됨이여..
'교고쿠 나츠히코'가 장광설의 대가인줄 알았는데, 유럽에는 '알베르 코엔'이 있었다. 와.. 전세계 통틀어서 짱먹을 듯. 그러니까 내가 어제 페이퍼 쓴 것처럼(피씨로 보시는 분들은 위에 먼댓글 링크 연결해두었습니다), 아드리앵 됨이 아내에게 말도 안하고 서프라이즈~ 하려고 기차 타고 가고 있는 것까지 읽었고, 그래서 어제 몹시 피곤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전에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어디, 어떻게 됐나 보자, 하고. 그런데!!
어제 잠들때까지도 계속 기차 안에서 중얼거리고있어 이자식. 의식의 흐름대로 나불거리는 건 내가 챔피언인줄 알았는데, 아드리앵 됨이 있었네. 내가 졌소... 게다가, 자뻑에서도 내가 졌소.
이 책에서 아드리앵 됨만이 장광설의 대마왕인건 아니다. 아리안은 아리안대로, 쏠랄은 쏠랄대로 말 겁나 많아. 그런데 우리의 로맨스 주인공인 쏠랄과 아리안은 딱히 정이 안가고, 그 사랑에 대해서라면 '얘들은 뜨겁게 사랑하는구나' 라고 받아들이지만 나로서는 그 사랑이 좀 이해는 안되는 바, 이럴 경우 나는 실제 나에게 일어난다면, 하고 대입을 해보곤 하는데, 이를테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만약 그 사람이 쏠랄처럼 접근했다면?' 이렇게 했는데도 와 너무 싫은 거다. 나중에 혹여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그래도 어떤 찜찜함은 남을 것 같다. '지금 너무 좋아 그 사람 사랑해, 그렇지만 왜 접근을 그런 식으로 해야 했을까, 그건 좀 마음에 걸려...' 이렇게 됐을 것 같단 말이지. 그런데 아리안은 그 날을 떠올리며 좋아하는거다. 참신했다던가 여튼 그것조차 졸라 좋게봄. 나는 이런 맹목적인, 그냥 그 사람에 대해서라면 모든 걸 다 퉁쳐버리는, 이런 사랑을 거부한다.. 내 타입이 아니여.. 여튼,
아드리앵 됨은 기차를 타고 달려갑니다. 달려가는 내내 자신이 외교활동을 얼마나 근사하게 했는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자뻑에 가득차서, 마치 옆에 아리안 있는 마냥 만나서 얘기해주는 것처럼 조잘조잘 혼자 그러는데, 장광설 터지는데, 그러다가 아리안이랑 섹스하고 싶어서 미칠려고 하는거다. 나는 한 달 가있는 줄 알았는데 석달이었구나? 여튼, 그 부분을 보자.
기차의 차장이 감정이 담기지 않은 기계 같은 목소리로 다음 정거할 역을 알리며 지나갔다. 5시 45분. 이제 오분 뒤면 들레몽이고, 세시간 두면 주네브다! 어쨌든 내 아내니까, 뭐 어떤가. 세상에, 자그마치 석달 동안 한번도 못했는데! 사실 베이루트에서는 유혹도 있었지만, 그는 원래 매춘부와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더구나 자칫하면 고약한 병에 걸릴 수도 있으니 내키지 않았다.
-정말 하고 싶어 미치겠어. 장담컨대 오늘밤엔 부부간의 성적 의무를 절대 외면하지 않을 거야! 매트리스의 스프링이 들썩거릴테니 두고 봐! 그래, 집에 가자마자, 공격적으로, 거침없이 접근 작전을 펼쳐야지. 그녀가 내켜하지 않는다 해도, 그녀는 원래 그렇잖아, 욕구가 없는 게 아니고 내색하지 않으려는 거야, 수줍어서, 정숙한 여자들의 조심성이라고 할까, 그렇다니까, 귀족 가문의 기품이기도 하고, 남이 들으면 기분 나쁠지 모르겠지만, 다른 아내하고 내 아내는 완전히 다르잖아. 아니, 밖을 내다보면 안돼, 비코즈because 매연이 심하니까. 조만간 스의스에 전기로 가는 기차가 생긴다던데, 그러면 좀더 깨끗하겠지. 더러워질 염려가 없을 거야. 완벽해. 그래, 완벽해. (2권, p.160)
어젯밤에 이 부분 읽다가 진짜 너무 터져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트리스의 스프링이 들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공격적으로, 거침없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내가 크게 호응이 없는 걸 정숙한 여자여서.. 라고 생각하는 아드리앵 됨이여.. 그래, 그게 어디 너 혼자만의 잘못이겠니. 세상이 그렇다고 해버렸는데. 그야말로 맨박스이며 강간문화며 진화심리학 아니겠니. 안돼요안돼요돼요.. 라고 말한, No means Yes 라고 세상이 주입시킨 까닭이겠지. 그것이 너에게도 와서 고스란히 박혀서, 으응, 내 아내 딱히 좋아하는 것 처럼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 욕구 표현 안하지만, 그건 아내가 품위 있기 때문, 이러면서 공격적으로 접근할 생각을 하는 오, 됨이여...
