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책인데 어쨌든 왼쪽은 전자책이고 오른쪽은 종이책이다. 나는 왼쪽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아니 글쎄, 잭 리처 마니아 2위인줄 알고 1위를 향해 가야겠구먼 하던 중에 2위를 친애하는 알라디너분께 빼앗겼다는 사실을 어제 알았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참을 수 없긔!! 해서, 어제 당장 가지고 있는 이북중에 있던 잭 리처의 《퍼스널》을 읽기 시작했다. 나이스.. 언제나 책 준비되어 있는 나란 여자...
잭 리처 시리즈 중 《네버 고 백》에서 나는 그가 상대에게 말해야 할 것을 말하는 사람이라서, 숨기지 않는 사람이라서 좋았더랬다. 처음 만난 여성과 섹스를 할 분위기가 되자, 그전에 당신에게 말해줘야 할 게 있는데 어쩌면 나는 딸이 있을지도 몰라, 라고 했던 것. 그래서 그들의 섹스는 불발이 된다. 나는 그럴 때의 잭 리처가 좋다.
잭 리처를 좋아하게된 건, 이 시대 위대한 명저,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에서도 언급했지만, 그가 약자를 보호하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어린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봐 내내 걱정하다가 무사한 걸 알고 마구 감사하던 장면. 그게 1권 《추적자》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이런게 진짜 너무 좋다. 아마 다들 그렇겠지만, 자신의 강함을 약자를 괴롭히는데 쓰는게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려는데 쓰는 사람이 좋지 않은가. 내가 제이슨 스태덤의 <트랜스포터>보다가 반했던 것도 내내 무뚝뚝하던 그가 폭탄이 터지자 여자가 무사한지 확인하는 장면 때문이었다. 나는 이런 것들에 그냥 마음이 흐물흐물 녹아내려..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약자를 보호해주고 싶다. 혹여라도 나보다 약한 자가 나에게 시비를 걸어오면, 내가 이길게 뻔하면 나는 싸우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퍼스널》을 읽는데도 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난다. 왜냐하면 잭 리처가 나쁜놈을 잡겠다고 하는게, '나를 죽일지도 모르는 놈'이라서가 아니라 '무고한 사람을 살해한 놈'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거다. ㅠㅠ
"놈의 침실에 있던 내 사진은 상관없습니다. 그 쥐새끼 같은 놈이 발코니에 서 있던 나를 조준했다는 사실도 상관없고요. 경찰이라면 그 정도쯤은 당연히 감수해야죠. 하지만 놈은 주의를 게을리 했고, 그래서 표적을 맞히지 못했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을 택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놈은 무고한 사람을 죽였어요. 그건 얘기가 다릅니다. 용서해선 안 될 실수예요. 장군님 말씀처럼 나는 그놈을 한 번 잡아넣었습니다.그러니 다시 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전자책 中
오늘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위의 장면을 읽다가 하아 좋다, 정말 좋다, 이런 잭 리처라서 너무 좋다 했다. 잭 리처 내가 다 읽어 주겠어. 으르렁-
잭 리처가 또 좋은게 뭐냐면, 많이 먹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아주 미묘한 포인트인데, 그러니까 잘 먹는다고 다 좋은건 아니다. 내가 싫은 사람이 잘 먹으면 진짜 꼴도 보기 싫다. 그만좀 쳐먹어라..이렇게 된달까.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잘 먹으면 세상 기분 좋은 거 아닌가. 으하하핫.
일단 커피가 급했다. 큰 포트 째로 부탁한 뒤, 햄과 치즈를 넣은 토스트 위에 계란프라이를 올린 크로크 마담과 쌉쌀한 초콜릿 스틱이 들어간 사각형의 크루아상, 팽 오 쇼콜라 두 개를 주문햇다. 아침식사로는 약간 부담스러운 분량일 수도 있겠지만 내 위장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전자책 中
나는 잭 리처가 하지 말아야 할 건 하지 않는 사람이라 좋아하지만, 이렇게 자기 위장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르는 사람이라서 좋다. 아니, 세상에 아침부터 저게 뭐야. 햄치즈넣은 토스트위에 계란프라이를 올린 크로크 마담이라니.. 거기다 크루아상에 팽오 쇼콜라.. 힝. 너무 좋구먼.. 그런데 크로크 마담이라니, 크로크 무슈 얘기하는건가? 하고 찾아보니 크로크 마담은 크로크 무슈의 변형인 것 같다. 트리코나아사나의 변형인 파리브리타 트리코나아사나 처럼... (그러지마..)
