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래 쓰려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방금 잠자냥 님 서재에서 짝사랑.. 이란 단어를 보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 역시 왕년에 짝사랑 좀 해봤던 사람이다. 아마도 내 짝사랑 경험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나는 이 세상에 모든 '사랑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의 편이다. 나는 사랑을 이룬 사람에게는 크게 관심을 주지 않았고, 언제나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가슴앓이 하는 사람에게 공감하곤 했다. 음, 어쩌면 이것은 내 짝사랑 경험이 없었어도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짝사랑, 정말.. 마음 쓰이는 일이야.


짝사랑은 정말 가슴 아프고, 일희일비 하게 되지만, 그러나 짝사랑이야말로 가장 깔끔하고 완벽한 사랑인 것 같다. 끝내고 나면, 아무것도 지저분하지 않고, 그저 나 혼자만 정리하면 되는거니까. 사랑하다 헤어진 이별의 슬픔도 언제나 가슴 아프지만, 짝사랑은 진짜루 가슴 아프다구... 나도 짝사랑하다 그냥 마음을 접은 적도 있지만, 짝사랑했다가 고백하고 대차게 까인 적도 있다. 아, 슬픈 어린 시절의 나여... (어린 건 아니었음)


아침부터 커피랑 빵 먹으면서 짝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슬픈 나....


그런데 언젠가부터 짝사랑과 거리가 멀어진 나.. 아니, 왜 짝사랑도 안해. 이건 또 이것대로 슬프네? 껄껄. 하여간 짝사랑 안한지 오만년 됐다.



각설하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 버스를 기다리면서 영화를 봤다. 요즘엔 영어를 좀 더 접해보자 싶어서 걍 영어 자막 틀어두고 영화를 보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어렵고 심각한 영화 혹은 추리물은 선택하지 않게 된다. 내가 디테일하게 이해할 자신은 없으므로.. 아무튼 그래서 선택한 영화중에 하나가 오늘 보게 된 <샴페인 프라블럼> 이다. 아.. 제목 기억 안나서 다시 보고 왔다. ㅋㅋㅋ 



일단 줄거리를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뉴욕의 인수합병 전문가가 프랑스의 샴페인 회사를 인수하러 갔다가 남자를 만나게 된다, 는 것이란다.  샴페인 브랜드로 유명한 누군가를 만나러 파리로 가는건 알았는데 그게 인수합병인지는 이해못했었다. 하여간 그렇게 뉴욕의 커리어 우먼 '시드니(민카 켈리)'는 일을 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날아간다.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 15살에 엄마는 돌아가시고 아빠는 어릴 때 집을 나가서, 시드니에게 가족은 여동생이 전부다. 여동생과 시드니는 어릴 적부터 새끼 손가락을 걸고  '핑키 프라미스'라는 것으로 약속을 하면,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그들만의 전통이 있다. 동생은, 워커홀릭인 언니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파리까지 가서 일만 하고 올 것을 생각하니 너무 답답해서 '단 하룻밤 만이라도 일과 떨어져 파리를 즐겨라' 고 권유한다. 그리고 그것을 핑키 프라미스 하자고 하는거다. 그래서,


파리에 도착해서 에펠탑뷰의 호텔 룸에서 열심히 일하던 언니 시드니는, 아, 동생하고 약속을 지켜아지, 하고 룸을 나선다. 호텔 프런트에 영어책을 파는 서점을 물어본다. 직원은 어디라고 알려주고, 그래서 구글맵을 보아가며 그 서점에 도착. 그녀는 이 넓고 분위기 좋은 서점에서 자기가 원하는 책이 어디 있는지를 알 수 없으니,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묻는다. 실례하지만, 자기계발서적은 어디에 있니? 그 남자 '헨리(톰 보즈니치카)'는 자신을 따라오라며 자기계발 서적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여자는 그에게 이 책은 자기 동생을 위한 선물이라고 말하면서 자기계발서적을 고른다. 나는 이 때 남자가 소설 한 권을 추천해주길 개인적으로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ㅋㅋ 아무튼, 그런데 이 서점이 너무 .. 어 독특하다. 세상에, 자기계발 서적을 파는 윗층에는 라이브 무대가 마련되어 있어서 누군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거다. 서점과 라이브 무대라니.. 독특하네요. 하여간 서점이 크고 좋아서, 갑자기 파리 가고 싶은 충동 같은거 생겨버렷..


