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트러블] 남자는 남자를 사랑해서

 

 

 

 

 

 

 

 

 

 

 

 

 

 

아니 어제 도대체 이게 뭣여 왜 검색해도 안나와, 했던 '조앤 리비어의 「가면으로서의 여성성 Womanliness as a Masquerade」'은 이 책 읽다보니 논문이라고 다시 언급된다. 아니 그러면 처음 나왔을 때 논문이라고 해주지 왜 실컷 이것이 뭣이여 하고 검색한 뒤에 없네? 뭔데? 이러고 답답해하는데 나중에 논문이라고 언급하는 것이여. 진짜루 친절하지 않은 글쓰기다 버틀러..증맬루 뭐여...

 

어제도 인용하면서 생각한거지만 버틀러는 그렇다면 이 책을 쓰기 전에 임 푸코, 레비 스트로스, 이리가레, 조앤 리비어,프로이트,라캉 다 읽었다는 거잖아. 오늘 출근길에는 라캉을 인용한 부분을 만났다.

 

 

라캉은 그 특유의 대명사의 위치들 사이의 미끄러짐 때문에, 누가 누구를 거절할 것인지를 명확히 밝히는 데 실패한다. 그러나 독자로서 우리는 이 자유롭게 떠다니는 '거절(refusal)'이 중요한 방식으로 가면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든 거절이 결국, 현재 혹은 과거에 있었던 다른 어떤 관계에 대한 충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거절은 동시에 어떤 것의 보존이기도 하다. 가면은 이와 같은 상실을 감추지만, 그것을 감춤으로써 그 상실을 보존(하고 부정)한다. (p.180-181)

 

 

나는 이 가면 부분이 너무 재미있다. 라캉이 실망한 이성애로부터 동성애가 나타난다고 한다면 이성애 역시 실망한 동성애에서 나타나는 게 아니겠느냐고 버틀러가 말하는데 진짜 젠더에 트러블을 일으키고 있는 버틀러 되시겠다. 성적 '지향' 역시 고정관념에서 출발하는 거 아니겠냐고 말하고 그러다가 라캉이 《도덕의 계보학》쓴 니체의 통찰까지 이어지면서 노예 얘기 나오는데, 그러다가 주석으로 푸코가 언급된다. 푸코는 또 라캉을 비판했대.

 

 

30) 노예의 도덕에 대한 니체의 분석을 보려면 『도덕의 계보학』에 나오는 첫번째 소론을 참고할 것. (Friedrich Nietzsche, "First Essay", The Genealogy of Morals, trans.
walter Kaufmann, New York, Vintage, 1969) 다른 글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니체는 신은 자신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인 권력의지에 의해 창조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 복종의 구조에서 권력의지를 회복하는 것은, 신에 대한 생각과,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무력함에 대한 생각을 생산하는 바로 그 생산적 권력을 교화함으로써가능해진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 Discipline and Prunish』은 니체의 여명 Daybreak 뿐아니라 분명 『도덕의 계보학』, 그중 무엇보다도 두번째 소론에 기초한다. 그의 생산적인 권력과 사법적인 권력 간의 구분은 의지의 자기 복종에 대한 니체의 분석에도 기초하고 있다. 푸코의 관점에서 사법적인 법의 생산은 생산적인 권력의 결과이지만, 그 안에서 생산적인 권력이 그 법의 은폐와 복종을 제도화한다. 푸코의 라캉에 대한 비판( (Michel Foucault, "Right of Death and Power over Life", The History of Sexuality,
Volume I, An Introduction, trans. Robert Hurley, New York, Vintage, 1980, p. 81)과 억압가설에 대한 비판은 일반적으로 사법적인 법의 중층결정된(overdetermined)위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
- P195

 

 

저 구절 읽다가 푸코 도대체 뭔데 여기저기서 다 나와, 성의 역사가 그중 제일 재미없었다는데 그렇다면 나 감시와 처벌 읽어볼까, 하고 갑자기 핸폰 꺼내 북플에 감시와 처벌 읽고싶어요 표시를 했다.