아..간식으로 <바질 토마토 크림치즈 베이글> 사왔는데 크로크 무슈 살걸 그랬나... 쩝.. 어쨌든 파리에 가서 잭 리처는 크로크 마담을 먹는다. 와 맛있겠다. 아침으로 먹기에 적절한데? 크로크 무슈 사먹으러 뛰쳐나가고 싶다... 나는 이제 크로크 마담을 알게 되었다. 크로크 무슈 위에 계란 얹는 걸 말하는거야. 여러분 이렇게 소설을 읽으면 상식이 풍부해진다. 크로크 무슈만 알던 내가 크로크 마담을 아는 사람이 되었어. 여러분, 책을 읽자!!
지난주는 휴가였고 매일 걷기 위해 노력했다. 사정상 매일 걷지는 못했지만 아마 이틀 빼고는 충분히 계획대로 걸었던 것 같다. 태양이 뜨거운 한낮이어도 나는 걸었다.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걷는 걸 몹시 좋아하기 때문이다. 땀이 잔뜩 나지만, 그래서 냄새 나지만 괜찮아. 여름이 또 금세 가버릴거기 때문에 나는 이 여름을 한껏 즐기고 싶고 걷기도 즐기고 싶다. 나는 걷는거 진짜 너무 좋아해서, 여행을 가면 가급적 걸어다니려는 사람이다. 그러다 코피 터지게 힘들기도 하지만. 아직도 센트럴 파크 겁나 걷다가 너무 힘들어서 주저 앉을 뻔했던 경험 잊지 못해.. 여튼, 여름에 걷는거 너무 좋아서 나는 도통 비를 이해할 수 없다. 왜 태양을 피하고 싶어하는거야??
이거봐, 잭 리처도 걷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건강하다.
"자네의 신체 상태는 나이에 비해 아주 훌륭해, 리처. 자네가 선택한 생활방식 덕분에 운동량이 많아서 그럴 거야. 특히 많이 걸어 다니니까. 걷는 게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들 하더군. 하지만 내 생각에는 걷는다는 게 그저 단순한 운동만은 아닌 것 같네. 마음이 내켜야 하게 되는 취미활동이라고 보는 게 옳을 거야. 안그런가? 탁 트인 길, 쏟아지는 햇살, 멀리 보이는 지평선. 혹은 현란한 도시의 불빛, 그 분주한 풍경과 살아 있는 것들의 소음. 그 모든 것을 즐기기 위해 자네는 걷고 또 걷는 거야. 자네는 걷는 걸 좋아해. 그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거지." -전자책 中
나는 걷는게 너무 좋고 아마도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낯선 곳에서 걷는 건 정말이지 너무 짜릿해. 워낙에 길치라 길을 잃을까 두려워하면서도 낯선 거리를 걷는 걸 너무 좋아한다. 걸으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또 내 상황극의 90프로는 걸으면서 일어난다. 크 걷는 거 진짜 너무 좋아. 그런데 잭 리처가 걷는걸 좋아하고 덕분에 신체 상태가 나이에 비해 훌륭하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걷는 걸 좋아하는데 왜 신체상태가 이모양??? 좀 더 걸어야 하나????? 여튼 좋은 신체 상태를 만들도록 더 신경 써야겠다. 그래야 아주 오래오래, 아주 나이들어서까지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약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신체 건강한 남자가 잘 먹고 걷기도 좋아하는 것도 너무 좋은데 히히 샤워.. 잘한다. 그러고보면 치약을 안써서 그렇지(치약 써주면 안되겠니?), 칫솔도 꼭 챙기고, 무엇보다 모든 시리즈에서 샤워하는 장면은 나왔던 것 같다. 이번 책에서도 마찬가지.
머리를 감고 비누칠을 한 다음 물줄기로 내 몸을 씻어 내렸다. 서둘렀던 터라 옷을 다시 걸친 뒤에도 시간이 약간 남아 있었다. 나는 간단하게 요기를 할 양으로 휴게실에 먼저 들렀다. -전자책 中
내가 좋아하는 모든 특징을 갖고 있는데 그러나 그 특징이 사실 별스러운 건 아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으레 갖추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약자를 보호하려는 정신, 깨끗하고 건강한 신체를 위한 노력, 매 끼니에 위장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 이걸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아마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귀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차이 때문일 것이다. 위장의 말에 뭐하러 귀를 기울여, 할 수도 있는 거니까. 뭐하러 걸어 더워 죽겠는데, 할 수도 있고. 그런데 나는 이런 사람이고 그래서 이런 잭 리처가 좋다. 으흐흐흐흐.
