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의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오전에 가서 학교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를 들었는데 당연하겠지만 숙제를 꼬박꼬박 제출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아, 숙제.. 그래.. 숙제.. 있을거라고 당연히 생각했지만... 내가 한국 있을 때도 대학원 갈까 고민하다가 안간 이유중 하나가 숙제해야 될까봐였다. 여성학으로 대학을 다시 들어갈까 하다 안간 것도 숙제 때문이었다. 물론 초등학교를 거쳐 대학때까지 숙제를 꼬박꼬박 잘 해가는 학생이었지만, 그래서 그런건지 정말 숙제하기 싫으네요. 그런데 이렇게 딱 숙제를 만나다니!! 그래서 오늘은 후회했다. 그냥 학교는 다니지 말고 싱가폴에서 살기만 해볼걸. 살아보기만 해도 영어는 어느 정도 늘 것 같은데, 왜 괜히 학교는 다닌다 그래가지고 숙제를 해야하나.. ㅠㅠ 물론, 어학연수는 내 오랜 숙원이기는 했다. 나는 나에게 말했다. 너가 다니고 싶어했어, 라고.. 하아-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는 내내 그리고 끝나고 나서도 너무 피로했다. 아니, 뭐라는거야, 내가 이해한 게 맞는거야? 그러니까 내일은 수업 없고 수요일부터라는거지? 다들 우르르 나가는데 어딜 간거야. 나는 주변을 둘러봤는데 내 나이 또래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샬라샬라> 프로그램 보면 성동일이 어학연수 간 영국의 학교는 할아버지도 있고 그렇던데, 내가 온 이 곳은 다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 뿐이었다. 게다가 딱히 한국인으로 보이는 학생도 없어. 누군가를 보고 알아야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물어보기라도 하지.
하는수없이 코디네이터가 있는 곳에 나도 줄을 섰다. 다른 학생들도 뭐 물어볼게 많아가지고 줄 서있더라. 한참을 기다렸다 나는 물었다.
"내일 수업 없고, 모레 있는거 맞지?"
"응 맞아."
"그리고 이 앱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는거지?"
"응 맞아. 여기 들어가서 전날 확인하면 다음날의 수업 시간표를 알 수 있어."
"나 그럼 지금 집에 가도 돼?"
"응, 근데 교재 받아가지고 가."
아!! 교재 받으러 간거였구나, 다들.
나는 레벨 3에서 시작하는데, 그 많은 학생들중에 레벨 3 손들어보라니까 몇 명 없더라고요. 그리고 레벨 4~5 들어보라니까 겁나 많아. 대부분이 그래. 아니, 너네들.. 영어 잘하는구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다들 알아들은거였어. 나는, 나는... 하아.
아무튼 그래가지고 밖에 나가서 줄 서서 교재도 받아왔다.
피로하다..
영어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게 더 힘든것 같다. 진짜 에너지 쓰는게 장난 아니야. 많이 먹어야 된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서 겁나 달 것 같은 도넛츠를 하나 샀다. 나 여기서 그러고보니 간식을 별로 안먹었어. 맛있는 간식을 먹자!

장난아니쥬? ㅋㅋㅋ 겁나 맛있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갑자기 비가 와가지고 집에 들어와서는 신라면 끓여먹었다. 아침에 만든 김치볶음밥이 조금 남아 있어서 그거랑 같이 먹었다.

그리고 스타벅스로 갔다.
책 읽어야지.
나는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을 들고 스타벅스에 도착했다.
작은 스타벅스였는데, 저기 한 자리가 남았네. 나는 거기에 자리를 잡고 직원에게 가 디카페인 핫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했다. 그리고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면서 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고 연필도 꺼내고 있는데 직원이 내 자리에 나의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웃으면서 땡큐라고 했다. 그런데 높은 자리라서 좀 불편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저쪽 편한 자리가 비었길래 얼른 이동해서 다시 책읽기를 시도했다.

