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첫문장은 '내게는 이론이 하나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은 그를 사랑하는 감정과 짜증날 정도로 비슷하다는 거' 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은 그를 사랑하는 감정과 비슷한가? 이 책을 같이 읽는 친구는 얼마전에 그런 감정을 본인이 느껴본 적 없었던 것 같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나는 있는가, 에 대해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묻게 됐다. 미움인지 사랑인지 한 쪽 발만 건너가면 그것이 사랑이 되고 혹은 미움이 되고 하는 감정을 나는 아직 잘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게 미움은 미움이고 사랑은 사랑이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이 책을 읽다보니 나의 지난 연애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고, 그 연애들 중에는 분명 미움으로 시작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루시가 느꼈던 어떤 극렬한 미움이 아니라 '저인간은 왜 저모양이야' 정도의 느낌이었다가 시간이 흐르자 설레는 감정이 되었던건데, 그래서 우리가 연인이 되었었지만, 그 감정은 이 감정과 다른것 같다. 그도 나를 보고는 처음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인상이 좋지 않았고, 심지어 나는 그의 말투에 좀 마음이 다치기도 했었다. 그런데 사귀고보니 세상 다정했고.. 그렇다해도 내게는 없었으면 좋을 연애이긴 하다. 그 연애는 내 인생 옥에 티..라기에 옥에 티가 많구먼.
이론은 루시에게만 있는 건 아니었다. 루시가 야한 꿈을 꾸고 엄청 섹시한 옷을 입고 출근해 자신의 야한 꿈 얘기를 조슈아에게 들려주고, 조슈아는 꿈 얘기에 흥분하고, 자꾸 루시를 보고, 그렇게 하루를 온통 같이 보내다가 퇴근후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되는데 밀폐된 공간 안에 단 둘이만 있으면서 대화를 하다가 그들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그러다가 조슈아는 루시를 번쩍 들어 올려 핸드레일에 앉히고 그리고 그녀에게 키스한다. 너무 놀라 키스하던 그 당시 둘은 아무도 눈을 감고 있지 않았고, 엘리베이터의 비상벨을 눌러두었던 터라 관리자가 너네 괜찮은거니, 인터폰으로 묻기까지 그들은 키스에 열중하게 된다. 멈추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 키스를 계속해서 열정적으로 한다. 그 와중에 그녀는 핸드레일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그의 body 에 손을 대는데, 거의 머슬과 본.. 이 화려하다. 여하튼 그 키스가 끝나고 조슈아는, 자신에게도 이론이 있었음을 얘기한다. 자신의 이론이 맞는지 테스트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I needed to test a theory I've had for a while. And you really, really kissed me back." -p.72
"그간 내가 세운 가설을 실험해볼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예상한 대로 당신은 내 키스에 제대로 응했고." - 책속에서
조슈아의 가설은 뭐였을까? '루시는 나에게 성적 욕망을 품고 있다' 였을까? 아니면 단순히 '루시는 내가 키스하면 응할 것이다' 였을까? '루시는 나를 미워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성적 호기심이 있다' 였을까?
뭐가 됐든 키스를 한 번 해보는 것은 사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제안하는 '그사람과 내가 잘 맞는지' 알아보는 방법이긴 하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겠으면 키스를 한 번 해봐' 라고 하기도 하니까. 조슈아에게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는 그런 이론이 있었는가보다. 내가 키스를 하고 상대가 응한다면 우리는 서로 호감이.. 뭐 그런거.
