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연차를 냈다. 남동생과 함께 엄마 아빠를 모시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셔였다. 장애등급을 받으신 아빠는 다리를 쓰기가 불편하시고 대부분 집에만 계셔 답답하실 터, 최근에 새로 차를 뽑은 남동생은 시승식겸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자 한거다. 처음엔 자연스럽게 바다 근처인데 가까운 곳.. 을 찾다가, 왜 바다여야 하는가, 여행갈 때마다 바다로 갔는데 숲이어도 좋지 않은가, 하고 검색하다 좋은 곳을 찾아냈다. 여기가 바로 내가 찾던 거기야, 좋았어!!
숙박은 <가평 더스테이힐링파크> 였다. 객실은 숲 속에 잇었다. 나는 막연하게 산의 입구에 있겠거니 했는데, 하룻밤 자고 일어나 산책하려고 돌아보니 산의 한가운데에 있었고, 그래서 산책은 숫제 등산이 될 수밖에 없었다. 숙소에 도착해 주차장에 차를 대고 체크인을 하면 숙소까지는 카트가 데려다주는 시스템이었다. 사방천지가 숲이어서 공기도 좋고 매우 시원하고, 게다가 객실은 숲 한가운데에 박혀 있어서 와, 여긴 밀월여행 각이네.. ㅋㅋㅋㅋㅋㅋ 우리는 방 두개짜리 객실을 두개 얻었는데, 잠은 편하게 자야한다는 남동생과 나의 신념 때문에.. 과소비했다고 엄마한테 엄청 잔소리 듣고 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내가 역시 숲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산이라서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이 지천이라, 카트 운전하시는 분은 밤 주워 가세요, 많이 떨어져요, 직원들이며 손님들이 다 주워가요, 하셨는데, 아니나다를까 ㅋㅋ 자고 있을 때에도 툭, 툭, 하고 밤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숙소 문을 열면 어김없이 밤이 거기 있었다. 덕분에 밤도 한가득 주워왔는데 ㅋㅋㅋ 엄마 아빠는 너무 즐겁다고 하셨다. 아니 이게 뭐냐고, 우리 밤 주우러 온거냐고. 후훗.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객실이 우리가 묵었던 곳. 퇴실하기 전이라 문을 열어두었고 저 파란 가방은 직원분이 퇴실 준비 때문에 막 갖다두셨다. 아니 이게 객실이라니, 너무 운치있지 않습니까..
산책하다 만나는 호텔 간판
산책하다보면 나오는 다른 객실
알아챌 수 잇을지 모르겠지만 이거 오르막길이다. 아침에 퇴실하기 전 한바퀴 산책한다고 혼자 나섰는데 오르막길인 것에 관하여...등산이었다. ㅋㅋㅋㅋㅋ
산책하다 만나는 다른 객실 안내 표지판 ㅋㅋㅋㅋㅋ
산책하는 엄마 ㅋㅋㅋㅋㅋ
숙소에서 꾸며둔 정원. 크기는 크지 않다.
산책중인 우리 아빠 ㅋㅋㅋㅋㅋㅋㅋ 아, 엄마 사진 찍는 중이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객실의 거실인데 저기 보이는가, 테라스 ㅋㅋㅋ 내가 저 테라스가 쏙 마음에 들어가지고... ㅋㅋㅋㅋㅋ
다음날 아침 남동생과 아침을 여기에서 먹었는데 아아, 그러나 낭만파괴... 날벌레가... 흠흠.
그리고 밥 먹고 있는데도 밤이 툭툭 떨어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밤 여행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 나 여기 너무 좋아 정말 좋아 라고 몇 번이나 말했을 정도로 나는 이곳에서의 숙박이 마음에 들었다. 진짜 딱 밀월여행 할만한 곳이었는데, 숲 한가운데의 객실이라니,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곳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1. 자가용이 있어야 한다(대중교통으로는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가야한다고).
2. 숙소 안에 식당이 한 곳 있지만 메뉴가 한정적이다.
