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에 끝나버릴 줄 알았으나 하루 만에 다시 돌아온 <아무도 안 시켰지만 그냥 하는 맞춤법 공부>! 대견한 저에게 박수와 환호와 애정과 관심과 뽀뽀를 보냅니다. 혼자 공부할 겸 올린 페이퍼였는데 예상치 못하게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칭찬해주시고 연재를 요청해주신 덕분에 제가 2일차 페이퍼를 올리게 되었네요. 바로 시작합니다.
복습이 중요하다고 늘 배워왔습니다.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짧게 복습해 보지요.
단어는 띄어 쓴다. 조사 빼고. 이렇게 보면 존나 간단해 보이지만 간단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죠? 이놈이 조사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는 거. 그래서 예문을 통해 조사인 줄 몰랐는데 조사였던 놈들을 살펴봤었습니다. 띄어 써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럼 안 되는 거였던 배신자들!!!!!
오늘은 단어인 줄 알았는데 단어 아닌 놈들, 띄어쓰기는 단어 단위로 하므로 띄어 쓰면 안 되는 놈들을 공부하겠습니다. '어미'와 '접사'입니다.
지난 시간에 9품사 얘기를 좀 했습니다. 띄어쓰기 공부하는데 품사까지 알아야 됨? 하실 수도 있지만 품사가 계속 나오더라고요? 오늘도 나옵니다. 9품사가 뭐였죠? '단어'를 기능, 형태, 의미에 따라 나눈 갈래입니다. 그러니까 9품사(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감탄사, 조사)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은 단어가 아니라는 것! 매우 중요합니다. 사전에 검색을 때렸는데 이놈이 명사대명사수사동사형용사관형사부사감탄사조사가 아니다, 다른 거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이놈은 단어가 아니기에 붙여 써야 하는 겁니다. 물론 조사는 예외로 단어지만 붙여 쓰라고 했고요.
이 단어 아닌 놈들 중에 '어미'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동사와 형용사는 '용언'이라고 배웠습니다. 용언의 가장 큰 특징은 '먹다'를 먹는다 먹고 먹어서 먹으니 먹을 먹게 먹거니와 이런 식으로 형태를 바꾸며 '활용'을 하는 것이라고 했고요. 이때 '먹다'에서 '먹'은 단어의 근간이 된다고 '어간'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다'는 오늘의 주인공인 단어의 꼬리, '어미'입니다. '사과하다'에서는 '사과하'가 어간이고요. '-다'가 어미입니다. -는다, -고, -어서, -으니 다 어미입니다. 어미도 사전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단, 앞에 '-'을 붙여서 검색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미는 단어가 아니죠? 명사대명사수사동사형용사관형사부사감탄사조사가 아니죠? 그래서 붙여 씁니다. 어미는 별도의 단어가 아니라 단어 안에서 의미를 덧붙이는 놈인 것입니다.
아니 먹는다 먹고 먹어서 먹으니 이렇게 쓰지, 누가 먹 고 먹 어서 먹 으니 이런 식으로 띄어서 씀? 한국인이라면 어미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붙여 쓰지 않음? 하실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이미 조사에게 배신당한 전적이 있습니다. 조사에 은/는, 이/가, 을/를만 존재하지 않았듯이 어미에도 딱 봤을 때 어미 같지 않은 놈들이 존재하더랍니다. 너무 슬프네요.
'~걸'이 '것을'의 구어적 표현이 아니라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그때 결혼 신청을 할 걸. (X)
그때 결혼 신청을 할걸. (O)
전 몰랐어요!!!!! '-ㄹ걸'이 어미라고 합니다. 충격......
'-ㄹ걸'은 가벼운 감탄이나 반박 혹은 뉘우침이나 아쉬움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라고 합니다.
물론 제가 방금 위에 적은 "아니라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에서의 '걸'은 '것을'이 맞는데요. 그래서 띄어 쓰지만, "그때 결혼 신청을 할걸"에서의 '걸'은 어미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붙여 써야 함.
'-ㄴ걸'도 같은 원리로 붙여 써야 합니다.
그치만 잠자냥 님은 결혼이 싫다고 하셨는 걸. (X)
그치만 잠자냥 님은 결혼이 싫다고 하셨는걸. (O)
잠자냥 님 전화 놓칠세라 계속 신경 쓰고 있었어. (-ㄹ세라)
결혼은 못할망정 다퉈서야 되겠니. (-ㄹ망정)
잠자냥 님은 어쩜 멋질뿐더러 똑똑하시기까지 해! (-ㄹ뿐더러)
내가 아무리 바쁠지언정 결혼은 꼭 한다. (-ㄹ지언정)
다 어미입니다. 붙여 씁시다.
