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하는 원서읽기 네번째 도서는 '샐리 루니'의 [CONVERSATIONS WITH FRIENDS] 이다. 국내 번역본 [친구들과의 대화]로도 나와있어서 맞춤한 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간 읽었던(이라고 해봤자 이번이 네번째지만) 원서들 중에서 가장 문장이 쉬워서 읽기에 수월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정확한 해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여전히 번역본을 함께 펼쳐놓고(전자책으로) 읽고 있다. 번역본을 볼 때마다 윽, 또 잘못 해석했네.. 이러면서 비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쉽다고 했지만 이렇게 자꾸 틀리는 걸 보면 쉬운게 아닌게 아닌가.. 나에게는 말이다.
문장 자체는 쉬워서 원서 읽기로 제격이랄 수 있겠지만, 하, 그런데 너무 재미가 없다. 진짜 너무 재미 없어서 이 책을 읽는데 열정이 생기질 않는다. 같이읽기 도서가 아니라면 진작에 내던졌을 것 같다. 재미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등장인물 중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작가 '샐리 루니'는 1991년 생인데, 나는 이 책 읽으면서 아 이거 졸라 세대차인가... 하는 생각을 수십번 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책을 좋아하나? 샐리 루니의 책 [노멀 피플]은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책도 엄청 팔려 유명해졌는데, 이것이 요즘 젊은 사람들의 취향인건가.. 나는 너무 이 책 취향 아니어서 괴롭다..
이 책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프랜시스'는 단짝 친구 '보비'와 함께 서점에서 시낭독회를 취미 삼아 하며 지낸다. 고등학교때 둘은 잠깐 사귄적이 있었는데 보비는 레즈비언이고 프랜시스는 양성애자로 나온다. 그들은 시낭독회를 하면서 기자인 '멜리사'를 만나게 되고 멜리사의 집에 초대받아 가게 되는데, 그 집에서 멜리사의 남편 '닉'을 만난다. 닉은 왕년에 잘나가던 영화배우였고 물론 지금도 영화배우고 엄청 잘생기고 몸 좋은 남자다. 멜리사는 너무 아름다운 보비에게 더 많이 관심을 가지는 걸로 보이고, 프랜시스에게 이건 늘 있는 일이다. 예쁜 보비는 언제나 어디서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닉은 프랜시스와 얘기하고 친밀해지고 그렇게 이메일을 주고 받다가 결국 바람을 피우게 된다. 프랜시스가 스물한살이었나, 여튼 이 삼십대 중반의 유부남과 바람을 피우는거다. 딱히 닉이 프랜시스에게 반한것 같지도 않은데 아내가 출장간 며칠간 아내와 함께 사는 집에서 프랜시스와 매일 섹스를 하고 식사를 한다. 프랜시스는 너무 좋아서 울기도 하지만, 그러나 닉이 프랜시스에게 특별히 친근한 것도 아니고 뭐랄까 애정표현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프랜시스는 좀 위축되기도 한다.
뭐 나도 그랬지만, 젊은 시절의 우리들은 그게 남자든 여자든 어리석은 사랑에 빠질 수 있다. 내가 어리석은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가 유부남이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가 기혼이든 아니든 나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상대라면 내가 그 사람을 만나는 것은 결국 내 마음 다치는 일이 아닌가. 나한테 별로 신경도 안써, 딱히 다정하지도 않아, 그런데 섹스할 때는 잘해..이게 뭐여. 섹스할때만 인정받는 것은 너무 개똥같지 않은가. 게다가 프랜시스는 보비와 함께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언제나 열등감을 느낀다.보비가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고 하고 사람들도 보비에게 집중한다고 한다. 자기랑 가장 친한 친구와 어딜가도 자꾸 자신을 비교하는 것도 너무 짜증나고, 그래서 결국 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주지도 못하는 유부남하고 섹스하는 것도 진짜 너무 읽기에 신경질이 난다. 하지마, 그러지마, 막 이렇게 되어버리고 보비도 싫고 멜리사도 싫고 닉도 싫고 프랜시스도 싫은거다. 이들이 같이 만나는 친구들도 싫어. 뭐 하나 매력적일 게 없는거다.
게다가 이 소설 자체가 무슨 대단한 서사도 아니야. 그냥 아주 젊은 여자 둘이 친구로 지내면서 서로 질투하고 열등감 느끼고 유부남하고 섹스하고 또 유부녀에게 흥미를 느끼고(보비와 멜리사) 그러는 걸 뭘 이렇게 썼나, 뭐랄까, 이 책에서 내가 뭘 느껴야 되는지를 모르겠는거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젊은이들의 일기장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이 젊은이의 어리석은 젊은날에 대해 굳이 읽어야 되는가 싶어지는 거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 뭘 느껴야 되는지도 모르겠는 이런 이야기를 요즘 사람들은 좋아하는가, 그래서 샐리 루니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건가, 생각하다보면 아아, 나는 이들과 세대차이가 나는것인가... 싶어지는 거다. 이 책 어딘가에는 젊은이들을 건드리는 그 무엇이 있는건가. 아 진짜 나는 여자가 자기를 소중히 대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걸 보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버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사랑하지 마세요 ㅠㅠ 오히려 로맨스로맨스 거리는 브리저튼의 여자 등장인물들이 훨씬 더 내타입이다. 그런데 현실의 젊은이들은 다들 프랜시스 같고 보비 같은 것인가.. 그리고 닉을 만나는가.......
좋은 집과 그렇지 않은 집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는 생각도 물론, 한다. 노멀 피플에서도 계급차이랄까, 재산의 차이가 나는 두 등장인물을 나란히 등장시켰는데, 프랜시스는 멜리사와 닉의 집에 갈 때마다 그 크고 아름답고 정리정돈 잘 된 집을 늘 부러워한다. 그 지점에서 누군가는 건드려질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나에게는 아니다. 등장인물 어느 하나라도 매력적이거나 내가 될 수 있어야 나는 그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이건 뭐 ...
I guess I'm kind of surplus to requirements, I said. - p.14
필수품에 딸린 부록이 된 기분이에요. 내가 말했다. -책속에서
나한테 부록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하고 비참함을 느끼게 하고 어디에서 자꾸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그 상대가 여자든 남자든, 친구든 애인이든, 싸게싸게 끊어내자. 물론 젊은 시절엔 그게 힘들겠지. 그렇게 하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릴지도 모르지만, 같이 있으면 내가 되게 좋은 사람된 것 같고, 이런 사람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 그런 사람을 만나도록 하자.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나쁜 인연, 싸게싸게 정리해.
흑흑 미안해. 내가 꼰대야 ㅠㅠ 내가 꼰대라서 이러는거야. 그래도 내가 요즘 사람들 잘 이해해볼라고 이 책도 샀어.
아직 안읽었지만...
나는 샐리 루니 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오만배쯤 더 좋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