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퇴근길에 혼자 밥을 먹으러 가면서 문득 영화 <너라는 개념>이 생각나 프라임 티비에서 재생시켰다. 이미 본 영화이니 줄거리는 다 알고 있고, 그러니 걸으면서 보지는 말고 '듣자' 생각하였는데, 흐음. 안들리네요? 당황스럽다. 하여간 '보기'만 하려고 했는데 들으려고 애쓰다보니 보고싶어지기도 해서 보면서 걷다가 보면서 걷다가 했다.
일전에 그 영화를 다 보고 페이퍼 쓴 적이 있으니 줄거리를 알 사람은 다 알겠지만, 여고생 딸을 키우는 싱글맘이 딸을 코첼라에 데려갔다가 슈퍼스타인 보이밴드의 한 멤버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그 일로 그들은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때 싱글맘인 '솔렌느'의 나이는 마흔이며 남자 가수인 '헤이스'는 스물넷.
그녀가 훨씬 연상인데다가 그는 인기스타이기도 해서 연일 파파라치가 찍히는데, 엄마의 사랑을 응원하던 딸도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하도 괴롭히는 통에 너무나 괴롭다. 솔렌느는 헤이스를 사랑하지만 이별을 고한다. 나는 더이상 이걸 못하겠어, 라고 말한다. 내 딸이 너무 괴로워해, 라고. 어떤 이별은 상대에 대한 미움없이 벌어지곤 하는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 유독 'I love you' 라고 말하면서 이별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관계가 새삼스러웠다. 맞아, 어떤 이별은 사랑하는데도 벌어지곤 해. 딸을 위해 이별을 택하겠다는 솔렌느의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그런데 헤이스는 '5년 후에' 다시 만나자고 한다. 그 때가 되면 솔렌느의 딸인 이지도 대학생이 되어 멀리 떨어져 자신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거고 그리고 우리의 관계도 사람들에게 지금보다 흥미가 떨어질거다 했던것. 그런데 셀린느는 '5년은 너무 길어' 라면서 '너에게 행복할 기회가 찾아오면 그걸 붙잡아' 라고 말한다. 헤이스가 5년 후에 만나자고 말할 때 헤이스에게 그것은 진심이었고, 솔렌느도 그것이 진심이기를 바랄 순 있었겠지만, 그러나 그것을 믿거나 기대하지는 않았을것이다. 한창 젊은 나이에, 찬란하게 빛나는 나이에, 게다가 주변에 사람도 누구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는데, 5년 후에 다시 나에게? 그건 말도 안되지. 너에게 행복할 기회가 온다면, 붙잡아. 솔렌느가 사랑하면서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남자에게 진심으로 해줄 수 있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5년이 흐른다.
5년은 너무 길고, 그러니 행복해질 기회가 오면 잡으라던 솔렌느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흠칫, 거리며 돌아본다.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그리고,
그가 온다.
5년 후에 만나자던 그가,
5년 후에 온다.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사람. 그동안 충실히 살아낸 사람. 그리고 그녀 앞에 다시 선다.
이 장면이 이번에 볼 때 참 너무나 좋았다.
누가 번역본 좀 내주세요.. 네?
모종 사서 심었던 딸기는 제대로 자라지도 않고 벌레만 생겨서 뽑아 버렸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처음 씨를 사서 뿌려본 방울양배추, 순전히 호기심에 심었는데, 엄청나게 잘 자라고 있다.


고추는 씨를 산게 아니라 고추에서 씨를 내가 직접 발라내서 심었는데 역시 무섭게 자라고 있다. 예전에 고추 심었다 한 번 실패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중간에 벌레 생겨서 죽지나 않을지 걱정이지만, 어디 한번 다시 잘해보자. 솎아줘야 되는데 가슴이 아파서 솎아주지를 못하겠어. 대체 어느걸 버린단 말이냐..

그런데 이거 고추인지 파프리카인지 모르겠다. 화분 하나엔 고추, 화분 하나엔 파프리카를 같은 조건으로 같은날 심었는데 이 화분은 이렇게 자라느라 난리났고 다른 화분은 그렇지 못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번 해에는 바질이 예전만큼 쑥쑥 자라지가 않는다. 뭐가 문제인걸까.
요즘 길 다니면 장미가 너무 예쁘다. 우리 동네에는 장미 맛집 아파트가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아니다.

책을 샀다.

고미숙의 [동의보감]은 지난번에 찾아갔던 한의원의 원장쌤 보고 자극 받아서 샀다. ㅋㅋㅋㅋㅋ 그렇게 큰 전문서적 동의보감은 제가 못읽겠고요 ..(읽고 닥터가 되어볼까..) 일단 고미숙 쌤의 것으로 도전.. 해보겠습니다. 과연..
[외로움의 책] 도 그 밑에 [마니에르 드 부아르]도 ㅈㅈㄴ 님의 서재에서 평에 낚여버려 샀다.
그 밑에 얇게 있는건 시사인인데 가끔 책 살 때 쿠폰 사용하려고 산다.
지난번 한의원 다녀와서 페이퍼에도 썼지만, 회사 동료에게도 '닥터가 나 섹스하지 말래'라고 말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뜬금없이 인스타그램에 이런게 떴다.
읭?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보자마자 빵터져 웃었는데, 그러면서 '그래서 그런거였군' 하게 됐다. 모든게 다 설명되는 느낌. 내가 무슨 띠인지는 안알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무료로 사주를 봐준다는 앱도 인스타 그램에 떴는데 오오 무료로는 얼만큼 봐줄건데? 하고 넣어봤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앞으로 만날 남자 얼굴을 보여준다. 내 운명의 짝이란다.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들봐라? 얼굴 모자이크 내가 한 게 아니고 이 앱이 공짜로 보여준게 이 모자이크인거다. 그러니까 내가 돈을 내서 이 앱을 구매하면 저 얼굴이 비로소 선명해지는것. 니네, 사람 잘못봤어. 내가 앞으로 만날 남자 얼굴 궁금해서 앱 살 것 같냐? 나 그런 사람 아니야. 나는 결제하지 않았다. 이 앱 구매한 사람들 후기를 검색해보았는데 운명의 짝인 여자 운명의 짝인 남자 얼굴 받고 후기에 올려두었더라. 결제하게 하는 방법도 여러가지네. 혹해서 구매할 사람들 많을 것 같다. 나는 운명의 짝의 얼굴 따위, 궁금하지 않다. 이거 성격이랑 직업이랑 이런것도 몇 군데 모자이크 되어있다.
궁금하지? 돈 내라 돈 내~~
막 이러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나 나는 사지 않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독한 여자야. 지난번에 공짜인줄 알고 아이큐 검사 했다가 돈 내라고 해서 내가 안내고 여태 안보고 있다. 이것들봐라, 날 속였어.. 내가 테스트 한게 아깝지만 결제 안했다. 며칠 후에 반값으로 내려주면서 확인하라고 이메일이 왔다. 그러면서 내가 한국 평균 아이큐보다 훨씬 높다는거다. 그러면 내가 혹할것 같지? 나 정녕 천재란 말인가, 얼마나 천재인지 확인해보자, 하고 돈 쓸 줄 알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쓴다. 나는 그래서 그 결과지를 아직도 보지 못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장난아냐. 나 막 그렇게 만만하게 돈 털어낼 수 있는 그런 사람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니네 사람 잘못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나를 쉽게 봤어 그렇지 않니.
내가 이렇게 돈을 안쓰는 사람이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