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썼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은 기적이라는 말은 사실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반드시 나를 좋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것은 친구나 연인사이는 물론이고 부모 자식간에도 당연한 게 아니다.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노력이겠지만, 시작하는 것은 작은 호감일텐데, 그 호감이 내가 너에게 생겼다고 해서 너 역시 나에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나는 요즘, 어릴 때의 자식이 부모를 따르고 사랑하는 건 무조건적이지만, 그 자식이 자라면서 부모를 미워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고 또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이 싫어하는 행동을 한다면 어떻게 사랑을 주는 일이 가능할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여성학 강의 갔다 모인 여성들과 그리고 선생님까지, 대한민국에서 장녀가 아버지를 사랑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절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지금의 젊은 아버지들도 대체적으로 마찬가지다. 나는 지금은 아빠를 따르는 어린 딸들이 좀 더 자라면 아빠를 미워하게 될거라고 생각한다. 아,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어떤 아버지들은 신뢰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아버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 수는 현저히 적을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되는 한국남성의 전형은 자신의 아버지라고. 내 어머니를 욕되게 하는 일은 할 수 없다는 아들들과는 달리, 여성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한국남자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바깥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기분 나쁜 아저씨들과 한 치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그들도 집을 나서는 순간 그 아저씨들과 같은 아저씨들이며 심지어 집 안에서도 그렇다는 것을.


아,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샜는데,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아빠와 딸 이야기는 아니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소재가 되어 책으로 써지고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는 사랑. 정말 엄청난 힘을 가진 것처럼, 모든 것의 답인 것처럼 여겨지는 그 사랑. 그래서 사람들은 그토록이나 사랑 받고 싶고 사랑 하고 싶어하는 것인가보다. 사랑이 너무나 위대해서, 너무나 선이라서. 물론 나는, 사랑이 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랑은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많이 오해되는 것이 사랑이고 가장 많이 악용되는 것도 사랑이라고.


친구들과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은 기적이지만,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건 지독하게 고통이라고.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것이 받는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아마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사랑이라고 해서 받았을 때 무조건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어느 정도의 호감이나 관심은 상대를 기분 좋게 해줄 수도 있고 상대로 하여금 자기애가 생기도록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상대를 사랑한다고 목놓아 외치는 것은 상대를 괴로운 상황으로 밀어넣으며 고통을 주는 것이다. 나는, 정말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건 기쁨이겠지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내가 별로 안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나를 끈질기게 좋아하고 열망하고 갈망하고 그러는 거, 그건 정말 지독한 고통이다. 차라리 나를 미워했으면 좋겠다. 내가 너를 미워하니까 너도 나를 좀 미워하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고 싶어진다. 아마 경험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그 미친 괴로움을 말이다. 소찬휘 노래 가사중에도 있다.


"차라리 나를 미워해!"


뭐, 내가 말하는 같은 맥락에서 나온 가사는 아니지만. 나는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거, 진짜 괴롭다. 

물론 대체적으로는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될 일은 별로 없다. 그런 일은 웬만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건 기적이지만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미워하게 된다면, 그 경우에는 나 역시 처음에는 상대를 좋아했다가 상대의 어떤 반복되는 말과 행동 때문에, 그리고 상대의 지나친 사랑 때문에 내 마음이 짜게 식어버리게 되는 경우에 발생하곤 한다. 첫눈에 반했다고 끈질기게 구애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럴테고, 나를 자기 마음대로 지나치게 이상화 시키는 것도 그럴테고, 헤어진 후에도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복되어 집착되는 경우에도 그럴테다. 사랑한다고 부르짖어도 나에게는 괴롭힘이고 집착이며 스토킹이다. 집착은, 어떤 집착도 환영받을 수 없다. 나는, 다시 말하지만, 지나친 사랑은 정말 싫다. 지나친 사랑은, 하는 당사자에겐 반드시 보답을 기대하게 만든다. 내가 너를 이만큼이나 사랑하는데, 내가 너를 위해서 이만큼이나 했는데 … 내가 원하지도 않는 일방적인 사랑을 주면서 나에게 응당 마땅히 뭔가 보답받기를 바라는 그 마음은 정말 역하다. 나는 너한테 보답하지도 응답하지도 않을거야, 그러니 제발 나한테 너도 주지 말라고! 그러나 이렇게 집착하는 상대는 내 말을 듣지 않고 들을 생각도 없다. 그저 자신이 하는 말을 내가 들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상대가 내게 말하는 사랑은, 내게는 견딜 수 없는 끔찍한 것이 되어 있다.



