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라이언' 주연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로맨스 영화의 고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나는 어제야 봤다. 샐리 겁나 예쁜데 해리 못생긴게 너무 용납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는데, 어쨌든 봤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를.

아마 너무 유명한 영화라 줄거리를 모두 다 알지 않을까 싶은데, 샐리는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가 기자가 되고자 한다. 지금 있는 곳에서 뉴욕까지는 자동차로 18시간을 운전해 가야 하고, 그 길에 자신의 친구의 애인인 해리와 동행하기로 한다. 해리도 거기서 자리를 잡기 위해 가니 운전을 교대로 하며 가기로 한 것. 그렇게 그들은 처음 만나 차 안에서 함께 보내기로 한다.


나는 일단 여기서부터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란 생각을 했는데,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내 친구랑 둘이 18시간 동안 붙여놓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를 물어보면, 글쎄 딱히 그러고 싶지 않은 거다? 애인도 믿고 친구도 믿는다지만, 굳이 이런 상황 만들어서 나는 믿는다...이러고 싶지가 않아? 뭐, 남자 여자 이성간이라고 좁고 밀폐된 공간안에서 뭔 일이 일어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좀 거시기하잖아? 서로 좋아하는 것만 문제되는 게 아니라 서로 싫어하는 것도 문제다. 거기서 싫어하면 우쪄... 아무튼 그렇게 해리와 샐리는 처음 만나 함께 차를 타고 뉴욕으로 이동하는데, 으, 해리 너무 비호감이다. 첫만남 당시 이십대 초반이라 겉멋과 허세가 가득하긴 하지만, 그래도 포도 먹으면서 창밖으로 퉤퉤 하고 씨 뱉는 거 너무 비호감이라서, 으으 싫다... 하게 되었어. 어쨌든 이 영화속, 이들이 이렇게나 오랜 시간 함께 있으면서 대화를 하다보니, 너무나 유명한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나온다. 샐리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해리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친구로 지낸다면 남자는 반드시 여자랑 자고 싶어할 거라고. 음...



사람에 따라 주장하는 바도 또 생각하는 바도 다르겠지만, 이성애자인 사람에게 이성이 친구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라면 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숱하게 생각하고 부딪쳐본 질문일 것이다. 될 수 있나? 나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거기에 해리의 말처럼 어느 한 쪽의 성적 욕망이 잠재되어 있을까? 를 물어보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남자사람들과 나누는 우정 중에 어떤 부분에서는, 그러니까 어떤 상대에 대해서는 성적 욕망을 갖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이 남자랑 섹스할거야, 도 아니고 으으 이 남자랑 섹스하고 싶다, 도 아니지만, 하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혹은 상대가 하자고 하면 나도 싫지 않을 것 같다, 는 생각을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성과 우정을 나누는 동안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것이 섹스로 이어진 적은 한 번도 없고 상대에게 입밖으로 낸 적도 없지만(우정을 지켜야한다!), 그러나 나 역시 상대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면서 우정을 나눈 적이 있었던 거다. 그리고 이건 앞으로도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우정을 나누지만 성적 욕망을 느끼는 일. 그러나 그것이 우정으로 지속되려면 나는 내 욕망을 드러내지 않아야 할 것이다. 바꿔말하면, 섹스를 해버리면 친구 사이는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섹스를 한 후에도 여전히 변함없이 친구로 지내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라는 게, 아니 뭐 내 경우에만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상대의 촉감을 기억하고 냄새를 기억하고... 몸이 몸을 기억하는데, 바디가 바디를 기억하는데, 한 번 잤다가 좋으면 두 번 자게 되고, 두번 잤다가 좋으면 스무번 자게 되고, 스무번 자게 되면 우리의 몸은 서로 익숙해지게 되고 거기에는 어떤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라든가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지 않다 라든가 하는 이제 그런 욕망 같은 것이 혹은 욕심 같은 것이 끼어들어버리기 땜시롱... 친구 사이는 개박살이 나고 만다.... 물론, 연인이 되면 완전히 다른 문제겠지만, 그러니까 이러다 연인이 된다면 가장 좋은 친구가 연인이 되는 궁극적 관계가 되는 거겠지만 말이다. 나는 얼마나 운이 좋은가 베스트프렌드와 연인이 되다니, 하고 제이슨 므라즈도 노래하지 않았는가.