이 서점이 <레 제 투알> 이라는 곳인데, 이 서점이 정말 있는 곳인지 채경이에게 물어보니, 실존하는 서점이 아니라 영화를 위해 만든 곳이라고 한다. 네, 그렇군요. 자, 그래서 어떻게 되냐면, 세상에, 이 남자가 자신이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아니라는 거다! 어? 너 아까 다른 사람에게 책 알려주지 않았어? 그래서 직원인줄 알았는데? 아니야. 난 이 서점을 너무 좋아해서 자주 오거든. 내 서점을 갖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잘 알아서 알려준거야, 라고 말한다. 서로 몇 마디 대화로 인상이 좋았지만, 시드니는 이제 가봐야겠다고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남자는 시드니를 쫓아와서 불어로 샬라샬라 얘기를 한다. 그것은, 미친소리로 들릴테지만, 나는 너랑 시간을 좀 더 보내고 싶다.. 인 것이다. 게다가 에펠탑을 보려는 시드니에게, 더 전망 좋은 곳이 있고 더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을 자기가 안내해주겟다고 하는거다. 여기까지 보고 나는 멈춤을 했다.


나는 이 영화를 아마도 채 이십분도 안본것 같은데, 최근에 본 영화들 중에 현재까지 가장 좋았다. 일단 여자의 단발머리 마음에 들어버려..



내가 숏컷이었다가 지금 머리가 많이 자랐는데 자르러 가지를 못하고 있다. 예약하고 그 시간에 맞춰 미용실 가기도 싫고, 뭔가 다른 미용실을 찾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가 지금 애매한 단발이 되어버렸는데, 자르러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가게 되지는 않던 터에, 이 여자 단발머리 보니까, 그냥 나도 좀 더 길려서 이렇게 단발머리 해버려? 하게 되는거다. 뭐, 이 여자나 나나 다를게 뭐여? 해가지고 ㅋㅋㅋㅋ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이 서점에서 만나는게 너무나 좋다!

요즘 서점 만남이.. 하아- 교보문고 번따남들 때문에 후져지긴 햇지만, 이국의 크고 멋있는 서점에서 책을 통해 만나다니, 너무 좋지 않나. 아, 너무 좋다, 이 서점 가고 싶다(실존 서점 아님 주의), 하면서 이 만남이 좋은 거다.

그리고 에펱탑 앞에서 그걸 바라보는 여자를 보는데, 와, 나 갑자기 파리 가고 싶네?


내가 여행을 그렇게나 좋아하지만, 이상하게도 딱히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안드는 곳이 일본하고 프랑스였다. 간혹 일본은 와규 먹으러 가볼까, 라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게까지 강렬하지 않아서, 그렇게나 돌아다니면서도 일본을 한 번도 안가봤다. 파리는 잠깐 1박2일 가서 셰익스피어 서점도 보고왔고 센강 주변을 걸었던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그렇다고 파리 .. 낭만.. 막 이러진 않았단 말이야? 나는 유럽을 가고 싶고 유럽의 많은 나라, 도시가 가고 싶지만 그게 프랑스는 아니었단 말이지. 그런데 이거 보니까 한 번 가봐? 막 이런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재미있는건, 


이 남자의 플러팅이었다.


하-


그는 그녀를 처음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누었고, 그런데 그녀랑 좀 더 있고 싶다보니, 너랑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다(spend time with you), 미칫짓으로 들리겠지만(crazy) 이라고 말하는거다. 나는 이 부분에서 진짜 빵터졌는데 하하하하하. 이거 무슨 공식같은 건가... 얘들아, 이거 볼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작년 8월 앤드류와 처음 만난 날, 앤드류가 나랑 헤어지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서 보낸 톡 되시겠다. 영화속에서 헨리가 시드니에게 말하는 거 보고, 와 너무 똑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했네.  아무튼, 앤드류는 지금 여자친구를 사귀었고,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영화 보면서 뭐야, 서점에서 저런 근사한 로맨스 같은거 여행 천 번 다니는 나는 안생겼는데! 하고 보고 있었는데 ㅋㅋ 저 멘트들 나오는 순간 아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 저 멘트들을 들었었구나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미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즐거운 영화감상 시간이었다.



영화는 아마도 저 서점의 남자가 사실 그 샴페인 회사의 상속자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갈등을 겪다가 다시 사랑을 이루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그렇지만 끝까지 볼 의향이 있다. 파리 보는 게 너무 좋고, 하여간 이들의 국제적인 사랑이(응?)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이므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앤드류야, 사적인 톡 공개해서 미안..)


아, 이 와중에 내가 쓴 문장 to 도 안쓰고.. 에휴.. 어려운 영어의 길이다.



