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케이 애덤스'의 《브로맨스 북클럽》은 로맨스 소설을 읽는 남자들이 나온다. 나는 누누이 로맨스 소설을 정작 읽어야 하는 건 남성들이라고 주장해왔는데,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또 있었는가 보았다. 작가 리사 케이 애덤스는 자신의 책을 통해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연인과의 관계 회복을 해나가는 남자들을 등장시킨 거다.
메이저리그 선수인 '개빈'은 아내가 자신에게 그간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속여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빡쳐서 아내랑 다투었고,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받는다. 아내가 그걸 속인게 너무 괘씸하지만 그런데 아내와 쌍둥이 아이들을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고 결코 아내와 이혼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데, 이 때 그의 친한 친구를 비롯한 남성 몇이 찾아와 우리와 함께 로맨스 소설을 읽자고 제안한다. 그게 무슨 미친소리냐 대응하던 개빈은, 이 남자들 모두가 아내 혹은 애인과의 관계가 엉망인 적이 있었고, 그런데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지금처럼 좋은 관계로 회복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고 그게 가능해? 라고 개빈은 당연히 회의를 품지만, 이 북클럽 회원들은 가능하다, 거기에서 우리는 한 인간이 가진 배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또 어떤 행동을 연인들이 좋아하는지, 그리고 결국 연인들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하는거다. 묘하게 설득되어 개빈은 로맨스 소설을 읽게 되고, 그리고 모두가 짐작할 수 있듯이 개빈은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오히려 서로 그동안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던 그리고 신뢰하지 못했던 그 모든 감정들에 성적인 것까지 더해져 엄청 뜨거운 사이가 된다. 물론 책 속 북클럽 회원들은 말한다. 그건 로맨스 소설이 해주는게 아니라 로맨스 소설을 읽은 우리가 해내야 하는 일이다, 소설이 저절로 해주지 않는다, 뭐 그런 것들. 이들은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게 부끄러워서 이 북클럽 회원들 말고는 자신들이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맥은 커피 캐리어를 가리켰다. "호박 라테, 네가 주문한 대로사 왔어."
개빈의 입이 떡 벌어졌다. "너도 이거 마셔?"
델은 창가에 있는 의자에 대충 널브러져 앉았다. "완전 좋아하지. 직접 주문하기엔 너무 창피하지만."
맥은 소파에 털썩 앉더니 두 발을 쭉 뻗었다. "이런 거 좋아한다고 창피해하지 마. 호박 라테를 거부하는 건 우리 삶에서 가장 재미없는 부분에까지 남성성이라는 독이 퍼져 있다는 아주 완벽한 사례라고 할 수 있어. 여자들 대다수가 뭔가를 좋아해, 그럼 우리 사회는 자동적으로 그걸 조롱해, 로맨스 소설도 그렇지. 여자들이 그걸 좋아한다고 하면 농담거리가 된다니까, 안 그래?" - P75
제목에 걸맞게 정말 로맨스 소설 읽는 남자들이 나오는 소설이었고 재미있게 읽었다. 무엇보다 남자주인공이 메이저 리그 선수여서 몸매가 환상적인 걸로 나오는데, 그래서 이혼을 결심한 아내 '세아'가 힘들어한다. 자꾸 상체를 드러내고 왔다갔다 거리는 근육질의 남성이여... 힘들어....저길 봐도 네 상체 여길 봐도 네 상체, 상체 상체 근육 근육.. 세아가 개빈을 사랑하지 않아서 이혼하자는 게 아니라 세아에게도 세아 나름의 욕망과 희망과 상처가 있었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 컴백홈........ 이 아니고 여하튼 잘 됐다. 아무튼 개빈은 북클럽 친구들을 간혹 만나는데, 아니..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먹는데 이런 구절이 있다.
개빈은 그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고는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읊기 시작했다. 그가 말하는 동안 델은 종업원을 향해고개를 끄덕였는데, 오기로 했던 다섯 번째 손님이 왔다는 걸 전하는 것 같았다. 개빈은 일명 ‘허리띠 풀러 아침 만찬‘이라는 걸주문했는데 젠장, 알게 뭐람. 어차피 경기 시즌도 아닌 데다가 부인이 그의 사랑을 믿어주지도 않는데.
맥은 종업원이 자리를 뜨자 얼굴을 찡그렸다. "어이, 그런 거먹다간 제 명에 못 죽어. 그리고 돼지 된다." - P137
뭐라고? 허리띠 풀러 아침 만찬?? 저게 뭘까? 같은 남자들이어도 돼지 된다고 말하는 그 아침 식사.. 뭘까? '허리띠 풀러 아침 만찬'은.. 뭘 번역한걸까? 어쩌면 fatboy breakfast 를 이렇게 번역한걸까?
