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차례대로 원서, 한글 번역 종이책, 한글 번역 전자책)
잭 리처 원서 혼자 읽기는 어느 순간부터 멈춰 있고, 그래서 깨달았다. 아, 친구들과 내가 함께 읽는게 아니라면 나는 여태 원서 한 권도 완독을 못했겠구나! 그러나 우연히, 갑자기 친구들과 원서를 같이 읽기 시작했고 그 뒤로 지금까지 다섯권(브리저튼1, 브리저튼2, 샐리 루니, 다시 올리브, 12월의 어느날)을 읽을 수 있었다. 헤이팅 게임도 이번주 분량을 채워 읽으면서, 와 친구들하고 같이 읽는게 아니었다면 나는 원서 한 권 읽지 못했을거야, 생각하며 새삼 같이 읽는 친구들에게 고마워졌다. 그래서 내가 치킨을 사기로 했다. 두당 한마리씩 먹자고 말해두었다. 친구들아 고마워, 덕분에 내가 원서 완독을 하는 사람이 되었어.. 느리지만.. 번역본 없으면 시도조차 못하지만... 치킨 두당 한마리씩 먹자! 사이드도 먹어도 돼!!
이 자리를 빌어 저에게 원서를 같이 읽자고 해주신 친구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땡큐!!
자, 아무튼 그렇게 원서를 읽기 시작하면서 내 영어 실력이 미친듯이 쭉쭉 좋아져서 아무때나 외국인을 만나도 영어로 대화가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토익 만점 받는 사람이 되고.. 그러면 좋겠지만 영어 실력이 나아진다는 실감은 사실 좀처럼 할 수가 없다. 단어를 찾아가며 읽어도 그 단어는 기억나지 않고 그 단어를 또 만나게 되면 '앗 아까 찾은 단언데 뭐였지?' 이러면서 또 찾게 되고.. 그렇다면 도대체 왜 단어를 찾아가며 읽어야 하나 알 수 없고, 이런 식으로 아까 찾은 단어 어제 찾은 단어 지난번에 찾은 단어 기억나지 않는다면 나는 그냥 실력이 내내 여기 멈추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영어 원서로 읽으면 번역본과는 다른 감정이 전해져오기는 해서 번역본에 안울다가 영어로 울기도 하고 막 그렇게 되기도 해서 어쨌든 하기는 할거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소득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우게 된 단어들이 있다. 반복해 나와서 자연스레 외우게 된 단어. 그중 하나가 grin 이다. 브리저튼에서 이 단어가 하도 반복해 나와서 외울 수 있게 되었다.
grin (소리 없이)활짝 [크게] 웃다
이 단어를 외우고 나자 원서 읽기는 그전보다 조금, 정말이지 개미 똥구멍만큼 더 쉬워졌다. grin 을 안찾고 넘어가도 되니까. 그리고 너무나 자주 반복되어서 외우게 된 단어에는 groan 이 있다. 로맨스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많이 나오는 단어.
groan (고통·짜증으로) 신음[끙 하는] 소리를 내다, (기뻐서) 낮게 탄성을 지르다 (=moan)
이 단어는 주로 언제 나오느냐? 키스하다 나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내가 이 단어를 지금 왜 언급하느냐? 어제 루시가 조슈아와 키스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루시는 대니와 데이트를 했고 그 식사는 이탈리안 식당에서 로맨틱하게 진행되었고(와인, 촛불, 디저트) 그렇게 키스로 이어진건데, 그 키스가 아뿔싸, 사촌과 키스하는 그런 기분이었던 것이다. (아니, 근데 사촌과 키스하는 기분..은 뭐여? 사촌과 키스해봤어? 하긴, 뭐, 똥같은 기분이라고 했을 때 내가 똥이 정말로 돼서 그런건 아니니까...) 그 데이트가 끝나고 루시는 조쉬를 생각한다. 아니, 사실 데이트 내내 조쉬를 생각한다. 루시는 만약 조쉬와 키스해본 적이 없다면 이 데이트가 좋은 데이트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병간호를 해준 조슈아에게 '너의 형 결혼식에 같이 가줄게, 내가 너 픽업해서 운전해줄게' 했던 터라 그녀에겐 이미 오후에 그로부터 받은 그의 집 주소가 있다. 그녀는 네비에 그의 주소를 찍고 그의 아파트 앞으로 간다. 그리고 차를 주차하고나서 그의 집 앞에 선다. 그의 집에 들어가보고자 한 건 아니었다. 그냥, 생각나서 왔다. 그런데 조슈아는 문자를 보낸다. 어땠니? ㅋㅋㅋ 루시는 답장을 보낸다. 웃는 똥표시. 그러자 조슈아는 너 지금 어디야? 문자를 또 보낸다. 루시는 씹는다. 조슈아는 똥줄이 타가지고는 또 보낸다. 나 짜증날라고 해.. 루시는 또 씹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데이트 하러 가라고 해놓고, 키스하라고 해놓고, 어땠냐, 어디냐는 왜 물어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봐, 지도 그렇게 하라고 해놓고서 신경 쓰이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여하튼 그의 집 주변을 맴돌던 그녀는 저기 앞에 누가 걸어가는데 그 실루엣을 보고 그것이 조슈아의 것임을 알아챈다. 