3. 무인 편의점이 있지만 주류는 판매하지 않으며 갖춰둔 물품도 매우 적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여기서 밀월여행 다시 나오는데, 한 번 들어가면 나갔다 오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그렇다. 게다가 객실 근처에 인적이 없어 ㅋㅋㅋㅋㅋㅋ우리 같은 경우 어차피 체크인은 오후 3시라서 점심은 계곡 닭도리탕을 먹었다. 남동생이 예약해둔 곳이 있어서 점심 시간에 예약해두고 가 계곡에 발 좀 담근 뒤에 닭도리탕 먹었는데 역시 엄마 아빠 너무나 좋아하셨다. 풍경 때문에 좋긴 했지만 닭도리탕 맛은 가격대비 그닥..
씐난 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은 숙소에서 2킬로 떨어진 소고기집을 예약해두었더랬다. 소고기도 소고기지만 식당 분위기가 완전히 캠핑장 온것처럼 꾸며둔 곳이라 모시고 가야지 싶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의자도 다 캠핑의자들로 보이는데 이러면 아빠가 불편할 것 같아 미리 식당에 전화를 해 물었다. 아버지가 다리가 불편하신데 혹시 일반 식탁 의자가 있냐고. 식당에서는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예약해두고 여기서 결과적으로 소고기를 맛있게 먹었는데,
막상 숙소에 도착해보니 여기까지 다녀오는게 좀 일일 것 같은거다. 호텔 직원은 택시는 부르면 오지만 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고 혹시나 픽업서비스 가능한가 식당에 문의하니 그건 안한다 하고, 택시는 안잡힐 수 있으니 대리를 추천한다 했다. 남동생과 나는 소고기에 소주를 꼭 먹어야겠단 말야? 엄마 아빠는 불편하면 그냥 호텔 식당에서 먹자고 했지만 아니야, 여기는 지금 우리가 먹을만한게 없어... 그래서 한 번 해보자, 하고 택시를 불렀는데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잡혔고 왔다. 식당에서 소고기 맛있게 먹고(엄마는 안심을 드실 때 입에서 살살 녹아! 하며 좋아하심)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가지고 숙소로 향했다. 남동생은 맥주 마시고 나는 집에서 하이볼 재료 가져갔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철저한 편)
아무튼 이렇게 한 번 나갔다 오려면 좀 빡세고, 산 속이라 어두워지면 깜깜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어 ㅋㅋ 물론 호텔에서 꾸며둔 정원은 조명을 환하게 밝혀두긴 했지만, 객실 들어가면 바깥은 암흑... 일단 차가 있어야 접근할 수 있는 곳이고, 한 번 들어가면 나갔다 나오지 않기 위해 원하는 걸 다 준비해가는 게 꼭 필요하다.
아빠는 무척 만족해하시며 당신 칠순 때보다 더 즐겁다고 하셨다. 갑자기 칠순 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ㅋㅋㅋ 엄마는 평소에 바다를 너무나 좋아하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무척 만족하셨다. 그리고 아무도 안물어봤지만, 나는 바다보다 산이 좋다. ㅋㅋㅋ 산책이 등산이지만 뭐 ㅋㅋㅋㅋㅋㅋㅋ물론 벌레가 너무나 많지만요 ㅠㅠ
아, 낮에 닭도리탕 먹을 때 으앗 이것은 너무나 좋은 술안주.. 그런데 남동생은 운전하는데... 나 혼자 술 마시면... 그렇지만 이런 안주를 두고 안마시기가.... 나는 남동생에게
"나 낮술 마시면 빡칠것 같아?"
물었는데 남동생이 마셔, 해서 ㅋㅋ 소주 시켜가지고 엄마랑 둘이 마셨다. 아빠는 술 원래 안드시고 남동생은 운전 때문에 안마시고 엄마랑 나는 둘이 사이좋게 건배!
ㅋㅋㅋ 그 뒤로 남동생의 갈굼이 시작됐다. 소고기집에 갈 때부터
"아까 마셨으니까 덜 마셔도 되겠다?"
이러더니 소고기집 도착해서 "조금만 마시겠네? 아까 마셨으니까?" 막 이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개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나는 넘나 보부상이라서..
