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는 작고 페이지는 많고 미쳐버리겠는 비커밍 되시겠다.
하여간 9월까지 다 읽어야하는데 이제야 부랴부랴 시작했다. 펼치자마자 읽어낼 자신이 없어서 이걸 어쩌나 하다가, 아, 그래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자! 싶어 오더블을 구독했다. 그리고 0.8 속도로 듣기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어. 하는수없이 펼쳐서 글자를 보면서 들으면서 읽고 있다. 아니, 읽고 있다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 어쨌든, 보고 듣는다.
지금은 번역서를 나란히 놓고 살필 겨를이 없어 일단 보고 듣고, 시간 나는대로 번역서를 살필 셈이다. 1.0의 속도로 듣고 읽으니 와 진짜 해석 안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영어실력은 역시 쪼렙이었어. 하- 채경이는 영어 원서 읽는데 수준이 높지 않은 책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러니 채경아? 그렇다면 내가 수준이 너무 낮은가보구나. 하여간 비커밍 영어 전자책은 낭독도 미셸 오바마가 해준다.

무슨말인지 다 못알아들어도 하여간 일단 가보자, 나중에 번역본 읽고 다시 읽으면 되지, 뭐 이런 마음으로 일단 시작하고 있는거다.
지금은 8페이지, 미셸이 네 살무렵(I was about four) 피아노를 배우기로 결심한 부분을 읽었다. 그리고 건반에 앉아 도를 찾고나서의 부분.
If you could lay your thumb on middle C, everything else automatically fell into place. -p.9
가운데 도에 엄지를 올려놓기만 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제자리를 찾았다. -채경이 번역
나는 8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내가 배울 때에는 <바이엘> 이란 책으로 처음 시작했는데, 제일 처음 악보는 도레도레도레도레도 가 한 곡이다. 도레도레도레도레도레도 를 부지런히 연습하다보면 도레미도레미도 도 칠 수 있게 된다. 드라마 에서 보는 피아노 치는 여자들은 양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아름다운 곡을 뽑아냈는데, 나는 머릿속에 그걸 그리면서 학원에 온건데, 내가 하는 거라곤 고작 한 손으로 그것도 두 손가락만 사용해 곡을 만들어내자니 아주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내 머릿속에서 나는 양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엄청난 곡을 뽑아내는데, 현실의 나는 도레도레도레도레도.. 하고 있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당시 여덟살의 나는, 이 과정을 거쳐야 그 다음이, 그 다음이, 그러다가 결국은 내가 바라는 모습에 가까워질거라는 걸 알지 못했다. 나는 여덟살이었고,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하는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후로 몇 년 피아노를 배웠지만, 나는 내 머릿속에서 꿈꾸던 모습처럼 피아노를 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되기 전에 피아노치기를 그만두었다. 아니, 더 했다고 해도 내 머릿속하고 닮은 모습이 될 것 같진 않다.
그건 다른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요가도 내 머릿속 모습에 나는 근접하지 못하고, 달리기도, 영어도 마찬가지였다. 일도 마찬가지 연애도 마찬가지. 나는 내가 바랐던 내가 된 적이 없었다. 내가 바라는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지금의 나는 내가 바라는 나에 한참 못미친다. 뭐, 그래도 별 수 있나.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싫은건 아니고, 뭐, 그렇다는 거다. 어쩌면 나는 내가 가진 실력과 재능에 비해서 꿈을 너무 높게 그리고 크게 가진걸지도 모르겠다. 그건그렇고,
미셸은 저 어린 나이에 그걸 알고 있었다. 가운데 도에 엄지를 놓으면, 다른 손가락들은 알아서 제자리를 찾는다는 것. 물론 나는 네 살의 미셸이 그걸 알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건, 그 때를 회상하며 글을 쓰는 지금의 미셸이 집어넣은 부분 아닐까. 무려 네 살에, 어, 오른손이 도를 가리키면 다른 손은 제자리를 찾아가는구나... 라고 했을 리가... 있나?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걸 네 살에 깨달았든 혹은 지금 깨달았든,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피아노에 있어서도 당연히 그렇지만, 인생 전반에 걸쳐서 그렇다. 일단 제자리를 찾으면, 다른 것들 역시 제자리를 찾게 마련이다. 문제는,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다.
내 엄지손가락이 레 를 가리킨다면, 둘째 셋째 넷째 손가락은 어쩔 수 없이 미,파,솔을 가리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악보대로 연주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피아노를 배울 때면 손가락 번호가 써있고, 그대로 하라고 선생님도 계속 요구하는 것일테다. 처음에 제자리를 찾아야, 그 다음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으니까. 저 간단하고 명백한 사실을 앞에 두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떠올렸다. 어쩌면 지금도 그럴지도 모르지만, 내가 그 때, 제자리를 찾지 못해서 허우적대고 헛발질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엄지손가락을 가운데 도에 두어야, 다른 손가락들도 갈 곳에 제대로 닿는다.
책을 샀다.