어쨌든 그들은 키스를 했고 본인의 의지가 아닌 것에 의해 멈췄다. 그리고 제정신을 차렸고, 루시는 조슈아를 hate 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내게 이런 키스는 다시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I'm never getting another kiss like that again, not for the rest of my life. -p.73
내 평생 아까 같은 키스는 두 번 다시 할 일이 없겠지. -책속에서
그러니까 그 키스가 좋았다. 너무너무 좋았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좋았다.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 상대는 내가 평소에 hate 한다고 생각했던 남자다. 그런데 저 남자의 혀가 his tongue 내 입속에 들어 왔었다 in my mouth. 그리고 그게 좋았다. 그러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하는 동안에는 제발 멈추지 않기를 바랐다. 우리는 누구나 다 인생에 있어서 한 번쯤은 이 키스가 멈추지 않기를 바라본 적이 있지 않던가. 없나요? 여튼,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그러나 그 어떤 것도 하늘 아래 영원할 순 없다. 키스는 끝나고 정신을 차렸고 사실 나는 조슈아가 아니라 '대니' 랑 데이트 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그런 몸과 마음으로 대니를 만나러 가서는 데이트를 잘 시작하고 마칠 수 있을까. 혼란하다. 도무지 정신이 차려지질 않아. 대니가 나에게 아름답다고 하는데 나는 그 남자와의 키스가 생각나고 나는 온통 혼란의 구렁텅이..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이 남자랑 데이트 하고 있는데 저 남자의 연락이 와서 이 남자랑 얘기하고 있으면서 저 남자를 온통 생각하던... 빨리 이남자랑 작별인사 하고 집에 가야지, 했던 때가, 있었다. 저 남자가 아직 안자고 있다고 하니, 얼른 집에 가서 저 남자랑 통화해야지, 했던 때가 있었다. 저 남자를 머리와 가슴에 품고 몸으로 이 남자 만나고 있는 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닌것 같아. 아니, 나처럼 단순한 인간이 할 짓이 아닌 것 같다. 혼란해서 곤란하다. 그래서 잘가요 인사하고 후딱 택시를 타고 집에 가서는 씻지도 않고 저남자에게 전화를 걸었지.. 나여..... 그리고 나는 이남자에게 말했었다, 미안해, 나는 마음에 그 남자가 있어서 안될것 같아... 아 너무 고지식하고 양심적인 나인 것이다. 이 남자도 만나고 저 남자도 만나고 그랬으면 됏을텐데 나는 왜 그게 안돼... 제기랄.......
자, 루시가 그를 미워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렇다면 무슨 감정이었을까. 아마 정말 비호감인 사람이었다면 그 키스에 응하기는 커녕 그 키스로 인해 그 남자를 더 싫어하게 됐을 것이다. 불쾌하고 억울하고 화가 났을 것이다. 아 저새끼 어떻게 죽여놓지,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드는 설정은 루시와 조슈아 사이에 권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거다. 신체적으로 그들이 차이가 나는 거야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런데 그들의 직급은 같고 앉아있는 자리도 같고 하는 일도 같다. 조슈아의 보쓰와 루시의 보쓰가 힘을 합쳐 회사를 하나로 만들어 각자의 비서를 두었기 때문에, 그들은 한 공간에 마주보고 앉아서 같은 일을 하는 같은 직급의 여자와 남자인거다. 흔한 로맨스에 나오는 것처럼 남자가 회사의 대표이고 인턴 사원과 사랑에 빠지는 뭐 그런게 아니라 이 남자도 사원이고 이 여자도 사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승진의 기회가 주어졌고 그들은 이제 경쟁해야 한다.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하나뿐이니 서로 '나는 너의 상관이 될거야' 라며 으르렁거리고 아이디어를 짜내는거다. 게다가 루시는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래서 온통 자기가 고생을 뒤집어쓰곤 하지만, 그러나 조슈아에게만은 다르다. 그를 비난하고 약올리고 으르렁거리는 걸 잘한다. 그 키스가 키스라고 생각되지 않았다면 루시는 다른 식으로 반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루시가 hate 한다고 했던 것은 아마도 그 결이 진짜 hate 와 다르지 않을까. 왜 우리는 가끔 사랑하는 사람에게 역설적으로 그런 말들을 하지 않나. '으 진짜 미워 죽겠어!' 라고.
