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얘들아, 그러니까 내 말 좀 들어봐.
어제 피곤하게 많이 걸어서 오늘은 좀 호텔에서 딩굴거리자고 생각했지만, 나의 몸은 어떠한 피곤도 한 숨 자고 나면 다시 재충전이 되어버려, 이대로 있을 순 없다! 벌떡 일어나 바쿠테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자고 있는 친구에게 말하니 자기는 피곤하다고 좀 더 자겠단다. 그래서 어제도 그랬던것처럼 혼자 호텔을 나섰다.
그런 밈이 있다. ‘흰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라는.
나는 구글맵과 돈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여행할 때마다 생각하는데,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 나는 구글맵을 보면서 걸어서 유명하다는 바쿠테집으로 향한다. 사실 꼭 거길 가려는 건 아니었는데, 이곳 쿠알라룸푸르도 설날 쉬는 레스토랑도 많고, 호텔 직원에게 물으니 호텔 근처에 바쿠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없단은 게 아닌가. 하는수없이 구글 검색되는 맛집으로 향했던 거다.
30분 이상을 걸어 도착했는데 와, 대기중인 사람이 엄청 많았다. 나는 바쿠테를 먹으러 왔지만 꼭 이곳의 바쿠테일 필요는 없어서 비어있는 옆 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텅텅 비어있는데도 나를 위한 자리는 없단다. 하는수없이 나와서 그 유명맛집으로 가 혼자 왔다고 말했다. 나에게 62번 이라는 번호표가 주어졌다.
엄청난 대기인들이 있던 터라 식당에서는 혼자 온 사람을 다른 혼자 온 사람과 합석 시켰다. 일단 사람1과 사람2를 불러놓고 설명을 한다. 처음에 중국말로 하는데 내가 영어로 얘기해달라고 했다. 직원은 다시 영어로 얘기했다. 너희들은 한 테이블을 쓸거고 음식은 따로 나가겠지만 빌지는 한 테이블당 하나다, 오케이냐, 해서 우리 둘다 오케이를 하고 앉았다. 나와 합석한 사람은 매우 젊은 여성이었다. 나는 이미 뭘 먹을지 정해두고 온터라, ‘너 준비가 되면 말해줘 나는 준비가 됐거든’ 했더니 그녀도 나도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그래, 뭘 골랐니? 했더니 나랑 같은 오리지널 바쿠테를 고른다. 밥도 먹을래? 물으니 먹겠단다. 그리고 그녀는 음료를 선택했고 나는 음료를 선택하지 않았다. 모든 메뉴를 정리한 뒤 지나가던 직원에게 주문하겠다고 했다. 나는 직원에게
오리지널 바쿠테2
드라이 바쿠테1
음료1
밥2
을 주문했다. 직원이 주문을 받고 간 사이 그녀와 나는 서로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었다. 그녀는 타이완에서 왔고 나는 한국에서 왔다. 그녀는 내게 혼자 여행하냐 물었고 나는 친구랑 왔지만 그녀는 덥고 피곤하다며 좀 더 자겠다고 했다 말했다. 그녀 역시 자신은 혼자 여행하지만 친구 만나러 왔는데 친구는 자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쉬운 영어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주문서를 확인한 우리는, 주문서에 각 음식의 단가가 나와있지 않음을 알고 메뉴판 보고 체크하자고 했다. 그래서 내가 메뉴판을 가져왔는데, 그 사이 좀 더 주문서를 들여다보던 그녀는 나에게 ‘어 그런데 주문 잘못된것 같아’ 라고 말했다.
“왜?”
“이 드라이 바쿠테는 뭐지? 너도 오리지널 먹는다 했잖아.”
“이 드라이 바쿠테 내꺼야.”
“우리 오리지널 2인분인데?”
“응 그것도 내거야.”
“너 2인분 먹을라고?”
“응!”
그녀는 오! 하면서 놀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난 이것도 먹고 싶고 이것도 먹고싶어. 그래서 둘 다 주문했어.”