소설 속 '조'는 출장 다녀온 애인 '클래리사'과 함께 소풍을 가기로 했다. 좋은 풍경의 자연에서 와인을 따라 마시며 변함없는 사랑을 속삭일 참이었는데, 저기 기구를 타고 있는 어린 아이가 위기에 처했다. 강한 바람에 기구가 날아갈 참이다. 마침 주변에 있던 성인 남성들이 뛰어가 그 기구를 붙잡아 그 안에 혼자 있는 어린 아이를 구해보려고 하지만 강한 바람에 역부족이었고, 그로 인해 인명사고가 발생한다. 이 일은 그 기구를 붙잡고자 했던 당사자 조에게도 그리고 그 일을 목격한 클래리사에게도 충격이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그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친구들과 술자리도 갖고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며 사이 좋게 잠자리에 드는데, 그 때 그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그냥 당신 감정을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나도 같은 감정이니까요. 사랑해요." -p.62



조는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아차렸지만, 나는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독자의 입장에서, 비교적 앞부분의 이 대사는 아직까지 나를 충격에 빠뜨리진 않았다. 그러니까 아이코야, 흔한 불륜이 이제 시작되는 것이로구나, 했단 말이지. 누구냐고 묻는 클래리사의 말에 잘못 걸려온 전화라고 대답하는 조 때문에, 나는 더욱더 불륜에 확신을 가졌다. 좀전까지 이렇게 좋은 여자가, 이렇게 아름답고 지적인 여자가 나를 사랑해주다니 감탄하던 이 남자가, 그런데 불륜을 저지른다고? 아이고 맙소사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고 한심한가.. 하다가, 아아, 나는 보기좋게 뒤통수를 맞았다. 그러니까, 무슨 책이든 그렇지만, 이 책에 대해서라면 읽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읽지 않는 쪽이 좋을 것 같다. 내 경우엔 그래서 이 책을 정말 재미있고 쫄깃하게 읽을 수 있었으니까.



처음 강풍에 날아가려는 기구안 어린이를 구하려는 것부터 그리고 그 때 발생한 사고, 그 후의 어떤 죄책감과 트라우마까지도 나는 어휴 너무 긴장되어서,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재미있었다. 그러니까, 죄책감이라든가 트라우마라든가 인간의 고뇌 뭐 그런 얘기를 할 줄 알았고, 이 비극적인 사건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한거다. 그러다 저 전화 한통에, 아 그렇지만 결국 불륜 이야기? 했다가, 내가 생각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구나! 깨달았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햇던 집착에 대한 아니, 그보다는 망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환장하겠는 건,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데, 나는 너에게 애초에 아무 관심도 없는데, 그런데 너는 나에게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알아, 나도 그래" 라고 해버리는 거다. 와.. 미치겠는 거예요. 아니라고, 아니라니까, 이러지마!!! 




