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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산 책 2 - 시프트코믹스
케이야마 케이 지음, 신예림 옮김, 즈이노 원작 / YNK MEDIA(만화) / 2026년 7월
평점 :
이 만화책을 읽는데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물론 중학교도 다르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시절이 더 심했으니까. 뭔가하면,
그 당시 우리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는 입장이었고, 그래서 시험기간이면 하교 후 공공 도서관에 많이들 갔던거다. 막상 가긴 했지만, 공부하기 싫었던 나를 포함 아이들은 엎드려 자던가 딴짓하기 일쑤였는데, 여느날처럼 자고 일어나 이제 진짜 공부좀 해볼까, 하고 책을 펼친 내게 같은반 친구 C 가 화장실을 가다가 들렀다. 그러더니 "와, 너 너무 열심히 공부해서 끓는게 막 보이더라." 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하.. 진짜 꼴도 보기가 싫었다. 얘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건가. 왜냐하면, 그 아이는 반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던거다. 나보다 훨씬. 그걸 나도 알고 그 친구도 알고 에브리바디 알았는데, 그런데도 나한테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는 그 말이, 어쩐지 나를 놀리는 말 같은거다. 게다가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에게 자기가 얼마나 공부를 안했는지, 얼마나 시험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지, 얼마나 놀며 딴짓을 했는지를 언제나 요란하게 말하곤 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몇몇 과목에서 높은 점수 받은 사람을 호명하거나 손들게 하는데, 그 친구는 아니나다를까 걔속 포함되었고, 급기야 어떤 과목에서는 백점이어서 선생님이 얘기하기도 했다. 그 아이가 얼마나 요란하게 '공부를 안했는지' 말하고 다녔는지 아는 아이들은 참지 못해 다들 궁시렁거렸다. 뭐야, 쟤...
그러니까, 왜 그렇게 공부를 안한다고 우리는 말해야 했을까? 그 아이가 유독 심하고, 그리고 안했다는 것에 비해 언제나 점수가 잘 나왔기 때문에 그 아이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나를 봐, 안했으니까 못하잖아? 물론, 나 역시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나 공부 안했지, 나 잤지, 나 놀았지 등등.. 말하고 다녔는데, 그때, 그 시절, 우리는 왜 그렇게 우리가 공부를 안했다고 말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정말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자신이 공부를 '안했다'는걸 과장하고 혹은 거짓말했던걸까? 어쩌면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애는 아니지만', '노력하지 않아도 점수 잘 받는 똑똑한 애' 라는걸 증명하고 싶었던걸까? 아니면, 경쟁 관계라고 생각하고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였을까? 나는 정말 공부를 '안해서' 안했다고 한건데, 다른 애들도 다 나같았을까? 그랬는데, 어떤 애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잘본건가? 머리가 좋아서? 수업 태도가 좋아서?
알 수 없다.
대학 시절에는 컨닝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수업을 빠지고 또 공부를 안하는 학생이었는데도, 컨닝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컨닝은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뭔가 비굴하게 느껴졌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선생님 몰래 무언가 보고 쓴다는 행위 자체가, 너무 쪽팔린거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컨닝 보다는 그냥 내 실력대로 보기를 선택했고, 그러다보니 빈 답안지를 내기도 해서!! 오죽하면 과 친구가 시험 시간 중에 나를 툭툭 치더니, 자기 답안지를 보라고 내밀기도 했다. 내가 답을 못쓰는게 안쓰러웠는가 보았다. 그런데 나는 아니라고 했다. 무슨 똥베짱인지 모르겠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공부를 안했으면 시험 잘 못보는 게 당연하다'
고 생각했고, 그걸 받아들이는 쪽인 거다. 공부를 안했는데 컨닝해서 점수를 잘 받는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학사경고를 받는 학생이었다, 그거다.
자랑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학창 시절을 통해 나는 '공부를 잘한다'고 하는 애들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닌다고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그것도 알라딘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4개국어를 하고 있었고, 너 어떻게 그렇게 4개 국어를 하냐, 라고 물었더니,
"미치도록 외웠다"
고 답하는 친구에게 나는 얼마나 놀랐겠는가!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그런데 이 당연한 말에 나는 너무나 놀랐다. 자기의 실력이, 자기가 열심히 해서 이룬 것임을 말하는 것이, 진짜 너무너무 멋있는거다! 이게 마땅한거 아닌가. 이게 당연한거 아닌가. 게다가 그 친구는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아직도 나는 아는 단어를 가끔 사전에서 찾아보곤 해, 내가 잘못알고 있진 않은가 해서' 라고 말했다. 무언가 잘하기 위해서 반복된 학습과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말하는 친구를 보고,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당당하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가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했는데 안한척 하는것보다, 안했는데 한 척하는 것보다, 했으면 했다고 말하고 안했으면 안했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삶에 있어서 당당한 태도가 아닌가.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당당한 태도 아닌가 말이다.
'이시다이라'는 소위 말하는 '양아치' 였고, 무언가 알고 싶어 도서관에 왔다가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으며, 그리고 도서관에서의 일을 즐긴다. 그런데 그걸 아는 학교 친구들이 그를 놀린다. 너 공부하는 거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이시 다이라는 자기가 그럴 리 없다면서 부인하는데, 그걸 목격한 도서관 남자 사서 '시라이' 가 그에게 '못났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고, 싫어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이, 한 걸 했다고 말하고 안한 걸 안했다고 말하는 것이, 삶에 있어서 더 명쾌한 태도이며 그리고 살아가기에도 더 편하다.
이번 2권은 그런 너무나 당연한 삶의 깨알팁들이 여러차례 나온다. 이를테면 거절을 잘하는 것도 마찬가지. 상대가 상처를 입을까봐 거절을 못하는 것은, 결국 커다른 고민과 불편함을 끌어안는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사람들이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는데, 기증을 담당하는 도서관 직원은 책 주는 사람들에게 거절을 못해서 도서관은 기증받은 책으로 쌓이게 된다. 심지어 그 책들은 이미 여러권 가지고 있거나 해서 쓸모도 없는 책들인데. 그런 직원이 거절하는 것을 연습해본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도 거절을 못해서 많은 것들을 쓸데없이 쌓아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리고 결국 '나눔'이 무조건 좋은게 아니라는 걸, '나한테 필요없는 건 너한테도 필요없는 쓰레기'라는 걸 알아가게 된다. 당연히, 거절하지 못하면 나도 그리고 상대도 불행해진다는 것도.


재미있게 읽었다.
책 읽는 거 좋아하는 등장인물들이 나오는게 좋다.
책을 읽는 것도 좋은데, 무엇보다 이 양아치 고딩이 자신이 좋아하는게 뭔지, 그리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알아가는 걸 보는 것도 좋다.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타인이 알아채주는 것도 즐겁다. 무엇보다 푸시업 하는 남자 사서도........ 쿨럭.
아.. 나도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은데.. 그러면 공부해서 자격증 따고 그래야겠지? 역시... 무리데쓰.... 그렇지만 퇴사 후에도 일자리가 필요한데.... 고민해보자, 나의 미래를.
좋아하는 거 즐기면서 돈도 버는 꿈같은 미래를 위하여!!
포 더 퓨처!!
(그나저나 만화책 리뷰 쓰는 다락방 어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