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자면 맞춤법> 이 책을 내가 언제 샀더라.... 알라딘에서 6월 27일이라고 말해준다. 오늘이 10월 29일이니까 대략 4개월 전이군. 사실 슬슬 읽어 볼까, 하면서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들고 흔들의자에 반쯤 누운 상태로 펼쳐본 적이 있다. 한 달 전쯤. 그때 1장을 읽고 나서 한 생각. 이건 책상에서 각 잡고 공부하듯 읽지 않으면 안 되겠다. 나는 책을 흥미 본위로 읽기 때문에 재밌었으면 끝, 그걸로 됐다. 내용을 기억하고 구조화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다 까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맞춤법을 공부하려는 목적으로 산 것이 아닌가. 그대로 휘발되면 아니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나는 그날 읽은 1장의 내용을 정리하려고 했으나.... 평소의 나대로 귀찮음을 이기지 못했고.... 다시 책장에 꽂아둔 채 망연히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오늘 다시 펼쳤다. 2장까지 다시 읽었고 정리하려고 노트북을 켰음. 나 진짜 공부한다!
이 책은 1부는 띄어쓰기, 2부는 맞춤법, 3부는 외래어 표기법과 문장 부호로 구성되었다. 고로 오늘은 띄어쓰기를 공부했다는 말. 그런데 오늘처럼 하루에 2장씩 읽으면 띄어쓰기 끝내는 데만 5일 걸림.... 아무튼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내가 원래 알고 있던 코딱지 만한 지식, 추가적으로 검색해본 것들까지 다 버무려서 매일.... 은 안 될 것 같고 꾸준히 페이퍼를 올리겠다는 원대한 마음을 지금은 품고 있지만 1일차인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25년 동안 나로 살아온 바에 의하면 이건 '아무도 안 시켰지만 그냥 하는 맞춤법 공부'이므로 아무도 안 시켰으니까 중간에 그만둔대도 아무도 나를 혼내지 않을 것이므로 귀찮다고 때려치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도 1일차는 성공함. 시작!
먼저 띄어쓰기와 관련된 국립국어원의 한글 맞춤법 주요 조항을 보자.
제1장 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제5장 1항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쓴다."
간단히 요약하면, "단어는 띄어 써라. 조사만 빼고."
금방 뒤에서 얘기하겠지만 조사도 단어다. 아무튼 조사는 붙이라고 한다.
단어는 띄어 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단어란 무엇인가?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렇게 알려준다.
"분리하여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말이나 이에 준하는 말. 또는 그 말의 뒤에 붙어서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말."
하.... 이게 대체 뭔 소린지.... 아무튼 이게 단어의 정의라고 한다. 참고로 여기서 '이에 준하는 말'은 조사를 의미한다. 조사는 분리하여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이에 준하는 말이기에 단어란 말씀.
단어에 대해 계속 알아보자. 국립국어원에서 띄어쓰기는 단어 단위로 하라고 했으므로 단어가 제일 중요하다.
이 '단어'를 기능, 형태, 의미에 따라 나눈 갈래가 있다. 중딩 땐가 고딩 땐가 이미 배운 그것.
9품사다.
9품사니까 당연히 아홉 개.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감탄사, 조사로 나뉜다.
그런데 얘네를 다 따로 두면 안 되고, 한두세 개씩 묶어줘야 함. 체언, 용언, 수식언, 독립언, 관계언 이렇게.
하나씩 보자.
체언. 문장에서 몸통의 구실을 한다고 몸 체 자 써서 체언이다. 여기엔 명사, 대명사, 수사가 들어감. 명사는 당연하게도 사물이나 대상의 이름을 나타내고(ex. 은오, 알라딘, 책), 대명사는 명사 대신 쓰는 말이고(ex. 나, 이것, 저기, 그놈), 수사는 수량 혹은 순서와 관련된 말이다(ex. 하나, 둘, 일, 이, 첫째, 둘째).
용언. 문장에서 서술하는 역할을 맡는 애들이다.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가 포함됨. 그런데 얘네는 기억해둬야 할 특징이 있는데, '활용'을 한다는 거다. 우리는 '먹다'라는 단어를 문장에서 맨날 '먹다'로 쓰지 않는다. 먹는다 먹고 먹어서 먹으니 먹을 먹거니와 등등 온갖 형태로 바꿔서 씀. 이게 활용인데, 활용이 동사와 형용사, 그러니까 용언의 특징이라는 것.
수식언. 관형사와 부사가 포함된다. 체언이랑 용언만 쓰면 심심하니까 얘네가 체언과 용언을 수식해서 문장의 의미를 풍부하게 해줌. 관형사는 체언을 꾸미고, 부사는 용언을 꾸민다. 부사는 또 '그러나', '왜냐하면'처럼 문장 전체를 꾸미기도 하고 다른 부사를 꾸미기도 함.