나랑 여행 같이간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하는게, 필요한게 내 가방에서 다 나옴 ㅋㅋ
친구1이 '아 이건 가위가 필요하겠네' 이러면 내가 가위 꺼내줌. 이모가 '손톱깍이가 필요한데..' 라고 하면 내가 손톱깍이 꺼내줌 ㅋㅋ 이것은 다 경험에서 나온것이니, 내가 여행경험이 축적할수록 '아 이건 있어야 겠구나' 하면서 하나씩 챙긴것들이랄까. 한번은 친구2가 아, 후시딘 있으면 좋겠어, 했는데 내가 후시딘 까지 꺼내줘서 친구가 완전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여행 캐리어에선 과도도 나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번에도 남동생과 객실에서 2차를 하기 위해서 짐빔과 레몬즙, 탄산수 챙겨갔지만,
출발전에 안주로 먹으려고 토마토 마리네이드 만들고 ㅋㅋ 메론도 썰어서 가져갔다. 아침으로 누룽지랑 컵라면 예정되어 있어서 엄마는 김치를 볶아 준비하셨고 나는 그외 마른 오징어, 메이플 호두, 썬더치킨 도 준비하고, 제일 중요한 히말라야 숙취해소제와 컨디션 환, 상쾌한 병도 준비했다. ㅋㅋㅋ 아니 남들이 보면 1박이 왜이리 요란하냐고 할듯. 이게 다 차가 가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하세요? 보부상 다락방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샀다.
[낯선 여인의 키스]는 안톤 체호프 글이 재미있으니까 사기도 했지만 낯선 여인의 키스..궁금하지 않나요?
[빛이 이끄는 곳으로]는 재미있다는 글을 많이 봤는데 다 바이럴 광고였나 싶기도 하고..
어쩌다보니 피터 스완슨을 두 권이나 사게 되었는데, 그건 [살인 재능] 한 번 읽어볼까? 재미있겠는데? 했더니, [죽어 마땅한 사람들]과 [살려 마땅한 사람들] 까지가 셋트인가 보았다. 죽어 마땅한 사람들은 오래전에 읽었지만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딱히... 라고 생각했는데 살인 재능 읽으려면 한 번 읽어볼까 하고 샀다.
[섬]은 난민들의 이야기인 것 같아 샀다. 장 지글러 읽어본 후로는 난민들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난민에 대한 관심을 놓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있다. 생의 일정부분은 난민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간병과 돌봄을 감당해야 했던 주인공들이 그러나 부모가 죽게되자 그 죽음을 은폐해야 했던 이유,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해 읽어보고 싶어졌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 이면에 많은 다른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자꾸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을 죽인 여자들]은 알라딘 중고서점 잠실점에 다른 책 사러 갔다가 충동적으로 집어온 책.
자, 바로 이 책 '도널드 바셀미'의 [백설공주]가 내가 알라딘 중고서점 잠실점에서 산 책이다. 이거 사러 거기 갔다. 배송 시키려니 2만원 이상 사야 무료배송이라 이거 한 권만 주문해야겠다, 하다가 아니 잠깐, 내가 가면 되잖아? 하고 잠실점에 가서 이걸 산거다. 이게 절판이라 새 책은 구할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의 존재는 어제 페이퍼 쓴 '조이스 박'의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에서 알게됐는데,당장 읽고 싶어서 검색하고 사게된거다.
안그래도 남자 작가의 백설공주 재해석? 하고 흥미로웠는데, 책 뒷표지 보니, 와, 이거 너무 당장 읽고 싶네요?
내가 여러분을 위해 친절하게 타이핑 좀 해보겠다.
제 작품의 의도는 제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발견하는 것입니다. 소설적 장치를 통해 독자들이 제 의도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패러디와 아이러니, 동음이의어, 콜라주 등의 형식적 실험을 이해한다면 이 작품의 주제와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소설은 전통적인 <백설 공주>의 신화를 해체하고 재편성함으로써 거꾸로 읽기와 뒤집어 해석하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적인 언어 형식을 회피함으로써 가부장적 사고에서 비롯된 의미의 독재에서 벗어나, 해독하기 어려운 여성성의 깊은 심연을 엿보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비록 저는 생물학적으로는 남자지만 권위적인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한 심리적 외상을 갖고 살았기 때문에, 저의 관념적인 여성성이 글쓰기로 표현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소설에서 저는 백설 공주를 다시 하늘나라로 돌려보냄으로써 가부장적인 사회가 상상한, 수동적으로 왕자만을 기다리는 전통적인 백설 공주의 신화를 지워버리고, 강하고 지적이며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백설 공주를 역사화하려 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작가 인터뷰> 중에서
아 너무 좋다. 너무 좋아.
역시 새로운 책은 나를 씐나게 한다. 얼쑤~
그러므로 또 책을 사야겠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