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요가를 하고 나면 허기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밥을 먹고 난 뒤에도 입이 심심해 주전부리를 달고 살던
내가 요가를 하면서부터 간식이나 야식 등을 먹지 않고 소식하게 되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식습관 또한 자연스럽게 변화되어
갔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육식 위주의 음식을 주로 먹던 내가 현미밥과 야채 위주의 가벼운 식사만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요가를 하고 나면 살이 빠지나요?" 라고 묻는다. 나의 경우에는 요가 그 자체가 살을 빼준다기보다는 요가를 하다 보니
자연히 식욕이 줄고 몸의 라인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체중감량의 효과는 요가를 꼬박 삼 개월 동안 꾸준히 이어간 뒤에야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가를 시작한 지 삼 개월 만에 딱 3킬로그램의 체중이 줄어들었다. 그 다음 달에도 3킬로그램, 또
그 다음 달에도 3킬로그램씩 체중이 줄었다. 그러다 보니 요가를 시작한 지 꼭 육 개월만에 18킬로그램의 체중이 줄어들어
있었다. 나는, 168센티미터의 키에 58킬로그램의 정상 체중으로 돌아오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p.33-34)
읽자마자
이 부분에서 엄청 갸웃했는데, 요가를 시작하고 난 첫날, 나는 식욕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빈야사가 나의 첫수업이었고, 그 수업을
하면서 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으며 집에 와서는 허기짐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엄청 많은 양의 밥을 헐레벌떡
먹었다. 요가한지 이제 2년이 넘어가는데, 나는 그간 어쩐지 허기짐을 못느낀다거나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엊그제 토요일에도 요가
끝나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엄마, 배가 고파서 팔다리가 후달려' 라고 말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요가한지 2년이 넘었지만 하하하하 요가를 시작하기 전과 지금까지의 몸무게가 1킬로그램의 변화도 없다. 처음 요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다이어트도 당연히 있었다. 요가를 하면, 요가를 하기 전보다는 당연히 더 날씬해지게 될 줄
알았지! 그러나 아니었다. 요가는 그런 게 아니었어. 김혜나가 이 책에서 적은 것처럼, 그건 요가가 한 게 아니라 요가 하면서
'안먹은 나'가 한 일인 것이다. 왜때문에 김혜나는 요가를 처음 시작하고 허기를 느끼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식욕은 요가를
시작하기 전이나 후나 변함이가 없다고 한다.
김혜나는 요가를 한지 오래되었고, 저
때 저렇게 안먹고 살이 빠졌지만, 체질상 살이 잘 찌고 빠지는 타입인 것 같다. 그 뒤에 다시 요가를 하면서는 살이 좀처럼
빠지지 않고 더 찌는 것도 경험하고, 또 빠지기도 하는데, 기분이나 몸 컨디션에 따라 몸무게가 쉬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것
같았다.
김혜나는 우울증도 반복적으로 앓고 있다. 김혜나가 요가를 시작하게된
계기도 여러가지가 복합적이었지만, 요가를 하면서 정신과 상담도 받고 한의원도 다닌다. 종국에는 하타 요가를 새롭게 맞이함으로써
몸과 마음이 모두 최상의 상태에 이르게 되지만, 그전까지는 매우 몸과 마음이 고생했던 것이다. 그 시간들 속에는 문학상에 당선되어
큰 상금도 받고 데뷔작이 몇 만부나 팔리는 성공적인 일까지도 있었지만, 그 기쁨이 오래 가기 보다는 그 작품을 쓰기까지 매달렸던
시간들이 굉장히 치열했고, 그 후에도 그보다 더 나은 작품을 써야 한다며 또 치열하게 매달렸다. 최근에 '박상아'의 《아무튼,
요가》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건데, 지금 이 김혜나의 책까지, 나는 '요가'라는 것에 대해 더 알고 싶어 들여다보다가 작가들의
치열함을 뜻밖에 맞이하게 됐다.
나는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있던가, 내가 인생에 있어서
이토록 치열했던 적이 있던가. 어깨가 아플 정도로 글쓰기에 치열하게 매달리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요가에 매달리는 이토록 치열한
삶이, 한 순간이라도 내 것이었던 적이 있던가. 물론 나는 이토록 치열한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치열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겠지만, 누군가가 어디에서 이토록이나 치열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읽으면서 자꾸 내 삶을 돌아보게 됐다. 내가 잘못살았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저마다 누구나 삶의 자세가 다르다는 것,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것.