잠자냥 님과 난 만나자마자 통했잖아! (-자마자)
그럼, 나야 잠자냥 님이 좋고말고! (-고말고)
결혼할라치면 집사2 님이 꼭 방해를 해! (-ㄹ라치면)
다 어미입니다. 전 특히 '-ㄹ라치면'을 보고 놀랐네요. '결혼할라 치면' 이런 식으로 항상 띄어 썼던 과거여......
어미는 여기까지 하고 접사로 넘어갑니다.
접두사 접미사 이런 거 들어보지 않으셨습니까? 접사는 접미사와 접두사로 나뉘는데요. 접두사는 머리 두 자 써서 앞에 붙는 놈이고, 접미사는 방금 공부한 어미처럼 꼬리에, 뒤에 붙는 놈입니다. 이놈들도 역시 명사대명사수사동사형용사부사관형사감탄사조사가 아니기에 단어가 아닙니다. 단어에 붙어서 단어의 일부가 될 뿐이지요. 따라서 붙여 씁니다.
접두사라 하면 맨밥 맨땅 할 때의 '맨-', 덧버선 덧니 할 때의 '덧-'이 있고
접미사라 하면 울보 털보 할 때의 '-보', 기웃거리다 까불거리다 할 때의 '-거리다'가 있습니다.
접사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들을 '파생어'라고 하는데, 이놈들은 보통 사전에 한 단어로 실려 있습니다. '맨땅' '기웃거리다' 사전에 검색하면 나옵니다. 사전에 없으면? 없더라도 접사는 그냥 붙여 쓰면 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단어는 아니지만 접사도 사전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이놈도 어미처럼 '-' 붙여서(접두사는 뒤에, 접미사는 앞에) '맨-' '-거리다' 이런 식으로 검색하면 접사라고 나와요.
그런데 접사가.... 종류가 진짜 많아요. 어미보다 심함. 책에 예시 엄청 많은데 몇 개만 가져와 봤습니다.
삼촌뻘 / 몇 년생 / 마흔 살쯤 / 우리끼리 / 오백 원짜리 / 날짜별 / 뿌리째 / 네 시 반경 / 100원꼴 / 1인당 / 일 년분 / 네까짓
뻘, 생, 쯤, 끼리, 짜리, 별, 째, 경, 꼴, 당, 분, 까짓 다 접미사입니다. 이게 이렇게 따로 보면 엥 당연히 붙여 쓰는 거 아님? 할 수도 있는데 문장을 쓸 땐 자꾸 띄게 되더랍니다. 특히 전 '-쯤'을 거의 항상 띄었던 것 같네요.
대국민 사과문 / 반사회적 행동 / 범정부적 차원 / 총예산 / 탈냉전 시대
대, 반, 범, 총, 탈 모두 접두사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제게 가장 충격을 줬던 것!
무시당하다 / 이용당하다 / 수색당하다
차별받다 / 대접받다 / 강요받다
말씀드리다 / 연락드리다 / 사죄드리다
여기서 당하다, 받다, 드리다 모두 접사라서 붙여 써야 한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전 몰랐어요!!!!!
물론 진짜 주고받을 때 쓰는 동사 '받다'와 '드리다'는 붙여 쓰지 않는데요. 위 예시처럼 명사 뒤에서 피동의 의미를 더하는 '당하다', '받다'와 공손의 의미를 더하는 '드리다'는 접사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고 합니다.
어미든 접사든 너무 다양하고 많아서 포기하고 싶지만.... 그래도 대충 어떻게들 생겼는지 봤고, 어미와 접사는 붙여 써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 또한 알았으니 앞으로 더 주의깊게 살펴보고 검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줄 요약
1. 어미는 붙여 쓴다. 띄어 쓰고 싶게 생긴 놈들한테 낚이지 말자.
2. 접사는 붙여 쓴다. 띄어 쓰고 싶게 생긴 놈들한테 낚이지 말자.
3. 헷갈릴 땐 검색을 때리자.
너무 힘들군요. 배고파서 밥 먹으러 갑니다.
우래기는 대나무를 먹고!