강간 문화는 가해자가 성폭력을 저지르기는 쉽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그에 맞는 지원을 받는 것은 어렵게 만드는 사고방식과
관습, 사회 구조의 총체다. 여기에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고정관념이 포함된다(성적으로 남성은 적극적이고 여성은 소극적이라고
여기며, 이에 어긋나는 여성은 ‘음탕하다‘라고 낙인찍는 사회 분위기 등). 또 강간으로 판단되는 상황과 ‘진짜‘ 강간 피해자라면
응당 어떤 행동을 보이라고 단정짓는 것도 강간 문화의 일면이다(육체적 폭력이 수반된 경우에만 ‘진짜‘ 강간이라는 인식, ‘진짜‘
피해자라면 사건을 즉시 신고할 것이고 정신적 외상이 심하겠으나 지나치게 히스테리를 부리지는 않으리라는 인식). 강간범은 어두운
골목에서 튀어나온 괴물이며, 남자친구나 아버지, 대학생이나 정치인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 또한 강간 문화의 일부다.- P17
남성들은 곧잘 자신의 성별 때문에 제공받은 특혜와 이점을 마치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권리처럼 여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의
문화적 규범은 이런 믿음이 옳다고 편들어준다.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며 여성의 역할은 남성을 대접하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남성이 여성을 비하하고 억압하며 학대하는 행위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사회적 해악은 남성들이 먼저
책임을 인정하고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고쳐질 수 없다. 선한 의도를 가진 남성이라고 해서 이토록 많은 이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계속해서 무시로 일관할 수만은 없다.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사랑하는 여성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문제이기
때문이다. (p.170)
진화심리학자들이 한목소리로 여성은 조신하게 타고난다고 되풀이 하는 것은 여성이 조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님을 우리더러 믿으라는
것이다. 나는 속지 않는다. 나를 냉소주의자라고 부른다 해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타고나기를‘ 조신하다는 증거가 거의
없고, 따라서 이 주장은 처음부터 이념적 조작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그 주장을 입증하는 데 쓰인 과학적 ‘방법‘은
반복해서 말함으로써 사실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다. 이념을 세뇌하는 방식이 정확히 이것이다. 우리가 어떤 말을 자주 들을수록 그
말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처음에는 세계를 바라보는 특정한 방식처럼 보이던 것이 이론의 여지가 없는 믿음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이 믿음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잊고, 당연히 ‘그런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여성의
조신함이라는 수사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생각한다. (p.83)
아드리앵 됨은 그냥 이런 문화에 길들여진 숱한 남성들 중에 하나일 뿐이여... 여튼 그렇게 달려간다, 아내에게로, 아리안에게로, 쏠랄을 기다리는 아리안에게로....
어젯밤에 읽었는데도 아직 집에 못간 건 어쩔;;
오늘 밤에는 집에 가려나.....
엊그제부터 유대인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정확하게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알아야 모르는 사람에게도 설명할 수 있는데, 엄마가 물어보는데도 모세 데려오고 팔레스타인 끌어오고 이러면서도 내가 하는 설명이 맞나, 정확한가 확신이 안생겨서, 이런 확신이 안생긴다는 증거 자체가 내가 모른다는 거다! 하고 알고 싶어졌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 성경으로 시작하면 될까, 구약으로 보면 되는걸까? 그리고 어제 자기전에 북플을 들여다보다가 이런 책의 존재를 알게 된다.