나는
요즘 요가가 너무 좋다. 수술과 입원 후에 다시 다니고 있는 요가는, 그전보다 더 좋아졌다. 통 음악을 듣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데, 어쩌다 흥얼거리면 요가할 때 들었던 음악들이다. 김혜나가 나중에 흐르고 흘러 닿게된 하타요가수업에서 선생님은 고관절에
대해 말한다.
"<생로병사의 비밀>이라는 프로그램 보신 분 계신가요?
언젠가 고관절 특집이 방영됐는데요. 네, 역시 보신 분이 계시군요. 고관절은 우리 몸에서 기운이 샘솟는 곳이라고 하죠. 이
고관절이 굳어 있으면 우리 몸에 에너지가 막혀서 제대로 흐르질 못합니다. 구조적으로도 상체와 하체를 연결해주는 기관이다 보니
고관절이 굳어 있으면 전신에 순환이 안 돼요. 또 상체 바로 밑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변비와 소화불량 등이 생기고, 체지방 즉 뱃살이 쌓이겠죠." (p.167)
"고관절이 막혀 있으면 기본적으로 먹은
것들이 제대로 소화가 되질 않죠. 음식은 우리 몸에서 반드시 소화(消化)가 되어야지만 기화(氣化)가 됩니다. 그래야 기운이 생기는
건데 일단 소화가 제대로 되질 않다 보니까 늘상 기운이 없고 축 처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들은 독소와
노폐물이 되어 체내에 쌓이고, 그러다 보면 기혈의 순환이 원활해지지 못하면서 소화가 더 안 되고, 배와 손발이 차가워지고, 변비가
생기고,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 등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먹은 것이 소화가 되고 체내의 순환이 원활해지려면 일단 '소화의
불'이라는 것이 일어나야 합니다." (p.168)
프로그램 중에 '골반요가'를 들으면 고관절을 많이 풀어주는데, 얼마전에는 '테라피'를 듣는데도 고관절을 좍좍 펴줬다. 너무 아팠지만 시원한 느낌이 좋아서, 게다가 평소에 사용하지 않았던 부분이라는 걸 인식했던 터라 너무 좋은 거다. 어째 요가가 점점 더 좋아진다. 그런참에 책에서 고관절 관련된 부분을 읽으니 내가 좋아하는 골반요가를 앞으로도 빠짐없이 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더하고.
요가를 앞으로 내 삶에서 놓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계속 해오고 있었지만, 그것이 어떤 중심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작가가 소설가로 데뷔하고 또 요가강사로도 삶을 유지하는 걸 보면서, 어쩌면 요가 강사라는 새로운 길을 나의 미래에 가능성으로 두어도 좋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보게 됐다. 지도자교육은 너무 빡세서 수련 과정에 대한 부분만 읽어도 '역시 내 일은 아닌듯' 하지만, 미래는 예측불허, 생은 그리하여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던가.
퇴근 후에 하는 요가는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 같아 좋아하지만, 토요일 오전이나 한낮의 요가를 나는 매우 사랑한다. 빛을 받으면서 요가를 하노라면 '아 행복하다' 하는 느낌이 절로 드는 것. '이렇게만 살았으면 좋겠다, 이렇게만' 하게 되는데, 그래서 얼른 은퇴하고 오전에 매일 요가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살기를 반복하다 보면 더 깊은 수련이 가능해지고, 그러다보면 내가 나도 모르게 요가 강사의 길을 걷게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그리고 어느날 말하는거지. '아, 내가 이럴 줄은 몰랐어!'
요즘에는 부쩍 평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게다가 워낙 좋아했던 책읽기와 요가지만 요즘엔 더 좋아. 이 책을 읽으면서는 요가가 너무 좋아서 막 눈물이 나려고 했다. 요가 너무 좋아 엉엉 ㅠㅠ 이런 기분으로. 왜, 너무 좋으면 울고 싶어질 때 있지 않나.
김혜나의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을 읽으면서, 앞으로 하타 요가 수업 시간이 생긴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들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어쩐지 더 깊은 요가의 단계인것 같아 숙련자가 해야할 과정 같지만, 일단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 동작을 깊이, 깊이 머무르는 건 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 몸을 어떻게 들여다보게 될까?