그녀는 알겠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계로 뻗어나가는 나의 1인 2메뉴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중간에 메뉴판 보며 서로의 가격 체크해서 계산하고 그녀가 내게 돈을 줬고 나는 나갈때 계산하기로 했다. 그녀는 한국에 여행온 적 있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했다. 4계절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너(그러니까 나) 되게 프렌들리 한데 한국인들도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음식 맛있는데 이거 진짜 좋았다고 자기 폰에서 사진을 보여주는데 간장게장 이었다. 나는 빵터져서 웃고 그녀는 투썸 플레이스 커피 맛있었다. 이디야도 가봤다고 보여주길래, 이디야는 나도 종종 가는데 거기는 스타벅스나 투썸보다 싸다고 했더니 맞다면서 그런데 빽다방 사진 보여주면서 여기 진짜 싸다는게 아닌가. 나는 거기 사장이 굉장히 유명하다, 까페도 갖고 있고 식당도 갖고 있다면서 네이버에서 백종원 검색해서 보여줬다. 그리고 그녀의 아내는 배우라고 소유진 사진까지 보여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식이 나왔고 나는 드라이바쿠테를 그녀에게 맛보라고 덜어주었다. 그녀는 고맙다고 했고, 자기는 유튜브를 했다면서 막 보여주는데 죄다 한문이어서 나는 차이니즈를 읽지 못하고 말도 못한다고 했다. 여기 너무 덥고 그런데 서울 춥고 타이완도 춥다고 하면서 나는 지금 여기에서 널 만나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끼부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녀가 내게 자신의 유툽을 보여주길래 내가 링크를 달라고 했는데 그녀는 유튭 말고는 어떤 에스엔에스도 하지 않아(영타가 안쳐지는 내 키보드.. 왜죠?) 어떻게 줘야할지 모르겠다고 했고, 나는 고기를 뜯다가!! 야, 유튭 다시 보여줘봐, 해서 하나를 재생시킨후 점세개를 눌렀다. 죄다 한문으로 나와서 내가 ‘어떤게 셰어야?’ 하니 그녀가 뭔가 눌렀고, 그렇게 공유화면에서 여러가지 수단 선택되는게 그중 라인이 있는게 아닌가!
”너 라인하니?“
”응 나 해.“
”나도 라인 해. 라인으로 보내줘“
이렇게 됐는데 세상에 내가 라인을 잘 안쓰기도 하고 컴맹이기도 해서 내 아이디를 어케 찾아야 될지 몰라서 헤매는거에요. 부끄러웠죠. 그러나 젊은 그녀는! 자기 라인앱에서 뭔가 눌러서 나에게 큐알코드 내밀었고, 나는 내 폰으로 친구추가 눌러서 큐알코드 읽고 그녀를 나의 친구로 등록했다. 그녀의 영어 이름 메리, 로 나에게 친구가 추가 되었고, 나는 한글로 다락방 이라고 되어있어서, ㅋㅋㅋㅋ 내가 ‘나는 영어 이름이 없어’ 라고 한 뒤, 라인으로 메신저를 보냈다.
마이 라스트네임 이즈
리
하고 ㅋㅋ 그녀가 미쓰 리! 하고 웃었다. 그래서 내가 롸잇!!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녀는 라인으로 내게 자신의 유튭 채널 링크를 보내주었다. 와 젊은이랑 친구가 되었네. 그렇게 우리는 순식간에 친구가 되었고 다 먹고난 뒤 그녀는 자신의 친구네 집으로 간다했고 나는 호텔에 간다 했지만, 글쓰고 싶어서 까페에 와서 커피랑 빵 오 쇼콜라 주문해놓고 이거 쓰고 있다.
이 까페까지 걸어오면서 생각했다.
와 나는 외국인 친구 없다고 그동안 숱하게 말해왔는데, 어학연수나 해외 유학도 안다녀봤고, 외국인 만날 일이 없어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단도 기회도 없었는데,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 생겼다 ㅋㅋㅋ외국인 친구 ㅋㅋㅋㅋㅋㅋㅋ 나 이제 타이완 친구 있다!! 만세!!
오늘 아침을 생각하며 이 행운을 떠올린다. 수많은 우연과 상황들이 그 사이에 있었다.
피곤해서 친구 없이 혼자 왔기 때문에 타인과 합석이 가능했고, 다른 식당에서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식당에서 대기해야 했고,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 포장해 가려고 했더니 포장은 더 오래 걸린다고 해서 포기했고, 그러다보니 나는 나와 같은 테이블에 타이완 여성과 함께앉게 된거다. 나보다 앞서 어떤 여성과 어떤 남성이 합석하는 걸 보았고, 그래서 다른 혼자 온 사람과의 합석에 대해 나도 각오하고 있었다. 다만, 주변을 둘러보며 어떤 남자들을 보고 ‘제발 저 사람이 혼자온 건 아니기를..’ 빌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근사한 타이완 여성이 나의 파트너가 된것이죠. 만세다 만세!! 너무 씐난다!!
이제 빵 오 쇼콜라 먹어야지.
여러분 라인을 깔아두면 피가 되고 살이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