아무튼 될 수 있다 될 수 없다의 논쟁을 넘어 그들은 서로 안좋은 인상을 간직한 채로 헤어지게 되고 5년후에 공항에서 그리고 비행기에서 우연히 재회하게 된다. 5년후의 해리는 나에게는 여전히 비호감이었다. 그런데 뭐 내가 중요한가. 샐리가 중요하지. 해리를 만난 건 샐리지, 다락방이 아니다. 무튼, 그렇게 우연히 만나 잠깐 수다를 떨고, 그 때 근황을 서로 알리는데 해리는 결혼을 앞두고 있고 샐리는 연애를 시작한 지 한달 된 참이었다.



그리고 5년후 서점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다. 그 사이에 샐리는 애인하고 헤어졌고 해리는 결혼했다 이혼했다. 이들에게 그 사이에 10년의 시간이 있었던만큼, 좀 철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이들은 서로 친구하기로 쇼부치고 섹스 없는 수다를 나누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주변에서는 말도 안되는 관계라고 하지만, 그러나 그들에게는 말이 되는 관계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다보니 당연히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익숙해지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그들은 각자 연애를 하면서도 이 베스트프렌드에게 자꾸 신경이 쓰이고, 각자 하는 연애도 뭔가 뜻대로 잘 되질 않는다. 그러다 샐리가 힘들었던 어느 밤, 둘은 드디어(?) 급기야(?) 섹스를 하게 된다. 그 섹스는 좋긴 했지만 뭔가 이 둘 사이가 약간 어색해지는데, 그래서 그들은 다투고 각자 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고..그러다가 결국은 서로 사랑한다는 걸 깨닫고 사랑을 이룬다(?)는 그런 해피한 로맨스로 결말을 맺는다.


옆에서 가장 오랜 시간 봐오고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연인이 된다는 거야 특별할 거 없지만, 나는 내내 비호감인 해리가 나중에 참 좋았더랬다. 어느 부분이었냐면, 둘이 엄청 싸우고 돌아선 뒤에 해리가 자꾸 연락을 하는 거다. 거기에는 해리가 샐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 자신과 얘기도 하지 않으려는 샐리에게 반복해 연락을 하는 것, 그러니까 샐리가 나랑 말하기 싫어하니까 나도 안해! 하는게 아니라, 거기서 듣고 있으면 전화 받아, 라고 하면서 끊임없이 말을 거는게, 해리는 여전히 샐리의 손을 놓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결국 해리와 샐리가 다시 만나 연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해리가 손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쪽이 꼭 붙들고 있기 때문에 상대도 계속 잡고 있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건 어제 오늘 읽고 있는 《다시, 올리브》에서도 느꼈다.

















잭은 어쩐 일인지 자기 인생에서 말도 없이 사라지려고 하는 올리브를 붙잡는다.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낸다. 올리브의 답이 없어도 그렇게 한다. 거기에는 당신이 내 인생에 다시 나타나기를, 우리가 다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결국 잭은 종이를 꺼내 펜으로 썼다. 올리브 키터리지,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혹 당신이 전화해주거나 이메일을 보내거나 나를 보러 와줄 수 있다면 아주 기쁠 거예요. - P38



어느 한 쪽이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면, 여전히 붙잡고 있다면, 결국은 다시 이어질 수 있는거야. 나는 생각했다. 상대가 마주 꽉 잡아 주지 않아서 내가 더 힘들겠지만, 그렇게 잡고 있다 보면, 놓지 않으면 상대 역시 내 손을 마주 잡아주기도 하는거야. 다시. Again.



그렇지만, 그렇게 계속 내가 붙잡고 있어서 우리가 다시 연결되는 것과, 계속 내가 붙잡고 있는게 상대에게 고통이고 폭력이 되는 것은 어느 지점에서 경계가 있는걸까? 왜 어떻게 붙잡는 건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되고 어떻게 붙잡는 건 스토킹이 되는걸까?


'리안 모리아티'는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에서 '사스키아'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헤어진 애인을 스토킹한다. 헤어진 애인이 새로 사귄 애인까지 만나러 가고, 자신과 헤어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헤어진 애인이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과의 만남에 찾아가 지켜보기도 한다. 사스키아는 전애인을 육체적으로 때리지 않았지만 사스키아의 정신과 상담의는 사스키아가 한 것이 폭력이라고 말했다.
