 

 

 

 

 

 

 

 

 

 

 

 

 

 

 

감시와 처벌에 대한 다른 분의 리뷰에서 판옵티콘 얘기도 나온다길래 어쩌면 재미있지 않을까, 성의 역사보다 잘 읽히지 않을까, 이걸 사서 꽂아두면 나 나름대로 푸코 책장 한 칸을 마련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니 왜 나는 뜻한바가 아니었는데 푸코 책까지 담고 있는가..하게 되었고, 이게 다 버틀러 때문이다.. 이러면서 도대체 버틀러 무엇인가.. 하게되었다.

 

버틀러가 언급하는 이리가레, 라캉, 프로이트, 푸코.. 읽은 것도 있고 읽고 싶은 것도 있고 그러한데, 이렇게 엄청난 이론들을 가져와서 비판하고 비판을 가져와서 반박하고 이러는 걸 보다보니 오늘 출근길에는 근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지는거다. 내가 버틀러를 읽는것에 푸코를 읽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나? 이게 세상 사는데 어떤 쓸모가 있나 싶어지는 거다.

 

푸코도 그렇지만 특히나 주디스 버틀러의 경우 아예 주디스 버틀러의 이름을 들어본 적조차 없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나는 뭐라고 버틀러 읽다가 푸코 쓸어담고 이리가레 읽자고 이러고 있는가. 이리가레와 버틀러와 푸코 읽어서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 싶어지는거다. 여성혐오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버틀러 책을 읽는 것보다 나가서 시위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여성혐오의 말들을 쏟아내는 사람들과 맞짱 떠서 싸우는 게 더 나은게 아닌가. 성범죄 저지르는 놈들을 죽여버리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나.  이성애 연애도 섹스도 결혼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땅에서 여성혐오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최전방이며 또 가장 나은 방법이 아닌가 싶어지는거다. 쓸모는 그런것에 있지 않나. 버틀러 읽어서 나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나? 세상 바꾸는데 어떻게 일조를 하나? 내가 버틀러 읽고 이리가레 읽는다고 세상이 달라지나? 도대체 이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겨? 올해 11월에 이리가레 가고 내년에 스피박 가야겠다고 얘기하면서, 그런데 스피박 읽으면 대한민국이 여성차별이 없어지나? 나는 도대체 이 책을 왜 읽고 있나? 주변의 남자들하고 싸우기 위해서라면 잘 싸우는 법에 대한 책을 읽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도대체 내가 이러는 게, 3년간 계속 으쌰으쌰하며 여성학 책 읽어오는게, 그렇게 어렵다는 버틀러까지 닿아서 건드리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나 싶어지는 거다. 여기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거야? 나는 이걸 왜 읽고 있지? 왜 이거 읽다가 좋아, 이리가레 도전이다, 좋아, 푸코를 더 읽어보자..왜 이러고 있는거지? 이것들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지? 버틀러의 이름을 알고 버틀러의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내용을 다 파악하지도 못했지만 다 파악한다고 해도, 도대체 이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느냔 말이다.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무슨 의미야....푸코 책장은 뭐하러 만들어.... 푸코는 감시 그런 책 왜 썼어? 막 이렇게 되어버려서 내 머릿속에 트러블 생겨버린 것이다. 내 머릿속에 트러블, 내 독서 의욕에 트러블, 글쓰기에 트러블, 내 통장에 트러블...트러블 메이커가 되어버린 젠더 트러블인 것이여.......

 

 

의미. 의미. 쓸모. 쓸모.

나는 의미있고 쓸모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도대체가 모르겠네?

 

의미는 뭐고 쓸모는 뭐냐..이러면서 성의 역사 옆에 감시와 처벌 꽂으면 예쁘겠다...하고 있다. 아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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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7-22 11: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트러블 라임 떨어지는 것 보소.. 트트러블 메이커!!! 음. 충분히 이해가 되다 못해 감읍하게 되는 고민인 것입니다. 여성혐오를 하는 놈들 뚝배기를 젠더트러블 모서리로 때리면 아플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책은 양장이죠. 감시와 처벌을 사셔서, 감시와 처벌 모서리로 때리면 잘 때리기에 따라서 죽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물론 뚝배기 깨는 데에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만한 책이 없겠지요. 확실합니다. 그걸로 뚝배기 후려치면 머리 마이아파...

