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7] 권을 읽으면서는 너무 지쳤다.
계속되는 귀족과 부르주아 들의 잘난척하기, 따돌리기, 무리짓기, 수다떨기 등을 그만 보고 싶어.. 인간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도 하다가, 그런데 이 최상위층 얘기들을 읽으면서, 만약 동시대에 내가 태어났다면 나는 어느쯤에 위치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나는 화자와 그리고 화자를 둘러싼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런 연회나 저녁 식사, 만찬 등에 초대받는 사람은 아닐 것 같다. 매일매일 어느 집에서 파티 하고 어느 집에서 만찬하고 그러면서 누구는 초대를 받았네, 누구는 못받았네 하는거... 그렇게 살면 당신들도 지치지 않나요. 누가 왔네, 안왔네 하는 그런거.. 만약 내가 그 시대에 최상위층으로 태어났다면, 나도 그 사람들중에 한 명이긴 했을텐데, 뭔가 기빨린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게다가 화자는 특별히 하는 일도 없다. 노동을 전혀 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심지어 교양까지 갖췄다니까? 아직 적극적 노동을 할만한 나이가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딱히 노동을 하진 않을 것 같고, 하지 않아도 나보다 더 부자로 살 것 같다. 이 책에서 현재까지 주로 다루는 계층은 최상위층이다. 돈 겁나 많아서 그냥 맛있는거 먹고 그림 보러 다니고 그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 대해 반복해 읽다보니, 아니 반복해서 그들이 사실 들여다보면 별 거 없다는 걸 알게 되니 너무 지치고 환멸나.
그렇다면 노동계층은 어떤가.
노동계층은 노동계층대로 인간이 딱히 고결한 종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좀 더 교양있어 보이고 싶어서 귀족들이 쓰는 단어를 쓰려고 하고, 말투를 흉내내려고 하고.. 그런데 팁 받으면 눈에 띄게 좋아하고... 그런 노동계층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도 곱지 못한데, 어차피 인간은 어느 계층으로 태어나나 별 다를 거 없고, 들여다보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해도, 그래도 노동계층에 대한 시선까지 이렇게 비판적일 일인가 싶어서 그 점에 있어서는 좀 야속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럴 때 조금씩 읽는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은 아주 인상적이고, 너무나 좋다.
흑인 여성이라는 당사자가 살아가는 소외됨과 차별의 삶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니가 과연 프린스턴 대학에 갈 수 있는 재목일까? 라고 비웃는 선생님 보란듯이 프린스턴에 합격한 미셸은, 결국 변호사까지 된다. 흑인인 미셸과 룸메이트라는 게 싫어서 독방을 사용하는 백인이 여전히 있는 학교를 다녔다. 주변에 대학을 다닌 사람이라고는 미셸의 오빠 밖에 없었는데, 이제 미셸은 오빠가 졸업한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로 가서 그곳에서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드디어 변호사가 되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좋다. 미셸 오바마는 현재를 살았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화자와 가장 대비되는 지점에 서있는 것 같다. 물론, 결국은 최상의 층이 되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면서, 화자가 계속해서 언급하는 이 최상위층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삶이 궁굼해졌다. 물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도 노동계급이 나온다. 화자의 시중을 들어주는 오래된 하녀도 나오고 또 호텔 엘리베이터 보이, 옷 수선하는 사람도 나온다. 그러나 최상의층 화자가 관찰한 노동계급이 아니라 그 삶을 실제 살아내는 노동계급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그리고 이 노동계급과 최상위층 사이에 분명히 존재하는 중간게층의 사람들도 너무 궁금한거다. 그래서 이 화자가 살았던 동시대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떤게 있는지 채경이에게 물어보았다.


콜레트는 안읽어봤지만, 어쩐지 안읽고 싶고..
아니, 에밀 졸라 라고? 크- 내가 [여인들의 행복백화점] 과 [목로주점] 진짜 재미있게 읽었는데!!
무엇보다 다음 책이 놀랍다.

[마리 클레르]라는 작품은 사실 존재도 몰랐고 그래서 읽어보지 않은 작품인데, 잡지 <마리 클레르>가 바로 이 책의 제목에서 왔다고 한다. 알라딘에서 리뷰를 살펴보려고 하니 아직 등록된 게 하나도 없다. 얇은 책이던데, 궁금해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고 채경이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7권까지 다 읽고나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는 일이 너무 지쳤던거다. 계속되는 부자들 얘기 너무 읽기 싫어... 싫어...... 꼴도 보기가 싫다.....