어제, 여동생하고 그런 말을 했다. 나 혼자 건강하다고 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만나주지 않는 여자에게 칼을 휘두른 남자에 대한 기사를 본 뒤 나눈 대화였다. 내가 아무리 정신 건강 꼿꼿하게 유지한다고 해도 내 주변의 누군가가 온전하지 못한 마음 상태라면 그건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인생이란 도로 위에서 내가 모든 교통신호를 잘 지키며 주의를 기울여 운전해도 그 길을 달리는 음주운전자에 의해 다치거나 죽게될 수 있는 거였다. 음주 운전은 술 마시고 운전하는 본인에게 해를 입힐 확률이 가장 높지만, 아주 높은 확률로 그 도로를 함께 달리고 있는 다른 운전자에게 해를 입힐 확률도 높다. 인생이란 도로에서 나는 뜻하지 않게 음주운전자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오늘 달리는 이 길에 음주운전자가 나타날거라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도로 위를 우리가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건, 다른 운전자들도 마찬가지로 신호를 잘 지킬거라는 걸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선을 바꿀 때는 깜빡이를 켜고 초록색 신호면 멈춰 서는 걸 내가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 역시 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어제처럼 차를 타고 도로 위로 나갈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그 길에 갑자기 음주 운전자가 나타나 모든 신호를 무시하고 방향도 무시한 채로 이상한 속도로 달려든다면, 그 길에서 나는 위험에 직면한다. 운이 좋으면 그 자리를 피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운이 나쁘다면 나는 그 차에 치어 큰 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도로에서 음주 운전자를 만나지 않고 싶은 것처럼, 인생에서 나 역시 음주 운전자를 만나고 싶지 않다. 내가 몇 번이고 얘기했지만, 영혼이 아픈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언제 나에게 해를 입힐 음주 운전자가 될 지 모른다. 천천히 내 영혼을 갉아먹고 나를 지치게 하다가 내 주변까지 다 파괴하게 될지도 모른다.



조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 조는 괴롭다. 자기에게 닥쳐온 이 사랑이 괴롭다. 고통스럽다. 사랑하는 클래리사에게 오늘의 고통을 다 털어놓고 싶다. 그런데 집에 들어온 클래리사는 조가 원하는 대로의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고통에 맞장구쳐주지도 않고 들어주지도 않는다. 클래리사가 왜이러지? 조는 그런 클래리사에게 실망한다. 클래리사는 클래리사대로 바깥에서 자신의 일상을 살고 왔다. 일을 했고 사람들을 만났고, 클래리사도 온전히 한사람의 몫을 소화해내는 동안 지치고 힘들었다. 집에 들어오면 그에게 휴식이 있을 줄 알았는데, 조는 졸졸 따라다니면서 자기 이야기만 들어달라고 한다. 잠시만, 잠시만 나 좀 혼자 내버려둬.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다. 

이 지독한 사랑으로 인한 괴로움은 조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거. 조를 괴롭히고 그래서 조가 고통받으면, 그건 그대로 바깥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 괴롭힘을 당하는 조의 말과 행동은 괴롭힘을 당하기 전의 조의 말과 행동과는 다르다. 클래리사가 보는 지금의 조는 예전의 조가 아니고, 예전의 조가 아닌 만큼 예전의 사랑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들의 관계는 서서히 파괴된다. 이게 다, 사랑이 한 일이다. 어떤 사랑이, 그러니까 그 사람에게만 사랑이라고 불리워지는 바로 그것이 한 일이다. 이 소설의 제목이 견딜 수 없는 사랑인 건, 그래서 내게는 아주 적절해보였다. 읽는 내가 괴롭고 스트레스 받을 정도로 정말이지, 견딜 수 없었거든. 하지마, 사랑 하지마, 사랑 내다버려!, 이런 사랑을 어떻게 견뎌! 날 사랑하지 말라고, 사랑이 반드시 선이 아니라고, 하지말라고! 몇 번이고 울부짖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언 매큐언의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에 대해 어떤 찜찜함이 있다. 속죄도 어떤 찜찜함이 있는데, 여기에서도 그렇다. 그 찜찜함이 별 다섯을 막는다.


하여간, 사랑이 문제다, 사랑이 문제야. 




나는 널 사랑하지 않아.




병이 있기 위해서는 건강이라는 숨어 있는 개념이 존재해야 했다. - P193

드클레랑보 증후군은 더 밝은 세상을, 사랑이라는 명분을 향해 무모하게 달려드는 정상적인 연인들의 세상을 반영하고 패러디하는 어둡고 비뚤어진 거울이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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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4-19 1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인용 문장 소름 돋네요. 아마도 그건 스토커가 아닐까 싶은데…. 이건 다락방 님 리뷰 분위기를 보고 유추..... 왠지 츠바이크 <모르는 여인의 편지>가 생각납니다.....

