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좀 봐.. .진짜 멋있다. 재이슨 스태덤은 짱이야.
우! 윳! 빛! 깔! 재! 이! 슨!!
각설하고,
영화 《캐시트럭은》초반에 재이슨 스태덤의 장점과 매력을 잘 살리는듯 보였는데 결말에 이르러서는 가이 리치, 왜 그랬어요? 하게 된다. 이 사람을, 이 배우를, 아니 맨몸 액션 대마왕 재이슨 스태덤을 왜 고작 이렇게밖에 안써먹는거야, 왜? 왜죠?
왜죠?
H(재이슨 스태덤) 는 현금을 운반하는 회사에 취직을 한다. 현금을 실은 트럭이다보니 그에게 체력 테스트는 기본인데, 70점 이상 받아야 하는 테스트에서 간신히 70점으로 합격해 취직할 수 있게 된다. 사격을 할 수 있느냐 회사에서 물었을 때 할 수 있다, 하였지만 정조준에는 실패하고 주변만 쏴버려서.. 나는 이 부분에서 '아, 다 사정이 있겠구나, 재이슨이 저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정. 사정이 있다' 생각하였다. 재이슨이 총을 저렇게 못 쏠리가 없지. 후훗.
아니나다를까, 현금을 운송하다가 악당을 만났는데 빵야빵야 그냥 다 한번에 정조준해서 다 쏘아죽여버린다. 아아, H, 당신은 누구입니까. 얼마전 이 회사는 경비원 두 명을 잃고 돈도 빼앗겼더랬다. 그런참에 이렇게 악당들 쏴죽이는 사람이 취직하니 직원들의 사기가 오른다. 이 악당들을 쏴죽인 것에 대해 회사에서도 H 를 걱정하고(당신, 괜찮나? 트라우마 생기지 않겠어?) FBI 도 출동해서 진술을 받는데, 모든 진술을 마치고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 H를 두고 돌아서며 FBI 들은 얘기한다. 생쥐굴에 여우를 풀어놓아도 될까, FBI 가 쫓던 놈을 저렇게 현금 가득한 곳에 두어도 될까. 그때 H를 잘 알고 있던 FBI 대빵은 얘기한다.
"그놈에게 돈은 의미가 없어."
와. 나는 이 부분에서 감탄했다. 허구한날 내 연봉 계산해보고, 아아, 이 쪼꼬미 월급을 그러나 놓을 수가 없어서 여기를 나가지를 못하고, 앞으로 살아가려면 돈은 얼마나 있어야 할까, 일단 집만 있으면 적게 있어도 살아갈 순 있지 않을까, 그러나 살아갈 수 있는 것보다 좀 더 화려하게 살고 싶다, 편하게 살고 싶다, 풍족하게 살고 싶다... 그러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갈등 속에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직딩 1 인데, '그놈에게 돈은 의미가 없어' 라니, 너무 근사한 말이 아닌가. 그야말로 로망 아닌가.
물론 H 에게 돈은 의미가 없었다. 그는 현금차량을 털려던 강도들에 의해 아들을 잃었고, 그래서 그들을 찾아 복수하려는 범죄 조직의 두목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여기까지 흘러온 바, 그는 자기가 원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고문할 수도 있고, 돈을 훔칠 수도 있다. 그에게 그러니까 지금의 많은 현금은 딱히 의미가 없다. 아버지인 그를 사랑하고 영웅처럼 여기던 아들이 죽었고, 그 일은 자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그러므로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찾아 반드시! 응징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유일한 삶의 목표인 그에게 돈이 다 무어란 말인가.
영화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내 아들 죽인 놈 찾자고 다른 나쁜 놈들을 고문해가며 그들의 가족까지 괴롭히는 것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할만큼 불편한 장면들이었다. 왜, 왜 그래야 하지?
이 영화속에는 나쁜 놈들이 아주 많이 등장하는데, 그 나쁜놈들 중에는 당연히 단란한 가족 구성원중에 하나인 사람들도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아이들이 있는 사람들. 그런데 그렇게 위험한 범죄자가 되는 것은 가족들에게 못할짓이 아닌가. 가만히 자고 있다가 내 남편이 혹은 내 아버지가 고문당하기 위해 다른 범죄조직에 끌려가고 덩달아 나까지 그 앞에 끌려가서 협박당할 때, 그 모든 과정에서 무사히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 다음의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간단 말인가. 그 무서움과 공포가 여전히 내게 남아 있을텐데. 내가 사랑하는 저 가족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아프게하고 죽이는 범죄자라니, 하는 생각은 또 얼마나 나를 괴롭힐까.