"당신이 계속 전화를 걸었을 때, 패트릭은 어떤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당신이 갑자기 나타나면 패트릭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패트릭은 그날 밤 두려웠을까요?"

이상한 건, 지난 3년 동안 나는 패트릭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작 패트릭이 어땠을지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거야.

"폭력을 휘두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육체적인 폭력만 폭력인 건 아니에요. 당신은 패트릭을 무기력하게 만든 거예요."

"무기력하게 만들다뇨? 나는 패트릭을 사랑했어요. 그저 다시 함께하기를 바란 것뿐이에요."

"다시 생각해봐요, 사스키아."

내 정신과 의사는 나를 어디로든 달아나지 못하게 했어. 마치 나를 거울 앞에 세워놓고는, 내가 자꾸 외면하고 다른 곳을 보려고 할 때마다 내 어깨를 붙잡고 다시 거울 앞으로 돌려놓는 것처럼 느껴졌어. 내가 손으로 눈을 가릴 때마다 그녀는 내 손을 부드럽게 잡고 내 옆에 가지런히 내려놓는 거야. 마침내 나 스스로 거울을 들여다 볼 수밖에 없게 말이야. (p.621)



사스키아는 잭처럼, 해리처럼, 상대와 관계가 멀어지는 걸 원치 않았다. 여기까지의 그들의 공통점은 같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다가선다. 잭은 이메일을 보냈고 전화를 했다. 해리는 자동응답기에 계속해 연락을 남겼다. 사스키아도 계속 전화를 걸었고, 전애인의 약속장소에 불쑥 찾아가고 집에도 불쑥 찾아갔다. 잭은 올리브를 다시 만났고 해리는 샐리랑 사랑을 이루었다. 그러나 사스키아의 애인은 고통스러워 했다. 이건 어느 지점에서 차이가 생긴걸까. 상대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 상대가 내 인생에 여전히 존재해줬으면 하는 마음은 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이었을텐데, 왜 어떤 것들은 다시 사랑으로 이어지고 어떤 것들은 스토킹이 되어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고통속에 빠뜨릴까. 이걸 어떻게 구분하면 될까. 사스키아는 자신이 '폭력을 휘두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상대는 고통스러웠다. '아니'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그만하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너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뜻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 사스키아와 그들의 차이일까? 그러나 올리브도 잭의 이메일에 답하지 않았었고, 샐리도 해리의 거듭된 연락에 답하지 않았었다. '답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 역시 너를 원해'가 되는 건 아닌데, 답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정의 뜻으로도 읽힐 수 있는건데, 그렇다면 이들의 차이가 뭘까?



나는 누군가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았고 또 지금도 놓고 싶지 않아 남은 힘을 짜내어 부여잡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상대의 의도를 읽지 못하는거라면 어떡하지? 올리브와 샐리는 상대가 손을 놓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가 다시 돌아서기만 하면, 그러니까 뒤를 돌아보면 그 관계가 다시 시작될 것 역시도 알았다. 그러나 사스키아의 전애인은 사스키아가 놓지 않는 손이 너무 힘겨웠다. 놓으라고 놓으라고 하는데도 놓지 않아서 몹시 고통스러웠다. 자신은 손을 놓았는데 상대가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거다. 손과 옷자락의 차이. 그렇다면 어느게 손이고 어느게 옷자락인지는 또 어떻게 알아차리지?

모든 놓지 않은 손이 스토커는 아닐텐데, 놓지 않은 손 때문에 더 행복해지기도 하는데, 대체 그걸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 걸까? '아니'라는 명확한 답이 그렇게 만드는 걸까?

나는 내가 놓은 손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아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냈다. 오래 그랬다. 그런데 내가 놓지 않은 손이 상대에게 고통일지 아닐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런 일이 있은 후 내게는 내가 놓지 않은 손이 상대에게 폭력일까봐 자꾸 쭈그러들게 되어버렸는데, 내가 잭이나 해리가 될지, 사스키아가 될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모르겠다. 혼란스러워... 토피넛라떼를 마신다.....