다락방 2021-07-22 14:45   좋아요 4 | URL
저 진짜요 쟝님, 그냥 성범죄자들 죽이면서 다니는게 여성들을 위해 더 나은게 아닌가 생각해요. 버틀러 읽을 시간에 닥치는대로 성범죄자 죽이는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확실히 도움되지 않을까.. 도대체 버틀러를 왜 읽어야 합니까. 왜요. 푸코는 읽어서 뭐하게요. 진짜 환장하겠네요. 아 오늘 너무 의욕 없어요. ㅠㅠ
여성혐오 사회만 아니었어도 제가 공부할 일이 없었는데 세상이 원망스럽네요. ㅠㅠㅠㅠㅠㅠㅠ

미미 2021-07-22 15:28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전복 끝판왕이십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복에 소주 한잔 사드리고 싶....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2 16:50   좋아요 4 | URL
크 저는 전복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소주라면 사랑합니다. 소주 마시고 싶네요. 버틀러 때문에 온 몸과 영혼이 트러블 덩어리가 되어버려서 소주만이 저를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ㅜㅜ

유수 2021-07-22 11: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젠더트러블 책장은 넘어간다..와 부럽다.. 저 맹세컨대 어제 폈어요 펴기는 정말 폈어요…

다락방 2021-07-22 14:45   좋아요 3 | URL
아마도 이번 젠더 트러블 일등은 아래 ↓ 미미님이 하실 것 같습니다. 벌써 200쪽 넘게 읽으셨더라고요. 저는 몇 장 넘기지도 못하면서 아 뭐래 아이건 또 뭐야 이러다가 오늘은 급기야 왜 읽는가, 이것은 무슨 쓸모인가... 이러고 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인생은 뭐죠? ㅜㅜ

미미 2021-07-22 1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면에 관한 얘기가 끌렸는데 저의경우 다락방님보다 기초적인 측면에서 끌린것 같아요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2 14:46   좋아요 3 | URL
저 가면 논문 되게 읽고 싶은데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번역본 버틀러도 못읽고 있는데 원서 논문은 무슨 수로 읽는단 말인가. 머리 팽팽 돌아요. 이해되는 부분은 재미있는데 그런 부분이 현저히 적다는 게 함정입니다. ㅠㅠ 미미님처럼 조현준 교수의 그 얇은 책을 봐야겠어요. 아놔...

미미 2021-07-22 15:24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이 책 너무 좋아요! 저에게는 이 책도 좀 어렵지만(ㅋㅋㅋㅋㅋㅋ) 그럼에도 좋았거든요. 다락방님은 저보다 쉽게,더 많이 보시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아담하고 100몇 페이지 밖에 안되는데 조현준교수님이 버틀러를 열심히 연구한 흔적이 보입니다~♡♡

다락방 2021-07-22 16:51   좋아요 2 | URL
버틀러에게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네요. 이왕 가기로 한 거 잘 가기 위해서라도 미미님 링크하신 책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흑흑. 버틀러 미워!! ㅠㅠ

단발머리 2021-07-22 12: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런 것이 진짜 공부의 맛 아니겠습니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지식의 향연, 인용은 인용을 부르고, 밑줄은 구매를 부르고, 구매는 책장으로 완성된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건 몰라도 푸코 책은 꽂아두면 늠름하잖아요. 키가 크고 반짝반짝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그렇다고요. 그냥 그렇다는 건만 말하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2 14:48   좋아요 3 | URL
오늘은 왜이렇게 버틀러가 저를 바닥으로 내팽개치는지 모르겠어요. 공부란 무엇인가, 왜 공부해야 하는가, 책은 왜 읽는가, 이게 정녕 세상을 바꾸는데 무슨 도움이 되는가..제 의욕이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어요. 오늘은 뭔가 할 생각을 말고 잠 푹 자고 일어나서 내일 희망차게 보내야겠어요. 내일은 버틀러 님과 반갑게 만날 수 있어야 할텐데요. 이러다가 내일 의욕 뽝- 생겨서 푸코 질럿!! 이러고 있는것은 아닐지... 인생.....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