호흡과 명상에 대해서라면 집에서 가만가만 해봐도 좋겠구나, 싶다. 나도 여전히 호흡이 어려운데 책을 보니 비염이 있으면 호흡이 어렵다고 되어있더라. 그래도 계속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 나도 언젠가 폐를 열어주는 호흡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최근에 '도로시 길먼'의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읽으면서는 지난 삶을 돌아보며 현재에 만족하게 되었는데, 오늘 김혜나의 이 책을 읽고서는 나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 직장생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데, 꾸준히 하는 요가가 또 몇 년 후에는 내게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않을까. 아 진짜 너무 좋다. 요가 더 열심히 해야지. 못하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잘하게 될 수도 있겠지. 아직 라운드 숄더 너무 하지만, 점차로 벗어날 수 있겠지. 고관절, 고관절 운동에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깊게 내뱉고. 좋아하는 요가 음악으로 리스트도 만들어 두었으니, 혹여라도 시간이 될 때면 가만가만 명상과 호흡도 해봐야지.
그나저나, 과식하지 말라고 이책에서 그랬는데, 점심에 또 과식해버렸네...
시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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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주나여, 그러므로 그대의 의무를 수행하도록 하라. 행위를 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대는 그대의 육신조차 지탱할 수 없을 것이다. -『바가바드 기타』, 3장 8절 - P4
돌이켜 보면 삶에 있어 나는 단 한 번도 멈춰 있던 적이 없었구나, 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앞이 전혀 보이질 않던 스무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며 주저앉아 있던 나였지만 그것은 결코 멈춰 있는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절망과 방황에 휩싸여 비틀거릴 적에도, 쓰러져 죽은 듯이 누워 있을 적에도 나는 진짜 ‘나‘를 찾기 위해 내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 P28
"제가 진짜 다른 사람들한테는 절대로 권하지 않는 직업이 요가 강사이긴 해요. 왜냐하면 사실 요가 강사만 해서는 밥 벌어먹고 살기가 무척 힘들거든요. 요가가 대중화 되어서 요가 학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여기저기 문화센터나 헬스클럽 등에서도 요가를 가르치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요가 강사로 전업하는 사람도 워낙에 많은 탓에 제대로 돈벌이 하면서 살아남기는 좀 어렵죠. 하지만 혜나 씨는 작가니까, 부업으로는 요가 강사만한 직업이 없을 것 같아요. 여기저기 식당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 하는 것보다는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훨씬 더 이득이기도 하고요." - P88
앞이나 옆, 내 시선이 닿는 곳에 앉은 사람들 중에 요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 혹은 선생님의 구령을 잘못 알아들어 바른 자세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다가가 바르게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나라고 해서 몸이 아주 좋거나 요가 동작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먼저 배운 것이 있으니 자꾸만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그렇게 내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에야 나는 선생님에게 요가 지도자 과정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 P91
요가 학원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동안 쓰지 않던 근육과 관절들을 너무 많이 사용한 모양인지 골반이 끊어질듯 아파왔다. 하지만 그 자극들이 왠지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다. 무언가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될 것만 같은 예감. 결코 쉽거나 만만한 세계는 아니겠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세계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기분이 들었다. - P95
옷을 갈아입고 요가 학원을 나서는 순간, 내 몸에 둥그런 태양이 두둥실 떠올라 나를 비춰 주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지는 빛으로 인해 나는 보다 따뜻해진 마음을 안고 요가 학원의 문을 나섰다. - P105
"저는, 돈이 없어서 요가를 못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일은…… 정말 있어서는 안 되죠. 마찬가지로 돈을 벌기 위해서 요가를 하는 것도 결코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가붐이 일면서 요가로 장사를 하고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 잘못된 일이에요. 그러니까 돈 때문에 수련하러 못 오는 일이 없도록 하시고, 혹 다시 강사로 일하게 되더라도 돈 때문에 요가를 하지는 마세요." - P181
과식은 기도와 기맥을 막아 호흡기와 순환기에 물리적인 장애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과식 후 무거워진 몸은 우리의 의식을 어지럽혀 불쾌하게 만들고, 음식을 조절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과 번민, 후회 때문에 우울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몸이 무겁고 정신이 맑지 못한 상태로는 요가는커녕 몸을 움직이고 숨쉬는 것초자 하기가 힘들다. 이처럼 요가의 첫 단계인 야마(Yama, 의무계)와 니야마(Niyama, 권고계)를 지키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인 아사나 수행에 들어갈 수조차 없는 것이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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