어제 기사에는 딸의 친구를 불법촬영한 아버지의 기사가 실렸다. 딸의 십년지기 친구라고 했다. 서로의 집에 드나드는게 자연스러웠던 친구인데, 샤워하는 걸 불법촬영 했다고. 이 일에서 피해자는 불법촬영 당한 당사자이고 또 가해자의 딸이다. 나는 내 친구를 이제 어떻게 본단 말인가. 내 친구에게 두려움과 공포와 피해를 입힌 사람이 내 아버지라니. 그런 아버지인줄 모르고 여태 살았는데.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산단 말인가. 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혹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도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고 범죄를 저지르는 걸까.
내가 진짜 수천번 반복한 얘긴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내가 나 자신을 잘 챙기는 것이다. 진짜 자기 자신 잘 사는데 집중하자. 나 하나 잘 사는 것이 모두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하다.
그것말고도 이 영화에서는 살인을 저지르고 범행을 저질렀던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휴, 그것도 참.. 여러가지로 마음 복잡해지는 가해자들이었다. 사람들아, 정신차려. 누군가를 죽이는 것으로 인생 동력 삼지마. 당신들의 처지가 그렇게 됐다해도 그렇게 다른 사람을 함부로 죽이면 안되는거야.
생각할 거리도 있고 재미도 있었지만 아주 많이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우리 재이슨 왜 대사 별로 안줬어요? 대사 연기 못해요? 그리고 왜 우리 재이슨 .. 왜 총 줬어요? 우리 재이슨은 팔과 다리가 있는데, 등과 전완근이 있는데, 왜, 왜 총 줘요? 하아. 가이 리치 나빠... 나쁘다.. 우리 재이슨이 늙어서 그래요? (그렁그렁)
'윌리엄 스타이런'의 《소피의 선택》을 읽고 있다. 아직 1권중인데, 1925년에 태어난 남자의 낡은 남자감성이 곳곳에 묻어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작가소개에 보면 '인종 문제에 깨인 시각을 갖고있다'고 표현되어 있는데, 이 소설에서도 그런 관점은 표현되지만, 윌리엄 스타이런은 인종문제에 깨어있었을 지언정, 성평등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아무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읽고 있어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데, 오늘 아침 지하철안에서는 이런 구절을 읽었다.
프랭크는 내게 바로 이 농장을 남겼는데, 유언장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농장을 처분할 수 있지만 자기처럼 계속 논장을 운영하면서 60에이커쯤 되는 농장에서 나오는 얼마 안 되는 수익이라도 벌어들이고, 물고기가 넘처 나는 작은 시내와 푸른 숲이 무성하고 쾌적한 그 시골 풍경을 즐겼으면 하는 것이 자신의 바람이라고 써놓았다. 나는 그동안 여러 번 그곳을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그곳 풍경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P.195-196
이 책의 화자 '스팅고'는 22세의 청년이다. 22세의 청년이기 때문인지 이 놈 머릿속에 여자는 섹스의 대상이고 머릿속에 나는 언제 제대로된 섹스하나 이 생각밖에 없고 근사한 문학작품 읽으면 발기해버리는 소설가를 꿈꾸는 청년이다. 큰 출판사에 취업했었지만 6개월만에 짤리고 지금은 백수인데, 이차저차한 돈이 자기앞에 있어서 어쨌든 혼자 낡은 집을 빌려서 살아갈 수는 있다. 근사한 소설을 써야지, 하면서 그 빌라에 사는 다른 이웃들과 친해지고 그중에 한 명이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소피인 거다.