한사람이 다른 한사람과 사랑을 시작할 때는 거기에는 수많은 우연이 있었다. 그 장소 그 시간에 왜 그들은 하필 거기에 있었고 그래서 왜 만나게 되었는가. 그러나 그 장소와 그 시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들에게는 또 서로이기 때문에 가능한 지점들이 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다음이 가능했던 일들.
며칠전 친구가 만나 섹스후 상대의 어떤 말에 그를 신뢰하게 됐고 그래서 연인이 되었노라 얘기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 '어떤 말'은 여자를 유혹할 수 있는 말이었을까? 아니다, 그건 그녀에게 그가 한 말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 역시 같은 상황에서 같은 말을 들엇더랬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이거 일이 공교롭게 되었군' 하고 짜증이 좀 났더랬다. 그러니까 같은 상황에서 같은 말을 들었는데 한 명은 상대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한 명은 진창에 빠진 기분이 되었다. 이것은 그 말 자체가 주는 느낌 때문이 아니라 그 말을 한 사람이 '그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너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그렇기 때문에 이 장소, 이 시간이 맞물려야 하지만 그리고 '너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책의 챕터6 까지가 이번주 분량이고 나는 다 읽었다. 보통 일요일이나 되어야 다 읽곤 하는데 너무 읽고 싶어서 이 책을 먼저 읽고 있다. 왜 읽고 싶냐면 조슈아에게 근육.. 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웨이트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게 책으로 읽었을 때는 근육.. 그러고 마는데, 가뜩이나 근육 좋아하는 내가 영상 보고난 뒤에 정신이나가버려서 넋이라도 있고없고 아니 등근육.. 심지어 영화 클립에서 벗은 등근육 나왔고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는 전완근과 등근육에 넘나 진심인 사람이고, 일단 그거면 점수를 먹고 시작해버리고 그리고 등근육 진짜 넘나 좋아해서 진심이어서 너무 진짜 좋아해서 영상속에서 등근육 본게 잊혀지지가 않고, 루시가 야한 꿈을 꿨을때 조슈아가 뒤에서 안아왔다고 해서 그 무게.. 헤비함 느꼈었고, 그런 문장 떠올리면 아니 저렇게 넓고 단단한 등이 뒤에서 나를... 피 땀 눈물 내 마지막 춤을... 야 저 넓고 단단한 등이 뒤에서? 나를? 이렇게 되어가지고 너무 이 책 읽고 싶고 그 모습을 만나고 싶고 막 그래서 다 읽지도 않고 뒤에를 막 넘겨보고, 왜냐하면 로맨스 소설 속에서 본격 섹스신은 뒤에 나오거든요, 그전에는 투닥투닥 대고 서로 알아가고 그러다 사랑 깨닫고 그러다 섹스 뽝- 이렇게되는 거라서 또 막 뒤에 넘겨가지고 나왔다 나왔다 섹스신 나왔다 본격 섹스돌입 이러면서 보는데, 아니 루시 근육에 진심인 부분이고 그래서 둘이 막 침대에서 그러다가 그녀가 갑자기 너의 퍼스널 트레이너에게 고맙다고 말해야겠어 막 이러는거에요 섹스중에 아니 너무 좋잖아 섹스중에 수다떠는거 진짜좋잖아 그리고서로 웃는거 너무 좋고 이게 다 등근육 있는 남자라서이고 내가 이걸 진짜 너무 좋아해서 그래가지고 이 영화속 남주 처음보는데 등근육 너무 좋아서 인스타까지 찾아갔다. 팔로우할려고. 그러면 등근육 볼수있겠지 하고 인스타 보는데 아니 등근육 사진 대신 뭔가 맹추미 넘치는 사진만 있는거야. 아니 이렇게 맹추미가 나는 화들짝 놀라서 팔로우는 하지 않았다. 운동하는 거 영상 좀 올려주면 안돼? 그 등근육이 어떻게 만들어진건지 그런거 보여주면 안돼? 우리 브리 라슨 언니는 그런거 올려주는데.. 그런것좀 올려주면 안돼? 나는 등근육과 전완근 진짜 생각만해도 코피터지고 뭔가 대환장되는 지점인것이다. 