전자책이라서 어느만큼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전자책 쪽수로 보니 한 30프로 읽은 것 같다. 잭 리처는 읽기 시작하면 재미있어서 좋다. 뭔가 중간에 그만 읽을까, 하게 되질 않아. 그리고 대체적으로 짜증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건강한 사람이 주인공이며 건강하게 지내려고 해서 너무 좋다. 해리 홀레 술로 몸도 못가누고 여자친구한테 매춘하다 걸리고 호텔 바닥에 오바이트 하고 그러는거 좀 스트레스였어... 그런데 막 아침도 푸짐하게 잘 먹고 잘 걷고 잘 씻고 나쁜놈은 벌줘야 돼! 막 이러는 건강건강한 잭 리처 보니까 속이 다 후련하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어제 본 <블랙 위도우> 생각난다.
극장에 간지는 되게 오래되었고 그래서 이것도 못보고 있었는데 마침 네이버에 떴더라. 굿다운로드로 봤는데, 어휴 막판에 막 자꾸 눈물이 나서 혼났다. 물론 처음 부분에서도 눈물나고 힘들어서 사람들 이거 어떻게 본거지 ㅠㅠ 막 이렇게 됐다. 내가 <겨울왕국>도 울다가 안봤는데 이것도 초반에 어린 자매들한테 그러는거 너무 힘들어서 ㅠㅠ 여튼 보는데, 우리의 주인공 나타샤는 대의를 위해 적의 어린 딸을 죽였다는 것 때문에 내내 죄책감을 갖고 산다. 적은 적이고 적은 나쁜놈이고 그 적이 세상의 갈 곳없는 소녀들을 다 끌어모아 전쟁무기로 만들어버렸지만, 그래도 그 어린 딸에겐 죄가 없는데, 내가 그 어린 딸을 죽였다는것 때문에 내내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사는거다. 이런 지점들이 나는 정말 자지러지게 좋다. 이건 약간 스포인데, 그런데 그 딸이 죽지 않고 적의 또다른 강한 전쟁 무기가 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 나타샤는 이제 그녀를 적으로부터 구출하고자 한다. 세뇌당해서 나타샤를 죽이려고 하는 전사에게 무기를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놓고, 미안하다고 하고, 그리고 널 두고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녀를 비롯해서 세뇌당한 다른 여성들을 적의 손으로부터 구해내려고 애쓰는 게 진짜 눈물나는 거다. 자기를 죽이겠다고 다가오고 공격하는데도, 나는 너희들과 싸우고 싶지 않아, 하면서 어떻게든 그곳으로부터 구해내려고 하는데 진짜 자꾸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고 쓰면서도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이런게 진짜 너무 좋아 엉엉 ㅠㅠ 이런거 너무 좋지 않나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어휴.. 좋다.. 소설과 영화에서 이런 등장인물들 나오는 거 나는 너무 좋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친구들과 원서 읽기 네번째에 들어갔다. 샐리 루니의 책인데, 원서 읽기 세권을 완독하고 나니 영어가 놀랄만큼 부쩍 늘었다,
라고 쓰고 싶지만 아니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영어 지문을 대했을 때 '흠, 한 번 읽어볼까?'라는 마음이 예전보다 더 생기기는 하더라. 그래서 어제는 트윗에서 알티되고 있는 bbc 기사를 읽어보았다.
(↑ 위의 영문 누르면 기사로 이동합니다. ↑)
으흐흐흐. 어차피 다 읽지도 못할텐데, 하고 패쓰하기 보다는 '어디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거 너무 좋다. 긍정적이야.. 더 열심히 원서를 읽겠다. 아자!
아, 근데 소설의 정치사.. 읽어야 되는데 말입니다....... 왜케 읽을게 많고 할 것도 많고 막 그래?
여튼 오늘 아침에 쭈꾸미 볶아서 밥 슥슥 비벼먹었고, 남은 쭈꾸미에 밥 볶아서 도시락도 싸왔다. 늘 위장의 말에 귀 기울이는 나 되시겠다. 아침부터 잘먹는 삶, 좋은 삶... 샤라라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