우리 에미... 에미도 놓지 않았어. 에미도 손을 꼭 잡고 있었어. 그래서 에미는 어떻게 됐다? 레오랑 사랑을 했지. 우리 에미.. 나는 에미가 진짜 너무 좋다. 에미 만세 만만세야.

















에미는, 레오로부터 응답이 없는데, 시스템관리자만이 계속해서 답장을 보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끈질기게 메일을 보낸다. 답 없는 레오에게.


Three weeks later

Half a year later

Three days later

Four days later

Three and a half months later


...



3주+6개월+3일+4일+3개월반=10개월반



거의 1년을, 답 없는 사람에게 계속해서 말을 거는 거다. 시스템 관리자에게 줄기차게 보내!! (관련 페이퍼는 여기 ☞ https://blog.aladin.co.kr/fallen77/9780675)


에미의 놓지 않은 손은 결국 마주잡는 레오의 손을 불러낸다. 그렇다면, 내가 에미가 되어 레오를 만날지, 사스키아가 되어 병원에 입원할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휴.... 에미 ♡




오늘 출근길에도 올리브를 읽었는데, 아, 올리브 때문에 웃었다. 그러니까 다시, 올리브는 잭 케니슨과 연락한다. 그리고 잭 케니슨이 우리집에 와요, 해서 잭 케니슨의 집에 간다. 밤이 늦어 집으로 돌아가려는 올리브에게 잭은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고 한다. 손님방에서 자라, 나는 건넌방에서 잘게, 라고 말한다. 혹시라도 자신이 덮칠까봐 걱정이라면 안심해라, 나는 전립선수술을 받아 기저귀를 차고 있다, 고 말하는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말을 들으니 올리브가 안심이 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고가진 않겠다 하는데, 잭이 원하는 건 일어나서도 올리브를 만나는 거였다.



잭이 말했다. "당신이 손님방을 하나 쓰고 나는 보곧 건너편에 있는 다른 손님방을 쓰면 어때요? 그저 내가 잠에서 깼을 때 당신이 여기 있으면 좋겠어요, 올리브." (p.66)



그러자 올리브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잠에서 깼을 때 여기 있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음, 그러면 다시 올게요. 나는 일찍 일어나요." (p.66)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하철 안에서 저부분 읽다가 터져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낭만을 모르는 여자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그게 아니잖아요 올리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다시 만난 날의 대화에서 잭은 올리브에게 아주 중요한 말을 한다.




"애들보고 여기로 오라고 말한 적은 있어요?"

"아니요." 올리브는 아래쪽에 주름 장식이 둘린 전등갓을 쳐다보았다.

"왜 하지 않아요?"

"애가 셋이에요, 내가 말했었잖아요. 각각 다른 남자들하고 낳은 애가 둘 있고, 지금은 리틀 헨리가 있고요. 여기로 오는 건 당연히 힘들 거예요."

잭이 한 손을 폈다. "아마 그렇겠죠. 그래도 초대는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초대하고 말고가 뭐 있어요. 그냥 오면 되는데." 올리브가 안락의자 팔걸이에 손을 올렸다가 다시 무릎 위로 가져갔다.

잭은 몸을 앞으로 숙이고 팔꿈치를 무릎에 올렸다. "올리브, 사람들은 가끔 초대를 받고 싶어해요. 나만 봐도 당신 집에 초대 받았으면 좃겠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요. 하지만 당신은 내가 집으로 데려가달라고 부탁한 그 한 번을 빼고는 초대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는 퇴짜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이해하겠어요?"

올리브가 큰 소리로 숨을 내쉬었다. "전화하면 됐을 텐데."

"올리브, 아까 전화했다고 말했잖아요. 몇 번이나 했다고. 당신이 그놈의 자동응답기를 꺼놓은 바람에 내가 전화한 걸 몰랐던 거예요." 그는 뒤로 기대앉아 그녀를 향해 손가락 하나를 흔들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저 사람들은 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거예요. 게다가 나는 이메일도 보냈어요." (p.63-64)



올리브는 아들내외가 집에 오지 않아 서운하지만 아들에게 집에 오라고 초대한 적이 없다. 그냥 오면 되는거니까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올리브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상대가 어떻게 알겠는가. 잭은 그렇게 자기 생각만으로 서운해하는 올리브에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네 마음을 읽을 수는 없다고.