누구나 다 킬링포인트 있지 않나요. 누구는 눈동자 색깔에 뻑갈 것이고 누구는 하얀 이빨에 뻑갈 것이고 누구는 대머리에 뻑갈 것이고 나는 전완근과 등근육에 뻑가는데 그것은 그 모습 자체로도 예쁘지만 내가 좋아하는 등근육 만드는 그 동작들에 있는게 아닌가 싶고 그러니까 운동하는거 넘나 좋아 운동하는거 보는거 너무 환상적이지 않나 나는 전완근 너무 좋고 등근육 너무 좋고 조슈아 그런 남자라서 내가 지금 이 로맨스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고 온통 이것이 나를 지배해 일을 할 수가 없다. 너무 오랜만에 내 취향의 등을 봐서 내가 지금 자지러지겠어 진짜 ㅠㅠ 임원한테 보고하러 들어가야되는데 아까부터 갈라고 자료 출력 다해놓고 가지를 않고 눈앞에 등근육이 왔다갔다 거려 와 진짜 오랜만이다 내가 이런거 넘나 좋아해서 .... 조슈아 등때문에 내가 진짜 혼란하다 혼란해 왜 그런 등을 가졌죠 흑 저 등 때문에 미치겠어 진짜 ㅠㅠ 에휴... 점심 뭐 먹을지나 생각해야겠다. 간식으로 몬테크리스토 먹었더니 딱히 배가 고프질 않네.
루시는 한 번 그와 키스하고나서 다시 그와 키스하고 싶다. 자, 적극적으로 앞으로 돌진!! 가는거야, 고고고!!!!!
그런데 그런 키스를 한 남녀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남녀 사이에 친구가 될 수 있다 없다 저마다 생각하는 바가 있겠지만, 내 경우에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그중에는 아슬아슬하게 친구관계가 유지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러나 전혀 이성애적인 감정 없이 친구로 지내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에도 친구라는 이름으로 상대에 대한 이성애적인 감정을 숨긴 적도 있지만 그러나 전혀 그런 감정없이 친구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어떤 남자에 대해서라면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너랑 친구가 되고 싶었어, 라는 루시의 말에 조슈아는 너무 싫어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우리가 친구가 되기를 바랐는데, 라고 루시가 말하자 조슈아는 이렇게 말한다.
"We'll never, ever be friends." -p.73
그래, 이건 조슈아의 말이 맞다. 키스를 하기 전이었다면, 둘 사이에 그 키스가 없었다면 그들은 어쩌면 친구가 될 수 잇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그 상태에서 친구가 됐다한들, 그것은 루시는 아직 자기의 감정을 모르고 조슈아의 경우는 자신의 사랑을 감춘 채로 이어지는 관계였을 것이다. 이미 조슈아는 자기가 루시에 대해 가진 감정이 뭔지 알고 있는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친구로만 지낼순 없다는 것을 안다. 애초에 친구로는 시작을 안하려고 한다. 우린 결코 친구가 되지 않을거야. 그런데 이제 그런 키스까지 한 이상, 이런 키스는 앞으로 다시는 없겠지, 라고 생각되는 그런 키스를 한 이상, 루시도 알 것이다. 친구가 될순 없다는 것을. 게다가 계속 그랑 키스하고 싶어하는데 무슨 친구야 친구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른 남자랑 데이트하고나서 조슈아 집에 찾아가는데 무슨 친구람. 여자와 남자 사이에 친구는 가능하지만, 특정한 어떤 사람과는 절대 그렇게 될 수가 없다. 내가 그거 해볼라다가 몸과 마음이 지쳐 쓰러진 사람이다. 그렇지만, 꾹 참고 친구라도 할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오만번씩 하면서 등근육을 떠올린다. (누구의 등근육을?)
We'll never, ever be friends.
자, 이제 진지하게 점심 메뉴에 대해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