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에 친애하는 알라디너 분이 본인의 페이퍼에 '가난한 남자만 사랑하는 역병에 걸렸'다는 문장을 쓰신 적이 있었다. 오늘 알라딘에 올라온 친애하는 ㅈㅈㄴ 님의 페이퍼에는 경제적인 그리고 문화적인 계급차이에 대한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이 들어 있었는데, 자연스레 나는 그런 계급 차이를 겪은 적이 없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 주변에는 상대와의 계급 차이로 연애가 중단된 경우가 더러 있었고 가까이에서 목격한 적도 있는데 나는 계급차이로 헤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왜냐하면 계급 차이가 뭐 딱히 날 게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위에 언급한 알라디너의 글처럼 '가난한 남자만 사랑하는 역병에 걸린'것도 아니었다. 사실 상대가 얼마나 가난한지에 대해서는 내가 잘은 몰랐지만, 어쨌든 그간의 연애를 돌이켜보면 그간 사귀었던 남자들이 다 나보다 돈도 못벌었고(내가 잘 벌어서가 아니다), 나보다 책도 안읽었더랬다. 물론, 나보다 책 많이 읽는 남자는 싫다. 책 읽는 남자가 괜찮을 확률이 너무 적은데, 그건 뭐 책 안읽을 남자가 괜찮을 확률이 적은 것과 똑같다. 그렇다고 상대와의 어떤 심한 계급 차이를 느낀 적은 없었다. 젊은 시절에는 나보다 훨씬 월급이 많은 남자를 만난 적이 있었지만 나는 신입사원이었고 나보다 나이가 훌쩍 많은 그는 이미 직장내에서 직급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뭐 좋은 직장이거나 억대연봉 이런 사람은 아니라서 만나면 삼겹살이랑 소주나 마셨지. 다른 남자들이 나보다 돈을 더 적게 벌었던 것은 대부분 나보다 연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고만고만한 사람들 만나서 고만고만한 만남을 가졌구먼. 그런데 확연한 어떤 차이를 느낀게 있다면, 그 중 한명과는 바디의 계급 차이가 났다. 그러니까 육체가 나의 이상형이었달까. 우리 모두 저마다의 이상형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이상형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잖아? 내가 그런 육체를 이상형으로 가진 지는 아주 오래되었지만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몸매에서도 나랑 차이가 없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사람을 만났는데, 바디 엘리트... 육체 인텔리를 만났던 거다. 그는 헬쓰를 하고 요가도 하고 서핑이며 등반이며 뭐 아무튼 이것저것 다 했던 사람이라서 키도 훌쩍 큰데다가 뭐 아무튼 그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생각하니까 좋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한테 너의 덩치를 안을 수 있게 자기가 커서 다행이라고 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건 그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뭣이냐, 멕시코였나 어디를 가면 결혼한 커플이 남자가 여자를 안고 계단을 오르는 그런 전통이 있다는데, 내가 너도 날 안고 그 계단 올라보지 않으련? 했다가 '프로포즈 할거면 똑바로 해!' 라고 지청구를 들었더랬다. ㅋㅋㅋ
새로 시작한 원서는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다. 로맨스소설이라고 소개되곤 하지만 이미 몇 해전에 번역본을 읽어본 나로서는 이 소설을 로맨스로 분류하는데 좀 불만이다. 그보다는 안락사를 더 중요하게 다루는데 말이다. 사랑보다 자신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는데..
이번주가 이 책의 처음이라 대략 등장인물의 소개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윌'은 여자친구와 휴가를 함께 가기로 계획하고 비가 오는 날 출근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난다.
클라크는 6년간 직원으로 일하던 카페가 문을 닫게 돼 실직자가 되었다. 클라크의 집은 가난해서 할아버지, 아빠, 엄마, 여동생, 조카가 모두 자신의 돈만 바라보고 사는데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어 일자리를 구하고자 한다. 마땅한 일자리도 없고 그렇다고 클라크가 가진 자격증이나 이런 것도 없는 상황에서, 사지마비 된 윌의 간호사로 들어가기까지의 이야기가 이번주 분량이다. 번역본으로는 이번주 분량을 다 읽었고 원서로는 아직 읽고 있는데 자, 읽다가 나는 이런 문장을 만난다.