그마저나 이 리뷰 이달의 리뷰될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4-19 13:56   좋아요 2 | URL
저 츠바이크의 <체스이야기>와 <낯선 여인의 편지>가 실려있는 문학동네 판으로 읽었는데 기억이 안나서 지금 뭐라고 썼나 찾아볼랬더니 제가 뭐 써놓은 것도 없네요?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연민>이 너무 좋아서 읽었다가 이건 별로 재미없었다.. 입니다.

저 이거 리뷰로 쓴 거 아니고 페이퍼로 쓴건데 잠자냥 님 댓글 읽고 리뷰로 지금 이동시켰거든요? 그 과정에서 별점 매기기가 안되어가지고, 아마 리뷰.. 에서는 제껴질 것 같아요. 아하하하하. 리뷰로 쓸 생각 없었는데 갑자기 적립금의 가능성을 얘기하시면 또 제가 후다닥 옮겨야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돈 좇는 사람)

재미있었지만 스트레스 받는(이건 너무 제 개인적 성향) 소설이엇어요. 좀 여러가지로 충격이었습니다.

잠자냥 2023-04-19 14:08   좋아요 2 | URL
뜨흡.. 그럼 이달의 페이퍼? ㅎ

다락방 2023-04-19 14:10   좋아요 5 | URL
흐음... 이달의 페이퍼가 될만한 페이퍼는 너무 많이 썼는데........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4-19 13: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일단 아버지와 장녀의 관계에 대한 다락방님 진단에 진짜 너무너무 공감했어요.. 제가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가장 가까운 결혼의 모델인 부모님의 결혼생활이 제 결정에 당연히 영향을 끼쳤거든요.. 저는 늘 엄마 입장에 이입해서 함께 억울한 것 같아요!!
다락방님 이야기 읽고 생각해보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거나 혹은 미워하는 것보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날 사랑하는 게 더 괴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한테 이언 매큐언은 항상 줄리언 반스와 짝꿍처럼 함께 떠오르는데 제 마음 속 1순위는 늘 줄리언 반스거든요.. 누가 더 좋아? 어떤 책이 더 좋아? 하면 당연히 줄리언 반스인데.. 뭘 읽고 네 삶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어?하면 이상하게 이언 매큐언인 것 같아요.. 이 책도 읽어봐야 할 모양입니다!!!

다락방 2023-04-19 14:06   좋아요 2 | URL
저희 가족은 사이가 좋고 아빠랑 제 사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제가 아빠를 향해 가진 감정은 좀 복잡해요. 제 아빠는 친구들이 들으면 ‘너무 좋은 아버지‘이지만, 저는 아빠가 능력이 없기 때문에 엄마를 고생시켰고, 아빠 인생의 가장 큰 운이자 복이 엄마를 만난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만약 아빠가 우리 엄마를 만나지 못했다면 인생 진짜 나락으로 떨어졌을 거고 아주 한심한 뒷방 늙은이가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를 만났고, 엄마가 우리를 낳았고, 그래서 그나마 지금의 아빠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저는 엄마보다 더 엄마의 인생을 억울해하는 것 같아요. 왜 아빠를 만나서... 라고 말이죠. 저는 엄마를 사랑하고 아빠를 원망하고 또 연민합니다. 한국여성이 만나는 한국남성의 전형은 바로 아버지로부터 시작하죠. 으 징그러워요 진짜.

저도 이언 매큐언이라고 하면 어쩐지 줄리언 반스가 함께 떠올라요. ㅎㅎ 왜그런걸까요, 진짜? 잘 모르겠네요? 음. 저는 이언 매큐언의 <칠드런 액트>도 좋았고 지금 이 책도 좋아요. 책먼지 님, 이 책도 읽고 리뷰 써주세요. 책먼지 님으로부터 나올 리뷰가 너무나 기대됩니다!! 이거 진짜 쫄깃해요. 음.. 스트레스도 좀 받지만, 그건 제 성향 탓이고요.