체언, 용언, 수식언을 제외하면 독립언과 관계언이 남는데, 얘네는 각각 감탄사와 조사를 의미한다. 감탄사는 독립적으로 쓸 수 있다고 해서 독립언이고, 조사는 다른 단어들과의 관계를 나타낸다고 해서 관계언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품사
: 단어를 기능, 형태, 의미에 따라 나눈 갈래
1. 체언 - 명사, 대명사, 수사
2. 용언 - 동사, 형용사
3. 수식언 - 관형사, 부사
4. 독립언 - 감탄사
5. 관계언 - 조사
결론은 조사를 뺀 나머지 8개 품사는 모두 띄어 쓰라는 것.
그런데 하나의 단어가 반드시 하나의 품사만 갖는 건 아니다.
사전에 '매일'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매일이 즐겁다" 여기서 '매일'의 품사는 명사다.
"그걸 매일 먹니?" 여기서 '매일'의 품사는 부사다. '먹다'라는 동사를 수식하므로. 먹는데 매일 먹니?
그러니까 모양이 같아도 그 단어가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그 단어가 명사가 될 수도 있고 부사가 될 수도 있고 그런 거다.
또 기억해둬야 할 것.
공든 탑이 무너지랴
여기서 '공든'을 명사 '공'과 동사 들다의 활용형인 '든' 이렇게 각각의 단어로 보고 띄어야 하나?
아니다. 사전에서 '공들다' 자체가 하나의 단어로 존재하므로 붙여 써야 한다.
나는 오랫동안(요새도 뇌에 힘 안 주면) '그다음'을 '그 다음'으로 띄어 쓰곤 했는데 그러면 안 된다.
'그다음'은 하나의 단어이므로.
얘가 붙여 써야 하는 하나의 단어인지, 띄어 써야 하는 각각의 단어인지 헷갈릴 때는 검색을 때리면 된다. 얘가 단어라면 사전에 하나의 단어로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까지가 1장의 내용이다. 결국 조사만 빼고 단어는 다 띄어 쓰면 된다는 거다. 이렇게 말하면 존나 간단해 보이지만.... 그렇게 간단했으면 내가 이미 띄어쓰기 챔피언이 됐겠지.
조사는 붙이라고 했다. 문제는 얘가 조사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거다.
이제 2장을 조져보겠다.
하는 말마다 다 헛소리구나!
잠자냥 님마저 날 떠났어.
삶는 거보다는 굽는 게 좋아.
잠자냥 님하고 나하고 결혼했어.
지금 누구보고 얘기하니?
위 예문에서 '마다' '마저' '보다' '하고' '보고'는 붙여 써야 한다. 조사다.
아아 내가 저놈들을 얼마나 자주 띄어 썼던가....
그런데 솔직히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게, 얘네도 역시 항상 조사로만 쓰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잠자냥 님마저 날 떠났어"의 '마저'는 조사라 붙여 쓰지만
"일이나 마저 끝내자"의 '마저'는 부사라 띄어 쓴다.
"삶는 거보다는 굽는 게 좋아"의 '보다'는 조사라 붙여 쓰지만
"앞으로 보다 좋은 연인이 될게"의 '보다'는 부사라 띄어 쓴다.
"지금 누구보고(='한테') 얘기하니?"의 '보고'는 조사라 붙여 쓰지만
지금 누구를 눈으로 보면서 얘기하는 거냐고 물을 땐 '보고'가 동사이므로 "지금 누구 보고 얘기하니?"와 같이 띄어 쓴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
"너같이" "새벽같이"처럼 '같이'는 조사로서 앞말에 붙여 쓰지만
'같은' '같아' '같을' 얘네는 용언의 활용형으로만 등재되어 있기에 띄어 쓰라고 한다.
그러니까 "너같이 못된 건 처음 봐"에서 '같이'는 붙이지만
"너 같은 쓰레기는 처음 봐"에서 '같은'은 띄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
진짜 마지막.
조사는 몇개가 되든 다 붙여 쓰면 된다.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고 했으므로 그 앞말이 조사인 경우도 포함된다.
세줄요약
1. 단어는 띄어 쓴다. 조사만 빼고.
2. 헷갈릴 때는 검색을 때리자.
3. 모국어 화자로서의 감각을 총동원해서 그 단어가 그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너 조사니?) 생각해 보자.
냥이 집사님들은 할 말 없을 때 냥이 사진으로 마무리하시던데.... 제겐 냥이가 없으니....
푸바오야 넌 맞춤법 몰라도 귀여워서 부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