오! 당장 사자! 하고 봤더니 책 값이 ㅋㅋ 정가 45,000 원. 그렇다면 이것은 쪽수가 엄청날텐데? 하고 쪽수 보니 1,064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멈칫, 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걍 사버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간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뭘 저렇게 길게 썼담? ㅋㅋㅋㅋㅋㅋㅋ 형광펜 들고 각잡고 읽어야겠네, 라고 생각하지만, 사둔다고 읽을까? 요가난다 영혼의 자서전... 사전같이 생긴 책... 그것도 사두고 처박혀있는데... 당장 푸코는 어쩌고... 그래도 일단 사두자. 사두면 또 읽을지 알아? 문제는 두꺼운 걸 읽는다는 데 있지 않다. 내가 이 책에 쓰여진 언어들을 이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지. 푸코 성의 역사도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이건 잠시후 페이퍼로 대대적 토로할 예정), 유대인의 역사에 등장하는 단어들은 나를 이해로 이끌어줄 것인가.... 나는 그간 내가 책 참 잘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책 읽는 능력이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해왔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코 읽으면서는 '문맹이란 이런것이구나...' 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하하하 나는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되어서 그림을 보듯 성의 역사를 본다...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 여튼 그렇다.
금요일이라 너무 좋다. 퇴근 빨리 하고 싶다. 오늘 출근하기 싫다고 이천번쯤 생각하며 출근했는데, 퇴근후가 너무 개꿀일것 같아서 부득부득 왔다. 또 안오면 어쩔겨... 여튼 그래가지고 왔는데 오늘 퇴근 후에는 양꼬치 먹을 약속도 있고 샤라라랑~ 그리고 내 방 내 침대에 들어가면 주말 내내 안나올거야 ㅠㅠ 집밖으로안나올거야 ㅠㅠ 치아바타 구울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치아바타, 라고 쓰고 나니 생각나는데.
사람이 뭔가 할 줄 아는게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은 너무 좋은 것 같다.
며칠전에 너무 힘들면서 자연스레 치아바타 구워야겠다, 라고 생각하게 됐는데, 우울하거나 마음이 지치고 힘들때 뭔가 빠져나갈 수 있는,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생겨버리는거다. 그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 반죽을 하고 부풀어 오르고 사이사이 접어가며 올리브를 넣어주는 것은 그 자체로 좋고, 또 오븐에서 빵이 부풀어 오르고 구워지는 것도 좋다. 정작 만들고나면 나는 잘 안먹게 되는데, 맛있다고 내 앞에 누군가가 잘 먹는걸 보는게 너무 좋다. 남동생은 지난 주에 가져간 빵 먹으면서 맛있다고, 딸기쨈과 크림치즈 발라먹는데 진짜 맛잇다고 하고, 어제는 남아서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데워 먹었는데도 맛있다고 했다. 회사 동료에게도 줬었는데, 딸기쨈을 발라 먹으니 딸기쨈이 빵 맛을 죽인다고 했다. 그냥 빵 자체가 너무 좋은 맛이라고. 힘들고 지칠 때 치아바타...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 너무 좋다. 치아바타를 구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너무 좋다. 예전에는 좋은 문장을 보고 싶었고 음악을 듣고 싶었는데, 어떤 날에는 몸을 움직일까, 하고 요가를 생각했는데, 이젠 거기에 치아바타라는 또다른 방법 하나가 생긴 거다. 치아바타를 굽는 건 확실히 식빵을 굽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다. 버터 들어가는 식빵이 냄새가 더 좋긴한데, 뭔가 부풀어오른 치아바타 자를 때 오는 쾌감이 어마어마해.. 나 치아바타 구멍 어마어마하게 잘 내... 진짜 다른 빵은 생각도 하기 싫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정말 뭐든 하나에만 꽂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치아바타 굽는 거 너무 시간 오래 걸려서(나는 발효 45분*3 한다) 평일엔 할 수가 없어. 괜찮다, 나에겐 주말이 있다!!
그래도, 목소리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한 번, 목소리 듣자마자, 아, 나는 어쩔 수 없다, 하고 나를 놔버린 적이 있는데, 그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아무튼 됨이여, 오늘은 집에 도착하라. 아..그런데 내가 못읽겠구나. 양꼬치 먹으면 소주 마셔야 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됨아, 내일 도착해!!
맨 위에 언급한 아시아 장광설 일인자의 책들은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