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회사가 다른 회사들보다 출근 시간이 이른 것도 있지만, 나는 거기에서도 심지어 더 빨리 출근하는 편이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게 너무 싫어서 회사를 다니기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나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것의 장점이 없다고는 못한다. 사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거 좀 즐기는 편이기도 하다.
우선, 지하철 안에 사람이 별로 없고 앉아서 오며 책 읽는 것에 집중이 매우 잘된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이거 진짜 나한테는 어마어마하게 큰 장점이다. 퇴근 시간 지하철은 이만큼 집중이 안되는데 출근 시간 지하철은 진짜 장난 아니야..
게다가 이무렵과 겨울이 시작될 무렵의 새벽 공기는, 집 밖으로 나섰을 때 화악- 체감되면서 어쩐지 좋아. 여름 이른 아침의 밝음도 너무나 사랑하지만, 차가운 바람도 좋아한다.
뭐니뭐니해도 이른 아침 출근의 좋은점은, 이런 풍경을 오롯이 혼자 바라볼 수 잇다는 것.
이맘때 이른 아침 베란다로 나가면 날이 제법 쌀쌀하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부는데 혼자 가만 서서 앞에 울창한 나무들을 보는 것은 정말이지 최고의 행복이다. 나무 사이사이로 아침부터 산책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도 볼 수 있다. 그건 그것대로 좋다. 가만 이 풍경을 마주하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노라면 머릿속 망상은 최고조가 된다. 만약 내가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소설가였다면 아마도 바로 이 때 여기에 앉아서 창작열을 불태웠을 것 같다. 여기 가만 서서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도 차마 적어내려가지는 못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내고 만들어내고 다듬기도 한다. 망상속에서도 나는 언제나 이 앞에 서있다. 망상속에서도 나는 혼자 이 풍경을 바라보기도 하고, 가끔은 누군가 내게 말을 걸기도 한다. 내 망상은 언제나 평화롭고 아름답다.
이렇게 이른 아침 이 나무들과 바람을 느낄 수 있는게 너무 좋아. 이른 아침 출근의 장점이지. 이 회사를 다니는 몇 안되는 좋은점이랄까. 아, 지금만큼은, 이 시간만큼은 너무나 좋다!! 부랴부랴 커피를 내리고 책도 가져와서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다.
이런 뷰를 가진 집에서 살고 싶다.
이런 뷰를 가진 집에서 산다면 늦잠을 자지 않고 일어날것 같다. 이른 아침의 이런 풍경을 보는 그 느낌을 아니까. 이걸 놓칠 수 없다고 매일 일찍 일어나서 가만 이 앞에 앉거나 서있을 것 같다. 아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얼마후 업무 시간이 되었고 보쓰가 출근해버렸.... 이 행복한 시간은 하루에 고작해봐야 얼마 안된다. 그래도 참 좋아.
오늘은 어쩐지 와인을 마시고 싶은데? 후훗.
이 책은 총 4권까지 있고 그걸 이달 말까지 다 읽어야 한다.
지금 부지런히 3권째 읽고 있는데 책장 진짜 겁나 안넘어가고, 나름 이거 다 읽고 버섯 책 읽으려고 했던 나는 이거 진도가 안나가서 매우 초조한 상태다.
사고싶은 책을 장바구니에 잔뜩 담아두고, 아니 근데 그거 사면 뭐하나, 아무리 급박한 마음에 사도 이 책 4권까지 읽어야하고 버섯책도 읽으려면 지금 시간이 모자란데...
그런데 나 스페인어 듀오링고 하는 아침이면, 왜이렇게 스페인에 어학연수 가고싶냐?
검색이나 해볼까...
야구장! 내가 야구장을 보고 감탄했던 게 기억나고, 선수들이 안타를 치고 달리던 게 기억나고, 관리인들이 밖으로 나와 흙을 판판하게 고르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가장 생생한 기억은 해가 지면서 햇빛이 근처 빌딩들, 브롱크스 지역의 빌딩들에 가 닿던 장면이다. 그렇게 햇빛이 그 빌딩들을 비추고 나면, 이어 여기저기 도시의 불빛들이 켜지기 시작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내 앞에 그 세상이 돌연 펼쳐진 것 같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다. -p.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