꼬마요정 2023-04-19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성이 쓴 소설 중에 찜찜함이 없는 여성이 있는 경우가... 별로 없지 않나요? 심지어 여성이 쓴 소설 중에도 찜찜한 경우가 많잖아요... <넛셀>도 찜찜... ㅎㅎㅎ 전 이상하게 김영하 님 소설 속 여성이 좀 찜찜해요. 이언 매큐언 하면 김영하 이렇게 떠오르거든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마치 츠바이크 하면 김소월이 떠오르는 거랑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여튼, 이 책 저는 힘들게 읽었어요. 이 망할 놈의 사랑... 집착을 버려!! 뭐 이러면서요. 그냥 마지막까지 매달려 있던 그이가 제일 불쌍하다고나 할까요... 좋은 일 하다가 그게 뭐예요ㅠㅠ 전 처음에 이 사람이 손을 먼저 놨기 때문에 자기합리화를 하거나 정신분열이 오거나 이런 건 줄 알았거든요. <칠드런 액트> 먼저 읽을 걸 후회하는 중입니다. 다락방 님이 읽으라고 추천하셨는데 ㅎㅎㅎ

다락방 2023-04-19 14:41   좋아요 2 | URL
저는 이 책을 통해 그 증후군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너무 놀라웠고, 그 증후군의 존재도 충격이었고요. 마지막까지 매달려있던 그 남자 아내의 빡침과 속상함 그리고 후회에 대해서도 좀 충격이었어요. 그러니까 ‘저 사람이 죽었으니 저렇겠지‘라던 평범한 추측들이 정작 당사자에게는 어떤 식으로 기억되고 인상을 줄지 모르는 거라는 게 말이죠. 여튼 마지막에 잠깐 나온 남교수와 여제자, 그리고 클래리사의 마지막 편지, 마지막까지 매달려있던 남자의 아내.. 까지 여성들에 대한 찜찜함이 계속 있어요. 사실 저는 <속죄>에서도 브리오니가 그런 말을 하게 했던 것에 대해 이언 매큐언을 미워하고 있습니다. -.-

저 <넛셀>에 대해 뭔가 써놨을 것 같아 찾아봤더니 백자평 써놨는데 이 백자평으로는 책 내용 아무것도 기억 안나네요? 어휴. 도대체 왜 읽고 쓰는건지,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4-19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9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9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9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9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3-04-1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스포 주의해서 쓰셔가지고 ㅠㅠㅠ 넘나 궁금해서 저도 얼른 주문해야겠어요.

사랑이란게 참 어렵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 마음만큼 나를 좋아해주면 참 좋겠는데, 어떻게 화살표는 서로 이리도 엉키고....또 그 무게도 제각각이구요. 근데 전 제일 심난한게 내 맘이 변한다는 거요. 내 맘이. 쿵쿵대는 내 심장이 이제는 고요하고 잔잔하다~~~ 저는 그게 제일 힘들거 같은데, 조가 그런 힘든 일 겪고 있네요.

저도 이 노래 좋아해요. 저는 유승호가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ㅋㅋㅋㅋㅋㅋㅋ 한 30번은 본 거 같아요. 어린이 눈빛이 심상치 않아서요

다락방 2023-04-20 11:50   좋아요 1 | URL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읽었는데 이게 그렇게 읽어야 재미있을 책이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너무 조심한 글이다보니 쓰고 싶은 말을 제대로 쓰지를 못했어요. 이게 그걸 뽝 알려줘야 글이 수루루루루룩 나오는데 말입니다. 단발머리 님이 꼭 읽고 생각나는 걸 또 다 적어주시길 바랍니다.

맞아요, 단발머리 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그 크기만큼만 날 좋아하면 좋겠는데, 그 사이즈가 다르다보니 인간관계는 힘든것 같아요.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도 다르고 말이지요. 역시 가장 완벽한 사랑은 짝사랑이 아닌가 싶어요. 조용히 혼자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는 짝사랑. 시작도 나 혼자 끝내는 것도 나 혼자 아파하는 것도 나 혼자. 끝!! ㅎㅎㅎㅎ

전 유승호 어린이일때 봤고, 이 뮤비에서도 여전히 어린이 가 남아있어서.. 초큼 오글거리더라고요? ㅋㅋ 제가 링크할까 하다 말았지만, 사실 저는 ‘수지‘의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를 좋아합니다. <널 사랑하지 않아>는 가사나 너무 없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gkfkstk 2023-04-23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을 너무 투자하신 듯;; 너무 장문이라서 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