어느날 스팅고의 아버지가 스팅고에게 편지를 쓴다. 자신의 친구가 죽었는데 친구의 아들이 일찍 죽어 친구의 재산을 물려받을 사람이 없었고, 재산이 크지는 않지만 시골의 작은 농장을 자신에게 남겼다는 거다. 팔아서 그 돈을 갖든 그 농장을 유지하든 그건 이제 이 스팅고 아버지의 몫인데, 아버지는 이 일을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그런데 스팅고, 네가 그 농장에 살면서 관리하면 어떻겠니, 라고 제안하는 거다. 지금 네 형편이 딱히 좋지는 못하니, 거기에서 농장 관리하면서 글을 쓰면 어떻겠냐, 하고 제안하는 거다.
무슨 말인가 하면, 네가 그 농장으로 내려와 살면서 내가 없을 때 주인 역할을 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이 편지를 읽으면서
씩씩거리며 ‘난 땅콩 재배에 대해선 쥐뿔도 몰라요.‘라는 표정을 짓고 있을 네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이 제안이 북부인들
사이에서 작가로서의 삶을 선택한 네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는 것 잘 안다. 그래도 한번 생각해 보라는 것은,
네가 그 미개한 북부 - 내게는 그렇게 보인다 - 에 머물면서 독립하려 한다는 사실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네가 보낸
편지들을 보면 그곳 생활에 불만이 많은 것 같고, 네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렇게 잘 살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너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러는거다. 네가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네가 할 일은 별로 없다. 실제적인 농장
일은 수년째 가족들과 함께 거기서 농사를 짓고 있는 휴고와 루이스라는 흑인들이 다 알아서 해 줄 거니까,
너는 명목상의 농장 경영자 역할만 하면서, 쓰기 시작했다는 소설에만 매달리면 될 거다. 너는 물론 집세는 낼 필요 없고, 네가해 주는 일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보수도 지불할 수 있을 것다.- P197
와. 개꿀..
나는 읽다가 부러움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직업도 없이 집에서 보내주는 돈으로 살고 있던 스물두살의 청년에게 '너 농장 주인이 되어 관리좀 해줘, 관리에 대한 수고비 줄게, 거기서 살면서 글도 쓰렴, 어차피 농사 짓는 일은 우리가 고용한 일꾼들이 알아서 해줄거야' 라는게 아닌가. 대박. 아니 와.. 진짜. 어떤 놈은 스물두살에 농장이 주어지고 돈도 주어지고 그러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지원도 받는구나. 대단하다. 개꿀.
나는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은 없지만, 아니 이런 제안이라면 수락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이 의미가 없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재벌만큼은 아니어도 내가 오늘은 또 밥을 어디서 구해먹나 라는 정도의 걱정을 하지는 않을 만큼의 돈. 그런데 내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면, 게다가 거기에서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을 쓸 수도 있다면, 게다가 농사짓는 그 노동도 내것이 아니라면, 여기에서만큼은 사실 캐시트럭의 H 가 그랬던 것처럼 돈은 의미가 없지 않을까.
나는 항상 도시에 살고 싶다고 생각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지만, 그러나 만약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가 나에게 유산을 남겼는데 그게 농장과 주택이고 거기에서 살면서 관리를 해야 한다면, 나는 오케바리 하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와 개꿀 땡큐 이러면서 갈 것 같아. 와 진짜 개꿀이다. 너무 좋겠다. 왜 우리 친척들 중에는 먼 친척이라도 돌아가시면서 나한테 농장 하나 남겨주는 이가 없을까?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 다 근근이 먹고 살기 바빠서 내가 유산으로 불로소득 갖게 될 일의 가능성은 영퍼센트다. 지로우..zero..
역시 내 삶은 내가 개척해야 하고 내 입에 밥 먹이는 건 나 자신이 되어야 하고..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힘차게 출근을 한다. 가방에 피자빵과 고로케를 담고서 출발!
그렇게 사무실에 도착했고, 커피를 내렸고, 피자빵 하나를 먹었고.. 아직 내게 고로케가 남아있음에 행복하다.
일을 하자, 나여. 나를 위해 일을 하자. 나에게 밥 챙겨줄 이는 나 하나 뿐이니 일을 하자, 나여. 농장 받을 생각도 줄 생각도 말고, 그저 나 살아있는 동안에 누구에게 신세 안지고 살 수 있도록, 그냥 나 하나 잘 보살피도록 하자. 일을 하자.
아무도 나에게 농장 주지 않는다. 나는 그냥 내 일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