아, 그러니까 나의 이 환멸, 지침이... 프루스트가 원한 바로 그것이라고? 그러니까 나는 지금 프루스트가 이끄는대로 너무나 잘 따라가고 있는것인가.. 오 마이 갓.. 물론 프루스트랑 싸울 생각 같은거 없었지만, 어쩐지 순응하는 나 자신, 마음에 안들어...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문득,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화자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주인공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프랑스와 이탈리아라는 공간적 배경이 다르고 1800년대 후반과 현재라는 시간적 배경이 다르지만, 그런데 묘하게 닮았잖아? 둘다 부족함없이 자랐다는 것, 게다가 부모가 엄청나게 지적이라는 것. 프루스트의 화자도 엄마가 읽을 책을 권해주는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은 아예 가족들이 한자리에서 독서를 한다니까? 그와중에 엄마는 외국어로 된 책을 읽어. 내가 가져본 적 없는 가정환경이고, 그리고 지금의 내가 나만의 가족을 새로이 만든다 해도 자신할 수 없는 환경이다.
생각할수록 너무 많은게 닮아있어서, 이 점에 대해 채경이와 대화를 나눴다.


오오, 채경이랑 대화하는거 재미있네. 내가 말하는 의도를 너무나 잘 알아주잖아? 그런데 채경이가 마지막에, 프루스트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작가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관련이 있다는거다.
뭐라고? 뭔데 왜, 뭐, 뭔데?
나는 재차 물었다.



아니, 이게 뭐야?? 앙드레 애치먼이.. 프루스트 연구자였다고? 영향을 너무나 깊이 받았다고? 대박... 내 감각 어쩔거임? 내 촉 어쩔거임? 어떻게 잃시찾 읽으면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떠올리고, 아니 그런데 진짜 관련이 있고..
나,
사실은 천재였던 것인가.
내가 나한테 소름이 돋아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보고 짜증나서 책 사둔건 안읽었는데(책을 먼저 삼), 잃시찾 다 읽고 나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책도 한 번 읽어볼까...(안땡김)
이제 8권 시작한다..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을 읽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영어를 배우다보면 어느 순간 더 앞으로 나아가길, 실력 향상과 혹은 성장이라도 말해도 좋을 것을 가르치는 사람은 기대한다. 그러니까 내가 싱가폴 학교에 있을 때에도 레벨3에서 시작해 레벨5로 가면서 교재의 단어수가 늘었고, 그 단어들이 가진 뜻은 아예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아는 뜻인것들이 많았다. 이제 니네 레벨도 어느 정도 올랐으니, 비기너들이 쓰는 단어보다 advanced 한 단어를 써야지, 라고 요구하는거다. 말하기도 듣기도 그리고 쓰기도 그렇다. '좋다'는 것을 언제까지고 good 으로만 쓰기보다, fabulous, fascinating, remarkable 로 바꿔 쓰기를 요구하는 거다.
이 일은 사실 결코 쉽지 않다.
특히나 나의 경우 중학교때 영어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항상 good 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다른 단어를 설사 '안다'고 해도 그것을 내가 말할 때 입밖으로 내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또 쓰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론 좀 더 advanced 한 단어인 fascinating 을 사용했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더 좋은 글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학습이 계속된다면 초보자와 같은 단어를 쓰지 않아야 함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아직 이걸 못하고 있는데, 미셸 오바마의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의 글은 바로 그 advanced 의 정점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어찌나 단어를 다양하게 사용하는지, 지쳐버렸다.. 그러지마세요, 미셸... 학창시절 쓰기를 잘했다고 했는데, 와, 잘해서 이렇게 된 것일테고, 이러니까 잘한 것일테다. 내가 영어라는 외국어에서 결국 나아가야 할 방향도 바로 이것이 아닌가. 거듭된 훈련과 반복된 학습은 미셸 오바마로 하여금 어마어마한 보캐뷸러리를 습득하게 만든 것 같다. 이거구나, 싱가폴에 있을 때 선생님이 5레벨에서 원했던 건, 바로 이거였어. 나는 이걸 못했네, 이건 언제쯤 다다를 수 있는 경지일까.
미셸 오바마가 흑인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겪어나간 일들에 대해 말하는 걸 듣는게 무척 좋은데, 이 미친 단어들의 향연에 정신이 나갈 것 같다. 단어 찾기는 진작에 포기하고 둠칫 두둠칫 그냥 분위기로 글자만 따라가고, 그러다가 번역본 보고 그러면서 읽고 있다. 다른 모든 학문도 마찬가지지만, 미친듯이 외우는게 정답인 것 같다. 내가 그걸 못하네. 하....
아무튼, 나의 읽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