사실 왓츠앱 톡하느라 집중이 안돼서 책을 잘 읽지는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옆자리 여성으로부터
Excuse me
라는 말이 들려왔다. 어? 나한테 하는 소린가? 하고 돌아보니, 자기가 자리를 비울테니(아마 화장실) 자기 소지품을 좀 봐달라는 거였다. 그녀의 테이블에는 맥북이 열려있었다. 나는 오케이라고 말하며 노 프라블럼, 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마도 화장실을 가기 위해 스타벅스를 나갔다. 그런데 그녀의 맥북에서 큰 글자로 한국어가 보이는게 아닌가! 어라?
그녀가 돌아온 후 내게 고맙다하고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Are you korean? 그러자 그녀는 '어 한국분이세요?'했다. 흑. 너무 반가웠어. ㅠㅠ 저 여기와서 한국사람 처음 만나요 엉엉 ㅠㅠ 이러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영어를 공부하러 왔다고 했고 그녀는 남편이 이쪽에서 일을 해야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일찍 돌아가야하게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만나서 반갑다고 하고 왓츠앱 연락처를 받았다. 그건 사교를 위한 건 아니었고, 본인이 갈 때 짐을 정리해야 하는데 혹시 필요한게 있으면 주겠다는 거다. 너무 고맙죠! 제가 한 번 갈게요, 감사해요! 하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녀도 집에 가면서 앞으로 만나서 차도 한 잔 하고 하면 좋을텐데 제가 다음주에 가서 아쉽네요, 했다.
아니, 내가 왔는데 왜 다들 가요? 왜죠?
아무튼 그러다가 책 한 권 살게 생겨서 충동적으로 MRT 타고 서점으로 향했다. 직원에게 이 책 있니? 물어보니 체크해볼게, 하더니 없다고 했다. '그럼 내가 혹시 예약할 수 있어?' 물었더니, '응 하면 4주 정도 걸릴 수도 있는데 괜찮아?' 해서 응 괜찮아, 했더니 그러면 그렇게하자 하길래 '나는 여기가 처음인데 예약주문 좀 도와줘' 했다. '어, 그런데 며칠 있다 받을 수 있어?' 해서 응 나 싱가포르에 머물거야, 하고는 그녀가 준 신청서를 작성했다.
와- 내가 싱가폴 서점에서 책 예약주문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책 도착하면 나한테 전화주기로 했는데 제기랄 ㅋㅋ 내가 또 못알아듣는거 아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내가 싱가폴에 올 때 들고온 책은 사진과 같다.

주변에서 다들 한국책 가져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들고왔다.
내가 집안에 생긴 일 때문에 너무 힘들고 정신없어서 출국하는 날 급하게 짐을 싸느라, 사실 내가 뭘 가져온건지도 몰랐다가 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 아, 이걸 가져왔네, 아 그건 안가져왔네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사진 보면서 알았다. 영어책 같이읽기 하기로 한 샐리 루니 안가져왔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쉬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일 다시 서점 가야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기와서도 책에 돈을 막 쓰네.
여기서 틈나는대로 스페인어 공부하려고 하우스메이드 스페인어 책 가져왔지만, 현실은 학교 숙제도 하기 싫어서 스트레스 받아버려..
잭 리처의 [the aiffair]는 싱가폴 와서 서점 갔다가 샀다. 이거 사면서 하나 더 사서 앤드류에게 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처음 만날 때 서로의 플레이리스트 보여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앤드류의 리스트 중에 아는게 하나도 없고 앤드류도 내 리스트중에 아는게 하나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장르가 완전히 달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는 약간 헤비메탈 쪽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sad songs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집에 왔을 때 내가 스피커로 음악 틀어놓고 있었는데 오늘 나한테 내 음악이 too gentle 하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To me your music is so gentle! Maybe too gentl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뭐
아무튼 오늘 참기름 샀다.
저녁 먹고 배불러서 소화시킬겸 마트나 갈까~ 했는데 마트에 똭 한국참기름 작은게 있는거에요. 눈물이났죠. 게다가 가격도 적당했어요. 3천원인가. 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님, 책나무 님! 저 참기름 샀어요!! >.<

저녁은 스테이크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뭐


시금치 사놓으니까 이래저래 잘 먹어서 또 사둬야겠다.
그나저나 이 글들을 얼른 수익창출하는 글로 옮겨야겠다. 머릿속에 이미 구상이 정해졌다. 타이틀은 영어 문장으로 하는거다, 지금처럼. 아무튼 브런치로 가야겠다. 슝 =3=3=3=3=3=3=3=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