맞다. 이것은 진리. 말을 해야 안다, 말을 해야 해.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을 해야 하고, 보고싶으면 보고싶다고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지 보고싶어하는지 알 수 있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 보고싶은 마음 가득하다고, 상대가 이 마음을 당연히 알아줄 거라는 건 큰 착각이다. 말을 해야 해. 말을 해야 한다. 서운하면 서운한것을 말해야 하고 속상한 건 속상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알 수있다. 말하지 않으면서 왜 내 마음을 몰라주냐고 말하는 건 세상 쓸데없는 바보짓이다. 올리브는 일흔이 넘어도 아직 그걸 몰랐고, 그러나 인생의 아름다움은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일흔이 넘어서 그걸 알려주는 친구가 생기는 것. 인생은 십대에도 이십대에도 그리고 칠십대에도 이렇게나 살아볼만한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서투른 점을 갖고 있고 여전히 잘못하며 살고 있지만, 칠십대에도 소중한 누군가가 나타나 '그건 네가 잘못생각한거야' 라고 말해준다면, 너무 좋지 않은가. 이러니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살아야 하는거야. 우리는 일흔에도 여전히 더 좋은 사람이 될 가능성을 품고 산다. 근사하지 않은가!!



이렇게 말하면서 나도 텔레파시만 겁나 쏘고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빨리 퇴근하고 싶다. 빨리 퇴근해서 집에 도착해 씻고 내 침대에 눕고 싶다. 오늘은 잠들기 전에 쏠랄하고 아리안 얘기 좀 읽어야 되는데.. 쏠랄과 아리안에 대해서라면 또 할 얘기가 한가득이라 다 읽고 하려고 벼르고 있다. 영화 <어드리프트>가 떠오르는 부분이 있어... 퇴근하고 싶다. 아직 09:25 인데 퇴근을 간절히 원하네... 퇴근을 원하는 금요일 오전......

















소용돌이치며 두 사람을 집어삼키는 바닷물 속에 다시 잠겼을 때 그는 패티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그녀의 팔을 꼭 붙잡았다. 널 놓지 않을게. 파도가 칠 때마다 햇살이 반짝이는 짠 바닷물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케빈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그 옛날 여왕처럼 줄넘기를 하던 소녀, 지금은 바다에 빠진 젖은 머리의 여인이 두 사람의 구조만을 바라며 바다의 힘만큼이나 격렬하게 그를 붙잡고 있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p.86)







올리브는 파도가 자신을 높이-높이-던져올리며 위아래로 그네를 태우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어둠이 아래에서 밀고 올라오는 것 같아 공포를 느끼며 버둥거렸다. 자신의 삶이-자신의 삶이라니, 참으로 바보 같은 생각 아닌가-자신의 삶이 달라진 것을, 많이 달라질지도 모르고 혹은 전혀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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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20-11-2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나는 일찍 일어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리브다운 대답이에요!!

다락방 2020-11-20 15:0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리브 고집도 세고 표독스러운데 너무 좋아. 다시, 올리브 너무 좋다요, 레와님!! >.<

라로 2020-11-20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정말 처음 보신 거에요???????????? 신기해요!!!!ㅎㅎㅎ
암튼, 아직 올리브가 의사를 만나는 부분은 안 읽으신 거지요?
럭키,,, 올려주셔서 고마와요. 누가 올려 준 음악 듣는 것도 참 좋다. ^^

다락방 2020-11-20 15:02   좋아요 0 | URL
네 저 이제야 처음 봤어요 ㅋㅋ 그동안 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들었는데 이제야 보았네요! ㅎㅎ

올리브가 의사를 만나는 부분은 안읽었어요! 고작 앞의 두 편 읽었을 뿐입니다. 앞의 두 편만으로도 이미 너무 좋은데, 완독하신 분들이 다 엄청 좋다고 하셔서 기대가 크고 그래서 빨리 읽기가 싫고 그래요 ㅠㅠ

라로 2020-11-21 02:48   좋아요 0 | URL
저는 출산 편이 너무 재밌었어요. 정말 여기 베이비 샤워 풍경이니, 아줌마들의 모습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올리브 키터리지 편에서도 헨리와 병원에서 생긴일,,,정말 무서운데 얼마나 배꼽을 잡고 웃었던지,,, 그 기억이 나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입담이 참 좋아요. ㅋ