그녀가 딱히 그를 부르려고 한 건 아니지만, 그녀의 힐 소리가 또각 울려버리는 바람에 그는 뒤를 돌아보았고, 그러다 다시 뒤를 돌아보고 그녀에게 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여기서 뭐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루시는 나 너를 스토킹 중이야, 하고는 자기가 여기 있는 핑계를 댄다. 그러니까 너도 우리집 아니까 나도 너네집 알아야지, 너만 우리집 아는건 unfair 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조슈아는 너 데이트 어땠냐고 묻고 그녀는 fine 이라고 답하는데, 그런데 너는 fine 보다 더한게 필요한거지, 라고 말하고 루시는 그거 아니야, 라고 했지만, 조슈아는 그게 아니면 니가 여기 있을 리가 없지, 이러면서 가까이 다가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결국 루시는 말하고야 마는 것이다.
"No one can kiss me like you do." -p.163
그러자 조슈아의 eyes가 flash bright from something 해가지고 ㅋㅋㅋ 그녀를 lifts 해서리 his mouth 가 touches 루시의 마우스 되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가 벌떡 들어올려서 키스를 하다 보니까 그녀는 그의 목을 끌어 안게 되었는데, 그 팔에 힘이 약해질라 하니까 그걸 눈치채고 조슈아가 tighter 하게 그녀를 안다보니까,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머리카락 속으로 들어가고 그리고 막 잡아당기고 그럴거 아녀? 그렇게 더 밀착되고 반응하자,
He groans.
이렇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groan 이 좋더라. 이걸 외운 내가 좋다. 이게 원서 읽기가 내게 해준 일이다. groan 을 외웠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러분, 이 페이퍼 읽으면서 groan 외우게 됐쥬?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영양분이 되는 다락방의 명품 페이퍼 되시겠습니다. 다락방의 페이퍼를 구독하면 영어 단어를 외울 수 있다! 으르렁- 아무튼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다락방 되시겠다.
그렇게 내가 He groans 를 읽고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면서 으르렁- he 가 groans 했어 으르렁- 하고 마음이 막 또 말랑말랑 몰랑몰랑해진 시간은, 내가 요가 수업을 들어가기 5분전. 휴.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난다. 책을 똭- 덮고, 나는 요가 하러 들어간다 마음수련하러 들어간다. 요가... 옴~~ 나마스테~ 전굴과 후굴을 하고 몸을 쭉쭉 펴고 휘어보면서 나는 나를 단련한다. 그렇지만 머릿속에서는 he groans 가 자꾸만... 내가 요가를 잘 못하는 건 생각이 너무 많아서야... 아무렴, 그래서야... 절대 몸이 둔하거나 뭐 그래서가 아니야.......책, 책이 문제다. 모든 문제는 다 책이었어!
He groans.
나는 이게 그렇게나 좋더라.
He groans.
아니, 그리고 조슈아 이자식 ㅋㅋㅋㅋ 끼부리는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groans 하게 키스해놓고 ㅋㅋㅋㅋ 더 하고 싶어하는 루시를 말리면서, 이게 자기의 시그니쳐 두번째 데이트 키스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그니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집에 돌아와 마저 읽으면서 시그니쳐.. 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은 저마다의 시그니쳐 키스를 갖고 있나? 이렇게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부엌으로 나와 물을 따라마시면서, 나의 시그니쳐 키스는 뭘까? 어떤걸까? 생각하게 됐다. 상대는 나의 시그니쳐 키스를 느꼈을까? 이것은 이 사람의 시그니쳐 키스야, 뭐 이런 생각했을까? 이런 키스는 이 사람만 해, 뭐 그런 생각했을까? 그런건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나의 시그니쳐 키스는 결코 내가 알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