일전에 대양주에 사는 남자를 사귈 때, 그가 팻보이 브렉퍼스트에 대해 말해줬던 적이 있다. 그런 푸짐한 아침 메뉴가 있다고. 이게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처럼 그런 메뉴 명인건지, 아니면 특정한 레스토랑에서 자기네 시그니처로 만든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도 듣고 혹했었다. 내가 런던에 왜갔었는데?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먹으러 갔었단 말이다. 나 그런 사람. 나 프란세진야 먹으러 포르투갈 간 사람... 먹는거에 진짜 진심인데, 그렇다고 한국에서 맛집 줄 서서 먹는 사람은 아닙니다. 줄 안서는 사람입니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허리띠 풀러 아침식사'가 나는 너무 궁금한거다. 그렇지만 이걸 검색어로 넣으면 아무것도 정보가 없다. 어떤 영어를 번역한걸까? 아 너무 궁금하다. 알고 싶다. 팻보이 브렉퍼스트 번역인걸까? 아 너무 궁금해 궁금해 미치겠다. 이쯤에서 구글 이미지로 검색해보는 fatboy breakfast!!
흑흑 ㅠㅠ 허리띠풀러아침만찬 뭔데 ㅠㅠ 나 너무 궁금해 ㅠㅠㅠ 나 그거 먹으러 미국 가고 싶어 ㅠㅠ 나 뭔지 알려줘 ㅠㅠ 나 너무 궁금해. 내가 진짜 이거 궁금해서 이 책의 원서를 살까 겁나 생각중이다.
게다가 원서에서 도대체 뭐라 되어 있을까 궁금한 부분은 또 있다.
그러니까 이들이 서로 오해를 어느정도 풀고 격렬한 섹스를 하는데, 그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던 세아 이지만 개빈이 로맨스 소설 읽고 좀 달라져가지고 이들에게 하룻밤에도 여러차례 오르가슴이 찾아온단 말이야? 어쨌든 충동적으로 개빈이 세아의 엉덩이를 때리는 장면이 있다.
"미치겠어, 세아." 그는 그녀에게 비벼대며 신음했다.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그리고 찰싹 때렸다.
이런 망할.
세아가 얼어붙더니 그를 내려다보았다. "방금 나 찰싹 친거야?"
"어, 그러네, 그게, 마음에 들어?"
"그런 거 같아. 그런가, 정말 그런가 보게 다시 해봐." 개빈이
"이런 빌어먹을 얼룩덜룩 벌레 같은!"이라는 이상한 말을 했지만 그녀는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가 다시 그녀의 볼기를 찰싹 때렸는데 그게,
"아아, 좋아, 그래." 그가 또 한 번 때렸다. "좋아, 너무 좋아."
그녀의 몸 안에서 모든 색채와 감각이 폭발했고, 그녀가 절정에 휩싸이는 동안 그 역시 절정에 올랐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침대 위로 벌렁 뻗어버렸다. - P380
저기, '이런 빌어먹을 얼룩덜룩 벌레 같은' 이 너무 궁금한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어젯밤 자기 전에 읽다가 육성으로 터져버렸어. 격렬한 섹스 도중 엉덩이 찰싹 찰싹 때리다가, 어째서 '빌어먹을 얼룩덜룩 벌레 같은' 이 나온걸까? 만약 내가 세아였다면, 엉덩이 찰싹 맞고 좋아하다가도 저 말에 갑자기 푸핫- 하고 뿜어버릴 것 같은 거다. 얼룩덜룩 벌레같은, 이라니. 도대체 어떤 영어를 저렇게 번역한걸까? 너무 궁금해!! 원서... 살까. 하하하하하.
사실 로맨스 소설을 읽는 성인 남자 라는 설정도 좀 판타지 적이고, 그 소설로부터 뭔가를 배워 연인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역시나 판타지 적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냥 후루룩 읽고 덮을 수 있는 책이지만, 아니 이게 시리즈인거야. 그런데 다음 시리즈 주인공이 너무 누구일지 보이는 거다. 세아의 동생 '리브'와 세상에 소문난 잘생긴 '맥' 인것 같은데, 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 모든 여자들이 황홀해할 만큼 처음 보는 그 미모에 반하게 되는 잘생긴남이란 말야? 그런데 리브는 한 공간에 있는 그를 보고도 별 일 없이 지나치는 거다. 그래서 맥이 '어떻게 나를 못본척 할 수 있지?' 하고 대충격 먹는데, 이거 완전 그거 아닌가. 로맨스의 전형적인 바로 그것.
"나를 이렇게 대하는 여자는 니가 처음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가 또 궁금해지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세상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소설이 나왔는데 심지어 시리즈이고 두번째 것까지 번역되어 있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나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허리띠 푸르고 먹어야 하는 아침 만찬 너무 궁금해서 원서 사야겠다. 아아.. 책을 살 이유는 너무나 많고도 많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