다음 여행이나 예약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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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6-16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해.... 아침부터 슬프게 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앤드류는 싱가포르에서 썸탄 거 맞다니까요. 아마도... 원나잇까지 생각했을지도 ㅋㅋㅋㅋㅋㅋㅋ
롱디하기 싫어서 호주에서 그냥 여자 만난 듯.

암튼 그나저나 다음엔 단발머리 다락방 만나나요? ㅋㅋㅋ

근데 일본 한번 가서 와규 구워먹어보세요. 화로에 굽는 걸로...
가게 되면 후쿠오카에 있는 진짜 맛난 집 추천해줄게 ㅋㅋㅋㅋ
근데 왠지 일본은 다락방 취향 아닐 거 같으네요. 일단 호텔방이 다 너무 좁아터짐ㅋㅋㅋㅋㅋ 그 돈이면 어휴 베트남에서 아주 큰 방 얻을 텐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6-16 12:02   좋아요 0 | URL
ㅋㅋ 앤드류가 싱가폴에서 저랑 데이트한건 맞고요 그러나 그가 원나잇을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건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였어요. 드물게도 원나잇을 기피하는 남자였습니다. 그리고 싱가폴에서 데이트를 여러차례 하면서도, 그는 롱디스턴스는 하지 않겠다, 라고 상대에게 밝혔었고요. 그러니 가까이 사는 사람과 연애하게 되어 다행이지요. 하여간 즐거운 데이트였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니 또 그런 일도 있고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ㅋㅋ 저는 여자친구 사귀게 됐다는 그의 소식에 축하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그토록 바라오던 일이었으니까요.

저는 이미 단발머리에 가깝습니다. 아름다운 단발머리로 잠자냥 님과 만나게 되겠군요.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일본이 진짜 안땡기거든요? 가끔 와규 .. 때문에 가볼까? 하다가 이내 아니야.. 하게 돼요. ㅋㅋ 왜 일본은 이렇게 아무 욕망이 안생기는지 모르겠지만, 안생기는데 굳이 갈 필요가 무엇... 이래서 안가고 있습니다. ㅋㅋ 지금 여름 휴가 장소를 계속 고민중입니다. 저는 호텔방은 무조건 넓어야 합니다. 넓어야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님, 8월초에 베트남에서 한 번 만나는 거 어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6-16 12:07   좋아요 0 | URL
8월의 베트남은 너무 습하고;; 너무 뜨겁다;;;

다락방 2026-06-16 12:09   좋아요 0 | URL
땀흘리면서 만나자..

독서괭 2026-06-1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드류 플러팅 💓💓💓 이미 플러팅 받을만큼 받아봤으면서 안 받아봤다고 생각하는 다락장님 은근 철벽녀 아니신지..?
근데 교보문고 번따남이 많은가요! ㅋㅋㅋ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책 들고 주변만 살폈다는 그 남자랑 비슷한 부류인가…

잠자냥 2026-06-16 14:00   좋아요 1 | URL
저기 문자에서도 피곤하다고 단칼 거절하는 거 좀 봐봐…. *소곤소곤*

잠자냥 2026-06-16 14:01   좋아요 1 | URL
응 그런 듯 ㅋㅋㅋㅋ 이번엔 도서전 번호 따러 간다는 그남들도 많은 듯한데…. ㅋㅋㅋㅋㅋㅋㅋ 도서전 안 가본 티 남요. 아니 그 인파에서 무슨 번호 🤣

독서괭 2026-06-16 14:12   좋아요 1 | URL
로맨스영화 소설 그렇게 즐기시면서 정작 자신이 받는 플러팅은 기억도 못하는 그사람… 다.락.방.
도서전에 번호 따러 ㅋㅋㅋ 왜죠? 왜…?? 뭐 다른 곳보다 건전하긴 한데…

잠자냥 2026-06-16 14:15   좋아요 0 | URL
일단 서점이나 도서전이나 여자들이 많이 모이고, 책을 보느라 정신 없는 여자들을 훔쳐보기 좋은 구조이고... 그놈들 주장에 따르면 클럽이나 포차 가서 노는 여자보다 책 보는 여자들이 건전해서 좋다는데...(미친 것들 ㅋㅋㅋㅋ 지들 주제를 좀 파악하라고 어디서 건전운운인지...) 아이구야
그 여자들은 니들이 싫어하는 꼴페미 책 본다!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6-06-16 14:22   좋아요 0 | URL
술먹고 노는 여자 말고 책 보는 여자 많이 모이는 곳~ 아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ㅋㅋ
꼴페미 책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