다락방 2020-11-23 08:03   좋아요 0 | URL
저 다 읽었어요! 의사 만나는 부분도 역시나 너무 좋았어요. 그러니까 손 잡는 부분이요!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었을때는 의사를 사랑하는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부분도 그렇고요. 정말 대단한 작가에요!!

syo 2020-11-2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한장의 페이퍼에 올리브와 에미가 다 있네요. 최애지수 랭킹 장난 아니네 이 페이퍼.

다락방 2020-11-23 08:02   좋아요 0 | URL
최애란 무릇 자주 소환되는 것이지요... 후훗

scott 2020-11-23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코 페이퍼에 올리브 댓글 썼다 지우고 요기로 다시 왔어요. 다락방님 ㅎㅎ
저는 ‘청소‘ ‘햇빛‘ ‘산책‘ 돌려가면서 읽고 있어요.
일곱번째 파도 다락방님 목소리로 오디오북 출시 되면 좋겠어욤 ㅋㅋㅋㅋ


다락방 2020-11-23 20:35   좋아요 1 | URL
제가 왜 아직도 버지스 형제를 읽지 않은걸까요 스콧님?? 저 마지막 단편에서 이저벨 만나고 아니!!! 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 이러면서 너무 놀라고 기쁘고 슬프고 막 엄청나게 복잡한 감정에 휘말렸다고요! 옮긴이의 말 보니까 버지스 형제도 나왔다는데 제가 몰랐어요!! 아아 서운해 서운해 ㅜㅜ 저 버지스 형제 읽고 다시 읽으려고요. 아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이 소설 천재님 ㅠㅠ

그나저나 일곱번째 파도 오디오북이라니요!!! 스콧님도 참... 무슨 그런 말씀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 죽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0-11-23 21:59   좋아요 0 | URL
다시, 올리브는 작가가 애정하는 작품속 캐릭터들에 카메오 출연이 있어서 더 깨알같은 재미가 있어요.
읽다보면 1권보다 더 좋아하게 되고 작가가 그동안 펴낸 작품들 다시 찾아 읽게 되네요.

버지스는 꼭 읽어야합니다.
작가가 애정하는 작품 (루시 버튼과 버지스 래요.) 작년인가 언젠가 워싱턴 디시 독립서점(오바마 단골)에서 인터뷰에서 밝혔어요. 루시버튼은 올리브가 퓰리처 받지 않았다면 맨부커상 탔을거라고 ㅎㅎ
자신에 10대후반 20대 모습을 루시에 많이 투영시켰다고 ㅎㅎ

신작 나올려면 4-5년 걸린다는 작가
코로나로 집콕하시는데 이번 작품 미드 시나리오 검토 하지 않을까 ^*^

다락방 2020-11-24 10:41   좋아요 0 | URL
저 안그래도 [모든 것이 가능하다]도 안읽어서, 일단 버지스랑 모든 것이 가능하다 다 읽고, 또 루시 바턴 한 번 다시 읽고, 그리고 [다시, 올리브]를 또 봐야할 것 같아요. 아이참. 이 작가 왜 독자에게 숙제를 주지요? 그렇지만 그걸 읽고나면 또 더 좋을 것이기에 기꺼이 숙제를 해보고자 합니다.
저 어제 버지스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아이참.. 읽을 것도 많은데 도대체 뭘 먼저 읽어야할지 ㅠㅠ 행복한 고민이네요. 행복한가? 아닌가? 아 모르겠다. 일단 소세지빵부터 먹어야겠어요. 하하하하하.

scott 2020-11-24 22:23   좋아요 0 | URL
모든 것이 가능하다(루시 바튼 스토리가 이어짐)에 수록된 단편 ‘눈에 빛에 눈멀다‘는 2015년 오헨리 단편상 수상작이에요
문창과 수업시간에 쓰일정도로 명단편으로 평가 받고 있어서인지 작가가 몇년전에 독자들과 만남에서 ‘버지스‘와 ‘모든것이 가능하다‘라는 작품에 애정이 듬뿍듬뿍 담았다고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