때, 그럴 때 엄마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엄마는, 딸에게 '거봐라, 내가 괜히 싫어한게 아니다!' 라고 하지 않는다, 스티븐 때문에 우는 딸을 가만히, 말없이 안아주는거다. 엄마란 그런 것이여.. 내 말이 맞지, 맞지? 하는게 아니라, 가만히 안아주는 그런.. 크-
그리고 카피타니가 묵는 민박집이 있다. 민박집 밥도 주고 괜찮지만, 이 작은 동네에서, 사람들이 다 잘 알고 지내는 곳에서 나는 숙박하고 싶지 않네? 껄껄. 나는 도시에 묵어야겠다.
아직 다 보지 않았는데, 이게 시즌2까지 있고, 시즌 2는 도시가 배경이란다. 그래서 그렇게 완전 빅재미 큰재미 느낀건 아니지만, 시즌 2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즌2를 보고난 후에, 룩셈부르크 가는 비행기를 예약할지 어떨지 좀 봐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근에 엄마랑 싱가폴을 다녀오면서도 느낀거지만,
여행이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하기 힘든 일인 것 같다.
비행기랑 호텔 예약은 기본에다가, 어떤 나라는 입국신고서도 작성해야 하거든. 게다가 그 안에서 어떻게 이동해야할지도 검색해봐야 하고.. 모든 예약이 끝나도, 짐 싸고 집에서 공항으로 이동하고, 입국절차 밟고... 이 모든 과정을 귀찮아하지 않고 해내야만 비로소 나는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 가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싫어하는 사람이 이걸 어떻게 해내겠는가. 생각부터 기빨릴텐데.
룩셈부르크 가게 된다면, 뭐 특별한 거 하지 않고, 진짜, 먹고 마시고 목적없이 걷고 그러다가 낮잠도 자고(얼마나 사치스러운가!),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렇게 '지내다' 오고 싶다. 하여간 카피타니 다 마저 다 봐야겠다.
오늘은 금요일, 저녁에는 대구탕에 소주를 마실 것이다. 오늘 나 포함 여자2 남자1 만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남자사람이 대구탕집을 예약해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얼른 술마시러 가고 싶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