약소하다..
나도 인간인데, 양심적으로다가 이번엔 약소해야 하지 않겠나.
[당신과 내가 대화할 수 있을까]는 처음 표지만 보고 그냥 넘기려던 책이었는데, 정희진 쌤 책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잠자냥 님 서재에서는 책 내용에 사과가 나오니 표지가 저런가보다, 하는 댓글을 보기도 했지만, 저거.. 앵두같지 않나요? 흠흠.
[정원에서 길을 물었다]는 지난주에 독립서점에 가서 책장을 살펴보다가 우연히 들게 되었고, 책장을 넘겨 책날개의 작가소개를 보게 되어 사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사고 싶었는데 판매용 책이 아니라고 했다. 서점의 라벨이 붙어있었는데, 그건 이 안에서 읽는 용이라고, 판매용이 아니라는거다. 그래서 알라딘으로 주문했다. 작가소개를 올려보겠다.

국내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생태를 복원하는 길을 찾아 나서다니, 그렇게 뉴욕 식물원에서 일하다니, 하고 이 책을 놀라서 샀는데, 사고나서 다시 살펴보니 기독교 색채가 엄청 강한 책이었다. 심지어 나는 교회를 사랑한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니. 그 점도 놀라워서 읽어볼만 할 것 같다.
[프랑스어의 실종]은 우아한 리뷰 담당인 곰돌이 님의 리뷰를 보고 샀다.
자, 문제는, [뒤틀린 사랑]이다. 이것은 성인 로맨스라고 되어있고, enemies to lovers 혐관 로맨스라는게 아닌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때문에 지쳐있던 나, 바로 이거다! 하고 잽싸게 구매를 했단 말이지? 그리고서는 재미있을 것 같으니 원서도 사볼까, 하고는 국내책에 링크되어 있는 원서 제목을 눌렀더니, 이런게 나온겁니다.
앗?! 너..너...너는? 내가 이미 바로 가진 그것?
그렇다, 나는 이 책을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증맬루 없는게 없는 다락방이다. 역시.. 중고서점 해야겠다. 독립서점&중고서점&작업실.. 시급하다. 하여간 나는 이 책을 멜버른의 한 서점에 가서 샀던 것이다! 그 때 히티드 라이벌리? 그 소설 시리즈들 쫙 깔린거 보면서, 아아, 역시 세계는 지금 게이 로맨스로 향하고 있다... 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나는 이성애 로맨스, 이 책을 굳이 골랐던 것이다. 뭘 알고 고른 것도 아니고 걍 골랐는데, 그 책이 번역될 줄 몰랐지. 하여간 에너미에서 러버라니.. 영화 나와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이 책을 과연 언제 읽게 될지는 나도 모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뭐 사고 싶은데 이미 갖고 있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쫌 그렇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제자리.. 생각하다보니 인터메초 리뷰 쓰고 싶어지는데, 내가 바빠.... 흠............. 이건 좀 두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