옷깃을 세워 목을 덮고 휘적휘적 걸어 교차로 쪽으로 갔다. -책속에서
아무 특별할 것 없는 문장이고 원서를 보기 전까지는 당연히 어떤 단어가 나올지도 모른다. 당연히 나는 이 문장에 대해 어떤 인상이나 할 것없이 그저 지나쳤는데, 원서에서는 이렇게 표현된다.
He pulls his collar up around his neck and strides down the street towords the junction, from where he is most likely to hail a taxi. -p.4
우엇...
junction ?
이거 설마, 정션?
사전을 찾아보니 '교차로' , '이음부' 로 나온다. 어어.. 너 혹시 그 정션이니? 그러니까.... 투 문 정션? 그 정션이야? 나는 이 정션이 그 정션인지 확인하기 위해 투 문 정션을 검색한다.
오옷, 이 정션이 그 정션이다!! '잘만 킹' 감독의 <Two Moon Junction>!! 이 정션이 그 정션이라니. 그렇다면 가만 있자, 이게 도대체... 뭔 뜻이야?
two = 2
moon = 달
junction= 교차로
이게.. 뭐여???
나는 구글 번역에 two moon junction 을 넣어봤다. 구글 번역기야, 니가 나보다 낫겠지.
뭐 어쩌라고??????
이게 국내 영화 제목도 그냥 투 문 정션 이라고 쓴게, 해석이 안돼서 그런것인가.. 두 달 교차로.. 뭐 이런건가. 자, 그렇다면 영화 내용을 떠올리면 이 제목이 은유하는 바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이게 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라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아마도 잘만 킹 감독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짐작 가능한 내용이다. 설마, 잘만 킹 감독 영화.. 나만 봤어요? 잘만 킹 감독이 어떤 감독이냐면, 주로 에로티시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레드 슈 다이어리, 와일드 오키드 .. 또 뭐 있더라? 여튼 그 감독의 작품인데, 레드 슈 다이어리였나 그 옴니버스 영화에서 되게 흔한 클리셰였던 것 중에 하나가, 상의 탈의하고 운동하던 남자랑 예쁜 원피스 입는 여자의 섹스신이었달까. 그러니까 육체파 남자랑 육체파와는 관련 없는 삶(전문직의 커리어우먼이었던 것 같다)을 살던 여성의 육체적 사랑... 뭐 이런거랄까. 투 문 정션도 그렇다.
아주아주 부잣집의 교양있는 아가씨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당연히 그녀의 약혼자는 엄청난 리치 가이.. 부자 남자이다. 그런 그녀가 마을에 놀이공원이 들어서고 아니 써커스였나? 여튼 뭐가 들어서고 거기에서 상의 탈의하고 육체노동 하던 남자한테 홀랑 반해가지고, 어쩌다 그 큰 집에 모두 다 외출하고 이 여자가 남은 하루, 이 육체파 남자가 그 집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 샤워를 하고 이 '약혼자 있어서 그러면 안되는 여자'랑 육체적 사랑을 뜨겁게 뜨겁게 나눈다는....한 번 나누기까지가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계속 계속.. 나중엔 이 부잣집에 교양있는 숙녀가 남들 다 보는 앞에서도 이 육체파 남자랑 거시기하는....
그렇다면, 음, 투 문 정션의 뜻은 무엇일까.
그것은 리치 가이에서 보디 가이에게로 이동하는 그 교차로, 그 교차로에 있었던 시간은 두 달.. 아니야 두 달을 말하려고 했으면 month 를 썼겠지? 흐음. 그렇다면 리치 가이와 보디 가이 그 교차로에서 양쪽 다 포기할 수 없는 이 하늘에도 달이 있고 저 하늘에도 달이 있다, 뭐 그런 의미인가? 잘만 킹이.. 설마 그렇게까지 생각을????????????
그만 생각하자.
아무튼 투 문 정션의 정션을 오늘 알았다. 정션...
그러고보니 잘만 킹도 계급 차이가 있는 여자와 남자의 육. 체. 적. 사랑을 그렸구나. 계급 차이는 어디에나 있구나. 잭 런던 에게도 잘만 킹 에게도....
아니 근데 나는 어쩌면 이렇게 에로틱영화 얘기하면서도 지적이고 철학적이냐.... 이것은 나의 본성인가....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